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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아빠車'로 잘 나가더니…24년 만에 현대차 제쳤다
-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기아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포함한 글로벌 레저용 차량(RV)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쏘렌토와 카니발이 주도하고, 해외에서는 스포티지와 셀토스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며 RV 명가로 자리 잡고 있다.기아 쏘렌토 2025년식. (사진=기아)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승용차 중 가장 많은 신규 등록 대수를 기록한 차는 기아의 쏘렌토로 총 8만6985대가 등록됐다. 이어 카니발(7만4878대), 현대차 싼타페(7만2577대), 그랜저(6만6340대), 기아 스포티지(6만5756대)가 뒤를 이었다.기아가 현대차를 제치고 내수 시장 ‘베스트셀링카’ 상위권을 RV로 채운 것은 처음이다. 쏘렌토는 올해 월평균 7249대가 판매돼, 경쟁 차종인 현대차 싼타페(월 평균 6048대)보다 약 1200대 앞섰다. 두 차종의 누적 판매량 차이가 1만4408대에 이르는 만큼, 연간 베스트셀링 차량 자리를 쏘렌토가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기아가 현대차를 제치고 연간 최다 판매 차종을 배출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아울러 내수 시장에서 기아 RV 인기는 꾸준히 높다. 카니발 역시 매월 약 6240대가 신규 등록되며 ‘패밀리카’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스포티지와 셀토스 또한 각각 월 5500대, 47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기아 더 뉴 스포티지. (사진=기아)해외 시장에서는 준중형 SUV 스포티지가 인기다. 기아 IR 자료에 따르면 스포티지는 올해 1~11월 누적 해외 판매량 46만7264대를 기록하며,지난해 연간 해외 판매량(45만3753대)을 1만대 이상 앞질렀다. 스포티지는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을 꾸준히 확대하며 한 해 내내 월간 해외 최다 판매 차종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유럽 내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에 힘입어 판매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소형 SUV 셀토스도 해외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 중이다. 1~11월 셀토스의 해외 판매량은 23만9514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82%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연간 판매 5만6260대를 기록하며 누적 순위 6위에 올랐다.올해 기아는 내수 시장 베스트셀링카와 글로벌 최다 판매 차량을 모두 RV 라인업에서 배출하며 완성차 시장 침체 속에서도 판매량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전망이다. SUV와 RV 중심으로 차량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전기 SUV인 EV6, EV9, EV3가 국내외에서 판매를 확대하며 기아의 RV 중심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향후 출시될 신차 역시 RV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지난달 스포티지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스포티지’를 출시했고,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도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셀토스 완전변경 모델과 준중형 전기 SUV EV5의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리드와 친환경차 비중 확대를 통한 기아 차량의 평균판매가격(ASP) 상향을 기대한다”며 “낮은 산업수요 증가에도 기아는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견조한 이익 창출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토이저러스, 크리스마스 맞아 완구 최대 70% 할인판매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는 25일까지 2000여종의 인기 완구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고 12일 밝혔다.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토이저러스 매장 전경. (사진=롯데마트)대표 완구 상품으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의 신상품 ‘슈팅스타 티니핑 슈팅스타팩트’를 9만 3900원에 판매한다. ‘쥬라기월드 슈퍼 자이언트 아파토사우루스’, ‘벤츠 멀티 푸쉬 유아 자전거’ 등은 70% 할인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수요가 높은 ‘레고’도 최대 40% 할인 판매를 진행하며 이중 ‘닌자고 시리즈’의 ‘레고 콜의 타이탄 드래곤 로봇’은 3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해 11만 9900원에 선보인다.남아 완구 인기 시리즈 ‘헬로카봇’은 최대 30%, 포켓몬스터 몬콜레 시리즈는 최대 20% 할인 판매한다. 여아 인기 완구인 실바니안 패밀리의 경우 토이저러스 단독 상품으로 밀크 토끼 피규어가 포함된 ‘실바니안 힐탑 테라스 기프트세트(5811)’를 10% 할인한다. 콘솔기기의 경우 ‘스위치 OLED 모여봐요 동물의 숲 세트(스위치OLED 본체+동물의 숲 타이틀 기획상품)’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해피홈파라다이스’를 동시 구매할 경우, 2만 5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해 41만 5000원에 구매 가능하다.행사 기간 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엘포인트 회원이 6만원 이상 행사 카드 결제 시 1만원 롯데 상품권을 증정한다. 온라인에서는 6만원 이상 롯데카드 결제 시 1만원 즉시 할인 쿠폰이 발급된다. 경품 이벤트도 오는 25일까지 진행한다. 