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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실명확인 위반, 가상자산거래소 아닌 금융당국이 입증해야”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법무법인 창천(대표변호사 김종훈, 윤제선)이 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리해, 금융당국이 고객실명확인(KYC)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약 20억원 규모의 과태료 취소 결정을 이끌어냈다.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월, 한빗코 거래소에 대해 197명의 고객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11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9단독 서영효 판사는 이 과태료 부과에 대해 미부과 결정을 내렸다.이번 판결은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와 법적 기준을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KYC 위반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다.법무법인 창천, 과태료 부과 근거 신뢰성 문제 제기법무법인 창천은 과태료 처분에 대해 질서위반행위 법정주의와 책임주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197명의 고객에 대한 신원 확인 의무 이행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률 위반이 성립하려면 이들 고객이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법원은 “단속관청이 제시한 197명의 고객에 대해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과태료 부과를 취소했다.자금세탁방지 의무 해석에 중요한 판결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관련해 중요한 법적 해석을 제공했다. 최근 가상자산 투자와 송금이 급증하면서 이를 악용한 자금세탁 및 금융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결정은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의 규제와 법적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번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창천의 ‘디지털 솔루션’ 팀은 신동환 변호사와 현지혜 변호사가 주도했다. 신동환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군사법원 군판사와 법무법인 화우에서 8년간 근무한 뒤, 2022년부터 법무법인 창천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지혜 변호사는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AML), 컴플라이언스 등 가상자산 및 금융 분야 전문 변호사로, 산업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법무팀에서 근무하며 가상자산 관련 실무 경험을 쌓았다.현지혜 변호사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갱신신고 심사와 ‘현장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번 결정은 향후 사업자 심사 결과와 과태료 처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ADC 열풍에 와이바이오로직스가 미소 짓는 이유
-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가 글로벌 핫트렌드로 부상하면서 ADC 개발사와 협업하는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보유한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와이바이오로직스)◇글로벌 제약·바이오 딜 침체 와중에도 ADC 기술 거래는 ‘활발’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전반적인 딜이 침체된 가운데 ADC 기술 거래만 활기를 띠었다.글로벌 시장업체 피치북(PitchBook)은 올해 말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약 840건의 거래를 통해 240억달러(한화 약 31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129억달러(약 17조원) 감소한 수치다. 인수합병(M&A) 건수도 2021년 45건→2022년 32건→2023년 29건으로 줄었다.반면 올해 전 세계 ADC 관련 인수·합병(M&A)과 파트너십 규모는 약 1000억달러(한화 약 140조원)에 달했다. ADC 시장 규모는 2015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280억달러(약 39조312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이처럼 ADC가 각광받으면서 차세대 항체의약품 업체인 와이바이오로직스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DC는 단일클론 항체에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세포독성 약물인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한 형태의 의약품이다. 따라서 항체가 필수 요소인데 대부분의 ADC 개발사들이 항체까지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항체 개발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항체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ADC는 항체와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한 의약품이므로 항체가 중요한 원료”라며 “ADC도 항체 기반 의약품이기 때문에 항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DC를 개발하는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ADC 개발에서 핵심적인 링커와 페이로드가 케미스트리(Chemistry)라면 항체는 바이올로지(Biology)”라며 “ADC 개발사가 항체까지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항체 개발사와 협업을 택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ADC 협업 다수 진행 중인 국내 항체개발사는?ADC 개발 관련 협업을 다수 진행하고 있는 국내 항체 플랫폼 업체로는 단연 와이바이오로직스가 눈에 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ADC 개발사인 리가켐바이오(141080), 인투셀은 물론, HK이노엔(195940), 유나이티드제약(033270), 박셀바이오(323990), 이뮨온시아 등 12개사와 ADC 연구개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ADC 개발을 위해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손잡는 이유는 국내 최고 수준의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과 독자적 T-세포 이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1000억 종 이상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항체 라이브러리 ‘와이맥스-에이블’(Ymax-ABL)을 통해 항체를 발굴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플랫폼인 ‘앨리스’(ALiCE)는 독자 T 세포 연결 이중항체 기술이다. 