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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100일]‘을의 눈물’ 닦기 나섰지만…독과점 개선·경쟁촉진 '글쎄'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의 내세운 공정경제 구축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총대를 매고 진행해 왔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두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자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주고,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한 경각심을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시민단체 활동 때부터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김 위원장이었지만, 취임 일성은 `갑을 관계` 개선이었다. 사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경쟁당국이 거래 관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칼을 대지 않는다. 사적 계약의 문제로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소액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집단소송제, 소비자 피해에 대해 몇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미약한 터라 경제적 불공정행위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공정위가 사실상 유일하다.김 위원장이 취임 당시 “거칠게 요약하면,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겠다”고 전선을 명확히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그간 `뒷북`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었던 공정위는 달라졌다. 첫 타깃은 가맹분야였다. 가맹점에 갑질을 한 의혹이 있는 BBQ를 신호탄으로 BHC, 굽네치킨, 롯데리아 등에 강도높은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부당한 가격인상 의혹을 받던 BBQ는 공정위 조사가 들어가자마자 당초 계획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른바 `김상조 효과`가 발휘된 셈이다.김상조 효과는 대기업집단에도 퍼져 나갔다. 공정위가 제재에 나서기도 전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대기업들은 조직개편을 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도 정리했다.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대표적으로 꼽혔던 한화그룹은 세 아들(동관·동원·동선)의 회사이자 시스템통합(SI)계열사인 한화S&C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9월 대기업 집단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대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다만 일각에서는 경쟁당국의 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 감시와 갑을 관계 개선에 집중되다보니 담합 적발, 시장구조 개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본연의 역할은 소홀히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도 시급한 사항을 중심으로 스텝을 밟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정위에 대한 요구사항이 대기업감시나 갑을 관계 개선에 집중되다보니 경쟁 촉진 역할이 덜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평가하긴 어렵지만 김상조 위원장이 갑을 개선 관계에 집중했고 시장에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다”면서도 “다만 현재까지 집행경과나 조직개편 내용 등을 감안하면 공정위 본연의 역할인 담합 철폐 및 경쟁 촉진 등은 미흡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文대통령 100일] 관련기사☞아낌없이 주는 정부? 비용은 촛불 든 국민 몫☞北 도발 수위 높이며 '통미봉남'…표류하는 '베를린 구상'☞탈권위·소통으로 민심 사로잡아..협치 없어 정책추진은 '가시밭길'☞부자증세 시동..담배·경유·보유세도 손대나☞‘커피산책·5.18유족 포옹·호프타임’ 파격소통 명장면은?☞'인선·추경' 협치 시험대 삐걱..첫 여야대표 회담도 반쪽짜리☞‘을의 눈물’ 닦기 나섰지만…독과점 개선·경쟁촉진 '글쎄'☞두차례 부동산대책 발표.. '투기와의 전쟁' 선포☞속도내는 脫원전…사회적 갈등만 부추겨☞수해 현장 달려간 정숙씨..그림자 내조☞외신 반응 변천사 살펴보니
- [AI 인재전쟁]②美대학생까지 `입도선매`..해외 연구소 통째 인수도
- [이데일리 이재운 경계영 신정은 기자] “인공지능(AI)은 이전에는 IT 분야의 전문성만 필요했지만, 이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피’와 같은 역할이다. 기존 시스템에 AI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 지를 공부해야 한다”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며 활동 중인 헤드헌터 김성수 HR캡 대표는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이미 5년 전부터 인기있었고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IT 기업을 넘어 이제 금융,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온통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와 관련된 IT 개발 업무와 기획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국내에서 모두 수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국내 한 IT 업체에서 근무하다 최근 억대 연봉을 보장 받고 이직을 결정한 한 구직자는 “현재 관련 인력난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부르는게 값’이 됐다”며 “‘설마 이 연봉을 진짜로 줄까’ 생각하며 부른 금액에도 긍정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수요는 제한돼있고 공급이 적어서 미국의 상위 20대 공대에서 AI나 빅데이터 관련 전공 출신의 연봉은 20만달러(약 2억2700만원)가 넘는다”고 밝혔다.