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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100년 풍상 등대…그를 지킨 두섬이 반갑다하네
- 옹도 등대 전망대에서는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그 사이로 배들이 장난감처럼 오간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멈추는 작은 섬’. 어디선가 홀로 등대를 지키고 있을 등대지기를 생각하며 누구나 어릴 적에 불러 봤을 노래 ‘등대지기’다. 한밤 나지막이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아무도 없는 까만 밤바다의 쓸쓸함이 가슴을 채운다. 깊은 밤 홀로 바다를 지켜야 하는 외로운 등대와, 그보다 더 외로울 등대지기의 모습도 머릿속에 교차한다. 외로운 존재에 대한 공감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등대지기가 동요 이상으로 들리던 어느 날 문득 등대에 가고 싶어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서 등대를 향한 부푼 기대를 했던 램지 부인의 아들 제임스처럼….옹도 등대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나무데크가 깔려 있어 오르기 편하다옹도 등대의 광장에 있는 옹기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는 관광객들◇100여년 만에 열린 바닷길, 신비의 섬 ‘옹도’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옹도 등대를 택했다. 충남 태안군 안흥외항에서 서쪽으로 30~40분(12km) 쯤 떨어진 면적 0.17㎢(5200여평)의 작은 무인도다. 이 아름다운 등대는 아쉽게도 우리의 필요가 아닌, 일본의 요구로 세워졌다. 때는 러·일전쟁이 끝난 1907년 1월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은 1906년부터 항로표지를 건설하면서 총 26개의 등대를 세웠다. 그중 아홉번째로 들어선 등대가 바로 옹도 등대다. 이후 옹도 등대는 바다에서 일어난 격량의 역사를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비추고 지켜봐 왔다. 그러다 지난 2013년에 빗장을 풀었다. 외지인의 발길이 늘었단 것 외에 옹도 등대는 지금도 변함없이 묵묵하게 바다를 지키며 누군가를 안전한 길로 안내하고 있다.옹도는 이름에서 보듯 옹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뿌연 해무 속에서 드러나는 섬의 모습에서 옹기의 모습을 떠올렸던 거다. 측면에서 보면 작은 고래를 닮기도 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선 등대는 고래가 숨 쉬며 내뿜는 분수를 빼닮았다.옹도 선착장에 내려서면 갯메꽃이 이방인을 맞는다. 이맘때면 갯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암벽 사이에 핀 모습을 보자니 제법 절해고도의 느낌이 난다. 섬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목재 데크로 조성한 길이다. 거리는 채 400m가 못 된다. 산책로 초반은 가파른 계단이다. 모두 270여 개라고 한다.섬 중턱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동백 잎을 본뜬 초록빛 차양 사이에 장승이 섰고, 옹기 포토존도 조성했다. 옹기 포토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한 조형물이다.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전망대에 서면 시원한 풍경이 두 눈에 가득 찬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그 사이로 배들이 장난감처럼 오간다.동백 터널을 지나면 곧 섬의 정상이다. 제법 너른 공간에 등대와 광장, 숙소 등이 들어찼다. 광장에는 옹기와 고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섬이 옹도, 혹은 고래섬이라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등대 아래는 전시관이다. 전시물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종과 DGPS다. 무종은 이름에서 보듯 종이다. 등명기가 없던 시절, 해무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소리로 섬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DGPS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오차를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옹도 등대는 그러니까 항로표지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등대 아래로도 산책로가 나 있다. 목재 갑판을 따라 섬 가장자리까지 갈 수 있다. 멀리 바다 너머로 중국이 탐낸다는 격렬비열도가 있다는데, 아쉽게도 짙은 해무 탓에 이를 볼 수는 없었다.가의도의 대표적인 기암괴석인 ‘독립문 바위’◇독립문 바위·사자 바위 등 뱃길마저 즐겁다옹도까지 들어가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나올 때는 1시간 남짓 걸린다. 가의도와 일대의 풍경들을 돌아본 뒤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의도라는 이름은 옛날 중국의 가의(賈誼)라는 사람이 이 섬에 피신해 살았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이 섬이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 가에 위치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작은 섬은 봄꽃으로 이름났지만 갯바위들이 만든 풍경도 빼어나다. 가의도의 신장벌 해변 앞으로 사자바위, 독립문바위(‘아기 업은 코끼리바위’라고도 함)와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이 무수한 무인도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객들은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중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이다.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이다. 커다란 갯바위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모양을 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마귀할멈바위’라고 부른다. 오래전 마귀할멈이 조류 거세기로 악명 높은 ‘관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봤는데, 그때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독립문바위 우편에 나란히 붙어 있는 ‘돛단바위’가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돛을 단 풍선을 닮아서라고 한다. 가의도에는 중국 장수에 얽힌 고사가 전해져 온다. 현지 관광해설사가 전한 내용은 이렇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가씨 성을 가진 명나라 장수 3대가 조선에 파병됐다. 임진왜란 때는 1, 2대가, 정유재란 때는 3대가 함께 왔다. 이들이 태안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전열을 추스른 곳이 가의도다. 당시 이들의 수행원 가운데 주씨 성 가진 이는 전란 뒤에도 귀환하지 않고 아예 가의도에 터를 잡았다. 한데 정유재란 때 문제가 생겼다. 손자만 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전사한 것이다. 손자는 둘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기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현재의 태안 남면에 숭의사를 짓고 정주하게 됐다고 한다.가의도에서 뱃길을 재촉하면 사자바위가 나온다. 태안의 바닷길을 지킨다는 바위다. 수사자가 갈기를 날리며 앉아 있는 모양새다. 사나운 수사자가 웅크린 채 포효하는 듯 서 있다. 중국을 향하여 있는 이 사자 형상은 우리 바다를 지키는 모습이다. 사자바위 앞은 관장목이다. 전남 진도의 울돌목처럼 조류가 거세기로 악명이 높은 수로다. 사나워 보이는 검푸른 바닷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안흥항 옆 마도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보물선도 관장목을 건너려다 침몰했다고 한다.여객선 승객들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고 있다◇여행메모△가는길= 옹도까지는 하루 한 번 유람선이 오간다. 오후 2시 안흥외항을 출발해 오후 5시쯤 돌아온다. 휴가철 성수기에는 하루 두 차례로 증편된다. 선비는 2만 3000원이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먹을곳= 딴뚝식당(673-4171)은 굴밥을 잘한다. 돌솥밥 위에 굴을 잔뜩 얹어 끓여낸다. 안면도 꽃지해변 앞에 있다. 태안 읍내 바다꽃게장(674-5197)은 꽃게찜과 꽃게장, 태안등기소 앞 토담집(674-4561)은 우럭젓국으로 각각 이름났다.옹도 반대편에서 바라본 옹도 등대
