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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목 바닥' 깔린 유리공장 속 폭스바겐 탄생하기까지[르포]
- [드레스덴(독일)=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작센 왕조의 오랜 수도로 ‘독일의 피렌체’라고도 불리는 문화 도시 드레스덴. 츠빙거 궁전, 군주의 행렬 등 예스러운 건축물에서 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원통형 유리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축구장 4개 크기인 2만7500제곱미터(㎡) 면적의 유리로 둘러싸인 이 건물은 지난 2001년 문을 연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이다. 전체 건물 벽면이 유리로 돼 있어 ‘투명 공장’, ‘유리 공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을 방문해 타워에서 출고를 준비 중인 차량과 전시 차량, 그리고 실제 차량 생산 작업장을 둘러봤다.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근무하고 있다.(영상=공지유 기자)◇‘마룻바닥’에서 차량 조립…투명창으로 누구나 관람생산 현장은 평소 상상하던 일반적인 공장의 모습과는 달랐다. 건물에 방문한 누구나 위층 투명한 창 너머로 작업자들이 조립 중인 폭스바겐 ‘ID.3’ 차량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었다. 생산 현장도 밝은 원목 마룻바닥으로 돼 있어 멀리서 보면 공장이 아닌 전시장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제조·생산 현장에 마룻바닥을 갖춘 곳은 전 세계에서 드레스덴 공장이 유일하다. 작업자들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생산 현장에서 자율 운반 로봇이 부품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영상=공지유 기자)마룻바닥 위에서는 흰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도장된 차체에 페달, 계기판 등 차량 부품들을 조립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는 최종 조립 작업만 진행하는데, 스테이션별 작업시간은 15분 45초다. 현장에서는 움직이는 마룻바닥 벨트 위로 자율 운반 로봇이 부품을 싣고 이동하고 있었다. 지난 2001년 공장이 문을 연 이후부터 현장에 도입된 자율 운반 시스템이라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에서 기자가 ID.3 차량에 ‘벤트 트림’을 조립하고 있다.(사진=폭스바겐코리아)이날 기자도 직접 조립 과정에 참여해 봤다. 차를 이루는 여러 부품 중 차량 후면부 ‘지하 창’(Cellar Window)으로 불리는 ‘벤트 트림’을 끼웠다. 올바른 방향대로 부품을 끼워 넣자 ‘딸각’ 소리가 나며 차에 고정됐다. 이 부품은 트렁크를 닫을 때 압축된 공기가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 비가 올 때 루프에서 물이 흘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생산 현장에서 차체와 하부 플랫폼이 만나는 ‘결혼’(marriage)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부품 조립 이후에는 배터리 시스템과 차체가 만나는 핵심 과정이 진행됐다. 라인에서 결합을 기다리는 ID.3 차체가 행거에 걸려 이동한 뒤, 수직으로 내려와 작업 장소에 놓인 배터리 플랫폼과 결합했다. 자동차 조립공장에서는 이 과정을 ‘결혼’(marriage)이라고 부른다. 공장 관계자는 “결혼 단계를 거친 제품부터 진정한 ‘차’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하루 단 26대 생산…“전동화 비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드레스덴 공장은 폭스바겐의 다른 공장에 비해 규모가 아담한 수준이다. 같은 드레스덴 작센주(州)에 있는 츠비카우 공장의 면적은 180만㎡인데, 유리 공장은 이것의 21분의 1 수준이다. 공장 직원 역시 350명 수준인데, 이 중 생산 인력은 1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몸집은 작지만 이 공장은 폭스바겐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드레스덴 공장은 2002년부터 생산된 폭스바겐의 고급 럭셔리 세단 ‘페이톤’을 위해 특별히 지어진 공장이다. 폭스바겐은 페이톤을 통해 브랜드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같은 전용 공장을 설립해 2016년 차량 단종 전까지 약 8만4000개의 페이톤을 이 공장에서 생산했다.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사진=공지유 기자)페이톤 단종 이후 해당 공장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2017년 e-골프 생산을 시작으로 현재는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차 ‘ID.3’ 한 가지 모델만 생산하고 있다. 드레스덴 공장 관계자는 “2017년 e-모빌리티 첫발을 내딛은 뒤 전동화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며 “차량 생산뿐 아니라 전동화·디지털화 전환 관련 쇼케이스를 열기도 하고, 신기술을 연구하는 파일럿 팩토리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둘러본 드레스덴 공장은 물량으로 수익을 내는 공장과는 달랐다. 페이톤을 생산할 때는 2교대 근무로 하루 약 56대 차량을 생산했는데, 현재는 1교대로 하루에 ID.3 차량 26대를 생산하고 있다. 도장 작업을 마친 차체를 가져와 최종 조립 작업만 하고 있어 다른 공장보다 물류비도 더 든다. 단순히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수익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마틴 괴데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총괄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한국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마틴 괴데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총괄은 이에 대해 “드레스덴 공장의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특징은 공장을 일반 고객에게 개방해 출고까지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마케팅 이벤트, 쇼룸 역할 등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생산 공장의 의미를 넘어 ‘미래전동화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폭스바겐은 향후 드레스덴 공장에서 ID.3뿐 아니라 브랜드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다른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괴데 총괄은 “드레스덴 공장은 전기차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다”며 “폭스바겐의 e-모빌리티 전환과 자율주행 분야 리더가 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량 몰수, 상한 없는 벌금…음주운전에 자비없는 美·英
- [이데일리 성주원 백주아 기자] 최근 휴가철을 맞아 안타까운 음주운전 교통사고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 근절 효과가 입증된 해외 주요국들의 다양한 정책들을 벤치마킹해 우리 현실에 맞춰 도입·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3042건으로 하루 36건꼴로 발생했다. 전체 사고 건수가 다소 줄면서 연간 사망자·부상자 수도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42%로, 마약류 사범 재범률(30%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일 세종경찰청은 전날 실시한 여름 휴가철 음주단속 및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서 음주 운전자 2명 등 총 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날 나성동과 도담동, 보람동 일대 도로에서 일제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美, 초범도 구금하고 차량 몰수…英, 벌금 상한 없어미국의 경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하다. 일부 주에서는 최초 음주운전 적발 시에도 구금(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구속) 이상의 처분을 내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차량 몰수 및 번호판 압류 제도다.