◇물고 물리는 치열한 인재 영입전주요 대기업들은 IBM, 구글, 삼성 등 주요 기업 출신의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서 스마트TV에 음성인식 비서 기능 ‘빅스비’를 접목하는 등 TV에 AI를 융합하기 위한 ‘AI랩’을 만들어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업부에는 이미 구글 출신의 이원진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부터는 스마트TV포럼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IoT와 AI를 담당하는 임시조직인 ‘스마트가전 TF’를 ‘스마트가전&홈IoT 파트’로 개편하고, IBM 출신의 구성기 상무에게 조직 총괄을 맡겼다.LG전자(066570)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조직 내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개편해 인공지능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하만 등에서 전자·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개발 역량을 입증했던 박일평 부사장을 최근 영입해 CTO부문 소프트웨어센터장을 맡겼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분야를 책임질 인물로 판단하고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올해 2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자율주행차 선행 및 양산화 개발을 초기부터 주도했던 이진우 박사를 센터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이 센터장은 2001년부터 미국 코넬대에서 연구교수로 자율주행과 로봇연구 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에는 GM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담당하며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로 평가된다.네이버(035420)는 아예 해외 R&D센터를 통째로 인수했다. 프랑스에 소재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XRCE)’을 확보하며 핵심인력을 수급했다. 당시 XRCE 사원평의회는 인수 후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네이버가 가장 우리와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는 후보’라며 가장 높은 평가를 매겼는데, 이를 위해 네이버 경영진과 네이버랩스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원진 삼성전자 부사장(왼쪽부터), 이진우 현대자동차 상무, 이호수 SK텔레콤 사장, 박일평 LG전자 부사장.◇해외 연구소 통째로 인수..대학과 손 잡고 양성도포스코(005490)는 철강 등 주요 생산품 공정에 AI를 적용하는 스마트팩토리를 강조하며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에 나섰다. 포항공과대학(POSTECH)과 협약을 맺고 사내 AI 전문가 양성을 진행하고, 그룹 내 전 관계사로 ‘스마트화(化)’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SK텔레콤(017670)도 서울대와 손 잡고 산학협력을 통해 AI 전문가를 직접 양성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AI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와 SK주식회사 C&C가 국내 파트너 역할을 맡은 IBM AI ‘왓슨’의 국내 브랜드 ‘에이브릴(Abril)’에 연계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내부에서는 지난 3월 ‘AI사업단’ 조직을 신설하고 이상호 SK(034730)플래닛 CTO에게 단장을 맡겼다. 또 SK(034730)주식회사 C&C에서 솔루션 사업을 이끌던 삼성전자 출신의 이호수 사장이 ICT기술총괄 역할을 맡으며 AI 관련 연구개발(R&D)에 참여한다.금융 분야에서는 은행권이 챗봇 등을 통한 고객 응대를, 증권사는 로봇이 종목 추천이나 시장분석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중심으로 사업이 확산되며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력 수요가 높다. 최근에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금융산업과 IT간 융복합에 대한 전문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경험과 역량에 대한 우대를 밝혔다. 우리은행(000030) 등 은행권의 공고에서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파이썬 개발, 데이터 분석 능력 보유자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빨리 인재 양성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를 통해 AI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우수한 교수진 확보와 함께 배출한 인력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XRCE) 전경. 이곳은 지난 6월 네이버가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이름을 바꾼 후 기존에 네이버가 진행하던 인공지능 R&D 작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데일리DB[ AI 인재전쟁] ☞ [AI 인재전쟁] ①IT 선진국 韓..AI 후진국 ‘잃어버린 20년’ ☞ [AI 인재전쟁]②美대학생까지 ‘입도선매’..해외 연구소 통째 인수도 ☞ [AI 인재전쟁]③‘연봉 2배 줄게’..韓인재 찜한 실리콘밸리 ☞ [AI 인재전쟁]④현장 경쟁력 강화, 미래 전문가 교육..정부 AI 인재 ‘투트랙’ ☞ [AI 인재전쟁]⑤전혜정 LG전자 연구위원 “한국 잠재력과 인재풀 충분” ☞ [AI 인재전쟁]⑥김민경 삼성전자 상무 “우수 교수진 유치와 교육 과정 도입 필요” ☞ [AI 인재전쟁]⑦코딩교육 25년..에스토니아 GDP 3배↑
- "베이징 아파트? 당나라 때부터 밭 갈아야 산다"
