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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신년사
-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을사년(乙巳年) 새해 여명이 밝았습니다. 섭리에 따른 또 하나의 아침일 뿐이지만, 녹록지 않은 대내외 사정으로 각별히 무거울 수밖에 없는 시간이리라 짐작합니다.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인사조차 힘겨워도, 무릇 기업인의 숙명이 끊임없는 도전인 바에야 불안을 함께 건너자는 외에 건넬 말씀은 없습니다. 진심어린 감사와 존경을 담아 새해 첫 큰절을 올립니다.중견기업인 여러분, 길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터입니다. 우리 경제가 위기입니다. 더 이상 주장이 아닌 현실입니다. 불가해한 21세기의 전쟁들이 촉발한 공급망의 붕괴는 안정의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자국중심주의가 충돌하는 이기(利己)의 전장(戰場) 위로 퇴행적인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필두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에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 치솟는 물가에 활로를 찾지 못하는 민생이 무너지면서 내수의 저변마저 잠식되고 있습니다.저성장의 고착화로서 뉴노멀에 대한 논쟁조차 한가한 일로 여겨질 만큼, 백척간두(百尺竿頭)의 현실은 더 이상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닐는지요. 10대 경제대국이자 진취적 해양국가로서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재도약의 계기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의 물적 기반을 물려줄 수 있을지, 기업가정신의 근본인 혁신과 도전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무기력한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중견기업인 여러분, 역사에 답이 있다는 말을 되새깁니다.사막과 바다를 건너 물자와 사람을 연결함으로써 눈부신 고대 문명의 기틀을 놓은 이들의 험난한 여정에서, 강고한 사농공상의 폐쇄적 습속을 끊어내고 산업화를 통한 국가 근대화의 기초를 다진 우리 기업인들까지의 물리적 거리를 관통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혁신과 도전의 기업가정신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 분단과 권위주의 통치 시대는 물론 경제의 근본적인 속성에 따른 주기적 불황,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검은 터널과도 같았던 팬데믹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공동의 작업에 맨 앞에 선 것도 언제나 기업인이었습니다. 무거운 책임이지만 성취의 보람으로서 긍지를 붙들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심지어는 이유 없는 질시를 감당하면서까지 그랬습니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아주 오랫동안 중견기업이 수행해 온 역할에 대해서는 말을 보탤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중견기업계를 대표하는 과분한 책무를 부여받은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많이 부족했기에 민망스러운 한편으로, 내내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동료 중견기업인들의 견고한 연대와 협력에 끊임없이 감동하고, 감사했던 나날이었습니다. 중견기업이라는 말조차 낯선 시절이 엊그제인데, 이제 국민의 94.9%가 중견기업을 알고, 많은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지난해 9월의 조사 결과는 동참해 주신 그간의 노력에 따른 보람일 것입니다.충분치는 않지만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2년 세밑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법인세율을 1%씩 인하하는 결정이 이뤄졌고, 미환류 소득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중견기업이 제외되면서 1212개 중견기업이 평균 7억 4000만원의 과세 부담을 덜었습니다. 상속·증여세법 개선을 통해 매출액 가업상속공제 적용 중견기업 기준이 매출액 5000억원 미만까지로 상향됐고, 20%의 할증평가 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상속세 공제 한도는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증여세 과세특례 저율과세 구간은 6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2023년 3월 30일에는 중견기업 발전의 법적 토대인 ‘중견기업법’이 10년 한시법의 꼬리표를 떼고 상시법으로 전환됐습니다. 여야의 폭넓은 공감대 아래 이뤄진 2014년 제정에 이어 경제의 안녕과 풍요를 향한 국민의 여망을 재차 확인하는 장면으로 선연합니다. ‘중견기업법’의 가치는 시행 10년 동안 2979개에 불과하던 중견기업이 5576개까지 늘어났고, 전체 고용의 12.8%, 매출의 14.4%, 수출의 17.7%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증거합니다. 예정대로 중견기업법이 사라졌다면, 금융, 연구개발(R&D), 수출 등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확대된 다양한 분야의 지원 정책이 증발하고, 이에 따른 경영 부담의 증가는 어쩌면 많은 중견기업을 존폐의 기로로 내몰았을지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고, ‘중견기업법’의 상시법 전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많은 중견기업인 여러분께 그래서 더욱 감사한 심정입니다.2024년에도 작지만 유의미한 제도 개선이 이어졌습니다. 비수도권 뿌리기업에 제한됐던 외국인력(E-9) 고용이 수도권에 본사를 둔 지방 뿌리 중견기업까지 확대됐고,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운영 요령이 변경돼 대기업 거래 비중 매출액 총합 70% 미만 또는 단일 대기업 거래 비중 50% 미만인 중견기업도 오랜 헌신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쉽게도 최초로 추진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는 안팎의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경제 성장의 핵심인 기업의 영속성 확보를 위해 불가결한 조치라는 확산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중견기업의 경제적 위상과 가치를 반영한 금융 분야의 움직임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금융위원회는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방안’을 통해 최초로 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세운 총 15조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중견기업의 첨단·전략산업 자금조달을 위한 P-CBO 발행과 매출채권 유동화 지원을 위해 2조 원을 출자했습니다. 