- "인상 없다"→"단계적 인상"..文 정부 오락가락 경유세(종합)
-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준비 중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단계적인 경유값 인상 입장을 밝혔다.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표 위원장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유 가격을 단계적으로 서서히 인상을 유도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며 “몇 단계로 나눠서 경유 전체의 소비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나 정부 장관급 인사 중에서 경유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표 “경유값 끌어올려야”..인상 공식화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가운데)과 공동 부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김 위원장은 “미세먼지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같은 수준 또는 휘발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그런 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경유 가격(1237.9원/ℓ·6월 넷째주 기준)이 휘발유 가격(1447.6원/ℓ)보다 리터당 200원 가량 싸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가격 체계를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 개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생계용 경유차)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하면서 내년 재정개혁 때 (인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은 통화에서 “경유세를 어떻게 할지는 신설하는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안다”면서 “특위에서의 경유세 논의 결과가 내년 하반기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 개정안은 내년 7월께 마련될 예정이다.김 위원장의 ‘단계적 인상’ 발언이 알려지자 관계 부처는 이미 뒤숭숭한 분위기다. 민감한 조세정책인데 양측이 조율된 게 없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당혹스럽다”며 “현 단계에서 경유세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세제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기재부와 협의한 게 아니다”면서도 “국정기획위에서 방향이 정해지면 그 쪽에 따라 (세법 개편 관련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한 달간 경유세 관련 조세정책은 오락가락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5일 공개된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8월에 연구용역 (최종)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에너지세제 개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경유값 두배 올려도 미세먼지 2.8% ‘찔끔 감소’현행 휘발유 대 경유의 상대가격(100대 85)에서 경유를 112.3까지 올린 열 가지 시나리오, 미세먼지는 PM2.5 배출량 측정치, 경유 가격을 리터당 2648.7원까지 현재보다 1400원 가량 올려도 국내 총배출량 대비 미세먼지 최대 감축량이 2.8%에 불과했다. [단위=원/리터, 출처=한국조세재정연구원]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붙은 유류세가 각각 60%, 52%에 달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올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회원국 현황(작년 4/4분기 평균 기준)에 따르면, 국내 경유 가격에서 세율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50.7%)보다도 높았다. 미국, 일본, 캐나다보다도 국내 경유에 붙는 세금 비율이 높았다. [6월 넷째주 기준, 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하지만 사흘 만에 이 입장이 다시 바뀌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조세·재정특위를 신설해 하반기부터 경유세 등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김진표 위원장이 6일 단계적 인상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재부가 “개편·인상이 없다”고 밝힌 지 10일 만에 “단계적 인상”으로 발표를 뒤집었다. 김 위원장 입장대로 경유세가 인상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의뢰해 지난 4일 발표된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에 따르면, 경유 가격을 현재보다 두 배 비싼 가격(ℓ당 2636원)으로 올려도 국내 대기오염물질 총 배출량(2014년 기준) 대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2.8% 줄어드는데 그쳤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경유세를 올리면 국민 부담만 늘어나고 미세먼지 감축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2 담뱃세’ 논란이 일어 국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김정숙여사 獨 윤이상 묘지 찾아…'원조 블랙리스트' 재평가받나