- 중국서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의 절규. 극심한 경쟁,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도시화,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과거 역사와의 단절. 바링허우는 화려한 대국굴기·슈퍼차이나의 그늘이 짙은 ‘헬차이나’를 헤매고 있다(이미지=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수학과 역사가 뒤섞인 퀴즈문제부터 풀고 가자. 평범한 중국시민이 베이징에 100㎡(약 30평) 정도 되는 아파트를 사려면 얼마나 걸릴까. 가격은 300만위안(약 5억원)쯤 된단다. 10년? 30년? 아니면 100년? 답은 계층별로 갈린다. 일단 농민. 당나라(618∼907) 때부터 밭을 갈아야 한다. 노동자라면 아편전쟁(1840)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화이트칼라는? 1960년부터 먹고 입고 마시는 데 전혀 쓰지 않고 번 돈을 모조리 모아야 한다. 내친김에 강도도 알아볼까. 연속 2500회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 30년쯤 걸릴 거란다. 극심한 경쟁,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도시화,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과거 역사와의 단절. 이 모두는 지금 중국 젊은이의 어깨에 드리워진 현실이다. 학자이자 시인으로 중국현대문학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가 7%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이 가린 중국의 청년세대를 조명했다. 화려한 대국굴기와 슈퍼차이나에 치인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이 바로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라고. 바링허우를 특히 조명한 까닭은 이렇다. 중국의 역사·문화·정치·사회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세대라서다. 이들은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장경제를 수용하자마자 시작한 ‘1가구 1자녀’ 정책 속에 태어난 귀한 ‘소황제’들이다. 하지만 위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공산당 1당독재라는 견고한 사회체제 위로 무자비하게 밀려드는 자본주의 물결에 속수무책 휩쓸린 탓이다. 전형적인 ‘풍요 속의 빈곤’ 세대가 된 이들은 이내 길을 잃어버렸다. 책은 바링허우를 키워드 삼아 격변기 중국사회·체제를 꺼내 보이려 한 저자의 진중한 시도다. 역사의 변곡점을 타고난 이 세대를 보지 않고선 중국을 봤다 할 수 없다고. 바닥엔 연민과 우려도 깔았다. 그 자신도 1980년생 바링허우라는 저자가 스스로 속한 세대에게 날리는 안타까움이라고 할까. △줄타기부터 배우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 끝에서 10여 년 전인가. 중국에선 출생연대에 ‘후’(後)를 붙여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10년이란 세월이 지구적 시대의 흐름을 구별하는 구간이란 지극히 중국적인 셈법이다. 그중 대표격인 ‘80후’가 바로 바링허우다. ‘70후’인 치링허우, ‘90후’인 주링허우도 있지만 유독 바링허우가 중심이 된 건 일종의 시대가 찍은 낙인이라고 할까. 배경은 이렇다. 혁명의 목적이 사라졌지만 명목까진 버리지 못한 사회주의에 한 발이 빠져 있다. 다른 한 발은 돈의 각축장이 돼버린 자본주의에 담겼다. 회색지대, 그곳이 이들이 사는 곳이다. 적응해서 잘살 수 있다면 양 체제의 강점을 고루 취한 ‘이상향’을 이룰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반대라면 가히 최악이다. 문제도, 시달림도 배가 될 테니까. 대다수의 바링허우가 딱 그 처지라는 거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은 기본, 도시와 농촌의 간격은 갈수록 벌어진다. 소득양극화도 서러운데 상대적 박탈감까지 괴롭힌다. 여기까진 자본주의 영역. 사회주의 영역은 별도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용했던 보호장치가 사라지고 역사적 허무주의가 몰려온다. 정치의 본질이 사라지니 무력감이 엄습, 가치관·정체성이 빠져나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기에 결정적 한 가지. 이들에겐 무거운 역할이 생겼다.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의 갈등을 흡수하는 완충지. 저자가 주위를 계속 돌아보며 긁어낸 바링허우의 삶은 결국 줄타기였다. △“역사는 역사고 생활은 생활” 저자의 고백 한 가지를 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대국굴기’란 극도의 흥분에 빠진 적이 있단다. 국가의 꿈이 개인의 꿈이고 국가의 영광은 개인의 영광이란 믿음을 다졌다고. 하지만 이후는 대국굴기를 점점 갉아먹는 일상이었다고 했다. 결정적 계기는 2011년 미국 타임스스퀘어에 올린 광고영상. 야오밍(NBA 진출 농국선수), 우징롄(중국의 양심이란 경제학자), 우위산(홍콩 영화감독) 등 59명의 중국인을 성공의 대명사로 둔갑시킨 영상이었다. 중국이 세계를 향해 내미는 명함 같은. 하지만 카메라와 이데올로기를 벗겨냈을 때의 공허가 보이더란 거다. 바로 그날 저자가 받았다는 임대아파트 계약해지 통보가 복잡한 감정상태를 부추겼을 거다. 임대기간을 연장할 뜻이 없으니 나가달라는 주인의 얼굴이 홍보영상과 겹쳐 보였을 거고. “보이기 식 성공을 과시해 얻은 게 뭔가. 나는 꺼져가는 아파트의 임대료조차 못 낼 정돈데.” 바링허우의 마지막 구원은 샤오즈계급이 되는 거란다. 서양식 생활로 물질적·정신적 향유를 추구하는 젊은 계층 말이다. 그저 주말 저녁 자동차에 가족을 태우고 시내로 나가 외식하고 영화 한 편 보는 것. 다름 아닌 프티부르주아의 삶인 거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꿈은 계속 연기되다가 잔혹한 형태로 깨지고야 만다고 탄식한다. 유일한 출구? 빈털터리다. 새로운 도시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거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대국’? 이제 없다 ‘소시민’으로 살아갈 뿐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가 부제다. 인생을 회고한 듯한 문장으로 요약한 이 테마가 사실 책의 전부다. 중국이 유난스러운 건가. 이 같은 이상현상을 어찌 설명할 건가. 그 질문에 중국 유명작가 위화는 이렇게 답했다. “인구가 많아서.” 체제도 아니고 자본도 아니고 결국 사람으로 화살을 돌린 걸 비겁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판에 대고 저자는 바링허우를 들여다보라고 외친다. “한 세대 전체가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론은 저자의 현실항거를 넘어서지 못한다. 놀랍게도 그는 ‘언제 베이징에 집을 살 건가’를 묻지 않는다. ‘어째서 집을 못 사는가’를 따지지도 않는다. 우리가 누구고, 어느 계급에 속하고, 세계서 어디쯤 위치할 건가를 고민한다. 바링허우라면 자기역사를 점검하고 기원을 짚어야 한다고. 그래야 개인의 실패와 사회적 실패에 저항할 수 있다고. 그뿐인가. 물질에 탐닉하는 또래의 청년을 욕할지언정 이중고리를 만든 국가를 비난하지 않는다. ‘헬차이나’에서 헤매고 있을지언정 기형적 구조를 만든 정부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책에는 통계도 없고 과학적 분석도 없다. 그림은 나왔으나 귀퉁이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있다면 그 탓일 거다. 안 만든 건지 못 만든 건지 미처 내보이지 못한 뒷심이 아쉽다.