암항원과 T세포에 2:1로 결합하는 형태로 암세포 항원에 대한 결합력을 T 세포 CD3 항원 결합력에 비해 100배 이상 높인 게 특징이다.Ymax-ABL을 통해 발굴한 신약으로는 DLK-1를 표적하는 ADC에 쓰이는 ‘YBL-001’(LCB67)이 있다. 리가켐바이오와 공동개발한 YBL-001는 개발후보물질 도출에 성공한 이후 후속 허가용 비임상 개발은 리가켐바이오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YBL-001은 2020년 미국 보스톤 소재 바이오기업인 픽시스 온콜로지(Pyxis Oncology)에 총 2억9400만달러(약 3255억원) 규모에 기술이전됐다. 해당 계약에 따른 선급금은 950만달러(약 125억원)이었으며,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분율에 따라 선급금의 일부를 지급받았다.픽시스는 영장류 GLP 독성평가에서 YBL-001의 치명적인 독성을 확인, 2022년 후속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리가켐은 독성 원인 확인 결과 항체 문제가 아니라 페이로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페이로드를 교체해 개발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리가켐은 신규 ADC에 대한 허가용 비임상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B7H3를 표적하는 ADC에 쓰이는 ‘YBL-015’(ITC6146RO)는 2017년 9월부터 인투셀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다. 인투셀의 독자적인 링커 기술인 ‘오파스’(OPHAS)를 통해 후보물질을 공동으로 도출, 특허는 50:50으로 공유하고 있다. B7H3는 다양한 고형암에서 높게 발현되지만 정상 조직에서는 발현이 거의 되지 않는다. YBL-015의 후속 허가용 비임상 개발은 인투셀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영장류 GLP 독성 평가에서 특이사항이 없을 경우 기술이전을 타진할 것”이라며 “GLP 독성시험이 완료되는 2024년부터 본격적인 기술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월드 ADC 콘퍼런스서 자체 ADC 물질도 선봬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월드 ADC 콘퍼런스에서 종양 조직 내에서만 항체가 작용하는 pH-감응 항체 발굴 기술과 이를 적용한 ADC 물질 ‘AR153’을 선보였다.pH-감응 항체 발굴 기술은 Ymax-ABL 라이브러리를 고도화해 같은 항원이라도 정상세포에는 결합하지 않고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항체를 발굴하는 기술이다. pH-감응 항체 기술을 활용해 발굴한 항체는 약산성인 종양미세환경에서 높은 결합력을 유지하면서도 pH가 높은 정상 조직에서는 결합력이 낮아 독성을 낮추고 항암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이미 플랫폼기술을 기반으로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 파트너링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구축했다.와이바이오로직스가 기술이전한 업체로는 픽시스 온콜로지(리가켐바이오를 통한 제3자 기술이전), 피에르파브르, 지아이이노베이션, 3D메디슨, 웰마커바이오 등이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44억원, 2023년 16억원을 기술이전을 통해 벌여들였다. 공동연구에 따른 매출은 2020년 1억원→2021년 6억원→2022년 1억원→2023년 2억원으로 적지만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ADC는 항체와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체치료제에 속한다”며 “항체의약품이라는 개념이 있는 한 항체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정현진 에스티큐브 대표 "0.000053% 기적...대장암 임상 성공은 따논 당상"
-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에스티큐브(052020)가 면역항암제 ‘넬마스토바트’에 대한 대장암 글로벌 임상 2상과 상업화를 추진하면서, 치료제 몸값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4일 에스티큐브에 따르면, 넬마스토바트에 대해 미국, 유럽, 호주, 한국 등에서 200명 규모의 글로벌 임상 2상을 계획 중이다.넬마스토바트는 에스티큐브가 직접 개발한 면역항암제다. 넬마스토바트는 현재 소세포폐암과 대장암에서 각각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a상을 하고 있는 소세포폐암과 달리 대장암은 국내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계획은 연구자 주도 임상을 상업용 임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정현진 에스티큐브 대표이사가 지난달 12일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대장암 임상? 확률로는 0.000053%넬마스토바트의 대장암 적응증을 상업용 임상으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다.정현진 에스티큐브 대표는 “수학적으로 계산을 한번 해보자”며 “대장암 임상에서 안정병변(SD, 불변)이 나올 확률이 30%라고 보면, 12명 모두 SD가 나올 확률은 얼마겠나. 0.3의 12승이다. 즉 0.000053%”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통이라면 3~4명 정도가 SD가 나오고 나머지 8~9명은 진행(PD)이 나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SD는 암세포 진행이 멈춘 상태다. PD는 치료 전 대비 종양 크기가 25% 이상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정 대표는 “대장암 연구자 임상에서 부분관해(PR)도 2명 나왔는데, PR 확률은 2%(0.02)”라며 “PR까지 포함하면 산수(계산)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PR은 암세포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상태를 의미한다.