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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과 방패'…AI 위협 막으려면 글로벌 거버넌스 필요
-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합성조작물(딥페이크)이 전 세계적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위험 요소로 부상했다. 여기에 더해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AI의 출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과 미디어, 콘텐츠 생산기업 등은 일찌감치 이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생성에 힘을 합쳐왔다. 동시에 자체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시각물에 대해서만이라는 한계가 있고, 전 세계적인 AI 거버넌스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오는 21일 열리는 ‘AI 서울 정상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신스ID가 적용된 경우 구글AI 등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를 식별해 낼 수 있다.(이미지=구글 딥마인드)◇C2PA·신스ID 등장했지만…글로벌 AI 거버넌스 합의는 아직딥페이크 위협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출처와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출범한 C2PA 연합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C2PA는 지난 2021년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글로벌 IT 기업에 딥페이크 차단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회원사가 빠르게 늘어 구글, 메타, 틱톡, 오픈AI, 셔터스톡 등 15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C2PA 표준 기술인 콘텐츠 인증을 적용하면 타사 플랫폼에서 제작된 AI 콘텐츠에도 AI 생성 라벨을 자동으로 붙일 수 있다. 이달 초 숏폼 플랫폼 틱톡이 회원사 중 처음으로 이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했다. AI 생성 라벨은 C2PA의 검증 툴로 분석 가능하다. 사용자는 AI 생성 콘텐츠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제작·편집됐는지 알 수 있게 된다.구글은 연례 기술 콘퍼런스 I/O에서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생성, 딥페이크를 막기 위해 신스ID(SynthID)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신스ID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삽입해 높은 정확도로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미지와 오디오에 먼저 적용했는데, 올해부터 텍스트와 동영상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오픈AI는 이달 초 자사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DALL-E)를 공개, 만들어진 이미지를 98.8%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는 도구를 출시했다. 19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픈AI는 최근 AGI 위험 대응팀인 ‘슈퍼 얼라인먼트팀’ 해체가 AI 안전을 등한시하는 행보 아니냐고 묻자 “AI 안전 문제를 다루는 안전 시스템팀이 별도로 존재하고 지난 12월 AI의 잠재적 위험을 모니터링, 평가, 예측, 보호할 수 있는 대비(Preparedness) 프레임워크를 출시했다. AI 연구원과 국가 안보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팀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같은 노력으로도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 등 생성형 AI의 근본적인 특성으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부분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혜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융합지능기획단 부단장은 “생성형AI가 기본적으로 추론의 결과로 가장 확률이 높은 답변을 내놓는 방식이라 할루시네이션은 굉장히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짚었다.◇韓주도 AI 서울 정상회의, 거버넌스 합의 이뤄질까이런 가운데 서울에서 ‘AI 서울 정상회의’가 열려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주요국 정상과 글로벌 IT 기업 수장들이 안전·포용·혁신을 기본 원칙으로 한 AI 거버넌스에 합의하는 중대한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오는 21일, 22일 양일간 ‘AI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처음 개최된 ‘AI 안전성 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AI 관련 국제 행사다. 우리 정부는 AI 안전에만 주제를 국한하지 않고 혁신·포용까지 확대해 AI 거버넌스의 3대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할 계획이다.21일 화상 회의로 진행되는 정상세션에는 주요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 빅테크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자 명단은 아직 비공개다. 이튿날 대면 행사로 열리는 장관 세션은 19개국 이상의 정부, 산업계, 학계 및 시민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참해 ‘AI 안전성 확립 역량 강화’ 와 ‘지속 가능한 AI 발전 촉진’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한다. 같은 날 열리는 AI 글로벌 포럼에선 글로벌 AI 거버넌스 구축이 논의를 위한 협력이 논의된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너태샤 크램턴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 AI 책임자(CAIO), 톰 루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 이상호 카카오 CAIO, 하정우 네이버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안전한 AI 개발을 위한 자구책을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딥마인드는 AI 모델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예정이다. 모델의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AI가 인간을 조종하는 등 중요한 능력 수준에 이르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목표다. 딥마인드 블로그에 따르면 모델 훈련에 사용되는 컴퓨팅 파워가 6배 증가하거나 모델이 3개월 동안 미세 조정될 때마다 모델을 재평가한다. 