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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진의 닥쳐라! 영화평론] 고리키의 어머니, 그리고 위르겐의 택시 기사
- 영화 ‘택시운전사’[오동진 영화평론가] 생각지도 않은 얘기일 수도 있고 늘 생각해 왔던 얘기일 수도 있다. 장훈 감독의 신작 ‘택시 운전사’는 상당 부분 막심 고리키의 혁명 소설 ‘어머니’를 닮았다. ‘어머니’는 1980년대에 사람들이 읽지 못하는 금서(禁書)였다. ‘택시 운전사’ 속 택시 운전사와 ARD 동아시아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의 얘기도 80년대 당시에는 철저하게 금기시되는 것이었다. 아무도 ‘어머니’를 얘기하지도, ‘광주의 학살’을 얘기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4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은 사람은 고리키의 소설도 잊고 광주의 비극도 점차 잊어 간다. 장훈 감독이 놀라운 것은 그렇게 광주의 과거를 잊으라고 강요하던 시기, 곧 가장 끔찍한 역사 의식을 지니고 있었던 박근혜 정부 때 이 영화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 감독은, 종종 뛰어난 예지(叡智) 능력을 선보인다. 장훈은 2년 전 지금이야 말로 광주에서의 ‘그때처럼’ 저항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관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택시 운전사’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단순한 것일 수 있다. 아마도 궁금증때문에 시작됐을 것이다. 힌츠페터는 어떻게 광주에 들어갔을까. 그는 또 어떻게 나왔을까. 현장에서 그는 어떻게 촬영을 할 수 있었을까. 혼자였을까? 누군 가와 같이 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은 힌츠페터가 자신을 태워 준 택시 기사 김사복의 존재를 오래전에 밝혔음에도 그의 실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더 확장됐을 것이다. 김사복은 지금 어디 있을까. 왜 그는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김사복과 힌츠페터는 광주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지냈던 것일까. 역사에는 디테일이 없다. 역사는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독일 기자가 광주에 몰래 잠입해서 광주의 참상을 기록했고 그것을 해외 언론에 알렸다는 정도로만 기술한다. 힌츠페터의 ‘활약’으로 광주는 ‘폭동’에서 ‘학살’로 바뀌게 됐다. ‘택시 운전사’는 힌츠페터 만큼 주요한 역할을 했을 법한 한 평범한 사람에게 주목한다. 그가 역사의 현장에서 느꼈을 그 참혹한 정서를 알리려고 애쓴다. 그의 생은 광주 이전과 이후로 크게 갈리게 됐을 것이다. 우리 모두도 그렇다. 광주를 직접 겪었던 그렇지 않든, 광주의 역사를 인지하고 인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갈리게 된다. ‘택시 운전사’는 2시간 동안 그 역사의 갈림길 한가운데를 주행(走行)해 간다. 영화 ‘택시운전사’다시 고리키로 돌아가면, 그의 책 ‘어머니’가 한국에서 오랜 기간 금서였던 이유는 ‘사회적 의식화’의 주요한 기제(機制)쯤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소설 ‘어머니’ 속 어머니는 원래 아무 지식도, 이념도, 욕망도 없는, 그저 폭력적인 남편(제정 러시아 말기의 농노 출신 남자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에게 학대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여자였을 뿐이다.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는 딱 하나, 혁명적 의식으로 살아가는 노동자 아들 빠벨을 위해서다. <택시 운전사>의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하루하루 시내를 쏘다니며 대학생들이 허구 헌 날 공부는 안하면서 ‘데모 질’만 하고 산다고 불평을 쏟아 내는 인물이다. 박정희 시대 때 사우디에서 중장비 기사로 일하며 열사(熱沙)의 노동을 견뎌 냈던 그는 자신이 한국의 경제 중흥을 이끌어 낸 진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운전을 하며 이런 식으로 중얼대곤 한다. “그 뜨거운 사막에 한번 있어 보라지. 저거 다 배가 불러서 그러는 거야.” 문제는 그 자신조차 배가 부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내를 일찍 여읜 그는 사글세 방에서 홀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를 키우며 산다. 만섭은 자유가 어쩌고, 독재가 어쩌고 하기 보다는 오직 딸 애를 잘 해 먹이고, 잘 해 입힐 생각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돈이 최고다. 만섭이 아무 생각없이 광주로 간다는 외국 손님, 곧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래취만)를 가로 챈 것은 순전히 ‘돈 욕심=딸 아이 양육비’때문이었다.결국 고리키의 ‘어머니’가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아들 ‘빠벨’때문에 변하게 되는 것처럼 만섭 역시 독일에서 온 기자 때문에, 딸 아이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군부 독재가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해 가던 당시의 정치환경에 눈을 뜨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섭이 광주에서 겪은 공수부대의 만행만으로 기존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장훈은 야만의 국가 폭력을 생생하게 그려 내는데 주력한다. 주인공 만섭이 자책(自責)을 해 가며 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共感)의 폭을 넓혀 가게끔 이야기를 엮어 낸다. 하지만 만섭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는 계기는 이 독일인을 현장에 버리고 혼자 떠나 오면서부터 이다. 영화가 사람들의 누선(淚腺)을 자극하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그렇게 만섭의 ‘회군’에서 이루어진다. 영화 ‘택시운전사’사람들이 머리통이 깨져 죽어 나가거나, 죽은 아들 앞에서 통곡하는 에미나 할머니의 모습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묵묵부답, 서울로 돌아가는 차를 운전하다가 순천 어디쯤에서 홀로 국밥을 먹으며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만섭에서 사람들은 심금(心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만섭은 광주에 남아 있는 것이 무서웠었다. 무엇보다 딸 아이가 혼자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었다. 그는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이 사람이라면 아무리 외면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는 돌아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벽에 몰래 광주를 벗어 난다. 하지만 그는 순천으로 가는 오전 내내 마음이 무겁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인을 사지(死地)에 놓고 온 것 같아 안절부절이다. 국밥 집에서 사람들이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설왕설래, 빨갱이 폭도가 어쨌다는 둥 해도 그는 그게 아니라고, 거기서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고 말 한 마디 변변하게 하지 못한다. 이제 그는 오히려 자신의 비겁이 점점 두려워 지기 시작한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장훈이 뛰어 난 점은 어쩌면 평면의 역사로 일반화 되고 있는 약 40년 전 광주의 비극을 택시 운전사와 독일 기자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입체화 시키고 구체화 시킴으로써 이 때의 역사에는 여전히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세부적인 에피소드들이 켠 켠이 쌓여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무릇 세상은, ‘단 한 사람’을 구하려는 ‘단 한 사람’의 노력이 경주될 때 비로소 궁극의 구원을 얻는다. 세상 자체를 구하려는 영웅은 그 세상은 구할지 언정 그 안의 사람들까지는 구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라도 구하려는 평범한 사람은 끝내 세상까지 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역과 귀납의 논리는 기이하게도 역사 속에서 감춰져 있기 일쑤다. 