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여러 주에서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거나 번호판을 압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네소타주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시 특별한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해 사회적 낙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미국은 음주운전 억제를 위해 보험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음주운전 적발 경력이 있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최대 159%까지 할증하는 등 경제적 부담을 크게 높이고 있다. 실제로 보험료 할증률이 높은 주일수록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적 부담이 음주운전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면허정지 기간 중 제한적 운전 허가와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역시 미국의 특징적인 정책이다. 제한적 운전 허가는 생계유지나 교육 등 필수적인 목적에 한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로 음주운전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동시에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의 호흡에서 알코올이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미국 내 많은 주에서 음주운전 재범 방지책으로 활용하고 있다.(그래픽=문승용 기자)영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1년6개월 이상 14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벌금에는 상한선이 없다. 또 최소 2년 이상 운전면허를 박탈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지난해 5월부터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 반드시 10년간 음주 운전 전력을 공개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을 도입했다.독일은 혈중알코올농도(BAC) 0.11% 이상인 경우 절대 운전불능 상태로 간주해 형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또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재취득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의료심리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 음주운전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접근이다.◇전문가들 “처벌 실효성 높이고 단속 의지 강화해야”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노력에도 사고 감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2019년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처벌 기준은 강화했지만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처리되는 등 처벌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전문가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천적으로 음주운전을 차단하고자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면허정지와 취소처분 병행, 알코올 치료프로그램 실시,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자동차 몰수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강력한 처벌뿐만 아니라 철저한 단속 의지도 필요하다”며 “단속에 걸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음주운전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CCTV 설치로 소매치기가 감소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면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정경일(왼쪽)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와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이영훈 기자)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법으로 인해 종합보험에 가입한 음주운전자들이 형사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 음주운전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윤해성 선임연구위원은 “교특법 폐지를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 감형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반성문 제출이나 공탁금 납부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관행이 실질적인 반성이나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보험 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적발 시 자동차보험료 할증률은 초범의 경우 9%, 재범의 경우 15%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최대 159%(평균 60%) 할증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음주운전 적발 경력이 있는 운전자에 대한 자동차 보험료 할증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비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2분기 전년비 6% 성장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24년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또, 비보가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8.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111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월간 스마트폰 트래커 마켓 펄스 서비스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세는 중국 최대의 쇼핑 행사인 618 쇼핑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매출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데 기인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실적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수요 회복을 반영한다면서, 202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비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유지비보가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8.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강력한 전국 유통망 덕분이다.비보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X 시리즈는 훌륭한 사진 촬영 기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이번 분기에도 강력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애플은 아이폰 15 프로 및 아이폰 15 프로 맥스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약 50%를 차지하며 강력한 선호도를 입증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 판매량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애플의 프로 시리즈에 대한 중국 iOS 사용자의 높은 선호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체 시장 내 점유율에서는 15.5%로 2위에 머물렀다.