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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방미 연기가 오히려 득"..靑 방미 성과에 '흡족'
-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결과적으로 볼 때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연기가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18일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4개월가량 연기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달초 한·중 정상회담과 지난달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 그리고 11월초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면서 오히려 더 풍성한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계기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나 4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한·미 양국이 사전에 이를 억지하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확고한 한미동맹 확장..중국 경사론 불식 주 수석은 이번 방미의 성과로 크게 △중국 경사론 불식 △한·미 동맹의 외연 및 내연 확대 △북한 압박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기반 확대 △능동적 외교 공간 확보 등 5가지를 꼽았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미국 국방부(펜타콘) 방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등의 일정을 통해 ‘한미동맹’ 공고화와 중국 경사론 희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과 강력한 관계로 발전해 가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주 수석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균열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오바마 대통령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국제 규범 준수를 지적하며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 한·중 관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주 수석은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두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 문제만을 담은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 미국이 북핵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사실을 끌어냈고, 기존 ‘한·미·일 3국 협력’에 ‘한·미·중’ 공조를 더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는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향후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한 고위급 전략협의 강화 등의 후속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외교·국방 장관급의 2+2 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주 수석은 “우리 정부는 동북아의 평화 및 협력 제고를 위해 구체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28일 동북아평화협력 정부 간 고위급회의와 11월초 한·일·중 정상회의를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차관보를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지원을 위한 미 정부 담당관으로 지명했다.◇정상회담 의제 오른 TPP, “ 美지지 확인”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는 건 대표적 경제성과 중 하나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규범 채택이 이뤄졌기 때문에 한·미 모두가 (한국의) TPP 가입에 어려움이 없다는데 공감했다”고 했다. 정상회담 계기에 채택한 총 9페이지 분량의 ‘한미 관계 현황 공동설명서’에 “미국은 TPP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다.안 수석은 “수개월 걸리는 (12개 참여국의) 공식 협정문 공개와 늦으면 2년이 예상되는 국가별 비준 이후 우리의 가입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준비할 시간이 있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내달초 열리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때 TPP 가입 논의가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일본이 12개 TPP 가입국 중 FTA를 체결하지 않은 2개 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다.한·미 양국의 경제동맹을 우주·에너지신산업·보건의료 등 고부가가치 첨단분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점도 성과다. 