응모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등에게 ‘PS5 디스크 에디션’을 증정할 예정이다.더불어 점포별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도 연다. 롯데아울렛 토이저러스 기흥점에서는 오는 25일까지 ‘레고 홀리데이 마켓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레고 인기 제품들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며 5만원 이상 구매 시 무작위로 스타트백 뽑기 코인 1개, 10만원 이상 구매시 ‘스트리트 푸드 시리즈’ 무작위 1종, 30만원 이상 구매 시 레고랜드 티켓 2매 증정 이벤트도 진행한다.김포공항점에서는 ‘고고다이노’, ‘레인보우버블젬’, ‘샤샤&마일로’, ‘코코비’를 한 곳에서만나볼 수 있는 ‘슈퍼루키 빅4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캐릭터 완구, 봉제인형, 서적 등 굿즈를 판매하고 행사 기간동안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슈퍼루키 빅4 캐릭터키트’를 증정할 예정이다.서울역점에서는 다음달 1일까지 ‘톰과 제리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한정판 인형, 키링부터 쿠션 및 소품 등 약 200여개의 톰과 제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수원점에 오픈한 전국 최대 규모의 닌텐도 특화 매장에서는 오는 25일까지 닌텐도 스위치 인기 타이틀 최대 1만 5000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계기영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부문장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할인 행사와 단독 상품들, 다채로운 팝업 스토어 이벤트들을 준비했다”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서 연말의 즐거움을 맞이해보시기 바라며, 앞으로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시재생씨앗융자, 1월부터 주택복합 허용
-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국토교통부(는 쇠퇴도심에서 상가, 창업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자에게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 ‘도시재생씨앗융자’를 내년 1월 1일부터 개편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우선 건물 연면적의 50%까지 주택복합을 허용한다. 투기 우려로 2020년부터 주택복합을 제한해 왔으나, 거주인구 확보와 상가 공실 문제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주택복합이 허용되면 쇠퇴지역의 소규모 주택 공급과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악용 방지를 위해 차주 본인 및 배우자, 가족 등의 거주가 금지되며, 수익성을 감안하여 상가만 조성하는 경우(연 2.2%)와 상가와 주택을 복합 조성하는 경우(연 4%, 잠정)를 나누어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또 융자 심사요건 중 임대료 인상률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조성된 상가를 임차한 자영업자들이 오랜 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영업할 수 있도록 융자심사 평정표의 임대료 인상률 심사항목 배점을 높이고, 임대공급 비율 심사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다.특정인에게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중복융자를 제한한다. 배우자, 자녀 등 사실상 동일 차주에 대한 융자신청 횟수를 1회로 제한하여 특정인에게 혜택이 편중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기금의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출회수를 강화한다. 만기 연장 시 원금 일부상환 또는 가산 금리를 적용하여 기금 건전성을 높이고, 회수한 원리금은 새로운 융자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다만, 금전적 부담을 감안하여 이미 융자를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상환금 마련을 위한 충분한 유예 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국토교통부 정진훈 도시정책과장은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민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번 도시재생씨앗융자 개편을 통해 쇠퇴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자영업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정부 예산 칼질에… 행사 규모·콘텐츠 질 유지 비상[국내 3대 영화제 결산]②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주국제영화제(J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등 국내 3대 영화제를 2019년부터 5년째 매년 찾는다는 영화팬 박승혁(가명·35) 씨. 그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예전만큼 많은 영화를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정부 지원의 축소로 3대 영화제 모두 올해 티켓 가격을 1000원씩 올린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는 “소액이지만 확실히 여러 편을 보는데 부담감은 컸다”고 말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 앞에서 한 시민이 기념사진을 촬영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1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정부 지원금을 받은 국내 영화제 수는 지난해 42곳에서 올해 11곳으로 대폭 줄었다. BIFF, JIFF, BIFAN 3대 영화제도 정부 지원금이 최소 2억원(JIFF), 많게는 6억원(BIFF) 가까이 삭감됐다. 줄어드는 정부 지원 속에서도 행사 규모와 콘텐츠의 질을 유지해야 하기에 영화제들의 고민이 깊다. 