화웨이는 2024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4.5%라는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15.4%로 3위를 차지했다. P 시리즈를 Pura로 리브랜딩하며 출시한 Pura 70 시리즈와 Nova 12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화웨이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2020년에 기록한 최고치인 약 3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생성형 AI 기능으로 차별화2024년 2분기 동안 비보 S19, 오포 Reno12, 아너 200 등 중저가 스마트폰들이 업데이트되었으며, 특히 여성 사용자를 겨냥한 셀카 기능 향상과 다채로운 후면 커버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또한, 스마트폰 업체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제품 차별화에 나섰으며, 이는 이미지 배경에서 원치 않는 객체를 제거하는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카메라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하반기 경쟁 심화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하반기에는 바 타입 및 폴더블 모델을 포함한 프리미엄 제품 라인이 업데이트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 “배가 또 아파요” 과민성장증후군과 이별하려면?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시도 때도 없이 복통을 호소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병원을 찾아도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배는 계속 아프고 변비와 설사가 반복된다. 과민성장증후군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복통(주로 배꼽주위 또는 하복부)이나 복부 팽만감, 복부 불편감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또는 변비 등 배변 장애가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다행히 기능적 장애일 뿐, 대장암 등 악성 질환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대장내시경이나 엑스선(X-ray),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등으로 확인되는 특정 질환 역시 없다. 국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는 연간 140만 명 이상 안팎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2023년) 국내에서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140만8497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60만 명을 넘었다. 전 세계 유병률은 10~15%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영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복통 등의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지만 배변 후에는 호전되는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점액질 변, 설사 또는 변비, 복부팽만이나 잦은 트림, 방귀, 전신 피로, 두통, 불면, 어깨 결림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이런 증상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계속되더라도 치명적인 다른 질환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 증상은 복통… 빈혈·혈변·체중감소 보이면 他 질환 의심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화관 운동의 변화나 특정 음식 등에 의한 내장과민성, 감염 등으로 발생한 장내 세균총의 변화, 뇌-장관 상호 연관성,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20~30대에 흔하고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하고, 성별에 따른 유병률 차이도 크게 없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이다. 밤에 자다가 깰 정도의 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복통이 몇 달간 지속되고 설사나 변비 등의 배변 습관 변화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 복통은 배변 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고, 복부 팽만감이 종종 동반된다. 최소 6개월 전에 시작된 복통이 지난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될 때 의심할 수 있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중에는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건강염려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 급성 장염을 앓은 후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거나, 50대 이후 여러 위장관 등 내과적 문제로 신경이 과민해져 과민성장증후군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게실염(憩室炎·대장의 벽에 생긴 게실 내의 장의 내용물이 고여 발생하는 염증)을 앓고 나서 계속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잠에서 깰 정도의 심한 복통이 있거나, 단기간에 체중이 크게 감소하고 혈변이나 흑색변 등의 위장관출혈이 동반되는 경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과민성장증후군이 아닌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대장내시경을 한 적이 없는 50세 이상의 성인 △혈변이나 흑색변 등 위장관출혈 동반 △수면 중 깰 정도의 심한 통증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대장암이나 염증성장질환 등의 가족력 △철결핍빈혈 △대변분변검사에서 양성인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이나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다른 검사가 먼저 필요할 수 있다. 최영희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뇌와 장이 연결돼있는 자율신경계와 교감신경계에서 어떤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정 인과 관계를 딱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행인 점은 과민성장증후군이 죽을병이 아니고, 이 질환으로 인해 더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환자들이 집을 떠나면 제일 먼저 화장실 위치부터 파악해야 하는 등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심리적인 괴로움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습관 바꾸고 신체활동 늘리면 증상 개선에 도움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고지방식이와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가스가 많이 생기는 포드맵(FODMAP) 식이, 밀가루 음식, 술, 담배, 카페인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포드맵은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류로, 포드맵처럼 입자가 작은 당류는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분해되는데 이때 가스가 많이 생기게 된다. 콩이나 마늘, 양배추, 식빵, 우유, 사과, 인공감미료 등이 포함된다. 반대로 쌀이나 토마토, 바나나, 오렌지, 유당제거우유 등 저포드맵 식이(low-FODMAP diet)는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도 복통이나 변비, 설사 등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한 가지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본인에게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을 식이일지 등을 통해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증상의 개선, 장기적으로는 삶의 질 저하나 만성 피로감 같은 심리적 증상을 회복할 수 있다.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질병의 경과를 악화시킨다. 식사는 규칙적인 시간에 거르지 않는 것이 좋고, 급하게 식사를 하는 경우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변경만으로 증상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하게 되는데, 특히 설사나 변비가 동반된 경우 약물치료가 크게 도움이 된다. 최영희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자체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인스턴트식품이나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과민성장증후군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