- 윤이상 작곡가(사진=통영문화재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윤이상은 남한과 북한, 동양과 서양의 두 세계에 몸담아온 특이한 존재였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 평전을 낸 박선욱씨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고(故) 윤이상(1917~1995)의 묘소를 가장 먼저 찾아 참배하면서 음악가 윤이상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그는 ‘원조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세계적인 작곡가로 손꼽히지만 과거 북한 방문과 관련된 논란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 김 여사의 이번 방문으로 음악가 윤이상이 재평가 받게 될지 음악계는 주목하고 있다.음악적으로 윤이상은 동양과 서양을 끌어안았다. 사상적으로는 남북한 사이에서 이념 논쟁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그의 음악은 유럽에서의 위상과 달리 국내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를 기리는 사업들마저 정부 검열과 대중의 무관심으로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다수 마련됐다.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성악전공’ 김정숙 여사, 윤이상 묘지에 동백나무 심다김 여사는 이날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공수해온 동백나무를 묘지에 심었다. 그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을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금색으로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김 여사는 경희대에서 성악과를 전공했다. 이날 참배에는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과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인 홀가 그로숍 등 윤이상 선생의 제자들이 함께했다.박영희 전 교수는 “윤이상 재단이 2008년 고인의 생가를 매입했지만, 예산 문제로 기념관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윤이상을 기념하기 위한 ‘윤이상 평화재단’을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김 여사는 이와 관련 “한국이 지금까지 정치상황이 그래 가지고…”라며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동양과 서양 음악 융합시킨 현대음악가 1960년대부터 독일에 체류한 윤이상은 유럽에서 동서양의 음악 기법·사상을 융합시킨 현대음악가로 평가받는다. 가야금 연주의 농현 기법을 비브라토로 바꿔 표현하고, 민요와 판소리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서 내는 기법을 첼로나 바이올린 연주에 사용했다. 이를 통해 ‘동서양을 잇는 중계자 역할을 한 음악가’라는 지위를 얻었다, 1960년대 후반 박정희 정권과 중앙정보부는 이른바 ‘동백림 사건’의 간첩 혐의로 윤이상을 독일에서 국내로 납치해와 고문을 자행하고 2년 가까이 교도소에 감금했으며 세계적 비난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석방한 뒤 추방했다(사진=통영문화재단).음악계에서는 “뿌리와 과정이 다른 두 세계의 문화 사이에서 창조의 고뇌를 끌어안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로 평가한다. 윤이상은 이런 공로로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1988), 함부르크 자유예술원 공로상(1992) 등을 받았다. 독일 자어브뤼켄 방송은 1995년 윤이상을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에 선정했다. 동시에 윤이상은 국내에서 친북 인사로 낙인찍혀 있다. 그는 1967년 동베를린(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북한 방문이 빌미였다. 독일 유학생 시절 북한에 있는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직접 보겠다며 방북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기소되면서 줄곧 이념 논란에 시달렸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슈토크하우젠·지휘자 카라얀 등 세계적 음악가 200명이 탄원서를 제출해 풀려난 뒤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할 때까지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은 2007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권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밝혀졌다. 윤이상평화재단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매년 가을 그의 고향 경남 통영에서 열려온 ‘윤이상국제콩쿠르’가 좌초 위기에 놓일 뻔했다. 윤이상평화재단은 “윤이상은 이념을 뛰어넘은 민족주의자”라며 “그는 일제강점기 때 무장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 직후 일본에서 돌아온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만드는 등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자기 몸을 던져 시대와 호흡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상처입은 용’ 국내외서 불러내다윤이상을 조명하는 일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올해 탄생 100돌을 맞아 그의 음악은 ‘줄소환’ 중이다. 코리안심포니는 오는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윤이상의 유작으로 알려진 ‘화염 속의 천사’를 연주한다. 국내 연주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서울시향(1999년)과 부산시향(2001년)이 연주한 바 있다.‘화염 속의 천사’는 독재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분신자살을 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윤이상이 1995년 발표한 교향시다. 소재와 내용 때문에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인식돼왔다. 코리안심포니는 “이 교향시를 실연으로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며 “반평생 조국을 잃은 유랑민으로 살다간 윤이상의 삶을 떠올리며 감상한다면 그 의미가 더 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윤이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첼리스트 고봉인은 9월22일 금호아트홀에서 헌정 무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경기도립극단이 오는 7~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보일 예정인 연극 ‘윤이상: 상처 입은 용’ 출연진. 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은 연령별 윤이상 역을 달리해 격동의 역사에서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려낼 방침이다(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그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도 무대에 오른다. 경기도립극단은 오는 7~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연극 ‘윤이상: 상처 입은 용’을 선보인다. 윤이상의 출생 일화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10대 시절부터 50대까지 연령대별로 다른 윤이상을 등장시켜 그의 삶을 재연한다. 윤이상의 어머니는 태몽으로 용을 꾼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용은 지리산 상공을 휘돌고 있었는데, 몸에 상처가 있어 하늘 높이 날지는 못했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윤이상의 삶은 ‘상처 입은 용’과 닮았다.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에서는 올초 ‘2017 통영국제음악제’를 시작으로 그의 음악이 1년 내내 울려퍼진다. 9월 2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과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하모니아 등을 연주한다. 이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윤이상 음악으로 유럽투어를 간다. 함부르크 엘필하모니의 공식 초청을 받아 유럽 4개국가에서 6번의 공연을 진행한다. 윤이상은 1958년부터 1994년까지 기악곡 101곡, 성악곡 17곡 등 총 118곡을 지었다. 윤이상은 교도소에 있던 때 쓴 세 곡을 빼고 모든 작품을 유럽에서 창작했다.작곡가 윤이상의 생전 모습(사진=통영문화재단).