장훈의 ‘택시 운전사’는 바로 그 점을 보여 준다. 얼마나 많은 범인(凡人)들이 세상을 구해냈는지 보여 주려 애쓴다. 우리가 다 아는 척,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광주’의 얘기를 깨닫게 해 준다. 만섭이 위르겐을 다시 태우려고 광주로 유턴을 하는 장면 이야말로 이 영화가 줄곧 얘기하고 싶었던 지점의 중심에 서있다.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가 아무리 위험해도 사람이라면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섭이 핸들을 돌리느냐 마느냐의 순간이야말로 우리 역사에서는 진정한 갈림길이었던 셈이다. ‘택시 운전사’는 어쩌면 의미 있는 반복 어와 같은 영화다. 이제 더 이상 광주의 얘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극의 얘기는 이번 ‘택시 운전사’처럼 끝까지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한(恨)의 멍울을 풀어 줄 방법이 없다. ‘택시 운전사’로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정신적 트라우마를 해소하게 될 것이다. 그거면 됐다. 영화는 때론 제작의 과정이나 방법보다 그 목표와 의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연기, 그의 전매 특허인 중얼대는 독백 연기(만섭이 위르겐을 버리고 혼자 떠나기 전 돌아 누어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면 중 하나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준다. 이런 연기는 역사적 공감이 없이는 공허해 보이기 십상이다. 그는 연기를 위해 역사 혼을 스스로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번 영화로 그는 자신이 당대 최고의 연기자 중 한 명임을 당당하게 입증해 냈다. 송강호 만큼 토마스 크래취만의 연기 역시 발군에 발군이다. 그는 진짜 위르겐 힌츠페터처럼 느껴진다. 그를 캐스팅한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찬란한 성취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장훈 감독은 그가 늘 한국 현대사의 골짜기를 다니면서도(‘고지전’ ‘의형제’) 따뜻한 심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는 착한 사람이다. 역사의 주체는 착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장훈과 그의 새 영화 <택시 운전사>는 지금의 우리들의 삶이 과거 어떤 사람들에 의해 간신히 나마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근데 그건 참 진부한 얘기일 수 있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거기에 늘 진리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오동진의 닥쳐라! 영화평론]은 영화평론가 오동진과 함께합니다.글을 쓴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상세하다 못 해 깨알과 같은 컨텍스트(context) 비평을 꿈꿉니다. 그의 영화 얘기가 너무 자세해서 읽는 이들이 듣다 듣다 외치는 말, ‘닥쳐라! 영화평론’. 그 말은 오동진에게 오히려 칭찬의 글입니다. 윗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닥쳐라!’ 댓글을 붙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 "우체국 집배원 죽음의 행렬 이젠 멈춰야 한다."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집배원 죽음의 행렬, 이젠 멈춰야 한다.” 최근 5년간 사망한 집배원 수는 70여명에 이른다. 과중한 노동에 따른 과로사, 돌연사가 많은 가운데 자살한 집배원 수만 15명이다. 올해에만 12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은 24일 국회의원회과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집배원 과로사 근절 대책 및 부족인력 증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 집배원들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우울증과 과로 자살에 내몰리고 있다”며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이젠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집배원 과로사 근절 대책 및 부족 인력 증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이병훈 중앙대 교수, 박두용 한성대 교수,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창원 한성대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용노동부 관계자, 송관호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 김정기 전국우정노동조합 산업안전본부장.세미나는 집배원들의 과로사를 막고, 인력 충원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개최됐다. 집배원들은 예비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시간 중노동을 감당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집배원들에게 오전 6시 출근,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며 “집배원들은 점심을 거르기 일쑤이고 빵 한 조각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5월 15일부터 같은달 19일까지 관할지역 4개 우체국 실태 조사한 결과 집배원은 하루 평균 1000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했다. 월 평균 연장 근무 시간이 57시간이었다. 추석이 포함된 지난해 9월 대전유성우체국은 평균 초과노동 103.9시간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따지면 집배원의 업무 시간은 2800여 시간이다. 지난해 OECD 평균 노동 시간 1770시간과 비교하면 1000시간 이상 많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 시간 2285시간과 비교해도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 김 위원장은 “과도한 업무량 탓에 집배원들은 새벽부터 나와 분류작업을 하고 있지만 연차 휴가조차 쉽게 쓰지 못하는 구조”라며 “한 명이라도 연가를 쓰면 동료 집배원의 업무가 그만큼 배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박시영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2016년) 집배원들이 쓴 연가 휴가 실제 사용일 수는 평균 3.4일이었다. 지정 연가중 쓰지 못하고 버린 연가가 평균 약 16일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집배원 100명 증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집배원의 열악한 근로 조건이 확인된 만큼 3600명 증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집배원 노동 환경이 문제가 되자 국회에서 나섰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더이상 집배원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지 않아야할 책임이 있다”며 “부족한 집배 인력 증원은 물론 상시 집배원의 정규직화, 안전사고 예방, 처우개선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제5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시간 단축, 근로환경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우편 서비스의 위기”라며 “국민 모두가 누려야할 서비스를 국회에서 놓지 않고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 김훈 엘리샤코이 대표 "천연 유래 샴푸로 '뷰티' 영역 확장"