안 수석은 “우리의 항공우주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간에 달 탐사 관련 MOU가 맺어져 있지만 포괄적으로 한·미 우주협력에 대한 협정이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350조원에 달하는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서 우리 우주산업의 새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각각 열린 1대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우리 기업들이 모두 39건, 2억5천만달러(2877억원) 규모의 실질 성과를 거둔 점도 눈길을 끌었다. ◇10여분간 로즈가든 산책..朴 “정 많이 들어”두 정상은 정상회담 백악관 각료회의실인 캐비닛룸에서 오찬 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이스트룸에 입장하기까지 10여분간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 옆길을 나란히 걸었다. 두 정상이 나눈 대화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친분을 더욱 두텁게 쌓은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도 ‘자주 보면 정이 든다는 데 오바마 대통령과 정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저는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회견이 끝난 후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며 에스코트했다.정상회담이 애초 예정된 시간인 2배가 넘는 70분간 진행됐고, 조 바이든 부통령, 애쉬턴 카터 국방부 장관,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핵심 외교라인이 사실상 총출동한 점도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준 예다. 주 수석은 이를 두고 “매우 드문 경우”라고 했다. 유럽 출장으로 정상회담에 불참한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은 14일 진행된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서 박 대통령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 [ECF2015]“모바일 온리(Only )해야 혁신 가능”..김철균 쿠팡 부사장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모바일 먼저(first)가 아니라 모바일이 전부(Only)라고 생각해야 합니다.”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의 김철균 부사장은 “모바일이 대세라고 하지만 우선순위일뿐 전부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모바일에 올인하는 기업만이 혁신하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김 부사장은 10월 29일 이데일리가 주최하는 ‘제2회 이데일리 IT 컨버전스 포럼(Edaily IT Convergence Forum 2015)’ 기조강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쿠팡역시 모바일 거래가 78% 정도지만 모바일에 100%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김철균 쿠팡 부사장201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은 회원 수가 7000명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인 2665만 명(2015년 7월 기준 앱 다운로드수)으로 3천800배 늘었고,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 거래액 2조 원을 돌파했다. 위메프·티몬과 함께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도 불리나 반기지 않는다. ‘모바일 다이렉트 커머스’가 비전이고 목표다.그가 ‘모바일 온리(Mobile Onl’를 강조하는 이유는 신문을 보고 음악을 듣고 쇼핑하는 생활이 모바일로 변신 중이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작년 기준 국내 커머스 시장 거래액은 46조 원인데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넘어섰다”면서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를 처음 넘어선 것도 작년인데, 그만큼 모바일 커머스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그는 ‘모바일 리더십’과 더불어 쿠팡의 성공비법으로 △IT서비스 회사로서의 기술 혁신과 △고객 만족을 꼽았다.쿠팡은 식품, 패션 등 다양한 상품을 사서 배송해주는 회사이지만, 실리콘밸리 IT기업인 ‘캄씨’를 인수하고 실리콘밸리, 상하이, 시애틀 등에 연구개발(R&D)를 위한 지사를 운영 중이다. IT를 이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물류와 직접 배송(로켓배송)을 책임지며,개인정보보호 경영시스템 국제 인증도 획득했다. 한 때 네이버 등에서 잘 나가는 기술인력이 대거 쿠팡으로 유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김철균 부사장은 “모바일 온리, IT 혁신과 함께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 아쉬워하는 것을 반드시 해결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쿠팡맨이 직접 당일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물었더니 다양한 상품, 최저 가격만으로는 부족했고 배송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는 것이다.그는 “세계 최초로 자체 배송인력을 두는 모델을 시도했는데 일산의 경우 2시간 배달도 시범으로 하고 있다”면서 “3천명의 쿠팡맨이 뛰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내년 인천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걸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 물류센터를 갖출 계획”이라고 부연했다.