결국 올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BIFF’는 올해 일반상영작 예매 가격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다만 BIFF 측은 물가 및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 티켓 가격이 △2018년 6000원 △2019년 7000원 △2021년 8000원 △2023년 9000원 등 해마다 꾸준히 올랐던 만큼, 정부 지원의 축소가 티켓 가격 인상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JIFF’와 ‘BIFAN’은 지난해 8000원이던 티켓 가격(일반 상영작 기준)을 9000원으로 올렸다. 기업 후원 확대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도 엿보였다. ‘BIFF’는 올해 공식 후원사인 브랜드 샤넬로부터 전년도의 2배에 달하는 후원금을 유치했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이데일리에 “작년에 비해 기업 후원이 50% 이상 늘어 국고지원금에서 발생한 타격을 무리 없이 메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1일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민성욱·정준호 집행위원장, 우범기 전주시장 겸 조직위원장(가운데)이 관객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운영 중인 ‘JIFF’는 정준호 집행위원장이 후원유치와 대외협력을 통한 재정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0년간 명맥이 끊겼던 대한항공(003490)의 후원을 작년부터 재개한 게 대표적이다. 정 위원장이 지난해 임기 시작 이후 3년 내 100대 후원사(자) 확보를 목표로 연락을 취한 곳만 수천 곳에, 직접 기업 오너 등을 한 명씩 만나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다. 전주시의 관광 콘텐츠와 영화제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등 지자체와의 협업도 늘렸다. 다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후원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근원적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사업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후원사들이 만족할 수준의 명확한 성과나 판매 실적을 보여주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상황도 어려워져 후원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열린 지난 7월 7일 부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부천 초이스: AI 영화’ 부문 시상식이 개최된 가운데, (왼쪽부터) 신철 집행위원장, 시상자 장해영 재정문화위원장, 정지영 조직위원장,배준원 감독, 심사위원 페르디 알리치·스텐 크리스티앙 살루비어가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인 모습.(사진=BIFAN 사무국)‘BIFAN’은 인공지능(AI) 사업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적극 개척해 성과를 거뒀다. 세계에서 AI 영상 제작을 선도 중인 유명 연사들을 초청한 ‘BIFAN+ AI 국제 콘퍼런스’를 유료로 개최했는데, 예매사이트 오픈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다른 영화제들도 자생력을 키워나갈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박광수 이사장은 “영화제 상영작을 선정하는 프로그래머 등과 자체 수익 모델 발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 뻔했던 영화제… '힙'해졌다[국내 3대 영화제 결산]①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시대에 ‘영화제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이 무엇인가’. ‘영화제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특성과 비중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가’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영화제들의 노력과 위기감이 느껴졌다.”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올해 신설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걸까?’ 스틸. (사진=BIFAN)지난 7월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인공지능(AI)+ 필름 메이킹 워크숍 폐회식이 개최된 모습. (사진=BIFAN 사무국)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5월 1~10일)부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7월 4~14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10월 2~11일) 등 국내 3대 주요 영화제를 모두 찾았던 영화 제작자 A씨의 평이다. BIFF를 끝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국내 3대 영화제는 △극장 영화 관객 감소 △영화계 정책 예산의 근간이 됐던 영화관입장권 부과금의 폐지 △정부·지자체의 지원금 축소 등 악조건 속에서 행사를 치러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이는 각 영화제가 새로운 재미와 먹거리를 찾기 위해 쇄신하는 기폭제가 됐다. 특히 올해는 콘텐츠업계에 갑론을박을 낳고 있는 인공지능(AI)이 3대 영화제의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 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관련한 신사업모델을 구축한 ‘BIFAN’이 대표적이다. ‘JIFF’와 ‘BIFF’도 AI 관련 포럼을 기획하거나 필름 마켓에 AI 시연 부스를 설치하는 등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도전과 실험을 꾀하면서 극장 영화의 가치와 본질도 지키려는 영화제들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비프힐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한 인공지능(AI) 라운지가 열린 모습.