- 김훈 엘리샤코이 대표가 최근 출시한 자연 유래 성분 샴푸인 ‘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를 들고 소개하고 있다. (제공=엘리샤코이)[이데일리 강경래 기자]“‘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는 회사가 천연화장품 분야에서 또 한 번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천연화장품 전문기업인 엘리샤코이 김훈(42) 대표는 21일 “그동안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마스크팩 등 화장품 분야에 주력한 데 이어 최근 샴푸를 출시하며 천연 뷰티 라인업을 헤어 분야로 확대했다”며 “헤어뿐 아니라 보디 등에도 진출하는 등 궁극적으로 뷰티 전 영역에 걸친 라인업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지난 5월 출시한 ‘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는 그동안 샴푸에 쓰였던 31가지 유해 성분을 첨가하지 않는 대신, 인체에 무해한 성분 50가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연 유래 성분 99.5%를 실현했다. 이를 통해 두피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정과 보습, 영양, 머릿결, 볼륨감 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이 제품은 최근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목 받는 배우 이승연이 홈쇼핑 메인게스트로 참여하면서 일명 ‘이승연 샴푸’로 알려지고 있다.IT(정보기술) 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2004년 천연화장품 전문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하며 기업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쇼핑몰을 운영하던 그는 3년여 만에 독자적인 천연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쇼핑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피부가 극도로 민감하거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있었다. 천연화장품만 써야 하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해외 현지 가격보다 5배까지 부풀려진 제품이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들을 위한 ‘(가격이) 착한 화장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김 대표가 2007년 5월 선보인 비비크림과 스킨케어, 마스크팩 등은 입소문을 타고 곧바로 해외 바이어를 통해 일본시장에 수출됐다. 품질 인증이 까다로운 일본시장에 우선 진출한 덕에 중국과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순차적으로 관련 제품이 수출될 수 있었다. 일본 등 국내에 온 해외 관광객들이 엘리샤코이 브랜드를 찾으면서 롯데와 신라, 동화 등 면세점에도 자연스럽게 입점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품질이 먼저 입증된 후 역으로 국내에 들어온 셈이다.엘리샤코이의 전체 실적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특히 올해 4월 아시아를 넘어 화장품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1위 헬스앤뷰티스토어인 CVS 매장 중 총 2200곳에 입점을 확정했다. 미국 진출로 엘리샤코이 수출 국가는 총 15개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난 14년 동안 축적된 대형 드럭스토어 입점 노하우와 천연화장품 분야에서 확보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자평했다.그는 ‘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이 제품은 두피 자극이 적다는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5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처음 공개된 후 곧바로 두산과 신세계, 제주JTO 등 면세점에 입점했다.‘엘리샤코이 모어 프레쉬 샴푸’는 일본 QVC 등 해외 홈쇼핑에서도 방송키로 확정했다. 김 대표는 “아시아와 북미에 이어 유럽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중동 및 할랄(이슬람)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뷰티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엘리샤코이는 오는 2019년까지 300억원 이상 매출액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 김태년 "김동철, 정치 그렇게 하면 안돼..사기치지 마라"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2017년 예산안 관련 공공부문의 질 좋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뉴시스)[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야당을 향해 “완전히 사기다. 국민 대상으로 사기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지난 대선과 2017년 예산편성과정에서 경찰·소방관 등 사회서비스 공무원 충원을 이야기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해당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김 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야3당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적예비비에 공무원 증원에 필요한 목적예비비가 편성돼있음에도 야당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통과된 2017년 예산 수정안을 보면 주광덕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김동철 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공공부문 인력 증원 관련 비용에 대해 협의해 통과시켰다”고 말했다.예산 수정안에는 경찰관·소방관·군부사관 등 공무원 일자리를 1만개 이상 확보하기 위해 목적예비비를 500억원 가량 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김 의장은 “목적예비비 500억원은 엄연히 본예산에 편성된 것”이라며 “당시 여야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예산이기 때문에 법률이다. 이를 못하겠다는 것은 법을 안지키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김 의장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저랑 통화할때 ‘추경에선 안되지만 목적예비비로 하라’고 말한 바있다”며 “지금 와서 뒤집으면 어쩌자는거냐. 정치 그렇게 하시면 안된다”라고 말했다.특히 국민의당 대선공약에도 이 같은 사항이 있었다고 짚었다. 김 의장은 “국민의당 대선공약집을 보면 군 전문인력 충원, 영양교사, 진로진학상담사, 특수교사 확대, 근로감독관 증원, 사회복지 공무원 증원, 경찰 증원, 소방관 확충 등이 담겨있다”며 “자기들이 잡으면 지키려 했고 정권 못잡으면 안지키려는 목적이었냐”고 말했다.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목적예비비가 편성된 후 당시 새누리당은 ‘공시생 내년에는 1만명 더 합격, 예산 500억 추가 확보’라는 현수막을 동네마다 붙였다”며 “그 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금와서 공무원 공화국이 될 것처럼 공격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30년동안 공무원 증원으로 327조의 예산이 든다고 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30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예산을 합치면 1경5000조쯤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숫자를 가지고 국민을 현혹시키면 안된다”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전날인 19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추가채용 예산 80억원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입장을 냈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한국당), 황주홍(국민의당), 홍철호(바른정당)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국민 혈세로 먹여살리는 공무원의 무분별한 대규모 신규 추가채용에 반대한다”며 “정부는 국민적 동의 없는 대규모 공무원 증원계획을 고수할 것인지에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말했다.야3당 예결위 간사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 50명 당 1명이 공무원”이라며 “현재 1년 평균 3만8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매년 공무원을 두 배씩 새로 늘려 5년간 17만4000명을 추가채용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향후 30년간 인건비만 327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IT에 정유화학도 주도株 가세?…코스피 `쌍끌이 랠리` 기대