쿠팡의 직원 수는 8천500여명(간접고용포함)인데, 쿠팡맨의 평균 연봉은 4천만 원에 달한다.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작년에 첫 적자를 기록했는데, 걱정은 없을까.김 부사장은 “김범석 대표의 리더십과 투자 받은 돈으로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본다”면서도 “김 대표는 쿠팡의 콜센터 대기콜 수를 직접 챙길만큼 고객지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쿠팡은 미국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1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홀 등으로부터 3억 달러,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김범석 사장은 하버드대 정치학부와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 보스컨컨설팅그룹을 거쳐 잡지사 빈티지 미디어를 창간해 운영하기도 했다. 김철균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하나로드림 대표이사,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일자 : 10월 29일 목요일 09:30~17:50■ 장소 : 서울 광화문 나인트리 컨벤션 그랜드볼룸 3층■ 주최 : 이데일리■ 후원 :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의 : 이데일리IT컨버전스포럼 사무국 (02)3772-9409 e메일 hhlee@edaily.co.kr 홈페이지 http://ecf.edaily.co.kr/ECF2015/ ▶ 관련기사 ◀☞ [ECF2015]"융합만이 한국 경제 재도약의 길"..윤종록 NIPA 원장☞ 융합 방정식을 배운다..이데일리 IT컨버전스포럼 29일 개최☞ [社告] 제2회 이데일리 IT컨버전스 포럼 개최
- [데스크칼럼] 김훈의 라면을 담은 '양은냄비'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부장] “추운 거리에서 혼자 점심을 먹게 될 때는 아무래도 김밥보다는 라면을 선택하게 된다.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작가 김훈이 라면을 먹는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다 읊조리고, 마치 안 내려올 듯 자전거에 올라타(‘자전거 여행’) 바다까지 배회하고선(‘바다의 기별’) 이제 라면 한 그릇을 차지했다.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 얘기다. 오랜만에 다시 본 그의 글은 여전히 깊은 안온이면서 날선 반성이다. 쌀쌀한 날씨에 채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은 불안이면서 덧입힐 든든한 후덕이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은 소란이 기분을 방해한다. 책 출간과 맞물린 어줍은 이벤트 탓이다. 출판사는 ‘라면을…’의 예약판매를 시작한 첫날부터 온라인서점 5곳에서 사은품 증정을 시작했다. ‘김훈 작가 친필 사인본’ ‘김훈 문장이 새겨진 양은냄비’ ‘김훈 작가가 즐겨 먹는 라면’ 등 3종 세트를 선착순 예매 독자에게 안겨준 거다. 반응은 뜨거웠다. 양은냄비의 우월한 존재감 덕인지, 덤 좋아하는 민족성에 잘 얹은 라면 때문인지, 작가의 친필 사인본에 정말 혹한 것인지. 이틀 뒤 출판사는 1800개 사은품이 48시간 만에 동났다고 발표했다. 서점에 책이 채 돌기도 전에, 만년 출판불황이란 탄식을 무색케 한 단 이틀 만의 1800부 완판소식이었다. 그런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당장 든 생각은 이렇다. 왜 굳이 김훈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을 자초했을까. 그가 누군가. 별다른 소개가 더는 필요 없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한민국 문장가다. 그간 쌓아온 책이 있고 내놓은 문장이 있으며 써나갈 글이 있다. 굳이 마케팅을 동원할 만큼 얄팍하지 않다는 말이다. 작가는 이번 해프닝에 입을 다물었다지만 김훈 같은 대형작가의 의견을 묻지 않고 출판사가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 과연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일각에선 도서정가제 위반을 들먹이는 모양이다. 맞다. 문제 삼을 만하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책 가격의 5% 내에서 경품이나 마일리지 상품권 등을 제공할 수 있게 했고, ‘매운라면’이나 ‘양은냄비’는 누가 봐도 책값 1만 5000원의 5%인 750원을 훌쩍 넘긴다. 문학동네라는 거대권력도 거슬린다. 창비·문지와 더불어 문학동네는 한국문학출판의 빅 3가 아닌가. 점잖게 간다고 해도 구축해둔 작가군과 인프라로 자칫 오비이락이 생길 수 있는 위치다. 더군다나 신경숙 표절파문으로 일거수일투족이 시선을 끌고 있지 않은가. 출판계에 사은품이 없진 않았다. 아동물에 끼워주는 필기구나 장난감, 잡화 관련 책에 든 견본품. 차가 주제인 도서에 찔러준 ‘우엉차’ 한 포까진 받아봤다. 그럼에도 사은품 덕에 예매 이틀 만에 베스트셀러를 꿰찼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매해 36억개가 팔린다나. 한 사람당 74.1개씩 해치우고. 라면의 유혹은 강렬하다. 김훈의 표현은 적확했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그러니 우린 즐겨 먹든 아니든 늘 그리워할 수밖에. 김훈은 이를 또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어떤가.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배불리 먹어도 늘 허기진 이들의 가슴을 설설 달구는 위안. 굳이 그 옆에 진짜 라면을 붙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양은냄비가 없었으면 더더욱 좋았을 뻔했다.