안전한 AI 활용과 혁신 지속 사이 균형을 갖춘 IT 기업들의 합의문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자율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합의는 몇 차례 있었다. 2월 선거에서 기만적 AI 사용을 막자는 뮌헨 기술협약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가 AI 혁신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기업들의 공통된 인식이 반영된 합의문은 아직 없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I/O에서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피해를 줄이는 방식의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스스로 의식을 갖고 인간의 제어를 벗어나는 수준의 AGI 등장에 대해선 많은 학자들이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지레 과도한 규제를 미리 만들면 전체 AI 연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 오픈AI, 한국어 처리비용 낮춰…"韓기업 우세" 장담못한다
-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생성형AI 경쟁에서 한국어만큼은 한국 기업을 따라올 수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초기 국내 기업들이 이 같은 이유로 안도했다면, 더이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픈AI와 구글은 영어 외 언어에 대한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처리 비용을 낮추고 있어 토종 AI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표 AI모델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아직 멀티모달을 정식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멀티모달이란 텍스트와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통합해 대화형 인터페이스 형태로 자연스러운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말 그대로 ‘다중모드’를 의미한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GPT-4o, 한국어 토큰 효율 대폭 개선19일 IT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새롭게 출시한 GPT-4o 모델의 한국어 토큰 효율은 1.7배 개선됐다. 토큰은 텍스트의 최소 단위로, 같은 의미의 문장을 생성할 때 더 적은 토큰을 쓰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GPT-4o입니다. 저는 새로운 유형의 언어 모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문장을 생성할 때 기존에는 토큰 45개가 쓰였다면 이제는 27개 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같은 문장을 영어로 표현할 때 토큰 24개가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구글 역시 지난 2월 챗봇 서비스 ‘제미나이’ 앱을 출시할 때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를 우선 지원하는 등 한국어 지원에 신경쓰는 모습이다.오픈AI와 구글이 각각 GPT-4o, 아스트라를 통해 멀티모달 경쟁을 본격화했다는 점도 토종AI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기존에 확고한 서비스들을 갖춘 구글이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구글은 검색, 메일, 포토, 캘린더, 안드로이드까지 전방위적으로 멀티모달모델의 결합을 예고했다.아직까지 한국어 이해나 처리 능력에서는 국내 기업이 우위에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자사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 ‘KMMLU’에서 오픈AI, 구글의 생성형 AI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평가는 한국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수학적 추론 능력과 같이 전 세계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광범위한 지식을 묻는 문항 비중 약 80%, 한반도 지리, 국내법 등 한국 특화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 20%로 구성됐다. 한국 특화 지식 기준으로는 55.21로 오픈AI의 GPT-4(54.89),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42.94) 등 최신 모델도 앞섰다.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GPT-4o는 토큰 효율이 좋아져도 미국 편향된 가치관과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언어 측면에서 하이퍼클로바X의 경쟁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이퍼클로바X 멀티모달의 정식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이유가 아니라 “비즈니스 연결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하이퍼클로바X의 업데이트 방향도 멀티모달 강화에 맞춰져 있다고 답했다.◇한국어 모델도 안심못해…“정부 엇박자, 소버린AI 구축에 걸림돌”현재의 평가를 토대로 언제까지나 한국 기업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정혜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융합지능기획단 부단장은 “한국어 데이터를 한국 기업만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사업성을 판단해 언제든 투자해 따라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실제 오픈AI는 지난달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고 일본어 성능을 향상한 맞춤형 GPT-4 모델을 출시했다.자체 LLM 보유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는 소버린AI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지역 국가들이 현지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LLM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연내 파라미터가 3900억개에 달하는 모델을 완성하고 내년에 1조 파라미터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일본어에 특화된 챗GPT 대항마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에선 현지 통신 사업자 패스트웹이 이탈리아로 훈련된 자체 LLM 구축에 나섰다.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지만 분야별로 엇박자가 나는 모습이 목격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국민 데이터를 다른 국가AI가 수집· 분석해서 이 사람을 낱낱이 알게 된다는 것은 국가 안보적으로 위험하다”라며 “데이터나 규제는 (자국 AI가 없는) 유럽 수준으로 만들어놓고 기술력은 미국 기업을 따라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어떤 AI가 대중화될 것인지 여부는 각국 문화와 경제력 등에 영향을 줄 것이기에 그만큼 중요하다.