- (출처: 마켓포인트)[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상반기 코스피시장을 지배했던 주도주가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IT주(株)였다면 하반기엔 유가와 금리가 완만하게 반등하면서 정유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미국 대형IT주를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데다 삼성전자 등의 가격 부담이 커진 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정유화학주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 유가·금리 반등 전망…정유화학주에 눈길 가네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주식시장 주요 변수로 유가와 금리가 떠오르고 있다. 상반기엔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기준)가 2월말 배럴당 54달러에서 지난달말 42달러선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들어 46달러선까지 회복했다. 금리 역시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과 통화긴축정책 등에 완만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단 평가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3월초 2.6%에서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중순 2.1%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2.3%대로 회복했다. 장기금리 반등은 거시경제지표 회복을 의미하는 만큼 유가 반등과 금리의 완만한 상승세에 경기민감주가 반응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3분기 박스권 하단에서 상단인 50달러 초반으로 반등하고, 금리는 미국 경제지표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완만하게나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장단기 금리차 상승 전환은 투자전략이 경기민감 대형(수출) 가치주로 이동함을 암시한다”며 “중소형, 내수, 방어, 성장주 진영에서 알파를 고민하기보다 투자전략 변화의 길목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대장주 IT, 은행 등 금융주, 정유화학주를 대안으로 꼽으며 특히 저평가된 정유화학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공급 측면에선)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안정화 의지,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의 증산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수요 측면에선) 미국, 유럽 경기회복 등으로 유가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 경기 모멘텀은 유가 민감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 정유화학주의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며 “현 주가와 밸류에이션 여건은 저점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S-Oil 등의 정유주는 현금배당수익률이 6~8%가 될 정도로 코스피 평균(1.66%) 대비 월등히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화학주는 2차 전지를 중심으로 한 IT섹터와의 연결고리가 주가 하방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011170)과 S-Oil은 이달 들어 각각 4.1%, 9.2% 상승했다. ◇ IT 주도주 역할 계속…“하반기 IT·경기민감주 강세”정유화학 등 경기민감주가 들썩이더라도 IT주가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최근 미국의 대형IT업종을 의미하는 FAAM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및 알파벳)에 대한 고점 논란에 삼성전자 등 코스피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던 국내 IT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IT주 급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FAAMG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5배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10배도 채 되지 않아 FAAMG과는 달리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단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올 하반기는 1999년 하반기 버블 장세와 비슷할 것”이라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이미 심각하게 고평가된 것으로 인식됐던 기술주는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말했다. 금리 반등은 IT주 등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정적이지만 IT주는 금리보다 ISM제조업지수와 상관관계가 더 높단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의 ISM제조업지수는 57.8로 2014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연구원은 “1999년 ISM 제조업 지수가 강하게 오르면서 기술주 상승에 불을 붙였다”며 “하반기엔 IT와 경기민감 업종이 동시에 오르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재부24시]'종교세 유예, 경유세 인상' 김진표는 X맨인가
-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최근 기획재정부가 잇따라 발칵 뒤집혔다. 김진표(사진·70)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잇단 ‘돌발 인터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계적으로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하반기부터 논의해 내년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조세당국인 기재부와 협의를 거친 게 아니었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한 기재부는 “1월 시행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김진표는 엑스맨(X맨)”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야당을 사실상 돕는 스파이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경유세 인상, 선거 악영향”..종교인 과세 71% 찬성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국민이 71.3%에 달했다.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2014년 11월 2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를 보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출처=MBN, 리얼미터]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물어봤다. 지지율 여파를 놓고 보면 ‘X맨’ 의혹이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경유차를 주로 서민, 자영업자들이 많이 타고 있어 경유세 인상은 여권 지지율에 분명히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가 적폐청산, 야권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갈 것으로 보여 과세 형평성·기득권 문제 해소 측면에서 종교인 과세를 하는 게 여당에 긍정적 결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MBN이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한 2014년 11월20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들에게 이제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71.3%에 달했다. 비과세 의견은 13.5%에 그쳤다. 과세 의견이 신자, 비(非)신자 모두 비과세 의견보다 높았다. 비과세 의견은 개신교 33.0%, 천주교 16.7%, 불교 5.6%, 무교 4.6%로 조사돼, 개신교 측의 ‘조세 저항’이 제일 심했다. 