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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몸값 급전직하' 11번가, 매각 장기화…깊어지는 회수 고민
-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11번가의 매각 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매각은 예상보다 낮아진 기업가치와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SK스퀘어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올해 말 예정된 콜옵션 행사 여부를 앞두고 다양한 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연말로 예정된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FI들은 앞서 몇 차례 매각 협상이 무산되자 SK스퀘어가 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는 방향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매각 대상은 11번가의 지분 100%로, SK스퀘어가 80.26%, 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로 구성된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18.18%를 보유 중이다. 2023년 말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나일홀딩스가 매각 주도권을 잡았으나, 매각 작업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FI들이 당초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이번 매각 작업의 주요 걸림돌이다. 지난 2018년 FI를 유치할 때 기업가치 2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았던 11번가는 2023년 말 SK스퀘어와 큐텐이 매각 협상을 진행할 당시 1조원, 현재는 5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매각 조건 및 절차를 두고 매도자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온다.한 IB업계 관계자는 “FI 입장에서는 원활한 엑시트를 위해 SK그룹의 콜옵션 행사가 필요하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부분 매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분율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11번가 매각 작업이 지연되는 또 다른 배경에는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쿠팡, 네이버쇼핑 등 주요 플랫폼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며 중견 플랫폼들이 고전하고 있다. 오아시스가 잠재 원매자로 거론되던 시점도 있었으나, 티몬과 위메프의 매각 실패 사례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현재 매각 주관사들은 국내외 잠재 원매자들과 접촉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이 11번가 매각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티몬, 위메프 등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들은 많지만 유통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신세계와 알리익스프레스 연합의 공세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AI 시대 사이버 공격, '보안 플랫폼화'로 실시간 대응"
-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글로벌 사이버 보안 기업 팔로알토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가 인공지능(AI) 시대 갈수록 고도화되는 사이버 공격에 ‘보안 플랫폼화’를 통한 효과적인 실시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이먼 그린 팔로알토네트웍스 일본·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연례 최대 사이버 보안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온 투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팔로알토네트웍스)팔로알토는 14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연례 최대 사이버 보안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온 투어 서울’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롭게 부상하는 사이버 보안 트렌드와 전략을 논의하고, 다양한 산업군의 국내 파트너사가 참여해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팔로알토는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시스템즈, 브로드컴 등과 경쟁 우위를 다투고 있다. 이전에는 방화벽 제품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보안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지만, 클라우드 시대를 맞이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AI를 접목한 엔드포인트 보안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통합적인 사이버 보안 솔루션 제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팔로알토가 지난해 IBM의 ‘큐레이더(Qradar)’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자산 인수를 완료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를 통해 자사 AI 기반 통합 보안운영 플랫폼 ‘코어텍스 XSIAM’에 IBM의 ‘왓슨x’ 거대 언어 모델(LLM)을 적용한다.사이먼 그린 팔로알토 일본·아시아태평양(JAPAC) 총괄사장은 “팔로알토는 지난 20년 동안 보안 업무만 수행하면서 플랫폼 통합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보안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MS가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도, 우리 수준의 플랫폼화를 통한 좋은 솔루션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박상규 팔로알토 코리아 대표는 “국내 고객사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한국IBM과 팔로알토네트웍스 코리아가 협업해 기존에 사용 중인 큐레이더를 코어텍스 XSIAM 엔진으로 마이그레이션(migration·더 나은 운영 체계로 옮아가는 과정)하는 것을 도와주는 밸류 프로포지션(가치 제안)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앞서 팔로알토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치(91억달러)보다 높은 91억2000만~91억7000만달러(약 