에스티큐브는 넬마스토바트 대장암 임상 1b상에서 부분관해 2명, 안정병변 10명 등을 기록했다. 12명의 임상자 모두 암 진행이 멈추면서 질병통제율(DCR) 100%를 나타냈다. 2상 환자까지 포함한 넬마스토바트의 객관적반응률(ORR)은 21%로, 경쟁약 레고라페닙 1.0%, TAS-102(론서프) 1.6%, ‘TAS-102+베바시주맙(아바스틴)’ 병용요법 6.1%, 프르퀸티닙 1.5% 등을 압도한다.특히, 넬마스토바트 임상 1b상이 치료 수단이 없는 4기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화학항암제 병용효과로 폄하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그는 “피험자들은 모두 화학항암제 저항성을 가진 암환자”라며 “이들에게 젤로다 하나만 투약했다면 하나같이 PD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젤로다(성분명 카페시타빈)는 주로 대장암, 직장암, 유방암 및 일부 기타 암의 치료에 사용되는 경구 항암제다. 의료진들은 한목소리로 젤로다는 항암에 효과가 없는 약으로 평가하고 있다. ◇목표? 美표준치료제보다 3개월 PFS 연장 정 대표는 “연구자 임상할 때 ‘무진행생존기간’(PFS)을 3.5개월 늘려주자는 게 목표였다”며 “현재(2024년 11월 12일 기준) PFS 중앙값이 이미 5개월을 넘어가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상업용 임상 목적은 분명하다. 넬마스토바트 가치 증대를 통한 제값 받기다.그는 “(다국적 제약사와 협상할 때) 넬마스토바트가 적정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에스티큐브가 직접 대장암 적응증 허가를 받겠다고 해야 파이프라인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대장암 상업용 글로벌 임상 2상 계획은 이미 구체적으로 수립됐다.정 대표는 “미국에선 ‘론서프(TAS-102)+아바스틴(베바주시맙)’ 병용투여가 대장암 표준치료요법”이라면서 “100명에겐 ‘론서프+아바스틴+넬마스토바트’를 투여하고, 나머지 100명 대조군에겐 ‘론서프+아바스틴’만 투여하는 비교임상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론서프+아바스틴 병용투여 무진행 생존기간이 4.5개월”이라 “론서프+아바스틴+넬마스토마트 투여군의 임상 목표는 7.5개월로 기존 치료법보다 3개월 늘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임상 규모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정현진 에스티큐브 대표. (사진=김지완 기자)◇FDA 허가 자신…기술수출 판세 바뀔 것그는 임상 성공을 확신했다. 정 대표는 “넬마스토바트 대장암 연구자 임상에서 무슨 약을 써도 되지 않는 불응 환자들이 대다수였다”며 “4차, 심지어 면역항암제(키트루다)까지 투약해도 안된 6차 항암 환자들도 섞여 있었다. 소위 말해 통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환자군이 많았다. 그럼에도 넬마스토바트 PFS가 미국 표준치료제 이상이었다”고 강조했다.임상 비용은 충분히 마련됐단 입장이다. 그는 “아바스틴+론서프 한달 투약 비용이 650만~700만원 가량”이라며 “임상인원 200명, 최장 투약기간을 8~9개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비용, 진료비 등을 모두 합산하면 300억원 내외다. 자금은 충분하다”고 밝혔다.에스티큐브는 최근 2건의 유상증자를 통해 814억원을 확보했다. 3분기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 159억원까지 더하면 974억원의 자금을 보유한 상태다.정 대표는 “대장암 상업용 임상 2상에서 효능을 보인다면 곧장 FDA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머크(MSD)의 키트루다가 대표 사례다. 임상 1상 종료 후 흑생종 치료제로 FDA 가속 승인을 받았다. 대장암은 변변한 치료제가 없는 종양이다. PFS 7.5개월이면 가속승인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넬마스토바트 가치는 치솟을 것이고, 나머지 적응증에 대한 기술수출 협상 주도권은 우리가 가진채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리가켐바이오, 남보다 앞선 기술개발이 대박 비결[기술수출 대해부]③
- 기술수출 대해부는 의약품 기술수출 양적 측면 및 계약 상대방 분석을 통한 질적인 측면까지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여러 차례 기술수출을 성공한 제약 바이오사들의 사례를 집중 조명, 이들 기업의 기술 경쟁력, 경제적 이익, 글로벌 브랜드 밸류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분석했다. 기술수출 이후의 임상단계 진전과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 기대 수익에 대한 해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에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취재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지원했다.[편집자][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리가켐바이오(141080)는 차별화된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남보다 앞서 개발에 나서며 기술수출 성공 신화를 쓰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리가켐바이오, 초기 시장 진입...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실제 리가켐바이오는 2010년 ADC를 회사의 핵심기술로 낙점 후, 자원을 집중 투자하면서 빠르게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1년 ADC 미국 특허 출원, 2012년 ADC 원천기술 미국 본특허 및 PCT 출원, ADC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 (네오팜)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ADC는 강력한 살상 능력으로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치료 기술이다. 꿈의 치료 기술로 보이지만 개발 난도가 높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0년 만해도 ADC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의 사례가 말해준다. 