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공식 SNS 계정)◇AI 적극 활용…“영화제만의 경험 제공 고민”‘BIFAN’은 지난해 할리우드 총파업을 낳았던 AI를 국내 영화제 중 처음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았다. 국내 최초로 AI 영화 경쟁 부문을 신설하는가 하면, AI 국제 콘퍼런스와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을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는 30명 선발에 지원자 600명이 몰려 정원을 60명까지 늘렸다. BIFF는 올해 비즈니스 네트워킹 및 판권 거래가 이뤄지는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글로벌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AI 관련 부스를 처음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영화제와 협업한 것은 ‘BIFF’가 최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필름마켓 당시 AI 콘퍼런스, 코파일럿 등 프로그램 시연 행사가 가장 북적였다”고 전했다. JIFF는 올해 ‘전주포럼 2024’에서 ‘AI 저작권과 초상권’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배장수 BIFAN 부집행위원장은 “국내외 영화제들이 AI를 적극 수용해가는 과정 속에서 내년 AI 워크숍, 콘퍼런스, 경쟁 부문 등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대중성 확보→외연 확장…정체성 지키며 자구책 마련외연 확장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돋보인 한 해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IFF’는 29년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작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을 선정해 주목받았다. 방탄소년단 RM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부터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 작품들도 대거 초청했다. 또 ‘아시아의 시선, 영화의 바다’란 슬로건 하에 아시아 신진 영화인과 영화 발굴의 장이란 정체성을 새롭게 내세웠다. 내년에 열릴 30회 BIFF에 ‘국제 경쟁’ 부문을 새롭게 신설함으로써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외연을 넓히겠단 방침이다.‘JIFF’는 ‘독립예술영화의 산실’이란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되, 지역 관광 및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영화제 관객층을 확장하려 노력했다. 여행지로서 전주의 위상과 영화제의 색채를 결합한 ‘전주씨네투어’가 대표적이다. ‘JIFF’는 매년 독립영화계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친 소속사의 배우들을 초청하는데, 이들의 출연작을 전주 주요 관광지에서 야외 상영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기획한 ‘전주씨네투어X산책’ 프로그램 진행 풍경. (사진=전주국제영화제)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강화했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를 특별 상영회 형태로 국내에서 최초 상영하기도 했다.김형래 BIFF 홍보실장은 “각 영화제들이 줄어든 지원예산 속에서 고심해 마련한 자구책들이 눈에 띈다”면서도 “변화와 도전에도 영화제 정체성과 뿌리는 해치지 않으려는 나름의 방향성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내년 개최를 앞두고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실장은 “국내 극장 영화산업의 침체로 악화한 제작 환경 탓에 향후 1~2년 동안 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할 한국 영화가 없는 사태까지 걱정하고 있다”며 “영화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장수 BIFAN 부집행위원장도 “과거와 비교해 현재 영화제의 관객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다시 성찰해봐야 한다”면서 “극장 영화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영화제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면밀히 파악해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컴업 네트워킹 기대돼요” 45개국 스타트업·투자사 만난다
- [이데일리 김영환 김세연 기자] “컴업은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4’에 참석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경계를 초월한 혁신’을 주제로 11~12일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45개국의 스타트업과 투자자 등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 박예슬 오렌지바이오메드 대표, 한종원 노바에어 대표, 김민현 모바휠 대표(사진=각 사)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 투자자, 그리고 정부 기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컴업행사처럼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랑 연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스페이스웨이비는 인공지능(AI)과 건축 소프트웨어 BIM을 결합해 자동화 솔루션으로 공간을 설계해 주택을 공급하는 스타트업이다. 해외 기업 11개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7개가 미국 기업일 정도로 미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홍 대표는 “부실시공은 결국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라며 “이를 자동화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해 자동화 솔루션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생각했다”고 강조했다.