- [현장에서]`닮은듯 다른` 한화의 두 풍운아, 주진형과 김성근
-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왼쪽)과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주진형 한화투자증권(003530) 사장은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의 김성근 감독과 닮은 점이 많다. 활동 분야가 전혀 다른 이들이지만 한화그룹에 속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가장 큰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선임 이후 독특한 전략과 거침없는 독설, 안팎의 환호·비판까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각자의 홈그라운드에서 ‘풍운아, 이단아’로 불렸던 이들의 종착지까지 같은 모습일까.한화증권과 한화이글스 수장에 선정된 주 사장과 김 감독은 구원투수의 성격이 짙었다. 실적·성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그룹 고위층의 결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2013년 9월 주 사장 취임 때만 해도 한화증권은 2012~2013년 7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였다. 금융 전략기획 전문가로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취임 이후 35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했다.‘프랜차이즈 구단’,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렸던 한화이글스는 최근 5년(2010~2014년) 동안 4차례나 꼴찌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다. 이를 두고만 볼 수 없던 그룹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청부사’ 김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코칭스태프를 물갈이하고 자유계약(FA) 선수들을 영입하며 체질 바꾸기에 나섰다. 예측불허인 김 감독의 전략은 이미 야구계에서 유명하다. 한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변칙 선수 운용을 서슴지 않는다. 홈런타자의 기습 번트나 마운드에 선 야수, 야구방망이를 든 투수를 심심찮게 본다. ‘펑고’로 대표되는 강도 높은 훈련도 전매특허다.주 사장의 경영 방식도 화제성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사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기업 분석 보고서 중 10% 이상은 투자의견 ‘매도(Sell)’로 쓰라고 지시했다. 고위험등급의 주식을 제시하는가 하면 ‘잘 아는 펀드만 판다’며 코어펀드를 도입했다. 읽기 쉬운 보고서를 쓰겠다고 회사 안에 편집국을 세워 전직 기자, 소설가를 앉혔다. 구조조정에 이어 성과·연봉체계 개편을 통한 직원 담금질도 마다하지 않았다.발언에도 거침이 없다. ‘Mr. 쓴소리’ 주 사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을 즐긴다. 회사 정책을 소개하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이는 증권업계의 관행 비판으로 귀결된다. 주로 과당매매를 통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주식영업 행태를 지적했다. 쓴소리의 대상은 현직 장관부터 광복절 기념행사, 언론까지 다양했다. 김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단·프런트 중심의 운영체제 등 프로야구 환경에 대해 언급하는 많았다. 지난해 프로야구에 복귀한 후에는 겨울 자율훈련과 공인구 등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행동이 소위 ‘삐딱선’을 탔을지는 몰라도 성과는 확실했다. 아깝게 가을행 티켓을 놓치긴 했지만 김 감독은 만년 꼴찌 팀을 6위까지 올려놨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치면서 ‘마리한화(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는 뜻)’로 불렸다. 경기장은 연일 매진됐다. 야구에서 성과가 순위라면 기업은 실적으로 말한다. 만년 적자이던 한화증권은 주 사장 체제에 흑자 기업으로 거듭났다. 회사 상반기 영업이익은 48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12배가 넘었다. 주식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수익성 개선과 비용절감 노력이 효과를 본 것이다.정해진 길을 거부하고 내부를 채찍질하는 행보는 논란을 이끌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마치 한국시리즈처럼 운영하던 김 감독은 투수 혹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다. LG트윈스와 불거진 빈볼 시비는 상대팀 감독과 야구계에서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를 비판하던 주 사장은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여기에 성과급 폐지, 다이렉트 계좌 수수료의 실적 배제, 직무별 연봉제 도입 등에 상처 받은 직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기에 이르렀다.비판이 많은 만큼 지지자의 환호도 적지 않았다. 마리한화의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라며 김 감독을 치켜세웠다. 페이스북 스타인 주 사장이 올리는 글에는 ‘페친’들의 ‘좋아요’ 버튼과 지지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화려한 등장과 돌출 행보까지 비슷했지만 최근 상황은 다소 다르다. 단 한가지 달랐던 그룹과의 관계가 이들의 말년을 다르게 했다. SK와이번스 감독 시절 구단과 불화를 빚었던 김 감독은 한화이글스 구단으로부터는 사실상 전권을 위임 받았다. 전폭 지원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그는 더 이상 ‘윗층’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주 사장은 달랐다. 그룹과 돈독한 삼성물산의 합병 무산 보고서를 두차례나 내더니 회장님의 아들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와의 거래를 돌연 끊기도 했다. 이에 따른 압력을 시사하며 ‘내부 고발자’의 위치에 서기도 했다. 조용히 새 시즌 구상에 들어간 김 감독과는 달리 주 사장은 임기 반년을 남기고 격랑에 휩싸였다. 돌파구는 있을까. 김 감독이 논란을 딛고 끈질긴 경기로 ‘관중’을 사로잡았다면 주 사장은 그동안 주창한대로 ‘고객’의 마음을 얻으면 될 것이다. 그 시험대가 이달부터 시작한 서비스 선택제라고 그는 자평했다. 주 사장이 과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지 증권업계의 이목이 몰려있다.▶ 관련기사 ◀☞ [줌인]"증권사 뺑뺑이 스톱!"…벼랑끝 선 주진형의 실험☞ 한화證 내분 '일파만파'..항명 임원 징계에 '주진형 퇴진' 목소리☞ 한화증권 내부 불만 폭발…`주진형式 개혁` 좌초 위기
