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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성' 높이는 구조개혁…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BOK워치]
-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돌봄서비스 임금’을 낮추자는 파격 제안을 했다. 유례 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선 기존 체계를 뒤흔드는 ‘구조개혁’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왔을 지도 모른다. 한은이 통화정책 외에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높이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줘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높이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한은이 고금리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 지에 대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고금리 정책 등 경제를 뒤흔들 만한 사건들이 연속됐음에도 ‘클렌징 이팩트(Cleansing effect·불경기에 효율이 부족한 기업이 퇴출돼 시장 체질이 개선되는 현상)’는 없었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고생산성 부문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저생산성 부문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부문도 크다. 하지만 이는 논의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출처: 한국은행◇ ‘코로나’에 고금리까지 닥쳤지만…자영업자 늘고 폐업률 줄어위기가 발생하면 효율이 떨어지거나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자·노동자 및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전체 구성의 변화로 ‘클렌징 이팩트’가 생겼다.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생산성을 높이기도 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전학을 갈 경우 반 평균 성적이 올라가는 효과와 유사하다. 그러나 팬데믹 위기에선 이러한 ‘클렌징 이팩트’가 없었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5일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한은 분석을 인용해 “팬데믹 이후 위기의 청산효과(클렌징 이팩트)가 없었다”고 발표했다.한은 분석에 따르면 연간 자영업자 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2000년까지 3년간, 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 금융위기였던 2009~2011년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였던 2020~2022년에는 감소하긴 했으나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위기 전과 비교해 위기 때 자영업자가 가장 크게 감소한 규모를 분석해보면 외환위기때는 28만4000명(1998년)이 감소했고, 카드사태 당시엔 14만6000명(2003년), 금융위기 때는 36만3000명(2010년)이 줄었다. 그러나 팬데믹 때는 9300명(2021년)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2022년 회복되기 시작해 2023년 자영업자 수는 568만9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60만5000명)보다 많아졌다. 정선영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우리나라, 유럽 등은 코로나19 충격이 왔을 때 정부에서 고용 유지 정책을 하면서 클렌징 이팩트가 덜 해진 부분들이 있는 반면 미국은 고용시장 탈락 후 실업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고용정책을 펴면서 클렌징 이팩트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인공지능(AI) 등의 발전과 맞물려 산업 구조조정까지 이뤄지면서 총노동시간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2011~2019년) 연평균 0.5%에서 팬데믹 이후(2020~2023년)엔 1.4% 증가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4%에서 1.5%로 하락했다.금융위기 때도 ‘고용 유지 정책’을 폈는데 이번 위기때 유독 클렌징 이팩트가 적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통계연도에 따르면 폐업자 수는 2019년 92만명에 달했으나 2022년 86만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폐업률도 같은 기간 11.5%에서 9.0%로 줄었다. 정 차장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폐업 비용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고용 유지’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폐업률이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때는 폐업할 때보다 사업체 유지시 받는 혜택이 컸던 반면 금융위기 때는 폐업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더 컸다.출처: 국세청◇ 고금리 ‘내수침체’에도 클렌징 이팩트는 없어 지난 4년간 코로나19 위기가 닥쳤고 뒤를 이어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행진이 이어졌다. 통상 위기때는 금리가 낮아지고 재정 퍼붓기가 이어졌으나 이번 위기때는 실물경제 위기가 완연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물가에 대응해 통화와 재정정책이 모두 ‘긴축’적으로 변했다는 점이 다른 위기때와 달랐다.그러나 고금리로 인한 내수침체에도 클렌징 이팩트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시장금리 상승은 ‘돈의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좀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하게 돼 있음에도 한계기업은 퇴출되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 15.5%(2022년)에 달했고 이들의 대출금은 금융기관 전체 차입금의 17.5%로 높았다. 팬데믹 이전 14% 안팎에서 급증한 것이다. 재정, 통화정책이 긴축되더라도 정책이 저생산성 부문인 ‘취약계층’에 집중된 영향이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더라도 이들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끔 도와주는 방식이 돼야 했는데 이런 부분은 고려되지 못했다. 한은이 운영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 감사원 감사 결과 기술형 창업 기업에 지원되는 금중대는 지원 의도와 거리가 먼 편의점, 피자 음식점, 음악학원, 변호사업, 동물병원, 주차장업 등에 지원되고 있었다. 이에 더해 한은은 올해부터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중대’를 도입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중소기업 지원은 한은이 강조하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일일 수 있다.