13조4000억원)를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탓에 업계가 사이버 보안 관련 지출을 줄이기도 하지만, 서비스를 통합하고 번들링하는 자사 ‘플랫폼화 전략’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린 사장은 “작년에 90억달러 매출을 냈는데, 기업들이 보안 비용을 줄이기보다 자금 활용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팔로알토의 플랫폼화 접근 방식은 기술의 통합에 따른 경제적 이익, 즉 마이그레이션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그러면서 그는 국내 시장 집중 방안으로 “한국도 마찬가지로 고객사가 3~5년간 구독 및 지원 서비스를 구매하면 해당 기간 안에는 다른 기술로 갈아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1년이 남았다면 기존 계약을 매입해 우리의 플랫폼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 대표는 “사이버 보안은 기업의 생존과 관련 있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투자를 줄일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팔로알토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수많은 기업의 핵심 자산과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글로벌 넘버원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14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연례 최대 사이버 보안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온 투어 서울’에서 박상규 팔로알토네트웍스코리아 대표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위한 사이버 보안의 자동화, 통합 및 간소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팔로알토네트웍스)
- 석화사들, 장기 불황 늪 벗어나는 중…“작년 말부터 턴어라운드”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장기 불황 늪에 갇힌 석유화학주들의 주가가 증권가의 긍정적 전망으로 모처럼 반등했다. 주가가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글로벌 증설 조절 효과로 올해부터는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1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화학 업종이 전일 대비 2.07% 상승한 가운데, 대한유화(006650)(2.52%), LG화학(051910)(1.45%), 롯데케미칼(011170)(1.58%)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 패키징에 필요한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SKC(011790)도 3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해 전거래일 대비 4.84% 올랐다. SK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범용 석유화학 기업들 주가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급균형이 무너지자 재무적 리스크로 전이되며 진퇴양난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근접했다. 반도체 수혜를 받고 있는 SKC(4.3배)를 제외하면 0.2~0.7배 사이로 청산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0.2배, 대한유화는 0.3배로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고, LG화학도 창사 이후 최저치인 0.6배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석유화학사들의 실적 전망에 대해 작년 4분기까지도 적자지속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글로벌 증설이 크게 줄어드는 점에 주목했다. 에틸렌 순증설 규모는 2022년 1011만t으로 뛰어오르면서 수급 불균형의 주요 배경이 됐다. 중국 업체들도 글로벌 전체 업황 악화의 유턴을 맞으면서 신증설 계획을 지연했고, 증설 규모는 2024년 558만t, 2025년 206만t으로 낮아지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초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작년 말부터 에틸렌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작년 12월 이후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유가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과 누적된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더해지며 마진 개선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가면서 증설물량 감소와 중국 부양책 누적 효과 출현 등으로 수급밸런스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유가(나프타) 역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지 사업부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량이 호조를 나타냈다는 소식에 에코프로(086520)(5.62%), 에코프로비엠(247540)(7.79%), LG에너지솔루션(3.02%) 등 2차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 주가는 이날 급등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능력도 본격 확장된다.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121기가와트(GW)에서 271GW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300GW 규모에서 올해는 540GW로 늘어난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총 생산능력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미 지역에서만 최소 75GW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사들은 신사업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진출해있다. 대한유화는 분리막용 초고순도 레진을 판매하고 있고,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생산해 넘기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동박 생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 한국앤컴퍼니그룹 ‘SONIC’, 정비소→모터컬처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
