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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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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지해도 멈추지 않는 AI… 전장에 남은 '클로드'의 역설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금지해도 멈추지 않는 AI… 전장에 남은 '클로드'의 역설
    김현아 기자 2026.03.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경쟁이 이제 기술 시장을 넘어 전장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 침공 과정에서 AI가 실제 작전 분석에 활용된 정황이 알려지면서, AI는 더 이상 연구실이나 데이터센터 안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AI가 이미 현실의 무기체계와 작전 환경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이번 사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분명한 역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스로픽의 대표 모델인 ‘클로드’ 사용 중단을 언급한 직후, 정작 그 AI가 군 작전에 계속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책은 금지를 선언했지만, 시스템은 이미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술이 정책보다 훨씬 빠르게 전장에 스며든 결과다.미국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관련 기관과 계약업체는 사실상 클로드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겉으로는 공급망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의 군사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충돌이었다.앤스로픽은 대규모 시민 감시나 완전 자율무기 같은 영역에는 AI를 쓰지 않겠다는 안전 제한을 유지해 왔다. 반면 미국 국방부는 합법적 범위 안이라면 군이 필요로 하는 AI 활용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기술에 민간 기업의 윤리 기준이 과도한 제약이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사용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이미 현장 시스템 안으로 깊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클로드는 팔란티어의 군사 플랫폼과 연동돼 미군의 데이터 분석 환경에 통합돼 있었고, 위성 이미지와 드론 영상, 감청 데이터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 활용돼 왔다. 한 번 현장 시스템에 들어간 AI는 대통령 발언 하나로 바로 떼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정책보다 빨랐던 기술, 전장을 먼저 바꾸다바로 이 지점이 이번 사안을 상징적으로 만든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다. 팔란티어가 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상황을 보여주면, 클로드 같은 AI 모델은 그 위에서 목표물의 위협 수준을 분석하고, 타격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공격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인간 지휘관이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지만, 분석과 판단의 상당 부분은 이미 AI가 선행하고 있다.이는 전쟁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정보를 모아 판단하고 기계가 이를 실행했다면, 이제는 기계가 먼저 분석하고 인간이 마지막 결정을 승인하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드론이 전술을 바꾸고 스타링크가 전장의 통신 구조를 바꿨다면, AI는 이제 전쟁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이 과정에서 AI를 둘러싼 논쟁도 한층 복잡해졌다. 단지 성능이 뛰어나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누구의 책임 아래,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됐다. 전장에 들어간 AI는 더 이상 기술 기업의 제품 하나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인프라의 일부가 되고 있다.이 갈등은 곧바로 빅테크 간 충돌로 번지기도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오픈AI가 국방부와 계약하며 내세운 안전장치를 두고 “안전 연극”이라고 비판했다. 군사 활용을 사실상 허용하면서도 안전을 말하는 것은 보여주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반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통제의 최종 권한은 기업이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겉으로 보면 두 CEO의 신경전 같지만, 실제로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AI의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 기술을 만든 기업이 선량함을 무기로 윤리 기준까지 정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최종 판단권을 가질 것인지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쉽게 정답이 되기도 어렵다. 기업은 기술을 더 잘 알지만 공적 정당성이 약하고, 정부는 권한은 강하지만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사진=AFP◇AI 통제권 전쟁, 이제 한국의 문제다이번 사건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군사·안보 시스템의 핵심이 되는 시대에는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해외 빅테크 모델에 대한 의존 자체가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정책 변화나 사용 중단 조치가 곧바로 국가 안보 체계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도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통제력 확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얼마나 직접 관리하고 설명할 수 있느냐다. 외국 오픈소스 모델과의 유사성 논란 역시 단순한 사용 여부보다 라이선스 관리와 통제 가능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특히 국방까지 포함하는 소버린 AI를 지향한다면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외부 코드를 읽고 이해해 재구성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대응할 인력과 권한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구조를 장악하지 못하면 보안 사고나 백도어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국방 AX도 더 이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인화·지능화되는 현대전에 대응하려면 경직된 무기 획득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조달 구조를 함께 손질해야 전장에 필요한 AI를 빠르게 도입하면서도 통제와 책임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이번 클로드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하나다. AI 전쟁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라는 점이다. 한국도 이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기술 개발 경쟁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끝까지 통제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국가적 준비다.