- 외식업계, 때이른 무더위에 냉메뉴·열메뉴 열전
-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전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등 6월 초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무더운 초여름 날시에 입맛을 잃기 쉽다. 외식업계는 여름 입맛을 되찾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특히, 몸 속까지 시원해지는 차가운 메뉴는 물론 이열치열을 내세우며 선보이는 뜨겁고 매콤한 메뉴도 인기를 끌고 있다.착한새우튀김냉소바 (사진=스쿨푸드 제공)무더위에 지쳤다면, 살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면 요리로 달아오른 속과 입맛을 시원하게 풀어주자.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열을 달래 준다는 메밀 냉소바는 대표적인 여름철 별미다.종합외식기업 SF이노베이션의 캐주얼 한식 브랜드 ‘스쿨푸드’는 시원하고 새콤한 국물 맛이 일품인 ‘착한 새우튀김 냉소바’로 여름철 고객 공략에 나섰다. 착한 새우튀김 냉소바는 고소하고 쫄깃한 메밀 국수에 바삭 바삭한 새우 튀김이 올려져 있는 스쿨푸드의 여름철 대표 메뉴로,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특제 육수와 고소한 면발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여름 무더위로 지친 입맛을 돋구는 데 제격이다. SPC삼립(005610)이 운영하는 우동 전문매장 ‘하이면 우동’은 겨울을 대표하는 메뉴인 ‘우동’에 얼음을 띄운 냉 우동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하이면 우동의 ‘냉우동’은 여름 한정으로 출시된 메뉴로, 시원한 가쓰오 육수에 쫄깃하고 탱탱한 우동면발이 돋보이는 메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면 전문점 제일제면소는 여름을 맞아 제일제면소의 生메밀칼국수면을 사용해 만든 ‘냉(冷) 메밀칼국수’와 ‘비빔 메밀칼국수’ 등 2종을 선보였다. 냉(冷) 메밀칼국수는 살얼음을 띄운 시원한 육수에 청양고추를 넣어 개운한 맛을 더했으며, ‘비빔 메밀칼국수’는 특제양념에 장조림과 무초절임, 메밀순을 올려 매콤하게 즐기는 메뉴다.땀을 쏙 빼는 매콤하고 뜨거운 음식으로 다스리라는 이열치열을 강조한 메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매운맛 열풍이 이어지면서 무더위를 타파할 얼큰한 메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감성주점 브랜드 ‘김작가의 이중생활’가 출시한 신메뉴 ‘가지마라’ 는 매콤하고 얼얼한 맛으로 여름철 입맛에 활기를 더해줄 메뉴다. 가지마라는 사천 요리에 자주 쓰여 매콤하고 얼얼한 맛을 내는 주재료인 ‘마라소스’와 가지를 활용해 만든 중화풍의 볶음 요리다. 롯데리아의 유럽풍 홈메이드 브랜드 빌라드샬롯은 여름 신메뉴로 무더위에 맞선 ‘이열치열’ 콘셉트를 내세운 ‘스파이시 베이컨 피자’와 ‘스파이시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스파이시 베이컨 피자는 매장에서 직접 반죽한 생도우에 매콤한 소스로 볶은 버섯과 베이컨 토핑을 곁들여 430도의 화덕에서 구워 피자 중앙에 샐러드를 추가한 메뉴이며, 스파이시 스테이크는 강한 매운 맛을 내는 청양고추와 대파로 만든 퓨레를 곁들인 스테이크 메뉴다. 지난 2015년 매운맛의 시초가 된 ‘굽네 볼케이노’를 출시해 화제가 된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기존 굽네 볼케이노보다 매운 맛을 2배 더 강한 ‘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를 출시했다.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는 매운맛을 측정하는 표준 단위인 스코빌 지수가 기존의 굽네 볼케이노 보다 무려 2배나 높은 1만2288 지수로, 혀가 얼얼해지는 극강의 매운맛을 자랑한다.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 (사진=굽네치킨 제공)
- [지금 편의점&]'컵라면은 No!'...1770원으로 한끼 식사 해결하기
-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편의점을 ‘한끼 때우러 가는 곳’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구(舊)세대 ‘셀프인증’이다. 편의점은 변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진화했다. 적어도 먹거리에서는 말이다. 이제 짤랑이는 오백 원짜리를 쥐고 컵라면 호호 불어먹던 편의점은 옛말이 됐다. 국밥 하나에도 6000원을 내야 하는 이 잔인한 시대에, 편의점은 무려 ‘계란을 넣은 봉지라면’을 팔고 있다.편의점에 봉지라면을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기계가 등장했다. ‘뭐 별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그렇다. 별건 아니다. 다만 이 단순한 조리기계는 한강 둔치 빼곤, 시내 편의점 내에 몇 군데 없다. ‘희귀템’인 셈이다. 지난 21일, 즉석라면 기계가 있다는 최신식 편의점 ‘위드미 충무로 2호점’을 찾았다. 신용카드의 ‘퍼가요’ 탓에 통장도 기자도 같이 배를 곪던 날이다.‘위드미 충무로 2호점’에 설치된 즉석라면 조리기계. (사진=박성의 기자)라면 조리기계는 편의점 2층에 있었다. 조리기계 앞에 서면 형형색색 봉지라면이 반긴다. 주저 없이 국민라면 ‘S라면 매운맛’을 집어 들었다. 라면을 들고 조리기계 옆에 설치된 무인계산대 앞에 섰다. ‘이거 어떻게 쓰나?’ 3초 정도 머뭇거렸다. 그 찰나 앞에 서 있던 드론을 든 초등학생 김진하(11) 군이 새치기해 왔다. 반항할 새도 없이 김군은 도도하게 ‘S모 페이’를 이용해 봉지라면을 계산했다. 능숙했다. 4차 산업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기자도 김군의 동선을 따라 계산을 마친 뒤, 조리기계에 라면을 올렸다. 위드미가 설치한 라면 조리기계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봉지라면을 일회용 조리 그릇에 올리고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끓여준다. ‘우리 집 냄비’ 아니면 라면 물 조절에 실패한다고 자조할 필요도 없다. 기계는 친절하다. 일반라면, 짬뽕라면, 볶음라면, 짜장라면 등 라면 종류에 맞는 최적의 물량이 각각 설정돼 있다. 계란 소포장 상품인 ‘계란 한알’. 