마일로탁은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처음 허가를 받은 ADC이지만 부작용 문제로 퇴출(2010년)과 재승인(2017년)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0년 마일로탁 출시 이후 ADC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다. 이를 지켜본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들은 ADC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는 했지만, 대부분 관망하는 위치에 서 있었다. 이 시기에 무모할 정도의 도전을 했던 게 바로 리가켐바이오다. 정철웅 리가켐바이오 신약연구소장은 “2010년 당시 경영진은 바이오산업 성장의 한 축을 ADC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페이로드(약물)와 연결해주는 ADC 링커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며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2005년 창업 후 쌓아온 저분자화합물 연구 경험 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렇다고 리가켐바이오도 핵심기술을 그냥 얻은 게 아니다. 2010년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든 후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완성품을 내놓기까지는 무려 9년이 걸렸다. ADC 플랫폼 기술인 ‘콘쥬올’이다. 항체의 특정 부위에 정확하고 일정하게 약물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ADC 주요 부작용이었던 약물의 혈중 방출문제를 해소해 큰 주목을 받았다. ADC에 연결된 약물이 혈중에서 방출되지 않게 해주는 안전한 접합체(링커) 기술의 확보를 통해서다. 만일에 대한 안전장치로 약물이 정상세포 및 혈중에서 분해됐을 때 세포독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비활성화 상태로 유지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에 치료 효과가 뛰어난 화학 약물을 결합해 약물이 항원에만 정확히 작용하도록 한다. 항체에 접합체(링커)로 연결된 화학 약물이 표적 항원인 암세포를 만나는 순간 링커가 끊어지면서 약물을 전달해 세포를 즉시 사멸하는 방식이다. 장 소장은 “2011년 ADC 신약의 FDA 두 번째 승인 이후 2022년까지 총 13개가 허가가 나왔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ADC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중 2019년 이후 FDA 신약허가를 받은 제품은 2/3가량인 8개에 달한다”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준비돼 있던 리가켐바이오에 대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들이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리가켐바이오는 2019년 이후 6년 연속 기술수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올해도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ADC 후보물질 ‘LCB97’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2020년 익수다, 2021년 소티오, 2022년 암젠, 2023년 얀센에 이어 이뤄낸 쾌거다. 이 기간 공개된 금액만 총 9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본사 전경.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기술수출 결과물 속속...추가도 기대업계에서는 기술수출에 따른 결과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리가켐바이오가 더욱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리가켐바이오가 얀센에 기술수출한 ADC 신약 후보물질 ‘LCB84’를 들 수 있다. 현재 얀센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LCB84의 전이성 고형암 대상 단독 및 PD-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시험 결과에 따라 얀센이 단독개발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2600억원 가량의 기술료를 추가 수령할 것으로 기대된다. LCB14는 사람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2(HER2) 타깃 신규 ADC 치료제가 될 주인공으로도 꼽힌다. LCB14는 현재 포순제약이 기술이전받아 중국 내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권리는 익수다 테라퓨틱스도 사들였다. 중국에서는 유방암 임상 1상, 위암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익수다는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익수다의 경우 호주 임상 1상을 마치고 LCB14의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HER2를 타깃한 항암제 시장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엔허투의 매출은 27억 8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엔허투의 경우 약을 쓰면 쓸수록 암세포가 적응해 내성이 생기는 약점이 있다. 엔허투는 페이로드로 토포아이소머레이스(Topoisomerase1)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장 소장은 “LCB14는 최근 HER2-ADC 치료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토포이소머라제-1(TOPO-1)이 아닌 페이로드 ‘MMAF’를 사용해 Topo1 억제제에 대한 내성환자까지 투여가 가능해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승인된 약물들의 부작용과 내성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새로운 파트너십 체결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LCB14는 포순제약이 실시한 유방암 임상 1상에서 엔허투 대비 낮은 용량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mPFS)이 15.5개월로, 엔허투의 13.7개월을 넘어섰다.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3단계 이상의 호중구감소증 발생률이 4.5%로 엔허투의 17%보다 우수했다.글로벌 ADC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리가켐바이오에는 기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억 달러(약 14조원)에서 2028년 280억 달러(약 39조원)로 커진다. 그만큼 관련 기업의 몸값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존슨앤드존슨(J&J)은 ADC 개발사인 앰브릭스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리가켐바이오는 20개에 가까운 ADC 관련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장 소장은 “현재 보유한 ADC 플랫폼과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현재도 복수의 기업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윤이나, 내년부터 LPGA 투어서 뛴다…Q시리즈 8위