  • KT 가처분 기각, 남은 건 이사회 신뢰다[김현아의 IT세상읽기]
    KT 가처분 기각, 남은 건 이사회 신뢰다
    김현아 기자 2026.03.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 차기 대표 선임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표 선임 절차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한 고비를 넘었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이 인용돼 절차가 멈췄다면 KT는 또다시 경영 공백 장기화의 소용돌이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숨을 고를 시간을 벌었고, 새 대표 체제로 인사·조직 개편 등 후속 작업을 추진할 여지도 넓어졌다.다만 이번 결정이 곧바로 KT 이사회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법원이 본 것은 “대표 선임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는가”라는 비교적 좁은 쟁점이다. 가처분 단계에서 절차를 멈출 만큼의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지, 이사회 운영 전반의 거버넌스 구조와 신뢰 문제까지 정리해 준 것은 아니다. 절차가 이어지게 됐다는 사실과, 이사회가 신뢰를 회복했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다.◇법원은 가처분 요건을 봤고, 시장은 신뢰의 축적을 본다이번 사건의 쟁점은 비교적 명료했다. 결격 사유 논란이 제기된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대표 선임 과정에 관여했으므로 박윤영 신임 대표 후보 선임 절차가 위법이며 이사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조 전 이사는 KT 사외이사 재직 이후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임했고, 최대주주 지위 변동 등과 맞물려 상법상 사외이사 자격 유지에 충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KT는 “최종 후보 3인 면접 과정에는 조 전 이사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을 기각했다.결국 법원은 대표 선임의 핵심 절차를 가처분으로 멈출 정도의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는 경영의 연속성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이 이사회를 둘러싼 구조적 비판까지 해소한 것은 아니다. 법적 판단은 최소 기준을 확인하는 작업이고, 거버넌스 신뢰는 그 최소 기준 위에서 반복적으로 쌓여야 한다. 이번 가처분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KT는 ‘대표 공백’이라는 즉시 위험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이사회의 권한 행사 방식이 신뢰를 축적해 왔는지라는 질문은 더 크게 마주하게 됐다.◇이사회 논란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신뢰 구조의 문제다최근 KT 이사회는 단일 사건을 넘어 구조적 의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사회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비대해졌다”는 비판이 사내외에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 선임 가처분은 법원 판단으로 일단락됐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논쟁은 이사회 전반의 운영 방식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첫째,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실질적 독립성 논란이다. 위원회가 독일 위성업체 리바다 관련 투자 알선 및 연이은 취업 청탁 의혹이 제기된 A이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이사회가 이를 안건으로 올리는 데 소극적이었다. 위원회 조사와 별개로 제3자(법무법인)에게 추가 조사를 의뢰한 점 역시 “내부 견제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키운다. 핵심은 사내 감시기구의 문제 제기를 이사회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다루는가다. 상정 기준, 추가 조사 결정의 근거, 비용 집행 원칙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면 신뢰는 급격히 흔들린다. 회사 비용이 특정 사외이사 개인의 방어 논리에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배임 논란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사안이 아니라 구조로 번지고 있다.둘째, 감사위원회 ‘회계 전문가’ 공백 사태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의 회계·재무 전문가 필요 요건은 내부통제 신뢰의 최소선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기존 감사위이자 회계·재무 전문가로 분류되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지 않으면서 공백 논란이 제기된 점은 가볍지 않다. 감사위원회는 회계 신뢰와 내부통제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뒤늦게 재무·회계 전문가 선임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런 논란이 생겼는지, 어떤 검토를 거쳤는지, 같은 공백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둘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사회가 기본 요건 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낸 만큼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셋째,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한 사외 이사들의 재선임 이슈다. 국민연금은 대표이사가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할 때 이사회 승인을 의무화한 내부 규정 개정에 찬성했던 사외이사들에 대해 재선임 반대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해당 조항이 대표이사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해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해 왔고, 관련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관련 이사들이 그대로 활동하고 일부가 연임까지 앞두고 있다면, 이사회가 비판을 수용하고 수정할 의지가 있는가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KT노동조합과 KT새노조가 이사회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배경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판결 이후가 진짜 시험대다이번 가처분 기각은 당면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대표 선임 절차가 중단되지 않았고, 경영 공백 장기화 가능성도 낮아졌다. 그러나 법원이 해소한 것은 ‘절차를 멈추게 하는 위험’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이사회가 이번 결정을 방패 삼아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덮으려 한다면, 다음 분쟁은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를 계기로 환골탈퇴하는 심정으로 스스로의 이권을 내려 놓는다면 KT는 오랜 지배구조 논란의 고리를 끊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하다. 컴플라이언스 이슈는 상정·조사·비용 집행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감사위원회 논란은 상법상 회계·재무 전문가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새롭게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제기한 쟁점은 주주권 침해 우려를 해소할 제도 보완과 함께,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신뢰를 회복할지에 대한 분명한 행동, 이를 테면 해당 사외이사들의 거취를 포함해 답해야 한다.법원은 가처분을 기각했다. 이제 시장은 이사회의 태도와 실행을 볼 것이다. 대표 교체 이슈가 마무리된 지금, 거버넌스의 평가는 이제부터다.