-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 계열사 한국카앤라이프㈜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정비소 ‘SONIC(소닉)’ 도곡점이 모터컬처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한국앤컴퍼니그룹 프리미엄 자동차 정비소, ‘SONIC’ 도곡점 외부 모습.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14일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따르면 ‘SONIC’은 20년 이상 업력의 1세대 슈퍼카 및 하이퍼카 전문가들이 모여 프리미엄 차량에 대한 정비·튜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다. 특히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SONIC’ 도곡점은 슈퍼카 및 수입차 전문 정비센터로 이름을 알려 왔다.지난 2016년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차별화된 모빌리티 문화 전파를 시도함에 따라 SONIC을 인수, 자동차 문화의 다양성과 저변 확대에 나섰다.한국앤컴퍼니그룹은 SONIC 도곡점을 차량 정비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호주식 수제도넛 카페 ‘퀸즈베리 도넛하우스’가 새로 입점하면서 휴식과 모빌리티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다.한국앤컴퍼니그룹 프리미엄 자동차 정비소, ‘SONIC’ 도곡점 실내 모습.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앤컴퍼니그룹 프리미엄 자동차 정비소, ‘SONIC’ 도곡점 실내 모습.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앤컴퍼니그룹은 운영 중인 모터컬처 브랜드 ‘드라이브(DRIVE)’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이같은 리노베이션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드라이브’는 미래 지향적인 모빌리티 문화와 예술, 음악, 패션, F&B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들을 결합한 독특한 브랜드 경험을 통해 젊은 소비자에게 한국앤컴퍼니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그간 드라이브는 모터 컬처 패션 브랜드 ‘슈퍼패스트’와 협업 의류를 출시하고 ‘하이퍼컬렉션’ 현대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넓혀 왔다. 앞으로 한국앤컴퍼니는 드라이브를 통해 자동차 관련 서비스와 다양한 방면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한 프리미엄 토탈 모빌리티 커뮤니티 공간 오픈, ‘워크웨어’ 트렌드에 부합하는 스타일리시한 작업복 및 정비복 출시, ‘드라이브’ 고유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차량용품 브랜드 굿즈 개발 등에 나설 계획이다.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일방향으로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던 공간을 고객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양방향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색다른 모터컬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한국앤컴퍼니그룹 프리미엄 자동차 정비소, ‘SONIC’ 도곡점 외부 전경.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 "한국은 수소경제 선두주자, 초기 스타트업 발굴해 키우겠다"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2020년 어느 날.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박사 학위를 받은 한인 학생 네 명은 수백 곳의 글로벌 투자사에 이메일을 보낸다. 유학 시절 ‘네 명 중 누구 하나라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에 도전하자’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의 첫 발을 내디뎠던 것. 이들은 수소와 질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활용해 탄소 배출 없는 ‘청정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2050년까지 운송산업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수백 곳의 투자사 중 답장을 보낸 곳은 단 다섯 곳뿐이었다. 실질적으로 돕겠다는 뉘앙스보다는 피드백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 이들의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본 한 벤처캐피탈(VC)은 이들을 직접 만난 후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매주 심야 회의를 거친다. 수개월 후 사업모델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자 이 VC는 첫 투자를 집행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을 다양한 운송 수단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아마존 기후공약기금으로부터 2000만 달러(약 292억원)를, 2022년과 2023년에는 SK이노베이션 주도의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각각 4600만 달러(약 673억원)와 1억 5000만달러(약 2194억원)를 유치했다. 약 7300억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AP벤처스가 발굴한 한인 스타트업 ‘아모지’의 이야기다. AP벤처스는 영국의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에서 지난 2018년 분사한 VC로, 탈탄소화 관련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주요 LP로는 앵글로 아메리칸 외에도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와 스미토모,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을 두고 있다. (왼쪽부터) 영국 AP벤처스의 찰리 클라크(Charlie Clark) 투자 매니저와 페니 프리어(Penny Freer) 회장.(사진=AP벤처스 제공)◇ 소규모 혁신기업이 떠받치는 수소경제이데일리는 AP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페니 프리어 회장과 찰리 클라크 투자 매니저를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프리어 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25년 이상을 몸담았던 영국 금융 전문가다. 과거 글로벌 자산관리운용사 베어드에서 영국 주식 투자 운용 부문을 책임졌고, 프랑스 기반의 증권사 크레딧리오네스에선 중소형 주식 운용 부문을 이끌었다. 현재 그는 AP벤처스 외에도 영국 채용·인재관리 회사 엠프레사이라그룹과 스코틀랜드 기반의 광업 회사 와이어그룹의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프리어 회장과 클라크 투자 매니저에게 ‘수소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묻자 이들은 “탈탄소화 가속화로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고,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철강과 항공,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함은 물론,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프리어 회장은 “(수소경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있었지만, 과거의 직무 경험을 살리기에 최적화된 분야였다”고 답했다. 