-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윤이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5시즌 시드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윤이나와 박금강(가운데)이 11일 열린 LPGA 투어 Q 시리즈에 합격한 뒤 합격 카드를 들고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LPGA 제공)윤이나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클럽 크로싱스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 최종 5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최종 합계 15언더파 343타를 기록한 윤이나는 단독 8위를 기록, 상위 25위 선수에게 주는 내년 시즌 LPGA 투어 시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전날 기상 악화로 순연된 최종 5라운드에서 3라운드에서 3번홀까지 치렀던 윤이나는 잔여 경기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더했다.신인 시절이던 2022년 오구 플레이를 범해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는 올해 4월, 1년 8개월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복귀했다.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더 강해진 경기력을 갖춰 돌아왔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은 한 번밖에 없었지만 준우승 4회, 3위 3회를 포함해 ‘톱10’을 14회나 기록했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대상과 상금왕, 최저 타수상 등 주요 부문 타이틀 ‘3관왕’을 독식했다. 이후 미국 도전을 선언하고 이번 Q 시리즈에 출전했다. 윤이나는 2라운드에서 5오버파로 부진해 공동 30위까지 하락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4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7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5라운드에서도 1타를 더 줄여 내년 LPGA 투어 시드를 손에 넣었다.아쉽게 수석 합격의 영광은 최종 라운드에서 8타를 줄인 야마시타 미유(일본)에게 돌아갔다. 야마시타는 2022~23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년 연속 대상과 상금왕 최저 타수상 등 3관왕에 오른 선수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세계랭킹이 14위로 가장 높았다.올해 JLPGA 투어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5위에 오른 이와이 치사토(일본)가 차석 합격(21언더파 337타)하는 등 일본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치사토와 쌍둥이 자매인 이와이 아키에(일본)도 공동 5위(16언더파 342타)를 기록해 내년 LPGA 투어에서 쌍둥이 자매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LPGA 투어에 넬리·제시카 코다(미국), 에리야·모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자매 골퍼들은 있지만 쌍둥이 자매는 이와이 자매가 처음이다.한국 선수로는 박금강이 공동 10위(12언더파 346타), 주수빈이 공동 13위(11언더파 347타)를 기록해 LPGA 투어 재입성에 성공했다.윤이나(사진=LPGA 제공)
- 82메이저, '혀끝'으로 美 DRT 라디오 차트 입성
-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그룹 82메이저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82메이저(사진=그레이트엠엔터테인먼트)82메이저(82MAJOR, 남성모·박석준·윤예찬·조성일·황성빈·김도균)의 미니 2집 ‘엑스-82’(X-82) 타이틀곡 ‘혀끝’(Stuck)은 미국 DRT ‘글로벌 톱 150 인디펜던트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19위를 기록했다. 또한 DRT ‘글로벌 톱 200 에어플레이 차트’에서는 139위로 진입하며 빠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82메이저는 지난 10월 미니 2집 ‘엑스-82’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혀끝’으로 국내외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빌보드 앨범 세일즈’(Albums Sales) 45위, ‘커런트 앨범 세일즈’(Current Album Sales) 37위, ‘이머징 아티스트’(Emerging Artist)에서 24위, ‘월드 세일즈’(World Sales) 15위를 차지, 데뷔 1년 만에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동시에 루미네이트 ‘톱 뉴 아티스트 앨범’(Top New Artist Albums) 5위, ‘레코드 라벨 인디펜던트 커런트 앨범’(Record Label Independent Current Albums) 13위, ‘힛시커스 앨범(Heatseekers Albums) 36위, ‘인터넷 앨범’(Internet Albums) 20위를 기록하며 5세대 아이돌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이처럼 82메이저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자신들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 중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으며, 지난 앨범에 이어 두 번째 DRT 라디오 차트 진입은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82메이저는 내년 1월 18~19일 양일간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에투메붐’(82MAJOR BOOM)을 개최한다.