혈액 한 방울로 당뇨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보유한 오렌지바이오메드도 스페이스웨이비처럼 시리즈A·B 투자를 받은 로켓리그 기업이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누적 투자금이 81억원에 달한다. 박예슬 오렌지바이오메드 대표는 작년 포브스 코리아가 선정한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됐다.박 대표는 “원천기술 특허는 한국 특허로 글로벌 진출을 생각하고 있어서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등에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을 제일 주요하게 보고 있다.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해 지금 임상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컴업에 나서는 그는 “내년에도 또 오겠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누적 투자 10억원 이하의 루키리그에 속한 모바휠은 AI 기반으로 도로 정보를 제공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다. 김민현 모바휠 대표는 “겨울철 블랙아이스, 여름철 침수사고 등 도로 상황으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차에 센서를 달아서 실시간으로 노면상태를 측정한다”고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이어 “(컴업 참석으로)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며 “결혼정보회사처럼 스타트업과 VC사이의 결정사 역할을 해주는 전문가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한종원 노바에어 대표는 예비창업가다. AI를 통해 자동으로 난기류를 진단해 항공기가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사업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많아져 항공업계에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가운데 스마트폰 등에 장착된 진동감지 센서로 난기류의 사전 전조증상을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업계 정보도 듣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컴업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참석 배경을 전했다.‘컴업(COMEUP) 2024’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컴업 2024에는 국내외 약 260개사의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해외 스타트업들이다. 아랍에미리트와 인도, 일본, 스웨덴 등은 국가관을 개설해 자국 스타트업들의 홍보에 나서는 등 국내외 딥테크 분야의 혁신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약 70여 명의 해외 주요 벤처캐피털 관계자들도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컴업에 방문한다.
- 충남의 알프스 청양서 시작된 숲의 기적…산촌경제가 꿈틀
-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본보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 입구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기념 입간판. (사진=박진환 기자)[청양=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국유림 면적은 166만㏊로 전체 산림의 26.3%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산림은 3분의 2, 개인이 소유한 산림은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로 국가와 지자체 소유 산림이 3분의 1이고, 개인 소유 산림이 3분의 2에 달한다. 즉,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국유림 비중이 협소한 셈이다.임업 선진국들이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조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도 국유림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산림청은 사유림 매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는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산림 경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에 조림된 자작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산림청, 국유림을 규모 있게 활용·공익가치 창출할 수 있는 정책 지원에 초점산림청의 사유림 매수 기준은 크게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 공익 임지 △강원 양구·홍천·인제 등 지역 산림과 연접한 고랭지 밭 △희귀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한 생태등급 1~2등급 및 국유지 연접지 △광릉숲 생물보전지역 내 완충지역 토지 등 4개 지역을 설정했다.올해 산림청이 매수하기로 한 사유림은 모두 4447㏊이며, 총사업비 규모는 579억원이다. 이 같은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매수 대금 지급도 일시 지급과 10년간 매매대금을 분할해 지급하는 ‘산지연금형’ 등으로 나눠 실시한다. 이 중 산지연금형 사유림 매수사업은 산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임상섭 산림청장도 취임과 동시에 “모두가 누리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산림, 생태적으로 건강한 산림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산림을 통해 상생하는 자연생태계와 인간 모두가 산림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산림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국민 안전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 산림자원으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저성장과 지역소멸 문제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대표적인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를 위해 임업인이 국유림을 규모 있게 활용하거나 공익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산림경영 구조 안에서 경제적 이용이 필요한 산지는 목재와 임산물 생산을 목적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 임 청장의 지론이다.