- [오동진의 닥쳐라! 영화평론] 고리키의 어머니, 그리고 위르겐의 택시 기사
- 영화 ‘택시운전사’[오동진 영화평론가] 생각지도 않은 얘기일 수도 있고 늘 생각해 왔던 얘기일 수도 있다. 장훈 감독의 신작 ‘택시 운전사’는 상당 부분 막심 고리키의 혁명 소설 ‘어머니’를 닮았다. ‘어머니’는 1980년대에 사람들이 읽지 못하는 금서(禁書)였다. ‘택시 운전사’ 속 택시 운전사와 ARD 동아시아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의 얘기도 80년대 당시에는 철저하게 금기시되는 것이었다. 아무도 ‘어머니’를 얘기하지도, ‘광주의 학살’을 얘기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4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은 사람은 고리키의 소설도 잊고 광주의 비극도 점차 잊어 간다. 장훈 감독이 놀라운 것은 그렇게 광주의 과거를 잊으라고 강요하던 시기, 곧 가장 끔찍한 역사 의식을 지니고 있었던 박근혜 정부 때 이 영화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 감독은, 종종 뛰어난 예지(叡智) 능력을 선보인다. 장훈은 2년 전 지금이야 말로 광주에서의 ‘그때처럼’ 저항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관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택시 운전사’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단순한 것일 수 있다. 아마도 궁금증때문에 시작됐을 것이다. 힌츠페터는 어떻게 광주에 들어갔을까. 그는 또 어떻게 나왔을까. 현장에서 그는 어떻게 촬영을 할 수 있었을까. 혼자였을까? 누군 가와 같이 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은 힌츠페터가 자신을 태워 준 택시 기사 김사복의 존재를 오래전에 밝혔음에도 그의 실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더 확장됐을 것이다. 김사복은 지금 어디 있을까. 왜 그는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김사복과 힌츠페터는 광주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지냈던 것일까. 역사에는 디테일이 없다. 역사는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독일 기자가 광주에 몰래 잠입해서 광주의 참상을 기록했고 그것을 해외 언론에 알렸다는 정도로만 기술한다. 힌츠페터의 ‘활약’으로 광주는 ‘폭동’에서 ‘학살’로 바뀌게 됐다. ‘택시 운전사’는 힌츠페터 만큼 주요한 역할을 했을 법한 한 평범한 사람에게 주목한다. 그가 역사의 현장에서 느꼈을 그 참혹한 정서를 알리려고 애쓴다. 그의 생은 광주 이전과 이후로 크게 갈리게 됐을 것이다. 우리 모두도 그렇다. 광주를 직접 겪었던 그렇지 않든, 광주의 역사를 인지하고 인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갈리게 된다. ‘택시 운전사’는 2시간 동안 그 역사의 갈림길 한가운데를 주행(走行)해 간다. 영화 ‘택시운전사’다시 고리키로 돌아가면, 그의 책 ‘어머니’가 한국에서 오랜 기간 금서였던 이유는 ‘사회적 의식화’의 주요한 기제(機制)쯤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소설 ‘어머니’ 속 어머니는 원래 아무 지식도, 이념도, 욕망도 없는, 그저 폭력적인 남편(제정 러시아 말기의 농노 출신 남자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에게 학대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여자였을 뿐이다.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는 딱 하나, 혁명적 의식으로 살아가는 노동자 아들 빠벨을 위해서다. <택시 운전사>의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하루하루 시내를 쏘다니며 대학생들이 허구 헌 날 공부는 안하면서 ‘데모 질’만 하고 산다고 불평을 쏟아 내는 인물이다. 박정희 시대 때 사우디에서 중장비 기사로 일하며 열사(熱沙)의 노동을 견뎌 냈던 그는 자신이 한국의 경제 중흥을 이끌어 낸 진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운전을 하며 이런 식으로 중얼대곤 한다. “그 뜨거운 사막에 한번 있어 보라지. 저거 다 배가 불러서 그러는 거야.” 문제는 그 자신조차 배가 부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내를 일찍 여읜 그는 사글세 방에서 홀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를 키우며 산다. 만섭은 자유가 어쩌고, 독재가 어쩌고 하기 보다는 오직 딸 애를 잘 해 먹이고, 잘 해 입힐 생각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돈이 최고다. 만섭이 아무 생각없이 광주로 간다는 외국 손님, 곧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래취만)를 가로 챈 것은 순전히 ‘돈 욕심=딸 아이 양육비’때문이었다.결국 고리키의 ‘어머니’가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아들 ‘빠벨’때문에 변하게 되는 것처럼 만섭 역시 독일에서 온 기자 때문에, 딸 아이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군부 독재가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해 가던 당시의 정치환경에 눈을 뜨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섭이 광주에서 겪은 공수부대의 만행만으로 기존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장훈은 야만의 국가 폭력을 생생하게 그려 내는데 주력한다. 주인공 만섭이 자책(自責)을 해 가며 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共感)의 폭을 넓혀 가게끔 이야기를 엮어 낸다. 하지만 만섭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는 계기는 이 독일인을 현장에 버리고 혼자 떠나 오면서부터 이다. 영화가 사람들의 누선(淚腺)을 자극하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그렇게 만섭의 ‘회군’에서 이루어진다. 영화 ‘택시운전사’사람들이 머리통이 깨져 죽어 나가거나, 죽은 아들 앞에서 통곡하는 에미나 할머니의 모습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묵묵부답, 서울로 돌아가는 차를 운전하다가 순천 어디쯤에서 홀로 국밥을 먹으며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만섭에서 사람들은 심금(心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만섭은 광주에 남아 있는 것이 무서웠었다. 무엇보다 딸 아이가 혼자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었다. 그는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이 사람이라면 아무리 외면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는 돌아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벽에 몰래 광주를 벗어 난다. 하지만 그는 순천으로 가는 오전 내내 마음이 무겁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인을 사지(死地)에 놓고 온 것 같아 안절부절이다. 국밥 집에서 사람들이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설왕설래, 빨갱이 폭도가 어쨌다는 둥 해도 그는 그게 아니라고, 거기서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고 말 한 마디 변변하게 하지 못한다. 이제 그는 오히려 자신의 비겁이 점점 두려워 지기 시작한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장훈이 뛰어 난 점은 어쩌면 평면의 역사로 일반화 되고 있는 약 40년 전 광주의 비극을 택시 운전사와 독일 기자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입체화 시키고 구체화 시킴으로써 이 때의 역사에는 여전히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세부적인 에피소드들이 켠 켠이 쌓여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무릇 세상은, ‘단 한 사람’을 구하려는 ‘단 한 사람’의 노력이 경주될 때 비로소 궁극의 구원을 얻는다. 세상 자체를 구하려는 영웅은 그 세상은 구할지 언정 그 안의 사람들까지는 구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라도 구하려는 평범한 사람은 끝내 세상까지 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역과 귀납의 논리는 기이하게도 역사 속에서 감춰져 있기 일쑤다. 