- 초유의 野 단독 감액안, 국회 통과…4조 깎인 ‘673.3조’, 경기대응 충분할까
-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사상 초유로 야당의 감액안으로 처리되며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재정이 정부의 애초 계획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 위기가 고조하는 상황에서 예산안이 정치적 문제로 졸속처리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野 “집행률 저조” 예비비 삭감…정부 여당 반발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은 총 673조 3000억원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정부안(677조 4000억원)에서 4조 1000억원을 삭감한 감액안 그대로 처리됐다. 올해 예산보다 2.5% 늘은 규모다.총수입은 정부안에서 2000억원가량 줄은 651조 6000억원으로 조정돼 올해보다 6.4% 증가했다.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정부안)에서 2.8%(국회 통과안)로 소폭 축소됐다. 국가채무 규모도 정부안보다 3조 7000억원 줄어 GDP 대비 48.1%로 감소했다.주요하게 삭감된 항목은 예비비다. 정부 예산안 4조 8000억원 중 절반인 2조 4000억원을 깎았다. 예비비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거나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산이다.민주당은 코로나19 이전에 예비비가 3조원 수준이었단 점과 최근 2년간 집행률이 낮단 점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2023년도 예비비 집행액은 1조 3000억원(집행률 29%), 올해 집행액은 10월 말 기준 6000억원(집행률 14.3%)이다. 실제로도 기재부가 편성한 내년 예비비는 전년에 비해 14.3% 늘어 총지출 증가율(3.2%)보다 높았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른 격변 상황을 고려한 편성이었단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예비비 삭감으로 재난·재해·감염병 발생이나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발표했던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시추를 위한 예산은 정부안 505억 5700만원 가운데 8억 3700만원만 편성됐다. 497억원가량이 증발해 사실상 전액 삭감으로, 사업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이와 함께 야당은 대통령실을 비롯해 검·경찰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도 전액을 도려냈다. 정부가 의료개혁 반발을 잠재우려 ‘당근책’으로 내놨던 전공의 지원예산도 931억 1200만원 삭감한 2747억 400만원으로 통과했다. 전공의 수련환경의 혁신지원,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 등의 예산이 깎였다. 이외에도 △혁신성장펀드·원전산업성장펀드 등 기술개발(R&D)815억원 △돌봄수당(384억 원)△청년도약계좌 280억원 △대학생 근로장학금 83억원 등 산업·민생예산이 감액됐다.◇“경기 대응할 재정 여력 줄어…잘못된 결정”(사진=노진환 기자)정부는 예산 편성권을, 국회는 심의권을 가진다. 국회는 감액은 할 수 있지만 정부 동의 없인 증액은 할 수 없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정부와의 증액 협상을 포기하고 감액안을 밀어붙인 배경이다. 정부는 예결위 심의 단계에서부터 야당의 단독 감액안 처리에 강력 반발해 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두 차례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탄핵정국까지 치닫자 정부 여당의 대야(對野) 협상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기재부는 이날 오후 급하게 야당에 “예결위에서 삭감한 4조 1000억원 중 예비비 1조 8000억원 등 2조 1000억원을 복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간판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위한 예산 4000억원, 고교무상교육 국고지원예산 3000억원을 반영하겠단 협상카드도 내밀었지만, 막판 극적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후에 고개를 숙였다. 우 의장은 “예산안 협상은 본래 불요불급한 예산을 먼저 삭감하고 그렇게 만든 여유공간에서 다시 필요한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나, 이러한 절차가 막히면서 감액안 상태의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하게 돼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예비비를 포함, 내년 예산안 규모가 정부안보다 줄어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속에 얼어붙고 있는 내수 대응 여력이 축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겠단 입장이지만 당장 위기에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내년 1월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고 관세전쟁이 현실화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하리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는 등 경기 악화 전망만 우세해지고 있다.정부 한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어 내수부양을 위해 재정운용 기조를 확장으로 옮겨야 할 타이밍이었다”며 “정치상황이 급변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감액안이 그대로 통과돼 재정 대응 입지가 좁아졌다”고 했다.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붕괴한 상황이라 증액을 포함한 정부와 국회간 예산 협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고 짚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이 정국을 이유로 잘못된, 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며 “추경은 차치하고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긴축재정’ 예산안보다 더 조여진단 잘못된 신호를 국민에게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