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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상식·수학서도 글로벌 오픈소스 뛰어넘어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 3일 공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의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는 성능 평가에서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보다 높은 종합 점수를 획득했다. 특히 한국어, 일반상식, 수학, 코딩 부문에서는 리포트에서 비교 평가를 위해 선정한 14개 모델 중 1위를 기록해 특정 국가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보편 지식,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 문제 해결력까지 갖춘 소버린 AI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폐쇄형(Closed-source)으로 개발된 모델들과의 비교에서도 하이퍼클로바X는 우수한 점수를 획득했다. 한국어 능력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 모델을 포함해 비교 평가를 위해 리포트에서 선정한 4개 모델 중 1위에 올랐고, 영어 능력 분야에서도 같은 모델들 중 2위를 기록했다.◇글로벌 모델부터 오픈소스 AI, 번역기까지 넘어서는 성능 입증리포트는 하이퍼클로바X의 앞선 성능을 뒷받침하는 모델 학습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이퍼클로바X의 사전학습(Pretraining) 데이터는 대부분 한국어, 영어, 코드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 양질의 사전학습 데이터 구축을 위해 매우 짧거나 반복적인 저품질 문서는 데이터셋에서 제외했고,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도 삭제했다. 또 정렬학습(Alignment Learning)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와 지시를 AI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모델을 고도화했다.하이퍼클로바X의 또 다른 특징은 ‘다국어 능력(Multilinguality)’이다. 학습 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어와 영어 정보를 활용해 제3의 언어로 추론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확인됐다. 일본어, 아랍어, 힌디어, 베트남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 언어 능력을 평가했을 때, 하이퍼클로바X는 주요 오픈소스 모델을 포함해 리포트에서 선정한 9개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으며, 중국어에서만 같은 모델들 중 2위를 기록했다.기계 번역 평가에서도 하이퍼클로바X의 다국어 능력이 입증됐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능력은 실제 서비스 중인 번역 모델 등 리포트에서 선정한 10개의 모델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정확도도 동일한 10개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테크니컬 리포트의 연구 부문을 이끈 유강민 네이버클라우드 리더는 “하이퍼클로바X의 다국어 추론, 기계 번역 능력을 측정한 실험은 지역 또는 문화권 특화 목적으로 개발한 AI가 해당 국가 언어 외에도 여러 언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출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라며 “특정 문화권에 더 적합한 배경 지식과 함께 다국어 능력까지 보유해 한층 활용도가 높은 소버린 AI의 가능성을 하이퍼클로바X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레드티밍 등 안전한 개발 위한 노력도 진행하이퍼클로바X의 안전성을 위한 노력도 리포트에 소개됐다. ‘사회적 이슈와 편향’, ‘불법적 행동’ 등 민감하거나 위험한 주제를 설정해 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 또는 서비스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검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레드티밍(Red-teaming)을 수행해 모델 취약점을 보완했다. 또 하이퍼클로바X 윤리 원칙에 기반해 혐오, 편향,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등의 콘텐츠는 생성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AI 기술 총괄은 “테크니컬 리포트를 통해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 경쟁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며 “한국 특화 지식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과 수학적 추론, 다국어 능력과 안전성까지 확보한 소버린 AI의 모범 사례로서 하이퍼클로바X 구축 경험을 활용해 향후 다양한 지역 및 국가의 특화 초대규모 AI를 만드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테크니컬 리포트는 학습 방법이나 성능 등 AI 모델의 세부 정보를 소개하는 논문이다. 오픈AI,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자사 AI의 특징을 테크니컬 리포트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이번 하이퍼클로바X 테크니컬 리포트에서는 한국어, 영어, 수학, 코딩, 상식, 사실성, 안전성 등 여러 분야에서 하이퍼클로바X 및 비교군 모델들의 성능 평가가 이뤄졌으며, 각 분야의 성능 측정에는 신뢰성 있는 평가 체계(벤치마크, Benchmarks)들을 인용하거나 자체 개발한 평가 지표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하이퍼클로바X와 오픈소스 모델들의 한국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한국판 AI 시험으로 알려진 ‘KMMLU(Measuring 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in Korean)’, 글로벌 AI 언어 이해 능력 평가 ‘MMLU(Measuring 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AI 성능 평가 ‘AGIEval(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Evaluation)’ 등 6개의 벤치마크 점수를 종합해 결과를 도출했다.