장훈의 ‘택시 운전사’는 바로 그 점을 보여 준다. 얼마나 많은 범인(凡人)들이 세상을 구해냈는지 보여 주려 애쓴다. 우리가 다 아는 척,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광주’의 얘기를 깨닫게 해 준다. 만섭이 위르겐을 다시 태우려고 광주로 유턴을 하는 장면 이야말로 이 영화가 줄곧 얘기하고 싶었던 지점의 중심에 서있다.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가 아무리 위험해도 사람이라면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섭이 핸들을 돌리느냐 마느냐의 순간이야말로 우리 역사에서는 진정한 갈림길이었던 셈이다. ‘택시 운전사’는 어쩌면 의미 있는 반복 어와 같은 영화다. 이제 더 이상 광주의 얘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극의 얘기는 이번 ‘택시 운전사’처럼 끝까지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한(恨)의 멍울을 풀어 줄 방법이 없다. ‘택시 운전사’로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정신적 트라우마를 해소하게 될 것이다. 그거면 됐다. 영화는 때론 제작의 과정이나 방법보다 그 목표와 의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연기, 그의 전매 특허인 중얼대는 독백 연기(만섭이 위르겐을 버리고 혼자 떠나기 전 돌아 누어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면 중 하나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준다. 이런 연기는 역사적 공감이 없이는 공허해 보이기 십상이다. 그는 연기를 위해 역사 혼을 스스로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번 영화로 그는 자신이 당대 최고의 연기자 중 한 명임을 당당하게 입증해 냈다. 송강호 만큼 토마스 크래취만의 연기 역시 발군에 발군이다. 그는 진짜 위르겐 힌츠페터처럼 느껴진다. 그를 캐스팅한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찬란한 성취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장훈 감독은 그가 늘 한국 현대사의 골짜기를 다니면서도(‘고지전’ ‘의형제’) 따뜻한 심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는 착한 사람이다. 역사의 주체는 착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장훈과 그의 새 영화 <택시 운전사>는 지금의 우리들의 삶이 과거 어떤 사람들에 의해 간신히 나마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근데 그건 참 진부한 얘기일 수 있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거기에 늘 진리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오동진의 닥쳐라! 영화평론]은 영화평론가 오동진과 함께합니다.글을 쓴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상세하다 못 해 깨알과 같은 컨텍스트(context) 비평을 꿈꿉니다. 그의 영화 얘기가 너무 자세해서 읽는 이들이 듣다 듣다 외치는 말, ‘닥쳐라! 영화평론’. 그 말은 오동진에게 오히려 칭찬의 글입니다. 윗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닥쳐라!’ 댓글을 붙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 "우체국 집배원 죽음의 행렬 이젠 멈춰야 한다."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집배원 죽음의 행렬, 이젠 멈춰야 한다.” 최근 5년간 사망한 집배원 수는 70여명에 이른다. 과중한 노동에 따른 과로사, 돌연사가 많은 가운데 자살한 집배원 수만 15명이다. 올해에만 12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은 24일 국회의원회과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집배원 과로사 근절 대책 및 부족인력 증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 집배원들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우울증과 과로 자살에 내몰리고 있다”며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이젠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집배원 과로사 근절 대책 및 부족 인력 증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이병훈 중앙대 교수, 박두용 한성대 교수,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창원 한성대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용노동부 관계자, 송관호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 김정기 전국우정노동조합 산업안전본부장.세미나는 집배원들의 과로사를 막고, 인력 충원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개최됐다. 집배원들은 예비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시간 중노동을 감당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집배원들에게 오전 6시 출근,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며 “집배원들은 점심을 거르기 일쑤이고 빵 한 조각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5월 15일부터 같은달 19일까지 관할지역 4개 우체국 실태 조사한 결과 집배원은 하루 평균 1000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했다. 월 평균 연장 근무 시간이 57시간이었다. 추석이 포함된 지난해 9월 대전유성우체국은 평균 초과노동 103.9시간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따지면 집배원의 업무 시간은 2800여 시간이다. 지난해 OECD 평균 노동 시간 1770시간과 비교하면 1000시간 이상 많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 시간 2285시간과 비교해도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 김 위원장은 “과도한 업무량 탓에 집배원들은 새벽부터 나와 분류작업을 하고 있지만 연차 휴가조차 쉽게 쓰지 못하는 구조”라며 “한 명이라도 연가를 쓰면 동료 집배원의 업무가 그만큼 배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박시영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2016년) 집배원들이 쓴 연가 휴가 실제 사용일 수는 평균 3.4일이었다. 지정 연가중 쓰지 못하고 버린 연가가 평균 약 16일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집배원 100명 증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집배원의 열악한 근로 조건이 확인된 만큼 3600명 증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집배원 노동 환경이 문제가 되자 국회에서 나섰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더이상 집배원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지 않아야할 책임이 있다”며 “부족한 집배 인력 증원은 물론 상시 집배원의 정규직화, 안전사고 예방, 처우개선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제5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시간 단축, 근로환경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우편 서비스의 위기”라며 “국민 모두가 누려야할 서비스를 국회에서 놓지 않고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 김훈 엘리샤코이 대표 "천연 유래 샴푸로 '뷰티' 영역 확장"