이름 그대로 계란 1개를 포장해 판매하는 제품이다. (사진=박성의 기자)라면이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는 중, 앙증맞은 계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상품명은 ‘계란 한 알’. 감히 말하건대, 이 계란의 등장이 편의점의 지위를 ‘때우는 곳’에서 ‘식사하는 곳’으로 격상시켰다. 컵라면만 먹는 것과 반숙 계란까지 풀어서 봉지라면을 먹는 것은 ‘클래스’가 다르다. 전자는 한 끼 ‘때운’ 사람, 후자는 한 끼 ‘먹은’ 사람. 포만감의 차이는 크다. 계란 한 알을 사서 라면에 투하했다. 편의점에서의 첫 ‘한 끼 식사’가 완성됐다. 편의점에서 즉석라면 조리기계와 ‘계란 한 알’을 이용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사진=박성의 기자)오후 6시 22분, 편의점에 들어가 봉지라면(720원)과 계란 한 알(550원), 조리기계 사용료(500원)를 합해 1770원으로 저녁식사를 끝냈다. 라면을 구매하고 라면이 꼬들꼬들 익는 데까지는 6분이 채 안 걸렸다. 빨리 먹고 싶어서 컵라면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의 후유증일까. 500원이 넘는 계란 한 알의 가격에 다소 놀라긴 했지만 봉지라면을 조리해주고, 계란 한 알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혼족’(1인가구)에겐 일종의 복지다.
- 교육부장관에 '혁신 아이콘' 김상곤 지명…개혁 가속도 예고
-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인사로, 교육계 내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대영초등학교에서 열린 교육정책 간담회에서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교육부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개혁’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그가 강력히 주장해 온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나 외고·자사고 폐지가 실현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교련반대 운동 주도 1949년 광주 출생인 김 후보자는 지역 명문인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71년 교련 반대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제적됐다. 1983년부터는 한신대 교수로 재임하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1986년 ‘6월 항쟁 교수선언’을 주도했으며, 이듬해인 198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에 참여했다. 이어 △민교협 공동의장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이사장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진보교육감들의 좌장 역할을 맡게 된 계기는 2009년 4월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면서부터다. 당시 그의 선거 슬로건은 ‘MB정부의 특권 교육, 줄 세우기 교육, 대물림 교육 철폐’였다. 서열화 교육에 반기를 들고 당선된 그는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교육정책을 쏟아냈다. 당시 김 전 교육감이 주도한 정책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14명의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교육계 공동 의제가 됐다.◇ “외고·자사고 대입 예비고 전락” 일반고 전환 강조 김 전 교육감이 교육부 수장으로 지명되면서 향후 그가 이끌어갈 교육개혁 작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대선 직후인 지난달 18일 서울 중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원탁토론아카데비 초청 강연에서 “현재 외고나 국제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는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에도 담겼다. 교육계에선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재지정평가를 받는 2019년부터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가 교육부 수장으로서 가장 먼저 직면할 시험대는 ‘수능 개편’이다. 김 후보자는 당시 강연회에서 “2021학년도 수능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미 수시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된 시점이기 때문에 수능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능 개편’ 취임 후 첫 시험대 될 듯 교육부는 지금의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 수능부터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오는 9월까지는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절대평가 전환 시 수능 1등급이 지금보다 3배~10배까지 증가, 변별력을 붕괴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대입전문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변별력 상실, 학생부담 가중, 공정한 입시 훼손 등의 우려가 있다”며 “득보단 실이 많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김 후보자는 국립대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당시 강연회에선 “새 정부에선 거점 국립대를 명문대로 만드는 게 일차적 방향”이라며 “전국 9개 지역 거점 국립대에 예산을 대폭 지원하고 전체 대학생 중 국·공립대생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의 24%에서 40%로 늘리겠”고 밝혔다. 이는 거점 국립대를 육성,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고 일부 사립대를 국공립화해 교육의 공공 부담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등록금, 교원 증원 등과 맞물러 그의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재원 확보’ 또한 풀어야 할 과제란 평가가 나온다.