- '배'수빈, 김'바다'를 항해하다..연극 '엠. 버터플라이'[아이컨택]
- 배우 배수빈이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이데일리TV '이혜라의 아이컨택'에 출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일간스포츠 서병수 기자)[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눈동자와 마음에 친 환상(幻想)의 커튼. 열망에 사로잡혀 육신과 영혼을 이내 내던지고 마는 그들.“무언가를 다 던져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냥 뛰어들어요. 이런 생각이 한번에 든 작품이었죠.”배우 배수빈이 연극 무대를 찾았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다.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 이하 엠버터플라이)가 7년 만에 돌아왔다. 배수빈도 7년 만에 이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직접 선다. 엠버터플라이에서 배수빈은 르네 갈리마르 역을 맡아 송릴링 역 김바다 등과 호흡을 맞춘다. 배수빈과 김바다가 이데일리TV ‘이혜라의 아이컨택’을 찾았다.이 극은 돌고 돌아 운명처럼 배수빈에게 왔다. 연극 ‘프라이드’, ‘킬미나우’로 배수빈이 오랜 연을 이어온 제작사가 이 작품을 무대화했다. 그는 “제작사 대표님한테 ‘하고 싶다’고 줄곧 말했다”며 “한국 초연부터 늘 봐온 사랑하는 작품을 드디어 맡게 됐다”며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만나기까지 짧은 시간이 걸리는 작품이 있고 시기 등 여러 요소 때문에 배우가 굉장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작품도 있죠. 이제야 할 수 있게 됐네요.”(배수빈)김바다는 “공교롭게도 이전 시즌에서 르네 역을 맡았던 김주헌 선배와 다른 작품을 하고 있을 때 출연 제안을 받았다”며 “조언을 구했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대본을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배수빈 “쉬운” 김바다 “어려운” 작품…달리 말한 이유엠버터플라이는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 황이 1980년대 후반 집필한 희곡이다. 극명에서 알 수 있듯,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 Butterfly)을 차용했다.제작사 연극열전은 이번 시즌을 2017년 개작 버전으로 선보인다. 시대에 맞게 번역 등도 윤색했다. 극은 인간의 욕망과 환상이란 주제를 르네 갈리마르, 송 릴링의 관계 속에서 풀어낸다.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와 여장남자인 중국인 배우 ‘쉬 페이푸’의 충격적 실화가 모티브다. 버나드는 당시 법정에서 연인이었던 쉬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 장면. 연극열전 제공.잿빛 감옥 속 간증하듯 회고하는 르네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연극. 그가 실크커튼을 젖히자 두 사람 간 20여 년의 세월이 열린다.김바다는 대본에 대한 첫인상을 “매혹적이지만 어려운 작품”이라고 했다. 여장남자인 송 릴링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외적으로나 말투, 손동작 모든 것을 신경썼다. 경극 장면을 위해 몸태를 가다듬고, 성악 발성을 연마했다. 가녀린 선을 만들기 위해 체중을 10킬로그램이나 감량했다. “다른 송 역 배우들과 연습실에서 네일팁을 붙이고 담배 케이스를 연다거나 다른 사람의 옷을 만지는 것도 시도했어요. 맨손일 때랑 달라지더라고요.”(김바다)“어려운 작품”이라는 김바다의 말에 배수빈은 “쉬운 작품”이라고 농담 섞인 딴지를 놓았다.“저는 오히려 아주 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우리는 항상 쉽게 아름다움에 빠지잖아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 자체가 빠질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마치 르네가 아름다운 송한테 빠지듯이요. 르네는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송에 빠지고, 송으로 상징되는 환상을 계속 좇는 인물입니다.”(배수빈)김바다가 웃으며 되받았다.“송처럼 아름다워야 하는 존재는 어려워요.”(김바다)그는 그간 맡았던 역과 달리 다른 차원의 캐릭터 고민이 필요했다고 토로했다.배우 김바다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이데일리TV '이혜라의 아이컨택'에 출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일간스포츠 서병수 기자)김바다는 “송은 남자지만 본인의 목적과 르네와의 관계 속에서 다른 성별로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라 송의 아이덴티티, 감정의 부딪힘 속 20여 년 동안 외줄타기를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여성이 갖고 있는 특징을 관찰하는 시도도 물론 했지만 성별에 대한 특성보다는 송의 섬세함이나 때론 타인을 휘어잡을 수 있는 통찰력 등 표현에 보다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김바다의 말에 배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배수빈은 “오랜만의 연극이라 무대에 처음 서는 것처럼 떨렸다. 