- 김훈 엘리샤코이 대표가 최근 출시한 자연 유래 성분 샴푸인 ‘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를 들고 소개하고 있다. (제공=엘리샤코이)[이데일리 강경래 기자]“‘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는 회사가 천연화장품 분야에서 또 한 번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천연화장품 전문기업인 엘리샤코이 김훈(42) 대표는 21일 “그동안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마스크팩 등 화장품 분야에 주력한 데 이어 최근 샴푸를 출시하며 천연 뷰티 라인업을 헤어 분야로 확대했다”며 “헤어뿐 아니라 보디 등에도 진출하는 등 궁극적으로 뷰티 전 영역에 걸친 라인업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지난 5월 출시한 ‘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는 그동안 샴푸에 쓰였던 31가지 유해 성분을 첨가하지 않는 대신, 인체에 무해한 성분 50가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연 유래 성분 99.5%를 실현했다. 이를 통해 두피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정과 보습, 영양, 머릿결, 볼륨감 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이 제품은 최근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목 받는 배우 이승연이 홈쇼핑 메인게스트로 참여하면서 일명 ‘이승연 샴푸’로 알려지고 있다.IT(정보기술) 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2004년 천연화장품 전문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하며 기업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쇼핑몰을 운영하던 그는 3년여 만에 독자적인 천연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쇼핑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피부가 극도로 민감하거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있었다. 천연화장품만 써야 하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해외 현지 가격보다 5배까지 부풀려진 제품이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들을 위한 ‘(가격이) 착한 화장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김 대표가 2007년 5월 선보인 비비크림과 스킨케어, 마스크팩 등은 입소문을 타고 곧바로 해외 바이어를 통해 일본시장에 수출됐다. 품질 인증이 까다로운 일본시장에 우선 진출한 덕에 중국과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순차적으로 관련 제품이 수출될 수 있었다. 일본 등 국내에 온 해외 관광객들이 엘리샤코이 브랜드를 찾으면서 롯데와 신라, 동화 등 면세점에도 자연스럽게 입점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품질이 먼저 입증된 후 역으로 국내에 들어온 셈이다.엘리샤코이의 전체 실적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특히 올해 4월 아시아를 넘어 화장품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1위 헬스앤뷰티스토어인 CVS 매장 중 총 2200곳에 입점을 확정했다. 미국 진출로 엘리샤코이 수출 국가는 총 15개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난 14년 동안 축적된 대형 드럭스토어 입점 노하우와 천연화장품 분야에서 확보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자평했다.그는 ‘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이 제품은 두피 자극이 적다는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5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처음 공개된 후 곧바로 두산과 신세계, 제주JTO 등 면세점에 입점했다.‘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는 일본 QVC 등 해외 홈쇼핑에서도 방송키로 확정했다. 김 대표는 “아시아와 북미에 이어 유럽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중동 및 할랄(이슬람)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뷰티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엘리샤코이는 오는 2019년까지 300억원 이상 매출액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 김태년 "김동철, 정치 그렇게 하면 안돼..사기치지 마라"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2017년 예산안 관련 공공부문의 질 좋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뉴시스)[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야당을 향해 “완전히 사기다. 국민 대상으로 사기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지난 대선과 2017년 예산편성과정에서 경찰·소방관 등 사회서비스 공무원 충원을 이야기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해당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김 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야3당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적예비비에 공무원 증원에 필요한 목적예비비가 편성돼있음에도 야당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통과된 2017년 예산 수정안을 보면 주광덕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김동철 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공공부문 인력 증원 관련 비용에 대해 협의해 통과시켰다”고 말했다.예산 수정안에는 경찰관·소방관·군부사관 등 공무원 일자리를 1만개 이상 확보하기 위해 목적예비비를 500억원 가량 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김 의장은 “목적예비비 500억원은 엄연히 본예산에 편성된 것”이라며 “당시 여야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예산이기 때문에 법률이다. 이를 못하겠다는 것은 법을 안지키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김 의장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저랑 통화할때 ‘추경에선 안되지만 목적예비비로 하라’고 말한 바있다”며 “지금 와서 뒤집으면 어쩌자는거냐. 정치 그렇게 하시면 안된다”라고 말했다.특히 국민의당 대선공약에도 이 같은 사항이 있었다고 짚었다. 김 의장은 “국민의당 대선공약집을 보면 군 전문인력 충원, 영양교사, 진로진학상담사, 특수교사 확대, 근로감독관 증원, 사회복지 공무원 증원, 경찰 증원, 소방관 확충 등이 담겨있다”며 “자기들이 잡으면 지키려 했고 정권 못잡으면 안지키려는 목적이었냐”고 말했다.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목적예비비가 편성된 후 당시 새누리당은 ‘공시생 내년에는 1만명 더 합격, 예산 500억 추가 확보’라는 현수막을 동네마다 붙였다”며 “그 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금와서 공무원 공화국이 될 것처럼 공격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30년동안 공무원 증원으로 327조의 예산이 든다고 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30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예산을 합치면 1경5000조쯤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숫자를 가지고 국민을 현혹시키면 안된다”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전날인 19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추가채용 예산 80억원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입장을 냈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한국당), 황주홍(국민의당), 홍철호(바른정당)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국민 혈세로 먹여살리는 공무원의 무분별한 대규모 신규 추가채용에 반대한다”며 “정부는 국민적 동의 없는 대규모 공무원 증원계획을 고수할 것인지에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말했다.야3당 예결위 간사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 50명 당 1명이 공무원”이라며 “현재 1년 평균 3만8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매년 공무원을 두 배씩 새로 늘려 5년간 17만4000명을 추가채용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향후 30년간 인건비만 327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IT에 정유화학도 주도株 가세?…코스피 `쌍끌이 랠리` 기대