이런 선거 악영향 전망에도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잇따라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 측에선 “조율된 게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춘추관에서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대비 120%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아주 비현실적인 주장이 보도됐다”며 “청와대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종교인 과세 유예와 관련해 “청와대와 조율을 통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그것은 김진표 위원장의 이야기다. 우리는 조금 더 살펴보고 전체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도 지난 7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경제정책을) 해봤기 때문에 결정된 얘기를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김 위원장과 종교인 과세 유예, 경유세 인상을 협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종교인 과세 유예 관련해서는 세법 원칙에 어긋나는 김 위원장의 개인 의견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 위원장은 현재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를 맡고 있다. 세법 전문가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국민 개세주의라는 세법 원리·원칙에 따르면 당연히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문재인 정부 악역 맡아 총대 멨다?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5월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를 찾아 “(상대 후보보다) 훨씬 능력있는 도지사가 될 분이라는 것을 제가 보증한다”며 당시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진표 후보를 지지했다.[사진=김진표 의원실]그럼에도 이상하다. 김 위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세제실장을 거쳐 참여정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또 원내대표 등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 의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5년의 ‘100대 국정과제’를 정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기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최고의 관료’로 평가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와서 X맨으로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악역으로 총대를 멨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신 교수는 2012년에 김 위원장과 함께 대담집 ‘국민먼저’(호두나무 펴냄)을 출간했다. “종교인 과세는 뒷감당이 문제다. 종교인이 전 국민의 절반이다.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문 대통령의 현 지지율이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로 종교인 이탈까지 생기면 정권으로선 골치 아픈 일이 된다. 그래서 그동안 어느 정권도 과세를 못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현실 정치인으로서 이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경유세는 두 가지가 고려됐다고 본다. 첫째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미세먼지 감축을 약속했다. 그런데 정권 초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미세먼지 관련해 얘기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처럼 경유세를 잡았다고 본다. 둘째는 재원 마련 때문이다. 누리과정 국고지원, 기초연금,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을 지키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증세를 내후년부터 시작하면 늦는다. 당장 올릴 수 있는 것부터 올리자는 생각에서 경유세를 잡았을 것이다.”실제로 경유세를 인상하면 공약재원을 상당하게 충당할 수 있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지난 4일 공청회에서 “경유를 지금보다 2배 이상인 리터당 2600원으로, 휘발유를 2200원으로 올릴 경우 미세먼지는 최대 2.8% 감소하고 유류세는 연간 최대 18조1535억원 걷힐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는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다. ◇김진표 “가훈은 성실..열과 성을 다하자”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사진=연합뉴스]김 위원장은 올해 정기국회에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내고 12월까지 처리할 계획이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내년까지 경유세 인상 여부를 담은 세제 개편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한국경제 희망 있다’(SPC 펴냄)에서 “우리 집의 가훈은 ‘성실’이다. 논어에 있는 말 중에서 따온 것으로 모든 일에, 모든 사람에게 열과 성을 다하자는 뜻에서 아버지의 ‘근면’과 ‘검소함’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경유세 관련한 논의에 특유의 성실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정부와 계속 엇박자를 내 X맨으로 판명이 날지, 문재인 정부의 악역으로 총대를 메고 나섰는지도 조만간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정권 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에게 유익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엑스맨(X-man)=게임에서 일부러 실수해 자기 팀을 지게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김제동, 강호동, 유재석 등이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X맨 - 일요일이 좋다’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적으로 이 용어가 사용됐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아군에 숨어 있는 적군(스파이)’이라는 뜻으로 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데일리 [기재부 24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24시간 면밀히 살펴보고 예산·세금·재정 등 딱딱한 경제정책을 풀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 기사입니다. [기재부 24시]①경유세 인상론 꿈틀..제2 담뱃세 논란 [기재부24시]②종교인 과세 D-6개월, 고심하는 김동연 부총리
- [여행] 100년 풍상 등대…그를 지킨 두섬이 반갑다하네
- 옹도 등대 전망대에서는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그 사이로 배들이 장난감처럼 오간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멈추는 작은 섬’. 어디선가 홀로 등대를 지키고 있을 등대지기를 생각하며 누구나 어릴 적에 불러 봤을 노래 ‘등대지기’다. 한밤 나지막이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아무도 없는 까만 밤바다의 쓸쓸함이 가슴을 채운다. 깊은 밤 홀로 바다를 지켜야 하는 외로운 등대와, 그보다 더 외로울 등대지기의 모습도 머릿속에 교차한다. 외로운 존재에 대한 공감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등대지기가 동요 이상으로 들리던 어느 날 문득 등대에 가고 싶어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서 등대를 향한 부푼 기대를 했던 램지 부인의 아들 제임스처럼….옹도 등대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나무데크가 깔려 있어 오르기 편하다옹도 등대의 광장에 있는 옹기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는 관광객들◇100여년 만에 열린 바닷길, 신비의 섬 ‘옹도’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옹도 등대를 택했다. 