연습 초반에는 여러 부분에 신경이 분산됐는데 어느 순간 내가 상대 배우의 눈을 바라보고 있더라”며 “‘이게 정답이구나’ 했다. 애먼 데에 신경 쓰고 있는 걸 깨달아서 상대의 눈을 보면서 교감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 장면. 연극열전 제공.두 사람은 공연 밀도를 높이는 노력을 무대 위 르네와 송의 정서로 느껴달라고 당부했다.“관객분들이 송과 르네의 사랑과 감정 변화를 공감하고 느끼시기를 바라요.”(배수빈)“특히 르네에 맞춰 따라가다 보면 많은 재미를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김바다)◇버터플라이를 향한 배수빈·김바다의 날갯짓배수빈은 ‘아름다움’을 자주 언급했다. 아름다움과 함께 하는 것, 만들고 나누는 것. 그가 현재 꿈꾸는 환상이라고 했다.“저는 늘 아름다움을 꿈꿨어요. 아름다운 음악이나 공연, 영화를 보면 여전히 흥분감이 크죠. 근데 아름다움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그는 “로빈 윌리엄스, 류이치 사카모토 등 사랑한 아티스트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들에게 내가 받은 영향은 참 컸다”며 “그들로부터 흡수한 많은 것을 어느덧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하는 위치가 됐다.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다시 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배수빈은 늘 본인의 이름 석 자를 새긴 명함을 지니고 다닌다. 그렇게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아름다움을 꿈꾸며 살아온 지 23년이다.김바다는 엠버터플라이 속 또 다른 환상을 꿈꾸던 송의 모습과는 달리 스스로를 지극히 현실적이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온전한 나를 찾는 게 가장 끝에 있는 버터플라이인 것 같다”고 했다.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 참 다정하기도 했다. 녹화가 시작되기 전 김바다가 배수빈의 곳곳 매무새를 매만졌다. 그런 김바다에 배수빈은 따듯한 눈빛으로 화답했다. (글=이혜라, 사진=일간스포츠 서병수 기자)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오는 5월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배수빈, 이동하, 이재균, 김바다, 정재환, 최정우, 송희정, 오대석, 김보나, 이원준, 이서현이 무대에 오른다.해당 인터뷰는 이데일리TV 채널에서 ‘이혜라의 아이컨택’ 영상으로 더 자세히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사는 4월4일 일간스포츠 신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70% 할인' 오픈런, 밑반찬 줄인 식당…"다들 먹고 살기 힘드네"
- [이데일리 김영환 노희준 신수정 김경은 한전진 기자] 지난 2일 오후 1시께 경기도 파주에 있는 리퍼브 점포 ‘올랜드 아울렛’. 이 곳의 신선·생활용품동 ‘올소’ 매장 텅 빈 매대 앞에 5~6명의 주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1시 30분께부터 물건을 채워넣는 매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잠시 후 물건을 실은 대형카트가 들어서자 주부들이 발길이 빨라진다. 육류부터 과일, 샐러드, 샌드위치, 유제품까지 다소 흠이 있지만 대형마트보다 최대 70% 이상 저렴한 식품들을 서둘러 장바구니에 담았다.지난 2일 올랜드 아울렛의 식품·생활용품동 ‘올소’ 매장 매대에 몰린 주부들이 염가 상품으로 들어온 샌드위치를 구매하고 있다.(사진=한전진 기자)◇신선식품도 리퍼브 제품으로 구매…‘오픈런’ 진풍경고물가에 ‘못난이 상품’으로 불리는 리퍼브 제품이 불티다. 주로 외관이 상해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과 채소, 제때 팔리지 못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밀키트 등 신선식품들이다. 대파 1900원, 못난이 사과(8~10입) 7000원, 계란 한 판 5000원, 소고기 등심 300g 7000원, 양파 1㎏ 1500원 등 염가가 특징이다.파주시 금촌동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정희 씨는 “햄하고 계란이 들어간 대만 샌드위치가 쿠팡 판매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닭가슴살 샐러드, 우유 등 다른 물건들도 이커머스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이어 “매일 판매하는 상품이 다르다 보니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지 못할 때도 있다”면서도 “요즘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식비를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리퍼브 식품 수요가 늘면서 기존에 많이 찾던 가전 가구 리퍼브 제품보다 신선식품 매출이 급증했다. 2월부터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한 올랜드 아울렛은 지난해 12월 1억5300만원이던 매출이 지난달에는 3억8000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맘카페나 당근마켓 등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리퍼브 식품 수요가 늘어났다.