- (출처: 마켓포인트)[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상반기 코스피시장을 지배했던 주도주가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IT주(株)였다면 하반기엔 유가와 금리가 완만하게 반등하면서 정유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미국 대형IT주를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데다 삼성전자 등의 가격 부담이 커진 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정유화학주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 유가·금리 반등 전망…정유화학주에 눈길 가네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주식시장 주요 변수로 유가와 금리가 떠오르고 있다. 상반기엔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기준)가 2월말 배럴당 54달러에서 지난달말 42달러선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들어 46달러선까지 회복했다. 금리 역시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과 통화긴축정책 등에 완만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단 평가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3월초 2.6%에서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중순 2.1%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2.3%대로 회복했다. 장기금리 반등은 거시경제지표 회복을 의미하는 만큼 유가 반등과 금리의 완만한 상승세에 경기민감주가 반응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3분기 박스권 하단에서 상단인 50달러 초반으로 반등하고, 금리는 미국 경제지표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완만하게나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장단기 금리차 상승 전환은 투자전략이 경기민감 대형(수출) 가치주로 이동함을 암시한다”며 “중소형, 내수, 방어, 성장주 진영에서 알파를 고민하기보다 투자전략 변화의 길목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대장주 IT, 은행 등 금융주, 정유화학주를 대안으로 꼽으며 특히 저평가된 정유화학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공급 측면에선)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안정화 의지,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의 증산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수요 측면에선) 미국, 유럽 경기회복 등으로 유가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 경기 모멘텀은 유가 민감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 정유화학주의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며 “현 주가와 밸류에이션 여건은 저점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S-Oil 등의 정유주는 현금배당수익률이 6~8%가 될 정도로 코스피 평균(1.66%) 대비 월등히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화학주는 2차 전지를 중심으로 한 IT섹터와의 연결고리가 주가 하방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011170)과 S-Oil은 이달 들어 각각 4.1%, 9.2% 상승했다. ◇ IT 주도주 역할 계속…“하반기 IT·경기민감주 강세”정유화학 등 경기민감주가 들썩이더라도 IT주가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최근 미국의 대형IT업종을 의미하는 FAAM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및 알파벳)에 대한 고점 논란에 삼성전자 등 코스피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던 국내 IT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IT주 급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FAAMG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5배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10배도 채 되지 않아 FAAMG과는 달리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단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올 하반기는 1999년 하반기 버블 장세와 비슷할 것”이라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이미 심각하게 고평가된 것으로 인식됐던 기술주는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말했다. 금리 반등은 IT주 등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정적이지만 IT주는 금리보다 ISM제조업지수와 상관관계가 더 높단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의 ISM제조업지수는 57.8로 2014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연구원은 “1999년 ISM 제조업 지수가 강하게 오르면서 기술주 상승에 불을 붙였다”며 “하반기엔 IT와 경기민감 업종이 동시에 오르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재부24시]'종교세 유예, 경유세 인상' 김진표는 X맨인가
-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최근 기획재정부가 잇따라 발칵 뒤집혔다. 김진표(사진·70)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잇단 ‘돌발 인터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계적으로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하반기부터 논의해 내년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조세당국인 기재부와 협의를 거친 게 아니었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한 기재부는 “1월 시행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김진표는 엑스맨(X맨)”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야당을 사실상 돕는 스파이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경유세 인상, 선거 악영향”..종교인 과세 71% 찬성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국민이 71.3%에 달했다.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2014년 11월 2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를 보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출처=MBN, 리얼미터]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물어봤다. 