- 재난망 품질, 상용망의 25%로 밝혀져.. 기지국 수 논란 증명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가에서 재난통신용으로 쓰는 통신망은 국민들이 쓰는 상용망보다 전송품질을 낮게 설계해도 되는 걸까.정부가 공무원 20만 명이 소방·경찰·해경·군 등에서 재난 발생시 쓰는 통신망의 전송품질을 SD급 영상활용(512Kbps) 기준으로 삼은 게 확인되면서, 그간 정부가 만든 재난망 구축 계획에서 기지국 숫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이 사실로 증명됐다.정부 계획에 깊숙히 관여한 전문가는 “재난망의 서비스 품질 수준이 상용망보다 낮게 설계된 만큼 기지국 숫자 논쟁(재난망 예산이 지나치게 쪼그라들었다는 비판)의미가 적다”고 평가했다.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최신 LTE(PS-LTE)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낮은 품질로 설계한 이유의 적정성과 △정부 계획처럼 낮은 품질의 전국 통신망을 구축할 경우 향후 망 업그레이드 비용에 또다시 수천 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점 △어차피 SD급 영상 전송을 계획했으면 별도 망을 깔기보다는 기존 이통3사의 상용망을 서비스품질협약(SLA)에 따라 빌리는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정부 계획의 타당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재난망 전송품질 낮게 설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사혁 부연구위원은 최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주요 논쟁 이슈에 대한 소고’라는 정책문서를 내고, 재난망의 서비스품질은 셀 에지 부근에서 512Kbps 수준의 영상 활용을 가정하는데 이는 상용망에서의 HD급 영상 기준 2Mbps와 다르다고 밝혔다.그는 또 재난망을 상용망 수준의 서비스 품질로 했다면 2배 이상의 기지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재난망은 비용 효과 측면에서 상용망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기지국 수 감소가 가능하다고 했다.김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재난망 기술기준과 구축방식을 정할 때부터 함께한 전문가다. 그는 재난망 사업이 세월호 참사이후 긴급성을 이유로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 될 때 직접 신청서를 작성했으며, 이 사업이 미래부에서 국민안전처 주도로 바뀐 뒤에는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재난망 총사업비 검증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그런 김 부연구위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재난망은 설계 당시부터 상용망 품질의 4분의 1로 설계됐고, 그래서 기지국도 2분의 1이상 적게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는 정부가 재난망의 기지국 숫자를 1만1693개소로 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700MHz를 쓰는 재난망의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도 상용망(기업별로 12만~17만 개 수준)의 10분의 1 수준으로는 어림없다는 비판이 여전하다.▲이동통신사별 광대역 및 일반 LTE 기지국 수(2014년 7월 1일 기준)자료: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2014년)◇“시범사업 결과 달라질 수도” 여지 남겨… 전문가들 의구심김 부연구위원은 다만 시범사업을 통해 적합한 기지국 수를 검증한 결과, 기존 설계보다 2배 이상 증설이 필요하다는 등의 결론이 나면 사업을 중단하는 게 낫다면서 계획 수정의 여지를 남겼다.그는 시범사업 결과 이런 결론이 나면 현상을 유지하든지 기존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일부를 확정하든지, 아니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상용망 기반 LTE도입이나 투자방식의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전환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처음부터 상용망보다 낮은 품질로 만들어지는 재난망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재난망 모델에 있어 정부가 직접 망을 구축하려 하지 말고 기존 이통3사의 상용망을 임대하는 모델을 제안한 한 대학 교수는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기존 통합지휘무선통신망으로 운영되는) 무전기는 안터지지만 휴대폰은 터지는 상황에서 경찰도 휴대폰을 쓰더라”고 지적했다.KISDI의 또 다른 전문가는 “당장은 필요 최소한의 비용을 위해 재난망의 품질을 SD급으로 한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이런 품질을 기획했다면 국민 돈으로 망을 새로 깔기 보다는 오히려 이통3사 상용망을 빌리는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말했다.