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충남의 알프스 청양 문막산에 2002~2008년 자작나무·스트로브잣나무 등 7종 수종 조림 국유림의 공익적 가치와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충남 청양의 신원리 산림경영숲도 재조명받고 있다. 충남 청양 비봉면 신원리에 있는 해발 338m의 문막산에 있는 이 숲은 모두 국유림으로 규모는 59㏊이다. 자원순환을 위한 산림경영를 목적으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구역별로 나눠 수종갱신을 위해 순차적으로 벌채했다. 이후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상수리, 전나무, 낙엽송, 잣나무, 스트로브잣 나무 등 모두 7종의 수종을 조림했다.조림 초반에는 풀베기, 덩굴류 제거작업을 한 후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등 숲가꾸기 작업을 실시해 평균수고 12m(8~13m), 평균 경급 14㎝(8~20㎝), 임목재적 60㎥/㏊의 숲으로 자랐다. 특히 충남권역에서 생육하기 어렵거나 조림 실패 확률이 높은 자작나무나 스트로브잣나무, 물푸레나무, 전나무 등의 수종에 대한 조림을 성공시켰다. 이 중 자작나무는 고산·한랭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 특성상 충남에서 생육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22㏊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생육을 이뤘다. 이에 따라 경관적 가치와 함께 숲을 찾은 국민들에 대한 우수 조림지 홍보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2007년 우수조림지품평회에서 최우수 조림지로 선정됐다.22㏊의 산림에서 자란 10만그루의 자작나무는 새하얀 줄기와 푸른 잎이 색다른 경관을 보여주고 있고,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수종으로 이뤄진 울창한 숲은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간 산림청은 2002년부터 수목 생장 및 하층식생을 모니터링함으로서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종·임령별 생육상태를 비교·관찰하는 등 교육 및 연구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신원리 산림경영숲에는 임도 및 마을길이 잘 정비돼 있어 접근성이 좋고 중부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종이 집단 생육하고 있는 곳으로 산림욕 및 산림치유, 숲해설 등 다양한 숲체험 활동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또 쥐똥나무, 싸리, 청미래덩굴, 진달래, 고사리, 국수나무, 생강나무 등 하층 식생들도 숲의 다양성을 높여주며,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부여국유림관리소 천안경영팀 엄준호 주무관은 “경관 기능 뿐만 아니라 생태적 다양성, 목재 생산림의 경제적 효과 등을 위해 자작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등 다양한 수종을 식재했다”면서 “최근에는 재선충병 등 산림 병해충 및 산불 등 산림재해 예방 및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산촌활력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양관광두레가 개최한 2024비건페스타에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양관광두레 제공)◇산촌활력 특성화 사업도 활기…청양관광두레, ‘비건투어’ 등 산촌주민들이 만든 사업체 안착이와 함께 충남 청양에서는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2020년부터 청양관광두레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혜 PD는 “2020년 관광두레 사업자로 선정된 뒤 올해까지 5년간 지역 관광 주민사업체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면서 “O칼로리 미식청양 프로그램을 발굴해 발효투어, 비건투어 등 지역의 산촌에서 재배한 임산물로 요리한 음식들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역의 산촌주민들이 만든 사업체들이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박 PD는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산림 자원을 활용한 미식 관광 여행사 ‘청양한스푼’을 창업했다. 그는 “청양한스푼은 산림자원을 통해 지친 삶을 위로하는 따뜻한 미식 여행을 개발, 운영하는 여행사”라며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에서 지역 산촌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산촌생태마을의 활성화를 위해 마을 자원의 활용과 지역 기업과의 연대를 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산촌활력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양관광두레가 개최한 2024비건페스타에 참가한 업체가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청양관광두레 제공)