지지율 여파를 놓고 보면 ‘X맨’ 의혹이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경유차를 주로 서민, 자영업자들이 많이 타고 있어 경유세 인상은 여권 지지율에 분명히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가 적폐청산, 야권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갈 것으로 보여 과세 형평성·기득권 문제 해소 측면에서 종교인 과세를 하는 게 여당에 긍정적 결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MBN이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한 2014년 11월20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들에게 이제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71.3%에 달했다. 비과세 의견은 13.5%에 그쳤다. 과세 의견이 신자, 비(非)신자 모두 비과세 의견보다 높았다. 비과세 의견은 개신교 33.0%, 천주교 16.7%, 불교 5.6%, 무교 4.6%로 조사돼, 개신교 측의 ‘조세 저항’이 제일 심했다. 이런 선거 악영향 전망에도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잇따라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 측에선 “조율된 게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춘추관에서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대비 120%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아주 비현실적인 주장이 보도됐다”며 “청와대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종교인 과세 유예와 관련해 “청와대와 조율을 통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그것은 김진표 위원장의 이야기다. 우리는 조금 더 살펴보고 전체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도 지난 7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경제정책을) 해봤기 때문에 결정된 얘기를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김 위원장과 종교인 과세 유예, 경유세 인상을 협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종교인 과세 유예 관련해서는 세법 원칙에 어긋나는 김 위원장의 개인 의견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 위원장은 현재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를 맡고 있다. 세법 전문가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국민 개세주의라는 세법 원리·원칙에 따르면 당연히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문재인 정부 악역 맡아 총대 멨다?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5월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를 찾아 “(상대 후보보다) 훨씬 능력있는 도지사가 될 분이라는 것을 제가 보증한다”며 당시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진표 후보를 지지했다.[사진=김진표 의원실]그럼에도 이상하다. 김 위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세제실장을 거쳐 참여정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또 원내대표 등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 의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5년의 ‘100대 국정과제’를 정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기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최고의 관료’로 평가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와서 X맨으로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악역으로 총대를 멨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신 교수는 2012년에 김 위원장과 함께 대담집 ‘국민먼저’(호두나무 펴냄)을 출간했다. “종교인 과세는 뒷감당이 문제다. 종교인이 전 국민의 절반이다.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문 대통령의 현 지지율이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로 종교인 이탈까지 생기면 정권으로선 골치 아픈 일이 된다. 그래서 그동안 어느 정권도 과세를 못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현실 정치인으로서 이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경유세는 두 가지가 고려됐다고 본다. 첫째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미세먼지 감축을 약속했다. 그런데 정권 초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미세먼지 관련해 얘기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처럼 경유세를 잡았다고 본다. 둘째는 재원 마련 때문이다. 누리과정 국고지원, 기초연금,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을 지키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증세를 내후년부터 시작하면 늦는다. 당장 올릴 수 있는 것부터 올리자는 생각에서 경유세를 잡았을 것이다.”실제로 경유세를 인상하면 공약재원을 상당하게 충당할 수 있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지난 4일 공청회에서 “경유를 지금보다 2배 이상인 리터당 2600원으로, 휘발유를 2200원으로 올릴 경우 미세먼지는 최대 2.8% 감소하고 유류세는 연간 최대 18조1535억원 걷힐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는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다. ◇김진표 “가훈은 성실..열과 성을 다하자”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사진=연합뉴스]김 위원장은 올해 정기국회에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내고 12월까지 처리할 계획이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내년까지 경유세 인상 여부를 담은 세제 개편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한국경제 희망 있다’(SPC 펴냄)에서 “우리 집의 가훈은 ‘성실’이다. 논어에 있는 말 중에서 따온 것으로 모든 일에, 모든 사람에게 열과 성을 다하자는 뜻에서 아버지의 ‘근면’과 ‘검소함’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경유세 관련한 논의에 특유의 성실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정부와 계속 엇박자를 내 X맨으로 판명이 날지, 문재인 정부의 악역으로 총대를 메고 나섰는지도 조만간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정권 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에게 유익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엑스맨(X-man)=게임에서 일부러 실수해 자기 팀을 지게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김제동, 강호동, 유재석 등이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X맨 - 일요일이 좋다’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적으로 이 용어가 사용됐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아군에 숨어 있는 적군(스파이)’이라는 뜻으로 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데일리 [기재부 24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24시간 면밀히 살펴보고 예산·세금·재정 등 딱딱한 경제정책을 풀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 기사입니다. [기재부 24시]①경유세 인상론 꿈틀..제2 담뱃세 논란 [기재부24시]②종교인 과세 D-6개월, 고심하는 김동연 부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