  • 거래소 지분규제가 블록체인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거래소 지분규제가 블록체인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
    김현아 기자 2026.02.2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블록체인(웹3)산업을 바라보는 정부 당국의 시선에는 늘 긴장이 공존한다. 한편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시장 인프라로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공적 기능을 이유로 소유·지배구조까지 강하게 통제하려는 유인이 작동한다.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거래소에 공적 기능이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 투자자 보호, 시장 질서 유지, 이상거래 대응 같은 역할은 분명 금융 인프라에 가깝다. 그러나 그 타당성이 곧바로 일률적 지분 제한이나 과도한 주주권 제한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설계하려는 가상자산거래소 지분규제가 오히려 블록체인·웹3 산업의 성장 엔진을 약화시키고, 신기술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의 확대가 아니라 산업 구조에 맞는 규율의 정교화다. 거래소 소유규제 논의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첫째, 벤처 생태계의 보상 구조를 흔들 수 있다.벤처 산업의 핵심은 위험을 감수한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에게 책임과 보상이 함께 돌아가는 구조다. 이 구조가 작동해야 실패를 감수하는 혁신이 반복된다. 그런데 거래소의 공적 기능을 이유로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게 설계되면, 기업은 성장할수록 기술 경쟁보다 규제 대응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특히 소유규제가 강제적 지배구조 재편 압박, 인수합병이나 의결권 제약, 경영 안정성 저하로 연결될 경우 창업자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 리스크보다 정책 리스크가 더 큰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이는 특정 거래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문제다. “한국에서는 혁신 산업이 커질수록 소유구조부터 규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신호가 형성되면, 다음 창업과 다음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규제(15~20%)를 두고, 인위적 소유 제한보다 자산리스크의 투명한 공개를 강화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사진은 2월 10일 이데일리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디지털자산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이다.둘째, AI·웹3 융합의 상용화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AI 시대의 핵심 자원은 데이터이고, 웹3는 신뢰의 자동화와 디지털 자산 이동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인프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AI 에이전트 결제, 데이터 기여 보상, 국경 간 디지털 자산 정산 같은 영역에서 AI와 웹3의 접점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거래소가 이 융합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상용화 단계에서 거래소는 유동성, 가격발견, 사용자 진입 경로, 법정통화 온램프 측면에서 핵심 관문 역할을 한다. 기술 실험이 서비스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 관문의 기능은 무시하기 어렵다.그런데 소유규제가 거래소의 경영 안정성과 투자 여력을 떨어뜨리면, 보안 고도화, 신규 서비스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같은 중장기 투자가 오히려 지연될 수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AI·웹3 융합 서비스의 상용화 속도가 늦어지고, 기술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해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AI를 미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목표와, AI와 결합 가능한 디지털 자산 인프라의 성장 여지를 좁히는 규제가 동시에 추진된다면 정책 간 정합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셋째, 국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의 자금 순환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냉정하게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흐름이 거래소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갑, 보안, 데이터 분석, 인프라, 디앱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지만, 민간 자금 공급력과 사용자 접점 측면에서 거래소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이 때문에 거래소는 단순 매매 플랫폼을 넘어 생태계 자금과 수요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실 상장, 이해상충, 투자자 피해 가능성은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해법이 곧바로 소유 제한 강화로 귀결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시장의 문제는 행위 규제와 투명성 강화로 다뤄야지, 산업의 투자 동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구조 규제로 일괄 대응해서는 안 된다.오히려 정책의 방향은 건전성 장치를 전제로 거래소의 책임 있는 생태계 역할을 확대하는 쪽이어야 한다. 상장심사와 영업 기능의 분리, 이해상충 방지 장치, 공시 강화, 내부통제 의무, 이용자 자산 보호 규율을 촘촘히 설계하는 방식이다.2월 10일 이데일리가 주최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규제 긴급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 의견핵심은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고, 무엇을 공개하며, 어떤 책임을 지느냐”를 중심에 놓는 일이다.물론 거래소의 소유 집중이 이해상충과 사익편취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우려가 곧바로 일률적 소유 제한의 정당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규제는 위험의 원인과 작동 방식을 정확히 겨냥해야 효과가 있다.전통 금융 규율을 블록체인 산업에 그대로 이식하는 접근의 한계도 분명하다. 블록체인 산업은 기술 변화 주기가 짧고 시장이 글로벌 단위로 움직인다. 이런 산업에 획일적 통제 프레임을 적용하면 규제 순응 비용은 커지고, 혁신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작한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되돌아오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규제의 목표는 산업의 손발을 묶는 데 있지 않다. 시장 신뢰를 높이면서도 혁신이 자랄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데 있다. 거래소 지분규제가 블록체인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산업의 동력부터 먼저 약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AI와 웹3가 만나는 다음 기술 국면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의 상징이 아니라 성장과 책임을 함께 설계하는 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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