- 김태년 “노동자를 기업운영비용으로 보는 낡은 시각 바꿀 때”
-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경총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얘기한 것과 관련해 “경총이나 경제단체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식으로 정책제안을 한다면 얼마든지 논의하고, 타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겠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부터 하고 나오는 자세는 자제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가 시간을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인이 노동자를 단지 기업운영비용으로 보는 이 시각을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저는 경총 부회장의 발언에 이 낡은 인식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기업들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을 하려고 해왔다. 특히 지난 9년은 그래왔다. 기업이 요구하면 법도 만들고, 규제도 철폐해주고, 각종 대형국책사업까지 만들어서 기업들을 밀어주지 않았는가. 그런데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의 질 개선에 대해 재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꼬집었다. 경총 부회장이 거론한 통계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본인들에게 필요한 통계만 이야기를 했고 오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노동자 중에서 임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기준으로 22.3%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4% 정도 되는데, 2배에 육박한다. 그만큼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노동자 중에서 근속연수 1년 미만인 노동자 비중도 2015년 기준으로 32% 정도 되는데, OECD 평균 18.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노동여건도 그만큼 심각하다”고 했다.김 의장은 이어 “공공부문, 교육, 복지, 행정, 의료와 같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공공 일자리도 비정규직이고, 외주화 돼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런 의지를 가지고 공약했고 국민들은 이런 공약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민간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방법을 찾겠다는 선언은 못하더라도 잘못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하고,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질타했다.발언하는 김태년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일문일답]김동연 부총리 후보 "법인세 증세, 아주 신중히 접근"
- [과천=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법인세 증세 문제는 여러 재원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한 뒤 아주 신중히 접근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후보자는 21일 저녁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부근 호프집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증세 관련해 질문을 받자 “조세 감면 혜택을 다시 둘러보든지 등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부터 먼저 찾는 게 순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6월 임시국회에 제출될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 관련해 “최근까지 세수 상황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은 세계잉여금과 예산보다 더 들어오는 (추가)세수 체계를 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정말 중요한 건 추경의 내용”이라며 “단순히 일자리와 관련된 듯한 사업에 예산을 넣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효과를 내게 해달라고 (예산실에) 당부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추경 해야..청년실업 대단히 중요”-임명 소감은?△어려운 때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적으로 볼 때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 살리기에 중요하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부족하지만 경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모든 역량을 쏟아붇겠다.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사람 중심의 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경제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과 소통하겠다. 경제정책 집행, 결정에서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는 정책, 집행이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드는 경제 정책, 뜻을 같이 하는 경제정책을 만드는데 최대한 노력하고 경주하겠다. -단기·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은?△단기적으로는 대내외 위기관리,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사람 중심의 일자리, 소득 중심의 성장을 단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 개선 측면에서 신경 쓸 생각이다.-‘예산통’이 첫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임명됐다는 평가가 있다.△그런 분류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산실 국장과 실장을 했기 때문에 예산통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경제기획국·전략기획국장 하면서 우리 경제의 거시적·전략적 측면을 예전부터 오랫동안 조사했다.-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얘기 들었나?△대통령과 일면식이 없다.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 그 과정에서 어떤 배경에서 내부 논의를 했는지 아는 바 없다. 대통령 발표 내용 정도를 알 뿐이다. 언제 누구한테 연락이 왔는지는 인사와 관련돼 있어 말씀 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 -이번 달에 ‘있는 자리 흩트리기’(쌤앤파커스)라는 책을 내셨다.△경제와 관련된 건 아니다. 3년 7개월 전에 제 큰아들을 잃었다. 큰 애한테 지금부터 쓰고 투병을 하고 이겨서 같이 쓰자고 했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큰 애가 세상을 떴다. 이후 3년 간 준비했다. 이달 5일에 출간했다. 그날은 큰 애의 생일이다. 경제 정책에 관한 게 아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청년들에게 주고 싶은 얘기를 썼다. 볼링의 킹핀(5번)을 쓰러뜨리듯이 경제·사회 문제를 현상적으로 볼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 사회의 킹핀을 쓰러뜨릴 수 있다. 사회 보장 체계와 거버넌스 문제를 얘기했다. 과거에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대기업, 공공기관에 취업해야 우리 사회에서 보상을 많이 받았다. 너도나도 그 길을 가려고 해서 교육, 취업문제가 나타났다. 앞으로도 사회의 보상 체계가 그 길로 갈 때 더 많이 보상을 줘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건드렸다. 이 문제는 새 정부뿐 아니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추경 편성에 대한 입장은?△추경은 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통계상 두자릿수를 넘었다. 청년실업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비상한 생각으로 봐야 한다. 추경 규모에 대한 얘기는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니다. 여러 가지 세수 상황, 세계잉여금 등 할 일을 보고 해야 한다. 추경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몇몇 국회 분들과 통화했는데 내용을 잘 만들어서 여러 당과 협의를 잘하려고 한다. 오늘 (기재부 간부들과) 상견례를 하면서 특별히 당부한 게 정말 중요한 건 추경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일자리와 관련된 듯한 사업에 예산을 넣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효과를 내게 해달라고 당부 얘기했다. ◇“중국과 통화스왑 연장..적극적 재정 필요”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저녁 정부과천청사 부근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기자간담회는 맥주 없이 생수나 간단한 음료를 곁들여서 40여분간 열렸다.(사진=기재부)-중국 등과의 통화스왑은 어떻게?△일본은 일단 종료가 됐고 중국은 제가 알기로 10월에 만료된다. 국제 금융 안전망에서 통화스왑 문제가 유일한 안전망이 아니다. 다른 것도 신경 많이 쓰겠다. 통화스왑을 최대한 연장해 국제금융 안전망을 계속 공고하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통화스왑 문제는 양국 간 경제 문제로만 풀 문제가 아니다. 외교적으로나 국가 전체적으로 고려할 사안이 있다. 경제 당국뿐 아니라 외교 당국과도 같이 협의하면서 중국과 외교적 협력 관계를 짚으면서 통화스왑을 연장하도록 노력하겠다. (※통화스왑=외화유동성 부족 등이 발생할 경우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상호교환(스왑)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입장은?△1월에 미국에서 열린 전미 경제학회 회의에 따르면 저금리, 저물가, 인플레이션률이 낮은 상황에서 통화와 재정이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재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저성장이 고착되고 실업도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게 계속 간다면 우리 노동시장의 숙련도 저하, 노동력의 질 저하 등이 이어져 결국 우리 성장 잠재력까지 위협받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게 타당하다. -증세 입장은?△추경 재원은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 단정적으로 하지 않겠다. 