- “최소 에너지로 탄소 순환시키겠다”··주목받는 과학기술 '실패연구'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재사용 발사체 기술로 우주 진입 장벽을 낮춘 스페이스X. 초기 발사체인 팰컨1의 실패를 딛고, 더 강력한 팰컨9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팰컨1은 5번의 발사 중 3번이 실패했지만, 이를 딛고 발전한 팰컨9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꿈인 ‘인류 화성 이주’를 위한 발사체인 스타십 역시 여러 차례의 시험 발사 실패 후, 지난달 ‘젓가락 팔’을 이용해 추진체를 회수하는 성과를 이뤘다. 스페이스X의 이 같은 실패 극복 과정을 보며, 미국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세계 최초의 연구에 도전하려면 실패는 필연적이다. 이처럼 실패를 극복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의 대학은 실패연구소를 출범시켜 실패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연구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연구재단은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연구 중단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탄소순환 기술, 양자통신 기술 등에서 중요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학생들 휴학만 해도 실패 간주, 연구자 실패하기 꺼려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과제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공식적인 통계는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과학계는 R&D 과제의 성공률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제의 성공률은 △2017년(98.8%) △2018년(99.2%) △2019년(98.8%) △2020년(99.7%) △2021년(99.2%)로 조사됐다.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과제에서도 불성실 판정을 받은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은 이공계 대학생들의 학생 시절부터 뚜렷하다. KAIST 실패연구소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점이 떨어지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휴학조차 실패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022년 KAIST 실패인식조사’에 따르면, 학부생 10명 중 8명(79.6%)과 대학원생 10명 중 7명 이상(72.2%)이 ‘실패했을 때 자신이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조사됐다.KAIST 실패연구소와 실패학회를 공동 주관한 학생 단체 ‘아이시스츠 카이스트(ICISTS KAIST)’의 김지환 회장은 “학생들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완전히 패배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는 성공을 이루기 위한 시행을 늘려가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는 학점 문제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고, 휴학조차 실패로 간주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기업 연구소의 연구자나 직원들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조성호 KAIST 실패연구소장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면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분위기 조성 및 과학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어려운 연구 시도하고, 실패학회 공동 개최 등 추진그런데 최근 들어 과학계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우선, 정부의 R&D 사업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는 기존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에서 설비나 기술 개발 과정 중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문제를 인식하고, 탄소 순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양자통신기술에 필요한 광자가 극저온에서만 생성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온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모두는 기존의 관행을 깨는 시도이며, 실패를 허용하는 접근법이다.최영진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과학 분야에서는 실패를 단정 짓기 어렵고, 반대로 성공을 증명했다고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연구의 성공이냐, 실패냐뿐 아니라) 연구 중단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연구자들이 어려운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과제가 중단되더라도 그 부산물을 활용하거나 후속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KAIST 실패연구소는 매년 개최해 온 실패학회를 4대 과학기술원 및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으로 확대해 실패 문화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올해 학회에서는 다양한 기관들로부터 협력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조성호 소장은 “내년에는 실패학회를 4대 과학기술원으로 확장하거나 대덕특구 내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규모를 키우려 한다”며, “신용보증기금과 재도전·재창업 지원제도 개선을 위한 협력처럼,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도전과 성취를 장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과학계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누리호 1차 발사 당시 우리나라는 ‘미완의 성공’을 거뒀지만, 실패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과학 선진국’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줬다”며, “실패와 성공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도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