프리어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소규모의 혁신 기업들과 함께 일을 해왔는데, 현재 수소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체가 바로 이들”이라며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크 투자 매니저도 “순수과학과 광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직무 경험이 풍부한 AP벤처스 식구들은 환경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기회를 얻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AP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는 수소 경제와 탈탄소화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미국 탄소중립연료(e-fuel) 전문 기술 기업 ‘인피니움’ △물 전기분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고효율 전해조를 개발하는 노르웨이 기반의 ‘하이스타’ △독일 기반의 산업용 액체 유기 수소 운반체 기술 개발 기업 ‘하이드로제너스 LOHC’ △수소 압축 기술을 개발하는 ‘하이ET 하이드로젠’ 등이 있다. 이들 중 하이ET 하이드로젠은 지난 2021년 호주의 다국적 광업 및 에너지 기업 ‘포르테스크 메탈 그룹’에 인수됐다.◇ “수소경제 선두주자 韓, 끈끈한 파트너로”유럽과 미국 투자에 힘을 싣고 있는 AP벤처스는 한국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프리어 회장은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화에 힘을 싣는 대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발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수소 인프라에도 대규모로 투자하고, 기술 발전과 정책 지원, 공공-민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수소 경제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가”라며 “수소 생산과 비용 효율적인 저장 및 유통 솔루션은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데, 이 부분과 관련해 AP벤처스와 한국 간 협력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술력이 있는 초기 스타트업을 AP벤처스가 발굴하고 성장시키면, 추후 민간 협력으로 글로벌화를 꿈꿔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프리어 회장은 특히 “AP벤처스의 LP 다수는 공동 투자를 선호한다”며 “AP벤처스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한 후 시리즈B와 C 등 후속 단계에 함께 참여해 포트폴리오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자주 포착된다. LP와 함께 포트폴리오사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갖춘 셈”이라고 설명했다.프리어 회장과 클라크 파트너에게 비전을 물었다. 그들은 “지난 2020년만 해도 수소경제를 논할 때 대부분이 낙관론을 펼쳤다”며 “이제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시각으로 수소경제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와 관련된 공급망이나 가치 사슬에 일정 수준의 성숙도를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이를 꾸려나가는 것은 AP벤처스가 단독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 생태계를 보다 발전시키고,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美서 매출 폭등 예고한 녹십자, 강달러에 미소…변수는
-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원화 대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미국 매출 확장을 예고한 녹십자(006280)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판매 대금이 달러로 지급되기 때문에 실질적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져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제공= GC녹십자)3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미국 혈액원 ‘ABO 홀딩스’ 지분 100% 취득을 위한 대금 1380억원을 오는 31일까지 납부할 예정이다. 이번 지분 취득은 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 확보를 위해서다. 녹십자는 미국에서 혈장원료를 수입해 충북 오창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조한 후 다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폭풍성장에 환차익 기대시장에서는 올해 녹십자의 알리글로 매출을 전년 대비 191.9% 성장한 1746억원으로 예상한다. ABO 홀딩스 인수 발표 전 시장에서 제시한 예상 매출액은 1500억원이었으나, 인수 후 상향 조정됐다. 여기다 지난해 8월 미국 내 주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전문약국 등과의 계약으로 처방 확대에 따른 빠른 매출 상승도 가능해졌다. 특히 녹십자가 ABO 홀딩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드는 1380억원은 환율 변동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된 액수다. 계약 당시 환율은 1428원이었으며, 이를 원화로 환산해 지급한다. 환율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특수 조항으로 녹십자는 최근의 강달러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상당한 환율 방어 효과를 거둔 셈이다. 2024년 알리글로 매출은 이미 5000만 달러(약 733억원)를 넘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1월까지 4700만 달러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알리글로 매출은 달러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적지 않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1년 전인 2024년 1월 3일 환율(1299.30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목표 매출 5000만 달러를 원화로 단순 계산하면 649억5000만원이지만, 2025년 1월 3일 환율(1468.8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34억9500만원이 된다. 