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일본에서 만든 AI가 널리 쓰일 경우를 가정한다면 ‘독도는 어느 나라냐’고 물었을 때 일본식으로 생각하고 답하게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런 AI를 통해 교육받고 자라면 문화도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온갖 곳에 다 쓰일 텐데 그렇게 되면 일상 생활을 할 때마다 외국 기업에 로열티를 줘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오픈AI가 어차피 원가 이하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지만, 결국 AI가 보편화되면 가격을 정상화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단독]"삼성, TSMC 추격 가능"…K칩스 바라보는 대만 빅샷 시선은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삼성전자가 핵심 우수 인력과 차별적·독보적 기술을 확보한다면 10년 후엔 (대만) TSMC 추격이 가능하다고 본다.”가오원중(高文忠)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과학기술·엔지니어링학과 교수는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만 하는 TSMC와 달리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게 (삼성전자) 사업의 차별적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내다봤다. TSMC와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업계에서 각각 1위, 2위에 올라 있다. 더 나아가 가오 교수는 “파운드리사업의 경우 인공지능(AI) 등 산업 발전에 상당 부분 의존적인 반면, AI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가오 교수는 서울대가 지난 16~17일 개최한 AI반도체포럼(AISF)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시스템온칩(SoC)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다. 대만 응용기술연구소인 ITRI에서 SoC 부서장을 맡았고, 현재 최고 권위의 전기·전자학회로 꼽히는 IEEE 산하 소비자기술소사이어티(CTSoc) 회장을 맡고 있어 업계의 ‘빅샷’으로 꼽힌다.가오 교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우 강한 기업”이라며 “지금의 반도체 기업이 된 데에는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서울대 AI반도체포럼(AISF)에 참석한 가오원중(高文忠)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과학기술·엔지니어링학과 교수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영지 기자)◇“TSMC 위기…대만 인재들 선호하지 않는 회사”가오 교수는 TSMC가 마주한 현 상황도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래가 밝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저출산으로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으며 근무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는 데다 잇단 해외 투자가 사업 리스크가 될 수 있어서다. 가오 교수는 “TSMC와 대만 정부, 대학교는 TSMC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입사 지원 등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도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들어보면 TSMC로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대다수가 TSMC에 입사한 후 국내 산업계 최고 처우를 받음에도 업무 성취도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했다. 파운드리산업 특성상 위탁생산 관련 제조 및 유지보수 업무를 주로 맡다 보니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다.그는 “대다수 엔지니어들이 제조공정을 유지하는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연구개발 업무는 극히 일부”라며 “오히려 리얼텍, 미디어텍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에서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가전제품, 로봇을 설계하는 창의적인 업무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TSMC 내 강도 높은 업무 등 사내 문화 역시 지적했다. 가오 교수는 “과거 자국 반도체 기업에 재직할 당시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던 분위기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요즘 학생들은 높은 처우를 받더라도 고강도 업무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그는 아울러 최근 TSMC의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주요국에 대한 잇단 해외 투자가 사업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집약적인 대만과 미국, 일본 등 외국 노동환경이 다른 만큼 계획된 물량 생산이 어려울 수 있는 탓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는 리스크 역시 있다.지난 16일 서울대 AI반도체포럼(AISF)에 참석한 가오원중(高文忠) 국립 타이완사범대학교 과학기술 및 엔지니어링학과 교수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최영지 기자◇저출산·의대증원…가오 교수가 내놓은 해법은가오 교수는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기업의 향후 전망은 밝게 봤으나, 인력 확보와 기술 경쟁 면에서 한계점은 분명하다고 했다.그는 “대만과 한국은 저출산이라는 공통된 고민을 갖고 있다”며 “TSMC는 매년 신입 엔지니어 5000~7000명을 필요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오 교수는 대학 차원에서 우수 인재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몇 가지 계획을 소개했다. 그는 “대학 내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복수학위제를 운영하는 식의 방법 등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아시아 등 해외 인재 영입·교류도 원하고 있지만 최근 아시아 국가 내 유망한 반도체 기업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은 자국 내에서 취업하고 싶어해 이 역시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가오 교수는 한국의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 “전 세계적 문제인 고령화가 지속하며 의료 수요자인 많은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기에 더 많은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반도체 인재가 유출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와 의대 전공 융합이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실제 대만에서 반도체와 의대 전공에 각각 특화된 대학교가 통합한 후 메디컬 엔지니어링 등 새 융합 전공을 만들었다”고 답했다.