한은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환영하지만 한은의 금리, 대출 등 각종 정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한 금통위원은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불황은 고통스럽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부문을 정리하고 자원을 보다 생산적인 곳에 쓰이게 하는 소위 클렌징 이팩트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불황’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 엔비디아 이틀째 하락…CPI 앞두고 AI랠리 스톱[월스트리트in]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최근 랠리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단기 조정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소비자물가(CPI) 지수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기대인플레 오름세…인플레 반등 우려↑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2% 상승한 3만8769.66을 기록했다.반면 S&P500지수도 0.11% 하락한 5117.94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41% 하락한 1만6019.27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물가 둔화세가 중단된 것인지 가늠하고 있다. 소프트랜딩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미국 경제는 계속 호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 시기 및 폭이 예상보다 덜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일 발표될 CPI와 관련해 월가에서는 전월대비 0.4%, 전년대비 3.1%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원 CPI는 전달보다 0.3% 오르고, 전년대비로는 3.7%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달 0.4%, 3.9% 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1월처럼 실제 수치가 이보다 웃돌 경우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미국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기준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중간값)은 기준 2.7%로 전달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5년 후 시점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한 달 전 대비 0.4%포인트 오른 2.9%였다. 중장기적으로 고물가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미국 소비자들이 본 것이다. 이런 기대치가 지속할수록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는 보다 더뎌 질 수 있다.뉴욕 잉걸스 앤 스나이더의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인 팀 그리스키는 “인플레가 다시 반등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진영이 있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진영도 있다”며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BMO 캐피탈마켓의 전략가인 이안 린겐과 베일 하트먼은 “근원 물가상승률이 1월보다 낮아진다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연준의 노력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시장은 편안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CPI 보고서를 앞두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2% 빠지며 857.74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틀 연속 하락세다. 장중 887.97달러까지 회복하기도 했지만, 이내 매도물량이 나오면서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칩을 사용한 미국 서버제조업체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5.24% 하락했다. 주가가 이틀 연속 빠졌지만, 최근 조정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여전히 엔비디아칩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에서 엔비디아 주가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문사 캔터 피츠제널드는 이날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주당 900달러에서 1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월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829.66달러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캔터 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엔비디아의 GTC컨퍼런스에서 신제품 및 새로운 신기술 소개는 엔비디아 주가에 긍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의 GTC컨퍼런스는 18일부터 21일까지 개최한다. 18일 오후 4시에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외 메타 역시 4.42% 빠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 소유의 소셜미디어 앱인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메타의 페이스북에 힘을 실어줄 뿐이라며 우려를 제기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페이스북을 국민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노골적으로 페이스북을 저격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력망 파손으로 생산이 중단됐던 독일 공장에 전기가 다시 공급될 것이라는 소식에 1.39% 올랐다. ◇국제유가 3일째 하락…차익실현 매물 나와기대인플레이션이 상향되면서 국채금리도 소폭 뛰었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후 4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오른 4.1%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5.4bp 상승한 4.54%를 기록하고 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보합인 4.263%에서 거래되고 있다.국제유가는 3거래일째 하락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계속 나오는 분위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8센트(0.10%) 하락한 배럴당 77.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유럽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은 0.35% 하락했고, 독일 DAX지수, 프랑스 CAC40지수도 각각 0.38%, 0.1% 떨어졌다. 반면 영국 FTSE100지수는 0.12%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