충남 태안군 안흥외항에서 서쪽으로 30~40분(12km) 쯤 떨어진 면적 0.17㎢(5200여평)의 작은 무인도다. 이 아름다운 등대는 아쉽게도 우리의 필요가 아닌, 일본의 요구로 세워졌다. 때는 러·일전쟁이 끝난 1907년 1월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은 1906년부터 항로표지를 건설하면서 총 26개의 등대를 세웠다. 그중 아홉번째로 들어선 등대가 바로 옹도 등대다. 이후 옹도 등대는 바다에서 일어난 격량의 역사를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비추고 지켜봐 왔다. 그러다 지난 2013년에 빗장을 풀었다. 외지인의 발길이 늘었단 것 외에 옹도 등대는 지금도 변함없이 묵묵하게 바다를 지키며 누군가를 안전한 길로 안내하고 있다.옹도는 이름에서 보듯 옹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뿌연 해무 속에서 드러나는 섬의 모습에서 옹기의 모습을 떠올렸던 거다. 측면에서 보면 작은 고래를 닮기도 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선 등대는 고래가 숨 쉬며 내뿜는 분수를 빼닮았다.옹도 선착장에 내려서면 갯메꽃이 이방인을 맞는다. 이맘때면 갯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암벽 사이에 핀 모습을 보자니 제법 절해고도의 느낌이 난다. 섬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목재 데크로 조성한 길이다. 거리는 채 400m가 못 된다. 산책로 초반은 가파른 계단이다. 모두 270여 개라고 한다.섬 중턱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동백 잎을 본뜬 초록빛 차양 사이에 장승이 섰고, 옹기 포토존도 조성했다. 옹기 포토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한 조형물이다.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전망대에 서면 시원한 풍경이 두 눈에 가득 찬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그 사이로 배들이 장난감처럼 오간다.동백 터널을 지나면 곧 섬의 정상이다. 제법 너른 공간에 등대와 광장, 숙소 등이 들어찼다. 광장에는 옹기와 고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섬이 옹도, 혹은 고래섬이라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등대 아래는 전시관이다. 전시물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종과 DGPS다. 무종은 이름에서 보듯 종이다. 등명기가 없던 시절, 해무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소리로 섬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DGPS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오차를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옹도 등대는 그러니까 항로표지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등대 아래로도 산책로가 나 있다. 목재 갑판을 따라 섬 가장자리까지 갈 수 있다. 멀리 바다 너머로 중국이 탐낸다는 격렬비열도가 있다는데, 아쉽게도 짙은 해무 탓에 이를 볼 수는 없었다.가의도의 대표적인 기암괴석인 ‘독립문 바위’◇독립문 바위·사자 바위 등 뱃길마저 즐겁다옹도까지 들어가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나올 때는 1시간 남짓 걸린다. 가의도와 일대의 풍경들을 돌아본 뒤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의도라는 이름은 옛날 중국의 가의(賈誼)라는 사람이 이 섬에 피신해 살았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이 섬이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 가에 위치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작은 섬은 봄꽃으로 이름났지만 갯바위들이 만든 풍경도 빼어나다. 가의도의 신장벌 해변 앞으로 사자바위, 독립문바위(‘아기 업은 코끼리바위’라고도 함)와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이 무수한 무인도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객들은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중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이다.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이다. 커다란 갯바위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모양을 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마귀할멈바위’라고 부른다. 오래전 마귀할멈이 조류 거세기로 악명 높은 ‘관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봤는데, 그때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독립문바위 우편에 나란히 붙어 있는 ‘돛단바위’가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돛을 단 풍선을 닮아서라고 한다. 가의도에는 중국 장수에 얽힌 고사가 전해져 온다. 현지 관광해설사가 전한 내용은 이렇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가씨 성을 가진 명나라 장수 3대가 조선에 파병됐다. 임진왜란 때는 1, 2대가, 정유재란 때는 3대가 함께 왔다. 이들이 태안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전열을 추스른 곳이 가의도다. 당시 이들의 수행원 가운데 주씨 성 가진 이는 전란 뒤에도 귀환하지 않고 아예 가의도에 터를 잡았다. 한데 정유재란 때 문제가 생겼다. 손자만 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전사한 것이다. 손자는 둘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기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현재의 태안 남면에 숭의사를 짓고 정주하게 됐다고 한다.가의도에서 뱃길을 재촉하면 사자바위가 나온다. 태안의 바닷길을 지킨다는 바위다. 수사자가 갈기를 날리며 앉아 있는 모양새다. 사나운 수사자가 웅크린 채 포효하는 듯 서 있다. 중국을 향하여 있는 이 사자 형상은 우리 바다를 지키는 모습이다. 사자바위 앞은 관장목이다. 전남 진도의 울돌목처럼 조류가 거세기로 악명이 높은 수로다. 사나워 보이는 검푸른 바닷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안흥항 옆 마도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보물선도 관장목을 건너려다 침몰했다고 한다.여객선 승객들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고 있다◇여행메모△가는길= 옹도까지는 하루 한 번 유람선이 오간다. 오후 2시 안흥외항을 출발해 오후 5시쯤 돌아온다. 휴가철 성수기에는 하루 두 차례로 증편된다. 선비는 2만 3000원이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먹을곳= 딴뚝식당(673-4171)은 굴밥을 잘한다. 돌솥밥 위에 굴을 잔뜩 얹어 끓여낸다. 안면도 꽃지해변 앞에 있다. 태안 읍내 바다꽃게장(674-5197)은 꽃게찜과 꽃게장, 태안등기소 앞 토담집(674-4561)은 우럭젓국으로 각각 이름났다.옹도 반대편에서 바라본 옹도 등대
- "인상 없다"→"단계적 인상"..文 정부 오락가락 경유세(종합)