한편 가오 교수는 TSMC 내 입지전적인 인물로 린번젱(林本昱) 전 TSMC 부회장을 꼽으며 “지금의 TSMC가 있는데 있어 큰 공로가 있는 인물”이라며 “기업 성장에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번 포럼을 주관한 서울대에 대해선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수한 대학으로 꼽히는 만큼 우리 학생들이 서울대에서 교육 받기를 원한다”며 “포럼 이후 인재 교류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는 해외 인재를 확보한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 산학협력 프로그램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가오원중 교수는…△국립타이완대학교 전기공학 석·박사 △대만 ITRI SoC 기술센터 부서장 △폭스링크그룹 부사장 역임가오원중(高文忠)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과학기술 및 엔지니어링학과 교수 (사진=국립타이완사범대)
- "롯데온과 여름 준비하세요"…5월 온앤더패션&키즈 위크 연다
-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롯데온은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오는 20~26일까지 ‘5월 온앤더패션&키즈 위크’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남성 여성 패션 브랜드부터 유아동 패션, 육아용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름 신상품과 인기상품을 최대 60% 할인 판매한다. 롯데온 온앤더패션 위크 (사진=롯데온)시야쥬, 시티브리즈, 쉬즈미스, 리스트 등 브랜드가 참여해 관련 상품 구매 시 최대 적용할 수 있는 최대 30% 할인 쿠폰과 최대 10% 카드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베이지 색상의 ‘시야쥬 워크 블레이저’를 16만8000원대에, ‘시야쥬 세미 부츠컷 슬랙스’를 9만3000원대에 판매한다. 실용적인 디자인의 ‘시티브리즈 린넨 노카라 반팔 자켓’은 최종혜택가 17만원대에, ‘올리브데올리브 뒷 밴딩 턱 숏팬츠’는 최종혜택가 13만5000원대에 선보인다. 이 외에도 자켓 및 가디건, 셔츠, 블라우스, 원피스 등 여름 패션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온앤더키즈 위크’에서는 유아동 패션, 육아용품, 완구 등 상품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베베드피노, 노스페이스키즈, 스토케, 아베끄뚜아 등 유아동 브랜드도 참여한다. 여름 상품을 최대 60% 할인해 선보이고 최대 25% 할인 쿠폰과 최대 10% 카드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장선우 롯데온 패션팀장은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트렌드별 여름 신상품 및 인기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여름 데일리룩을 비롯해 휴가 준비 등의 테마에 맞춰 다양한 패션 브랜드 및 상품을 제안하는 기획전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살인죄 평균 형량 10년→18년…엄벌주의 입증 안돼"
- [이데일리 백주아 성주원 기자] “판사가 살인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고 비판하지만 판사는 형법의 이념과 시민의 법감정 사이 괴리를 고민하면서 형량을 정할 수밖에 없다. 판사가 일벌백계로 무겁게 처벌하면 안전한 사회가 되리라는 엄벌주의는 어느 나라, 어떤 사회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박형남 사법정책연구원장(64·사법연수원 14기)은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처벌이 가벼워 범죄에 노출되는 위험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강력범죄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경기도 일산 고양시에 위치한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박형남 사법정책연구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사법정책연구원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살인죄’에 대한 통계·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살인죄 관련 양형 기준 도입 효과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재판 실무와 제도 개선을 꾀하기 위해서다. 박 원장은 ‘사법부가 살인자에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종종 미국 대비 우리나라의 처벌이 가볍다고 지적하지만 인구 10만명당 살인 건수를 보면 미국은 5건, 우리나라는 0.6건, 일본은 0.3건에 불과하다. 미국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나 전 세계 수감자 25%가 미국인인 만큼 극도로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국은 엄벌주의를 따르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 나라 평균 형량을 비교하면, 미국이 제일 높고, 일본이 제일 약한데 살인죄 발생빈도가 높을수록 형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살인죄 평균 형량은 지난 1997년 10.7년에서 지난해 17.3년으로 70% 가까이 상향됐는데 이는 과거 대비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우리나라 형법 제250조는 사람을 고의로 살해한 사람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판사는 형을 정할 때 형법 제51조에 따라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일반 시민들 법감정에 맞춘 ‘응보형’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다.그는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쓰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야기는 현대형 법전에 나오지 않는다. 국민들 법감정을 따르려면 법을 바꿔야지 판사를 탓할 게 아니다”라며 “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 그리고 시민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고 책임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죗값이 얼마인지 성찰하고 이해와 소통을 구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박 원장은 형량을 정할 때 개인의 다양성, 사건의 개별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피고인은 실정법과 판례의 틀에 따라 정형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온 ‘바로 그 사람’인 만큼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좋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가 평소 ‘인문학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원장은 “형사 재판에서 유·무죄는 판사에게 익숙한 사실인정과 법리 영역이지만 양형은 판사가 잘 알지 못하거나 꺼리는 감정과 윤리의 영역”이라며 “모든 사건 중 99%는 법적 논리, 추론 등 판례를 적용하면 되지만 문제는 나머지 1%다. 