세계잉여금과 지금까지 세수 현황을 봐야할 것 같다. 최근까지 세수 상황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은 세계잉여금과 지금 예산보다 더 들어오는 (추가) 세수 체계를 보겠다. 세제 개편도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둘러보는 등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먼저 찾는 게 순서다. 증세 문제를 얘기하면 법인세 증세 생각을 많이 하신다. 제가 알고 있기로 법인세 증세는 지금 단계에서는 앞에 말씀드린 여러 재원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한 뒤 아주 신중히 접근한 사안이다. -대선 과정에서 제이노믹스의 경우 재정지출을 기존의 2배(7%)로 올리겠다고 했는데?△(후보자 신분에서) 퍼센트까지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 조금 더 보겠다. -차관 인사는?△저는 전혀 대선 과정에서 어떤 관여를 한 적도 없고 어느 측에도 있지 않았다. 학교 총장으로 제 금도를 지켰다. 대통령 말씀처럼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인사 문제에 대해 얘기를 들은 바 없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인사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고려하면서 많은 고민이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아직까지는 후보자 되는 분들, 앞으로 될 분들과 내부 인사 협의를 하기가 쉽지 않은 특수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얘기가 있을지 봐야겠다. 현재까지는 (차관 인사 얘기는) 없었다. ◇“차관 인사 얘기 없어..소득주도 성장 차별화돼”-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연속적인 정책은?△제이노믹스나 사람중심 성장, 소득중심 성장은 생산성 문제에 (과거와) 조금 견해를 달리한다. 생산성이라는 게 여러 측면에서 증가할 수 있지만 결국 요체 중에 중요한 건 사람 문제다. 대학 총장 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회 보장 체계의 핵심도 사람 문제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보상을 해줄지,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성은 사람 중심의 문제들, 사람중심 성장에서 나온다. 이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견해에 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제가 사의를 표하고 나온 지 2년10개월이 됐다. 2014년 7월에 그만뒀다. 그 이후에는 사실은 이 정부의 정책보다는 학교 쪽에 충실했다. 최근 몇 년의 문제, 업데이트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새 정부는 사람 중심 일자리, 소득 주도 성장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박근혜정부 등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증적인 접근보단 구조적 접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제가 만약에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면 우리 경제정책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모양을 만들지, 어느 쪽에 방점을 둘지 발표하겠다.
- 中企업계,김상조 공정위원장 큰기대.."갑질문화 혁파 계기되길"
-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상조 교수. (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정태선 강경래 기자] 새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저격수’로 통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명되면서 중소기업계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경쟁 터전 마련을 위해 △‘갑질’ 처벌 강화 △다중대표 소송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에 장관급 인사 중 첫 번째로 공정거래위원장을 발표한 배경도 재벌개혁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고, 민생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청와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김상조 후보가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공정위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내에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감시할 대기업 전담부서인 조사국이 부활할 전망이다.반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누구나 검찰 고발을 할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 재판에 넘길 수 있지만 공정위는 고발권 행사에 소극적이라 ‘대기업 감싸기’란 비난이 많았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행 3배 수준에서 최대 10배까지 강화하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복합쇼핑몰은 현재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시간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과징금 고시도 개정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 과징금 수준은 부당행위로 얻은 매출의 10%인데 피해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번 인선과 관련,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경제 검찰’인 공정위가 대기업의 갑질문화, 불공정한 거래관행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주기를 바란다”며 특히 “김 후보가 교수출신으로 오랜기간 시민사회에서 경제 불공정이나 불평등 해소를 위해 활동해 왔기 때문에 관료와 로펌, 대기업간의 기존 연결고리에서 벗어나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청년희망재단 이사장)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혁신적인 창업생태계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공정거래(Fair trade)기반이 큰 기여를 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중소기업간 서로 존중하고, 공정하게 인정받는 생태계를 구축하면 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데 김 후보가 큰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붕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코막중공업 대표)은 “김상조 교수를 발탁한 것 한국의 불공정한 경제구조에 과감하게 메스를 가하겠다는 메시지이며,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라면서 “승자독식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균형경제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는 시그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면서 “정권의 비호를 받아 이윤을 독점하거나 기업을 세습하는 행태, 협력업체 단가후려치기, 중소기업 기술탈취, 소상공인 상권탈취 등 각종 불공정행위 등 그동안 재벌 중심의 잘못된 고리를 철저히 끊어내야 한다”면서 공정위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중견기업계에서는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한 재벌개혁에 환영하면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재벌이 자행하는 불법행위는 엄단하되, 시장경제에서 경쟁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다만 재벌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중견기업까지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음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사상 최고치 코스피..종목 고르는 기준은 `이익`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종목, 업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연 ‘이익’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1년에서 봤듯이 증시 랠리를 이끄는 것은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이익성장세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코스피 지수는 23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지난 4년간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 속에 소외돼왔기 때문에 이번 상승이 더 의미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할인거래중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MSCI 인덱스 기준 국내 증시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9.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9배로 선진국(PER 16.6배, PBR 2.17배) 및 신흥국(PER 12.1배, PBR 1.47배) 증시 대비 모두 낮은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1분기 상장기업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200개 중 101개 종목의 실적이 발표됐는데 전망치를 상회한 종목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101개 종목의 영업이익이 34조5000억원이고 남은 99개 종목의 현재 전망치가 9조9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올 1분기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업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이익이 돼야 할 것”이라며 “업종별로 보면 조선, 은행, 비철금속, 철강, IT하드웨어의 1분기 전망치 달성률이 높게 나타나고 이들 업종 대부분이 1분기 이익증감율 상위 업종이란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당시 증시 키워드는 ‘차화정’이라고 불렸던 자동차, 화학, 정유업종이었는데 이들 업종의 폭발적인 이익성장세가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며 “이들의 투자 포인트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이익이었다”고 덧붙였다.