올랜드 아울렛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팔지 않던 지난해 일일 결제 건수는 하루 200~300건이었는데 신선식품을 취급한 후 결제 건수가 500건까지 늘었다”며 “육류와 과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찾는 과자와 빵 등 제품의 매출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전 방문한 이마트 용산점은 개점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쇼핑카트를 가지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진을 쳤다. 이른바 ‘오픈런’이 마트에서도 펼쳐진 것이다. 개점시간이 되자마자 고객들은 가장 먼저 ‘대파’ 코너에 몰렸다. 이날 흙대파 가격은 1484원으로 농식품부 할인지원을 받아 정가보다 30%나 저렴했다. 대파 두 단을 카트에 담은 한 소비자는 “대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저렴할 때 사두고 손질해 냉동보관할 계획”이라며 “몇 해 전에도 ‘파테크’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직접 가정에서 대파를 키웠던 기억이 난다”고 푸념했다.지난 2일 서울 용산 이마트점에 할인 판매 중인 대파를 한 소비자가 구매하고 있다.(사진=신수정 기자)◇“직원 빼고 가족경영해도 남는 게 없어…값싼 식재료 찾아 시장 헤매”자영업자들도 한숨이 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김밥집을 운영하는 황순비 씨는 작년 말부터 식재료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아내, 딸과 매장을 지키는 데도 이익이 크게 줄었다. 김밥의 주재료인 김뿐만 아니라 당근, 오이, 시금치 가격이 폭등하면서다. 황씨는 “이전에는 김 구매비용이 7000원(100장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1만2000원이다”며 “채소가격도 너무 올라 수입산으로 바꿔봤지만 너무 빨리 시들어 재고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지난 2일 서울 중구 소재 한 김밥집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경은 기자)급격하게 치솟은 식자재 비용은 소상공인들을 더욱 한계로 내몰고 있다. 농산물 중에서는 청양고추가 전년대비 54.5%, 평년대비 72.1% 가량 가격이 치솟았다. 김도 전년대비 22.7%, 평년대비 28.4%나 올랐다. 돼지고기 목심 역시 10% 내외(전년비 9.2%↑, 평년비 12.5%↑) 가격이 올라 고깃집 점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심지어 멸치 가격도 2배 이상 오르면서 밑반찬으로 제공하기 어려워하는 자영업자도 있다.특히 김처럼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 없는 품목은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은 11월부터 2월까지 생산하는데 이때 1년 치가 만들어진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수출물량이 늘면서 내수용 김 가격은 떨어질 여력이 없다.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에서 43년째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국내 유통물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이 김 가격을 들으면 기함을 한다”고 전했다.(그래픽= 김일환 기자)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지정하는 ‘착한가격업소’는 고물가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배가 되고 있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지자체가 물티슈, 쓰레기봉투, 세제 등 점포 운영에 필요한 품목을 지원한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음식 가격을 한 번에 2000~3000원을 올릴 수가 없다. 올려도 500원 정도인데 재료비 인상률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코로나 때부터 적자를 보기 시작해 지금까지 5년간 4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재료비를 줄이려면 직접 서울, 일산 등지를 돌며 장을 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광화문에서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유 모씨도 “조금이라도 식재료를 싸게 사기 위해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새벽마다 시장을 돈다”라며 “정부에서 수급조절용으로 푸는 품목들 위주로 구매하면서 메뉴 구성을 바꾸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서울 종로구 소재 착한가격업소(사진=김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