기존 법과 판례를 적용해도 결론이 이상할 때는 개별적이고 세밀한 사정을 고민하는 판사와 그렇지 않는 판사가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사법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사법권 구성·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에 독자적 예산안 편성권과 법률안 제출권이 주어져야 한다.그는 “2019년 기준 우리나라 판사 1인당 처리하는 민·형사 본안 사건 수는 일본의 3.05배, 독일의 5.17배로 매우 적은 인력으로 재판을 감당하고 있다. 법관 증원과 관련해 판사 정원을 370명 늘리는 개정안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압수수색 사전심문제의 경우 검찰이 수사 지연 방지 및 수사 기밀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15일 경기도 일산 고양시에 위치한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박형남 사법정책연구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박 원장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재판제도 전반을 들여다보는 학술대회를 준비 중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미래 사법부가 추구해야 할 모습을 정책적으로 설계하는 싱크탱크로서 원격영상재판 연구, 시니어판사 제도 연구, 소권 남용 대응 방안 연구 등을 통해 제도 개선 등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 제도가 가진 장단점 등을 심도 있게 살펴 우리나라 재판제도 시스템을 거시적 관점에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70~80년 전에 마련된 이후 많이 바뀌긴 했지만 선진국과 경쟁해도 우월한 제도가 돼야 한다는 생각 아래 민사·형사·행정 큰 테마로 나눠서 주제를 정했다”며 “국민들 눈높이에 부합하는 전문화된 법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장기적 방향을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영진 책임 강화 추세…기업 위한 '법률 백신'될 것"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사외이사에게까지 ‘기업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이사·감사의 책임이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조차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법률리스크로 타격을 입지 않도록 돕고 있다.”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자체감사 한계…‘전문가 원팀’ 투입 법률리스크 해소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내부감사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만약 이사가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를 소홀히 해 기업 임직원의 분식회계, 횡령, 배임 등 이슈가 발생하면 상장사의 경우 거래정지나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업이 갖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며 “기업 내 엄격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2019년 7월 부산지검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서의 인생 2막을 연 김 변호사는 2022년 2월 서울서부지검장 출신 이동열(22기) 대표변호사와 함께 ‘기업을 위한 법률 백신’이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법무법인 로백스(LawVax)를 설립했다. 법률(Law)과 백신(Vaccine)에서 이름을 따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서울고검장 출신 김후곤(25기) 대표변호사가 로백스에 합류했다. 검찰 내에서 개인정보보호, 기술보호, 방송통신,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로 통한 김후곤 대표가 가세하면서 첨단기술(IT) 분야 전문성까지 확보했다. 이후 로백스는 반년에 걸친 준비 끝에 주요 수사를 지휘·감독한 검사장 출신 대표변호사 3인방이 모두 참여하는 ‘기업 감사·내부통제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지난 3월 출범시켰다. 김후곤 대표는 “기업의 법무·감사·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그동안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몇몇 기업들과 내부감사, 내부통제시스템 점검 및 개선방안 도출 등의 업무 위탁에 관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자체 감사의 경우 △감사자와 피감사자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언제든 업무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고 △피감사자가 조사에 불응하거나 자료를 은닉·파기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전문경영인이 장기간 경영에 관여한 경우에는 지배주주(오너)가 경영진의 영향을 받는 내부 감사부서를 신뢰하기 어려워 충실한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로백스가 이에 제시하는 해법이 바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원팀으로 참여하는 외부 감사’다. 검찰의 중요 수사부서 책임자를 두루 거친 공동센터장들의 지휘 하에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출신 40여명의 전문가들이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지배구조원(현 ESG기준원) 원장을 지낸 지배구조 및 ESG 전문가인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김대지 전 국세청장, 천홍욱 전 관세청장이 자문위원으로서 지원센터 업무 전반에 대해 자문한다.김기동(가운데)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와 이동열(왼쪽)·김후곤(오른쪽) 대표변호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기업 감사 시장 커질 것…맞춤형 서비스 추가 구상중”지원센터는 최근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를 감사해 전 경영진의 약 22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 등 경영 비리를 적발해 검찰에 고소·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그밖에 인수합병(M&A) 피인수(예정)기업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아 전자제품 제조 및 판매회사의 제품불량 이슈 확인 사례, 식품 제조 및 판매회사의 영업이익 과대계상 내역 확인 사례, 미국 소재 진단키트 제조 회사의 과다계상 자산 확인 사례 등의 성과를 냈다.