-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준비 중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단계적인 경유값 인상 입장을 밝혔다.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표 위원장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유 가격을 단계적으로 서서히 인상을 유도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며 “몇 단계로 나눠서 경유 전체의 소비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나 정부 장관급 인사 중에서 경유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표 “경유값 끌어올려야”..인상 공식화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가운데)과 공동 부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김 위원장은 “미세먼지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같은 수준 또는 휘발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그런 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경유 가격(1237.9원/ℓ·6월 넷째주 기준)이 휘발유 가격(1447.6원/ℓ)보다 리터당 200원 가량 싸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가격 체계를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 개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생계용 경유차)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하면서 내년 재정개혁 때 (인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은 통화에서 “경유세를 어떻게 할지는 신설하는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안다”면서 “특위에서의 경유세 논의 결과가 내년 하반기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 개정안은 내년 7월께 마련될 예정이다.김 위원장의 ‘단계적 인상’ 발언이 알려지자 관계 부처는 이미 뒤숭숭한 분위기다. 민감한 조세정책인데 양측이 조율된 게 없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당혹스럽다”며 “현 단계에서 경유세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세제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기재부와 협의한 게 아니다”면서도 “국정기획위에서 방향이 정해지면 그 쪽에 따라 (세법 개편 관련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한 달간 경유세 관련 조세정책은 오락가락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5일 공개된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8월에 연구용역 (최종)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에너지세제 개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경유값 두배 올려도 미세먼지 2.8% ‘찔끔 감소’현행 휘발유 대 경유의 상대가격(100대 85)에서 경유를 112.3까지 올린 열 가지 시나리오, 미세먼지는 PM2.5 배출량 측정치, 경유 가격을 리터당 2648.7원까지 현재보다 1400원 가량 올려도 국내 총배출량 대비 미세먼지 최대 감축량이 2.8%에 불과했다. [단위=원/리터, 출처=한국조세재정연구원]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붙은 유류세가 각각 60%, 52%에 달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올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회원국 현황(작년 4/4분기 평균 기준)에 따르면, 국내 경유 가격에서 세율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50.7%)보다도 높았다. 미국, 일본, 캐나다보다도 국내 경유에 붙는 세금 비율이 높았다. [6월 넷째주 기준, 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하지만 사흘 만에 이 입장이 다시 바뀌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조세·재정특위를 신설해 하반기부터 경유세 등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김진표 위원장이 6일 단계적 인상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재부가 “개편·인상이 없다”고 밝힌 지 10일 만에 “단계적 인상”으로 발표를 뒤집었다. 김 위원장 입장대로 경유세가 인상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의뢰해 지난 4일 발표된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에 따르면, 경유 가격을 현재보다 두 배 비싼 가격(ℓ당 2636원)으로 올려도 국내 대기오염물질 총 배출량(2014년 기준) 대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2.8% 줄어드는데 그쳤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경유세를 올리면 국민 부담만 늘어나고 미세먼지 감축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2 담뱃세’ 논란이 일어 국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김정숙여사 獨 윤이상 묘지 찾아…'원조 블랙리스트' 재평가받나
- 윤이상 작곡가(사진=통영문화재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윤이상은 남한과 북한, 동양과 서양의 두 세계에 몸담아온 특이한 존재였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 평전을 낸 박선욱씨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고(故) 윤이상(1917~1995)의 묘소를 가장 먼저 찾아 참배하면서 음악가 윤이상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그는 ‘원조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세계적인 작곡가로 손꼽히지만 과거 북한 방문과 관련된 논란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 김 여사의 이번 방문으로 음악가 윤이상이 재평가 받게 될지 음악계는 주목하고 있다.음악적으로 윤이상은 동양과 서양을 끌어안았다. 사상적으로는 남북한 사이에서 이념 논쟁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그의 음악은 유럽에서의 위상과 달리 국내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를 기리는 사업들마저 정부 검열과 대중의 무관심으로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다수 마련됐다.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성악전공’ 김정숙 여사, 윤이상 묘지에 동백나무 심다김 여사는 이날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공수해온 동백나무를 묘지에 심었다. 그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을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금색으로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김 여사는 경희대에서 성악과를 전공했다. 이날 참배에는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과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인 홀가 그로숍 등 윤이상 선생의 제자들이 함께했다.박영희 전 교수는 “윤이상 재단이 2008년 고인의 생가를 매입했지만, 예산 문제로 기념관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윤이상을 기념하기 위한 ‘윤이상 평화재단’을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김 여사는 이와 관련 “한국이 지금까지 정치상황이 그래 가지고…”라며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동양과 서양 음악 융합시킨 현대음악가 1960년대부터 독일에 체류한 윤이상은 유럽에서 동서양의 음악 기법·사상을 융합시킨 현대음악가로 평가받는다. 가야금 연주의 농현 기법을 비브라토로 바꿔 표현하고, 민요와 판소리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서 내는 기법을 첼로나 바이올린 연주에 사용했다. 이를 통해 ‘동서양을 잇는 중계자 역할을 한 음악가’라는 지위를 얻었다, 1960년대 후반 박정희 정권과 중앙정보부는 이른바 ‘동백림 사건’의 간첩 혐의로 윤이상을 독일에서 국내로 납치해와 고문을 자행하고 2년 가까이 교도소에 감금했으며 세계적 비난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석방한 뒤 추방했다(사진=통영문화재단).음악계에서는 “뿌리와 과정이 다른 두 세계의 문화 사이에서 창조의 고뇌를 끌어안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로 평가한다. 윤이상은 이런 공로로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1988), 함부르크 자유예술원 공로상(1992) 등을 받았다. 독일 자어브뤼켄 방송은 1995년 윤이상을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에 선정했다. 동시에 윤이상은 국내에서 친북 인사로 낙인찍혀 있다. 그는 1967년 동베를린(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북한 방문이 빌미였다. 