무역보험공사는 7월 ‘중견기업부’를 신설하고 보험 한도 확대 등 중견기업 지원 체계를 정비했는데, 11월 기준 중견기업 지원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4조 5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가 붕괴하고, 피폐한 경제 위에서는 어떠한 사회도 존속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항산(恒産)이어야 항심(恒心)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도 하지만, 기업인에게 위기는 일상의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비상한 시기가 도래했다면, 맞서 싸워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그렇게 매일을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 압니다. 신발끈을 묶고 다시 나설 도리밖에 없습니다.반도체법과 IRA 폐기 등을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보다 도전적인 R&D 투자를 통해 산업경쟁력 저하를 막아내는 한편으로 첨단 산업 중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기업이 앞에 서야 하고, 중견기업은 척후이자 전위로서 마땅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회원사를 포함한 모든 중견기업의 총의를 모아 불합리한 법·제도 개선과 규제 혁파에 앞장섬으로써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중견기업법’의 내실화는 물론, 정부, 국회와의 광범위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중견기업 현장의 실질적인 필요에 관한 건설적인 담론을 확산하겠습니다. 중견기업계의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 발전의 가장 깊은 해법을 궁구하는 견고한 거점을 구축하겠습니다. 개별자의 이익 추구를 통해 전체의 성취인 공공선을 이루는 것은 경제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입니다. 그 경로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이를 막으려는 시도는 용인될 수 없는 무지이거나 무책임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른바 반기업정서라는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정치적 언사가 국부 창출의 핵심인 기업의 활력을 훼손하지 못 하도록 실천으로 증명해 나아갑시다. 위기로 출발하는 2025년 을사년이 대한민국 경제와 중견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기업인으로 산다는 것은 굴러떨어진 돌을 끊임없이 반복해 밀어 올릴 수밖에 없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의 굴레와도 같습니다. 언덕의 경사를 조금이나마 완만하게 다스리고,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약간이라도 넓히는 일은 공동체 전체의 과업일 것입니다.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2025년 1월 1일 을사년 여명을 면해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진식
-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베트남 남부지역서도 사업 확장 행보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등 신도시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남부 지역으로도 사업 확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사진 왼쪽)이 베트남 빈즈엉성 보 반 밍 (Vo Van Minh) 성장을 면담했다. (출처:대우건설)29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26일과 27일 각각 베트남 남부지역 빈즈엉성과 동나이성에서 주요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 회장은 26일 빈즈엉성에 위치한 빈즈엉성 인민위원회에서 보 반 밍(Vo Van Minh) 성장을 면담하고 투자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의 성공 경험과 이익을 바탕으로 베트남 내 재투자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신도시 개발뿐 아니라 도로, 철도, 발전, 물류 등 인프라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빈즈엉성의 지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보 반 밍 성장은 “빈즈엉성 정부는 사업이 원활히 추친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정 회장은 빈즈엉성에서 산업단지와 부동산 개발, 의료, 에너지 분야 등을 보유한 대표기업인 베카맥스(BECAMEX) 그룹 응우옌 반 훙(Nguyen Van Hung) 회장도 만나 빈즈엉성 진출과 투자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또 정 회장은 27일 호치민시 동쪽에 위치한 동나이성을 방문해 응우옌 흥 린(Nguyen Hong Linh) 당서기장을 면담하고 현지에서 검토 중인 도시개발사업 협력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스타레이크시티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동나이성에서도 교육, 상업, 업무, 공공이 이루어진 사람이 살기 좋은 살아있는 복합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에 응우옌 흥 린 당서기장도 절차적 협력과 제도적 지원을 적극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빈즈엉성과 동나이성은 베트남의 경제 중심으로 불리는 호치민 시와 인접해 경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인구 증가가 이어지는 지역”이라며 “정 회장의 지속적인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바탕으로 북부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타이빈성 끼엔장신도시와 같은 사업들이 베트남 남부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