이동열 대표변호사는 “미국에서는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이 기업의 회계를 분석하거나 비리를 적발하는 등 포렌식 어카운팅(회계감사와 디지털포렌식의 결합) 분야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오너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포렌식 어카운팅 시장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대표는 지원센터의 강점 중 하나로 기업 감사에 특화돼 개발한 디지털포렌식 프로그램을 꼽았다.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추출한 자료도 외부 반출 없이 기업 내에 보관하면서 검토·분석함으로써 자칫 제기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나 외부 유출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지원센터는 현재 감사업무 대행,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자문, 기업의 M&A시 피인수 기업에 대한 심층 조사, 산업기술보호 등과 관련된 법률리스크에 대한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보다 업그레이드된 맞춤형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김기동 대표는 “전쟁·화재 등과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해 모의 훈련을 하는 것처럼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정기관의 조사에 대비해 연 1회 정도 정기적으로 모의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최근에는 기업의 내부 시스템과 생리를 잘 알고 관련 경험이 많은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조만간 기업 법무 관련 업무 경력 20년 정도 되는 변호사가 합류할 예정”이라며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 마련, 업무시스템 개선 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기업·금융 사건에 관한 풍부한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경영인이 어떤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는지 명확하게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로백스의 강점”이라며 “문제가 터진 후에 대응하는 것은 늦다. 준법 경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사전에 체크하고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기업 감사·내부통제 지원센터 조직도. 법무법인 로백스 제공.
- “육아휴직자 원망하는 사회, 이게 맞나요”…시민들의 ‘저출산’ 일침
- [진행=박기주 사회부 팀장·정리=손의연 이유림 기자] “동료가 육아휴직 쓴다고 하면 저부터도 원망하게 되더라고요. 이런데 누가 편히 쓸 수 있을까요?”지난 17일 이데일리 연중기획 ‘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좌담회 참석을 위해 모인 일반 시민들은 우리나라 출산 장려 정책의 허술함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로했다.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의 경우 비교적 정착이 됐는데도 현실에선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이마저도 누릴 수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집값과 사교육 등 경제적 부담이 큰 대한민국 현실이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며 육아에 대한 경제적, 시간적 지원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과 대체인력 지원 등 제도가 강제화한다면 출산에 대한 직장 및 사회의 시선도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연중기획 ‘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좌담회에 참석한 일반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상덕(34·출산 앞둔 아빠), 이요섭(28·결혼 예정자), 최현영(39·워킹맘), 이혜민(27·딩크족)씨. (사진= 이영훈 기자)특히 지금과 같은 저출산·저성장 상황이 이어지며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더욱 아이를 낳을 마음이 생길 것 같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송상덕(34·출산 앞둔 아빠), 이요섭(28·결혼 예정자), 이혜민(27·딩크족), 최현영(39·워킹맘)씨 등 4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어떤 이유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이혜민: 아이를 낳아 느끼는 행복도 좋겠지만, 아이를 낳은 후 겪어야 하는 상황들이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경력단절도 그렇고 아이를 키우기 위한 주거 환경을 준비하려면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애를 낳고 양육하는 시간도 없다고 생각해 딩크를 결심했다. △최현영: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에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집값이 너무 비싸고, 30~40년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이를 갚고 아이까지 키우기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다. 원래 둘째까지도 계획했었지만 이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송상덕: 나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계속 일을 꾸준히 해야 하는 상황인데 출산과 육아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까지 낳을 생각은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 아내도 정규직이지만 출산 후 뒤처지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이요섭: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지 않나. 우리 아이들은 세금 같은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될텐데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을 아이들은 누리지 못할 것 같다. 그런 미래를 물려주기 싫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그래픽=문승용 기자)-부동산, 집값 문제와 저출산은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나.