- 사전투표율 '26.02%', 80% 넘어 '어게인 1987'도 이끄나
-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F카운터옆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주위에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후 치르는 ‘5·9 장미 대선’ 사전투표율이 26.02%로 나타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의 투표 열망이 최종 투표율 80%를 넘어 87년 대선에서 보인 역대 최고 투표율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어떤 후보가 이득을 볼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6월 항쟁’ 87년 ‘1위’·‘어차피 이명박’ 17대 ‘꼴등’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인구 4247만 9710명 중 1107만 231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26.02%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해 총선 사전투표율 12.2%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역대 총선 최종 투표율은 50% 정도에 머무는 반면 대선은 70~80% 선이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의 단순비교에 맹점이 있긴 하지만, 역대 최고치임은 분명하다. 유권자들의 투표 열망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으면 최종 투표율도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26.02%의 사전투표율이 이번 대선에서 80%는 물론 13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인 89.2%도 넘어 설 수 있다는 근거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6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때는 13대 대선이다. 전두환 독재 정권 교체 요구가 폭발한 6월 항쟁이 끝난 뒤 치러져 국민 열망이 고스란히 89.2%란 역대 최대 투표율로 이어졌다. 그러나 ‘양김’(김영삼·김대중)의 단일화 실패 등으로 전두환과 함께 12·12 반란을 일으킨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역대 투표율 2위를 기록한 대선은 바로 그다음인 14대로 81.9%로 집계됐다. ‘3당 합당’이란 초유의 정치적 사건 뒤에 있었던 선거라 국민 관심도가 매우 높았던 것이다. 이어 김대중, 이회창이 맞붙었던 15대 대선이 80.7%, 박근혜, 문재인이 대결했던 18대가 75.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정동영이 각각 1·2위를 했던 17대 대선 투표율은 63%로 ‘꼴등’이다. 참여 정부의 실패로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됐던 터라 국민적 관심이 가장 소홀했던 대선이었다. 이같은 역대 대선 투표율을 보면 정권 교체 열망이 높거나 ‘일방적인 대세’가 없을 때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했다. ◇전문가 “80% 무조건 넘는다…높으면 ‘확장성’ 있는 후보 유리”19대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촛불 시민’ 1600만명이 광장에 나왔고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란 결실도 보았다. 87년 6월 항쟁과 맞먹는 정권교체 열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1강, 안철수·홍준표 2중’ 구도로 불리는 다자 대결도 투표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안 후보와 홍 후보 지지자들은 ‘한 표라도 보태야겠다’는 초조함에 모두 투표소를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6.02%란 사전투표율은 19대 대선 투표율이 높을 거란 예측을 증명해줬다. 전문가들은 “80%는 당연히 넘을 것이고 87년 투표율까지도 근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율이 높게 나오려면 노인층과 청년층의 의견이 대립되는 ‘균열구조’가 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의 정도가 높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선 2030 세대와 55세 이상 인구가 선호하는 후보는 완전히 대립된다”며 “이 같은 구도가 있을 때 양측 모두 서로 더 투표 하려고 한다. 더구나 9년 동안의 보수정권을 겪으며 젊은 층의 진보 성향은 더 두드러져 있어 (노인 세대와) 간극이 더 벌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6월 항쟁 직후 89% 이상의 투표율이 나왔는데 이유는 사람들이 ‘내가 참여하면 세상이 바뀌는 구나’란 ‘정치적 효능감’을 맛봤기 때문”이라며 “촛불로 대통령을 내린 지금의 국민들이 느낄 효능감은 그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아울러 ‘투표율이 높을수록 어떤 후보에게 더 유리한가’란 질문엔 “외연 확장성이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며 “1, 2번 후보는 확장 능력이 비교적 없는 반면 3, 4, 5번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