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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내년 전세대출에 DSR 적용 안한다…銀 ‘자율규제’로
-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실물경기 위기 상황에 은행 대출까지 조이면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쪼그라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대출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은행권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과 같은 거시건전성 규제수단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당국, 가계대출 규제 속도 조절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 시점에서 전세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가계대출 규제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경기 위축으로 국민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현재 1· 2금융권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대출을 원천적으로 막는 등 자체적으로 건전성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자율규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또한 “지금은 가계대출이 어느 정도 둔화했다. 연말에는 통상 가계대출이 많이 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는 은행권 자율규제 효과를 지켜보고 거시건전성 정책과 관련해선 관계부처 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거시건전성 규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지난 10월 산업생산·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감소, 건설업 생산은 2008년 이후 16년 만에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매 판매 또한 두 달 연속 감소하면서 내수 관련 지표도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9%로 낮춰잡은 가운데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노무라·JP모간은 1.7%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이런 상황에 대표적 거시건전성 규제인 차주단위 DSR, 지역별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소비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 중인 만큼 은행권 자체 규제 효과를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잔액은 733조 3387억원으로 전달대비 1조 257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 8월 9조 625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9월(5조 6029억원), 10월(1조 1141억원), 11월(1조 2575억원)까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또한 가을철 이사 수요에도 전달대비 1조 3250억원 늘어나 두 달 연속 1조원대 증가했다.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모습.(사진=연합뉴스)◇은행권 자율규제 유도 ‘방점’거시건전성 규제 중에서는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은행권 자율규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내부등급법에 따라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현행 15%에서 상향 조정하면 은행이 자본비율을 높이 관리하기 위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이다”고 말했다. 은행은 통상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15%에 맞춰서 위험가중자산(RWA)을 계산한다. 가중치를 높이면 RWA가 커지면서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이 하락해, 자본비율을 높여 주주환원을 늘리려는 은행들이 주담대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여기 가계대출에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부과하는 것 또한 검토 대상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추세적인 신용공급량에 비해 더 많은 신용을 공급, 즉 대출을 더 많이 취급하면 자본을 그만큼 많이 쌓도록 하는 것이다. 가계대출에만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용하면 은행이 적립해야 하는 자본이 많아져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신용공급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정책 중 하나다. 스위스에서는 가계대출에만 CCyB를 부과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에 은행 자본비율과도 관련이 있어 각 수단의 가용 여부, 적용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을 내년에 개편하는 점도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현재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은 주택의 전세가율 90%인데 이를 80%로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이 줄어들면 그만큼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도 함께 줄어든다.디딤돌, 버팀목 대출과 같은 정책 대출 또한 애초에 규모 축소까지 검토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서민·실수요자 대출이라는 명분이 있는 데다 정부부처 간 방점을 두고 있는 정책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민간영역에 있는 은행의 가계대출 물량관리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관리 목적 DSR를 산출해 DSR을 적용하지 않는 대출 원리금까지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 깐깐하게 대출을 내주라는 취지다. 또 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 보험사, 카드사 등 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제출해 자율관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해야 할 거시건전성 규제 영역까지 민간에 맡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각 은행이 내부 관리목적 DSR을 산출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지역별, 대출유형별, 담보 별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은행마다 대출 규제가 너무 복잡해져서 ‘대출 난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AI반도체’ 유니콘 첫 탄생, 리벨리온·사피온 합병법인 공식 출범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리벨리온은 사피온코리아와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리벨리온’이라는 사명으로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6월 합병 추진 발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합병 기업 가치는 약 1조3000억원으로, 합병 리벨리온은 대한민국 첫 AI반도체 유니콘 기업이다.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사진=리벨리온)이번 합병은 AI 인프라가 안보 및 전략물자로 부상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AI 반도체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달성과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공감대 하에 진행됐다. 이를 통해 리벨리온은 인력, 자원, 파트너십 면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규모로 거듭나게 됐다.합병법인은 그동안 리벨리온을 이끌어온 박성현 CEO가 단독 대표를 맡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박 대표는 MIT에서 컴퓨터공학(CSAIL) 박사를 마치고, 인텔과 스페이스엑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를 모두 경험한 AI 및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다. 합병법인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의 리더십 아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반도체 기업을 넘어 글로벌 성공 사례로서 한국 반도체의 가능성을 증명한다는 계획이다.리벨리온은 이번 합병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피온 주주였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리벨리온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SKT와 AI데이터센터 분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힘을 모으는 한편, 리벨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다는 방침이다.양사의 우수한 반도체 전문가들이 한 팀으로 뭉친 만큼 기술 로드맵 달성을 위한 개발 효율성과 속도도 한층 높이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리벨리온의 차세대 AI반도체 ‘리벨(REBEL)’에 적용된 ‘칩렛(Chiplet)’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AI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또한 AI 분야의 대표적인 오픈소스 머신러닝 라이브러리인 ‘파이토치(PyTorch)’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확보해 사용자들이 AI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향후 3개월 간 리벨리온은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 초점을 두고, 조직 통합에 집중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이 보유한 스타트업 특유의 민첩성과 사피온의 탄탄한 시스템을 결합해 AI 반도체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위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엔비디아의 독주와 함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재편이 이미 시작됐다”며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NPU 기업의 합병은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인만큼, 국가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합병법인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