△이혜민: 남들이 원하는 입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나 국민평수 같은 집을 장만하기엔 일반적인 직장이나 소득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이를 낳는 적정 시기가 있는데, 이 시기에 그런 주택을 구입할 만큼 돈을 모으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송상덕: 크다. 사실 어느정도 사는 사람만 결혼을 하고 애 낳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에 공감한다. 친구들 중에선 직장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연애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출산은커녕 결혼과 거리가 멀지 않겠나. △이요섭: 저번주에 가까스로 신혼집 계약을 했다. (집을) 알아볼수록 답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신생아특례대출이나 신혼부부 대출 등 같은 정부 정책이 많이 있는데 그 한계가 명확하다. 부부합산 기준이 너무 낮다. 나중에 애를 낳게 된다면 이사를 했으면 좋겠는데, 양가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힘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직장 문화는 출산에 우호적인가.△최현영: (병원에서 근무하는데) 육아휴직은 어렵지 않다. 남자들도 쓰긴 한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오면 부서이동을 각오하고 써야 한다. 나도 육아휴직을 마친 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부서로 발령받아 일하고 있다. 작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아예 쓰지도 못하고, 결국 퇴사해 나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사각지대가 많다. △송상덕: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대학강사) 우리 업계는 육아휴직이라는 말이 아예 없다. 여성 강사들은 출산을 방학에 맞춰서 하고, 약 3개월 방학기간 후 바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아내는 육아휴직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대체인력을 뽑지 않아 팀원들이 업무를 분담하게 한다. 육아휴직을 한 사람 입장에선 부담과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혜민: 내가 그렇게 육아휴직 가신 분의 업무를 담당해 본적이 있다. (대체인력을 안 뽑아준) 회사를 원망하기 보다는 간 사람을 원망하게 되더라. 나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육아휴직을 가게 되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하겠나. △이요섭: 우리 회사는 남자의 비중이 높은데 70% 정도는 육아휴직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다녀온다고 하면 중요한 프로젝트에 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3~4개월 정도만 육아휴직을 쓰고 돌아온다.이데일리 연중기획 ‘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좌담회에 참석한 일반 시민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요섭(28·결혼 예정자), 송상덕(34·출산 앞둔 아빠), 최현영(39·워킹맘) 이혜민(27·딩크족)씨. (사진= 이영훈 기자)-사교육은 저출산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나. △이혜민: 현재 내 기준에서 교육이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아는 분 중 좋은 동네에서 좋은 학교를 나온 분이 있다. 일을 하다보면 그 인맥으로 일이 잘 풀리는 경우를 많이 봤고 그걸 보면서 ‘나도 아이를 낳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할텐데’하는 부담감이 들었다.△최현영: 공교육에 아이를 맡긴다 해도 (저학년은) 점심시간 이후 일정은 사교육에 맡겨야 하는 처지다. 치안 문제 탓에 등하교를 책임져 줄 수 있는 태권도 학원을 무조건 보내야 하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공교육만 가지고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회다. (늘봄학교가 확대된다고 하지만) 퀄리티가 학원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 돈이 들더라도 차라리 학원을 보낸다는 엄마들이 많다. △송상덕: 사실 아이를 낳으면 사교육을 최소화하고 집에서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주변 놀이터 낮 시간에 엄마 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이 없는 모습을 보면 친구를 사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 부담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고 본다. (그래픽=문승용 기자)-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크게 임신·출산과 육아로 나뉜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나. △이혜민: 임신·출산 정책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처럼 결혼을 했는데 딩크인 경우가 많지 않나.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 허들을 넘어야 한다. 임신·출산을 좀 더 할 수 있게끔 하려면 여기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금성 지원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회사에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최현영: 자녀를 둘 낳은 친구들을 보면 후회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육아에 돈이 많이 들어가니 그렇다. 이 때문에 육아에 좀더 제도적인 포커싱이 필요하다고 본다. 육아휴직을 해도 내 자리로 돌아가고 내 월급이 어느정도 보전되는 상황에서 나라에서 하는 돌봄이 잘 되면 둘 셋도 키우기 쉬워지지 않겠나. 학교 돌봄이 사교육 정도가 된다면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들 것 같다. △이요섭: 결혼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제도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어느 것을 하든 비용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에 웨딩 프리미엄이 크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도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필요하다.-제도 변화와 문화의 변화, 어떤 것이 우선이라고 보나.