독일 유학생 시절 북한에 있는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직접 보겠다며 방북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기소되면서 줄곧 이념 논란에 시달렸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슈토크하우젠·지휘자 카라얀 등 세계적 음악가 200명이 탄원서를 제출해 풀려난 뒤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할 때까지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은 2007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권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밝혀졌다. 윤이상평화재단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매년 가을 그의 고향 경남 통영에서 열려온 ‘윤이상국제콩쿠르’가 좌초 위기에 놓일 뻔했다. 윤이상평화재단은 “윤이상은 이념을 뛰어넘은 민족주의자”라며 “그는 일제강점기 때 무장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 직후 일본에서 돌아온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만드는 등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자기 몸을 던져 시대와 호흡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상처입은 용’ 국내외서 불러내다윤이상을 조명하는 일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올해 탄생 100돌을 맞아 그의 음악은 ‘줄소환’ 중이다. 코리안심포니는 오는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윤이상의 유작으로 알려진 ‘화염 속의 천사’를 연주한다. 국내 연주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서울시향(1999년)과 부산시향(2001년)이 연주한 바 있다.‘화염 속의 천사’는 독재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분신자살을 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윤이상이 1995년 발표한 교향시다. 소재와 내용 때문에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인식돼왔다. 코리안심포니는 “이 교향시를 실연으로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며 “반평생 조국을 잃은 유랑민으로 살다간 윤이상의 삶을 떠올리며 감상한다면 그 의미가 더 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윤이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첼리스트 고봉인은 9월22일 금호아트홀에서 헌정 무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경기도립극단이 오는 7~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보일 예정인 연극 ‘윤이상: 상처 입은 용’ 출연진. 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은 연령별 윤이상 역을 달리해 격동의 역사에서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려낼 방침이다(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그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도 무대에 오른다. 경기도립극단은 오는 7~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연극 ‘윤이상: 상처 입은 용’을 선보인다. 윤이상의 출생 일화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10대 시절부터 50대까지 연령대별로 다른 윤이상을 등장시켜 그의 삶을 재연한다. 윤이상의 어머니는 태몽으로 용을 꾼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용은 지리산 상공을 휘돌고 있었는데, 몸에 상처가 있어 하늘 높이 날지는 못했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윤이상의 삶은 ‘상처 입은 용’과 닮았다.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에서는 올초 ‘2017 통영국제음악제’를 시작으로 그의 음악이 1년 내내 울려퍼진다. 9월 2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과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하모니아 등을 연주한다. 이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윤이상 음악으로 유럽투어를 간다. 함부르크 엘필하모니의 공식 초청을 받아 유럽 4개국가에서 6번의 공연을 진행한다. 윤이상은 1958년부터 1994년까지 기악곡 101곡, 성악곡 17곡 등 총 118곡을 지었다. 윤이상은 교도소에 있던 때 쓴 세 곡을 빼고 모든 작품을 유럽에서 창작했다.작곡가 윤이상의 생전 모습(사진=통영문화재단).
- 외식업계, 때이른 무더위에 냉메뉴·열메뉴 열전
-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전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등 6월 초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무더운 초여름 날시에 입맛을 잃기 쉽다. 외식업계는 여름 입맛을 되찾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특히, 몸 속까지 시원해지는 차가운 메뉴는 물론 이열치열을 내세우며 선보이는 뜨겁고 매콤한 메뉴도 인기를 끌고 있다.착한새우튀김냉소바 (사진=스쿨푸드 제공)무더위에 지쳤다면, 살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면 요리로 달아오른 속과 입맛을 시원하게 풀어주자.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열을 달래 준다는 메밀 냉소바는 대표적인 여름철 별미다.종합외식기업 SF이노베이션의 캐주얼 한식 브랜드 ‘스쿨푸드’는 시원하고 새콤한 국물 맛이 일품인 ‘착한 새우튀김 냉소바’로 여름철 고객 공략에 나섰다. 착한 새우튀김 냉소바는 고소하고 쫄깃한 메밀 국수에 바삭 바삭한 새우 튀김이 올려져 있는 스쿨푸드의 여름철 대표 메뉴로,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특제 육수와 고소한 면발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여름 무더위로 지친 입맛을 돋구는 데 제격이다. SPC삼립(005610)이 운영하는 우동 전문매장 ‘하이면 우동’은 겨울을 대표하는 메뉴인 ‘우동’에 얼음을 띄운 냉 우동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하이면 우동의 ‘냉우동’은 여름 한정으로 출시된 메뉴로, 시원한 가쓰오 육수에 쫄깃하고 탱탱한 우동면발이 돋보이는 메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면 전문점 제일제면소는 여름을 맞아 제일제면소의 生메밀칼국수면을 사용해 만든 ‘냉(冷) 메밀칼국수’와 ‘비빔 메밀칼국수’ 등 2종을 선보였다. 냉(冷) 메밀칼국수는 살얼음을 띄운 시원한 육수에 청양고추를 넣어 개운한 맛을 더했으며, ‘비빔 메밀칼국수’는 특제양념에 장조림과 무초절임, 메밀순을 올려 매콤하게 즐기는 메뉴다.땀을 쏙 빼는 매콤하고 뜨거운 음식으로 다스리라는 이열치열을 강조한 메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매운맛 열풍이 이어지면서 무더위를 타파할 얼큰한 메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감성주점 브랜드 ‘김작가의 이중생활’가 출시한 신메뉴 ‘가지마라’ 는 매콤하고 얼얼한 맛으로 여름철 입맛에 활기를 더해줄 메뉴다. 가지마라는 사천 요리에 자주 쓰여 매콤하고 얼얼한 맛을 내는 주재료인 ‘마라소스’와 가지를 활용해 만든 중화풍의 볶음 요리다. 롯데리아의 유럽풍 홈메이드 브랜드 빌라드샬롯은 여름 신메뉴로 무더위에 맞선 ‘이열치열’ 콘셉트를 내세운 ‘스파이시 베이컨 피자’와 ‘스파이시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스파이시 베이컨 피자는 매장에서 직접 반죽한 생도우에 매콤한 소스로 볶은 버섯과 베이컨 토핑을 곁들여 430도의 화덕에서 구워 피자 중앙에 샐러드를 추가한 메뉴이며, 스파이시 스테이크는 강한 매운 맛을 내는 청양고추와 대파로 만든 퓨레를 곁들인 스테이크 메뉴다. 지난 2015년 매운맛의 시초가 된 ‘굽네 볼케이노’를 출시해 화제가 된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기존 굽네 볼케이노보다 매운 맛을 2배 더 강한 ‘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를 출시했다.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는 매운맛을 측정하는 표준 단위인 스코빌 지수가 기존의 굽네 볼케이노 보다 무려 2배나 높은 1만2288 지수로, 혀가 얼얼해지는 극강의 매운맛을 자랑한다.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 (사진=굽네치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