환율 차이로 발생하는 추가 수익만 85억4500만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1300원 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 선에 근접했다. 새해에도 글로벌 달러화 강세 분위기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올해 녹십자의 미국 매출이 전년 대비 120% 가량 성장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환차익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녹십자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ABO 홀딩스 인수를 추진했다. 이번 인수로 혈장분획제제의 원료 확보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도 2일 을사년 신년사를 통해 알리글로의 미국 안착을 높게 평가하며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세 부과’ 불확실성은 변수다만 변수도 있다. 미국의 필수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필수의약품 생산 자국화를 위해 관세 부과, 수입 제한 등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알리글로 같은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FDA가 지정한 필수의약품 대상이다. 현재 대다수 의약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필수품으로 분류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녹십자 측은 이에 대해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미국 내 혈액제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아직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관세를 부과하면 자칫 약가 인상이나 공급 부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ABO 홀딩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회사로, 뉴저지와 유타, 캘리포니아 등 3개 지역에 6곳의 혈액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 텍사스주에 2곳의 혈액원을 추가로 건설 중으로, 2026년 완공되면 총 8곳의 혈액원이 가동될 예정이다.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선천성 면역 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이 제품은 GC녹십자의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공법을 통해 제조,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 검출을 최소화하는 등 기존 약물 대비 뛰어난 안전성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104억 달러(15조3264억원)로 알려진다.
- 1분기 만기 물량 ‘24조’…회사채 차환 이어진다
-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올해 1분기 만기 도래를 앞둔 회사채 물량이 24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차환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연초 회사채 수급 현황을 살펴보고, 수요예측 모집 물량과 증액 발행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분위기다.[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13일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는 총 24조6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19조6694억원)와 비교했을 때 25.1%가량 늘어난 규모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이다. 이어 △2분기 18조9411억원 △3분기 14조9981억원 △4분기 8조8956억원 등의 순이다.올 한해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전체 회사채 만기 물량은 67조4475억원으로 지난해 만기 물량(73조3997억원) 보다 적다. 올해 상반기에 갚아야 할 빚이 쏠려있는 셈이다. 만기 쏠림과 연초효과가 맞물리면서 차환발행 수요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를 북에 담고자 적극적으로 자금 집행을 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게 되지만, 탄핵 정국에 따라 투자심리 위축현상이 우려됐다. 실제로 기업들은 채권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모 회사채의 구체적인 발행 물량이나 수요예측일을 확정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 수요예측에서 조 단위 자금이 모이는 등 수급 부담이 완화하자 서둘러 기업설명회(IR)와 인수단 모집에 나섰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본부장은 “첫 발행주자로 나선 기업들의 수요예측 흥행 여부를 지켜보고 나서 증액 발행 물량을 확정하고 있다”며 “이달 말 설날 연휴와 트럼프 취임식 등을 두고 그 전이나 그 후 발행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앞서 포스코(AA+)는 지난 6일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총 5000억원 모집에 3조465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며, 기분 좋게 회사채 시장 막을 올렸다. 증액 발행을 해도 발행금리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에 대해 “경기 둔화 국면에서 탄핵정국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세해 전반적인 기업실적 저하폭이 커질 수 있고, 신용등급 하향 압력 우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시장은 투자심리가 일방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업황과 재무완충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수요예측에 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후 수요예측 물량도 사업실적과 재무구조를 아우른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다면 포스코와 같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오는 1월 중 회사채 발행을 확정 지은 기업은 3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예측을 앞둔 곳은 SK하이닉스, 동원산업, 한진, KCC글라스, 신세계, 현대제철, 예스코홀딩스, SK인천석유화학, HL D&I 한라, 두산, 코웨이, 롯데렌탈, SK가스, LG화학, 한국항공우주, 나래에너지서비스, 한솔케미칼, HD현대케미칼, SK케미칼, 한화에너지, 대한항공,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웰푸드, 미래에셋자산운용, SK지오센트릭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