△이혜민: 제도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동료의 임신 소식에) 좋은 마음을 가지려 해도 축하를 하려고 해도 당장 내가 일을 떠맡아야 하고 야근을 해야 한다고 하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축하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제도적인 기반이 갖춰져야 문화도 같이 따라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송상덕: (비정규직인 대학 강사 업계는) 문화가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비정규직들은 제도적 혜택을 거의 못 받지 않겠나. 출산 바우처 정도나 받지 육아휴직 등 지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 작가주의와 상업주의가 만나 찾은 '스윗 스팟'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자충동’ ‘베르테르’ 등 30여년 동안 다수의 연극·뮤지컬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대한민국 대표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59). 그리고 ‘레베카’ ‘웃는 남자’ 등 대극장 뮤지컬 흥행작을 꾸준히 배출해온 굴지의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처음 만났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벤자민 버튼’을 통해서다. 공연계에선 자기 색 강한 이 둘의 조합을 두고 ‘작가주의’와 ‘상업주의’의 만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EMK와 같이 작품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안 어울리지 않아?’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하하하.” 뜻밖의 조합이 성사된 이유가 궁금해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조 연출을 만나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조 연출은 “엄홍현 EMK 대표와는 오며 가며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로, ‘쇼 비즈니스의 귀재’ ‘미다스의 손’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작품을 바라보는 안목이 깊어 놀랐다”고 털어놨다.◇큰 제작비의 ‘퍼펫 뮤지컬’, EMK 만나 정식 공연화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 (사진=EMK뮤지컬컴퍼니)조 연출이 2017년 ‘모래시계’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조 연출이 CJ ENM ‘크리에이터 랩’에 참여하면서 낸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주인공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설정에 매료된 그는 같은 해 영국 국립극장(NT)에서 대형 말을 퍼펫(인형)으로 표현한 연극 ‘워 호스’를 관람한 뒤 ‘퍼펫 뮤지컬’로 작품의 기본 콘셉트를 정했다. 2015년 첫 쇼케이스를 가진 작품은 이후 한참을 묵혔다 2021년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을 통해 다시 쇼케이스를 선보이게 됐다.퍼펫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대극장에 올릴 규모의 작품은 아니었다. 고민하던 정 연출에게 EMK와 여러 번 작업해본 경험이 있는 정승호 무대·영상 디자이너가 “EMK가 중소극장 뮤지컬 제작에 관심이 있다”며 연락해볼 것을 제안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2021년 쇼케이스 때 김지원 EMK 부대표가 공연을 보러 왔었죠. ‘음악이 좋다’면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이렇게 정식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벤자민 버튼’은 원작 소설의 기본 설정만 살리고 조 연출이 전부 새롭게 이야기를 썼다. 원작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2008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와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뮤지컬의 배경이 된 시기는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1920년대 미국 재즈시대, 이야기를 끌어가는 큰 줄기는 70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벤자민 버튼과 재즈가수 블루 루 모니에의 인생사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재즈시대와 갑작스럽게 닥친 대공황, 그리고 낙천적인 벤자민 버튼과 상실과 결핍에 시달리는 블루 루 모니에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인생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이나오 작곡가가 흥겨운 재즈 분위기의 음악으로 활기를 더하고, 문수호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퍼펫들이 벤자민 버튼의 각기 다른 나이대를 표현한다. 조 연출은 “2015년 쇼케이스 때는 담고 싶은 주제가 많았는데, 2021년 쇼케이스를 준비하면서 원작 소설의 요소를 많이 빼고 대신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에세이 ‘재즈 시대의 메아리’를 모티브로 삼아 한 사람의 긴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인생의 회한, 행복에 대한 고민으로 공감대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스윗 스팟’(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다. 골프채나 테니스 라켓 등에 공이 맞았을 때 가장 멀리 빠르게 날아가는 부분을 뜻하는 스포츠 용어다. 뮤지컬에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스윗 스팟은 어느 한 때 한 순간이 아냐 / 스윗 스팟이 끝날지라도 이미 내 마음에 있어”라는 넘버 ‘비포 앤드 애프터’의 가사처럼 작품은 인생의 모든 순간이 ‘스위트 스폿’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한다.‘벤자민 버튼’은 어느새 공연계 중견이 된 조 연출의 인생에 대한 회한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자꾸 되돌아보며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 아쉬움을 돌아보게 된다”며 웃었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미덕은 이러한 회한을 넘어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행복한 순간일 수 있다는 공감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다. 작가주의와 상업주의의 만남이 빚어낸 놀라운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조 연출은 ‘벤자민 버튼’이 관객이 현실을 잊을 만큼 황홀함을 선사하는 쇼 뮤지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래된 사진첩을 다시 볼 때처럼 웃음과 눈물이 천천히 찾아오는 작품”이라며 “바쁜 삶 속에서 허전함이 찾아올 때,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온다면 작품이 더 와 닿을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오는 6월 30일까지.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