- [쓸쓸한 노년]④고립되는 사람들..'자거나 TV 보거나'
-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저출산과 고령화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사회 문제로 꼽힌다. 이 추세로 간다면 한국은 3년 뒤인 2018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지만, 아직 고령 사회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데도, 이들에 대한 복지나 사회 안전망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노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고령화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노인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고령자의 연령대별 TV시청 시간올해 칠순인 김철수 씨(가명)는 ‘TV 시청’이 취미 생활의 전부다.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 채널을 돌려가며 TV를 본다. 가끔 짬을 내 친구들을 보기도 하지만, 요새는 그것마저 귀찮다고 한다. 김 씨의 하루 일과를 보면 취침과 식사, TV 시청으로 크게 나뉜다. 틈틈이 집밖으로 나가 걷기 운동이나 산책을 하기도 하지만,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김 씨는 “시간은 많지만, 돈도 없고 하니 친구들 만나기가 꺼려진다”면서 “또래의 다른 친구들도 하루 일과가 별반 달라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태반은 ‘방콕’하거나, 집 근처를 배회하면서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돈도 없고 일자리도 없다 보니 무료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TV’가 그들의 가장 좋은 친구다. TV시청 시간은 65세 미만 성인(20~64세)이 하루 평균 1시간 43분인 반면, 65세 이상에서는 3시간48분으로 2배 이상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65~69세 3시간18분에서 △70~ 74세 3시간38분 △75~79세 4시간4분 △80세 이상 4시간37분 등으로 계속 많아진다. 남성이 여성보다 TV를 더 많이 본다. TV 시청이 가장 많은 집단은 ‘80세 이상 남자’로, 이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무려 5시간이 넘는다. 이는 남성의 교제활동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남성의 교제활동 비율은 63%로, 여성(72.2%)보다 훨씬 낮다. 노인들의 교제활동은 70대 초반까지는 증가하는 편이지만, 70대 후반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80세 이후에도 이 추세가 이어가지만, 여성은 80세 이후 다시 교제활동을 늘리는 모습을 보인다. TV 시청을 대신해 레저 활동을 하고 싶지만, 마땅히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하루에 평균 49분을 스포츠·레저 활동에 쓰지만, 이 시간의 대부분은 걷기· 산책(38분)이다. 특히 교제활동이 적은 남성 고령자가 여성보다 걷기·산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령자 중 걷기나 산책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남성(42.9%)이 여성(31.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도 늘어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으로, 65세 미만 성인(7시간51분)보다 하루 평균 31분을 더 잔다. 특히 주말보다는 평일의 수면시간 차이가 더 컸다. 연령이 높을수록 낮잠(오후1시30분~4시30분)을 자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남자의 경우 70대까지는 수면 시간이 10분내외로 늘다가, 80세 이상에서 확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반해 여성은 연령 증가에 비례해 수면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 관련기사 ◀☞ [쓸쓸한 노년]①급증하는 노인..5년 뒤면 800만명☞ [쓸쓸한 노년]②노인 10명 6명은 연금 수령액 '0원'☞ [쓸쓸한 노년]③그들이 일하고픈 이유..'생활고'☞ [쓸쓸한 노년]④고립되는 사람들..'자거나 TV 보거나'☞ [쓸쓸한 노년]⑤만족스럽지 못한 삶..불만만 쌓인다☞ [쓸쓸한 노년]⑥고령화 시대의 그늘..'황혼 이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