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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왕' 아베는 왜 기시다 총리를 이지메 했나[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2.01.02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쇼는 계속된다. 오는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얘기다. 다만 내빈석은 상당히 빌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물론, 일본의 장관급 인사들은 불참할 예정이라서다.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가에선 ‘이지메(집단 괴롭힘)’에 시달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실상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왼쪽)와 패럴림픽 마스코트(오른쪽) (사진=AFP)◇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뒤에는 아베 압박 있었다시간은 지난달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날이다.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95명)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파티가 벌어졌다. 파티 티켓을 판매해 정치자금으로 쓰는 식이다. 처음엔 화기애애했다. 2000여명이 참석한 파티에서 아베 전 총리가 내내 강조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베파가 자민당 최대 파벌이라는 점, 그리고 기시다 정권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다. 단순한 덕담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정가 시각이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일본 정치 1번지 나가타초에선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돌연 중국을 언급했다. 중국을 향해 “군사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를 거론하며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일본 정계에선 아베 전 총리가 일부러 중국을 언급한 건 동북아 평화를 추구하는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본다. 입버릇처럼 “아베파는 최대 파벌”, “기시다를 지지한다”고 말해 온 아베 전 총리의 ‘혼네(속마음)’은 사실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나치게 리버럴로 물들면 ‘최대 세력’인 아베파는 총리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 압력은 점차 커졌다. 지난달 13일 아베 전 총리는 BS닛폰에 출연해 “시간을 벌어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라고 하소연하며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이웃나라와의 근린을 중시하는 고치카이파의 전통에서도 한발 물러섰다.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아베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사진=AFP)◇선 긋는 기시다에…아베는 이지메 중?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다. 지난해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전폭 지원한 이는 기시다 전 총리가 아닌 다카이치 사나에 현 정조회장이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줄곧 참배하는 대표적 극우파다.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민 건 자민당의 리버럴화에 불만을 갖는 보수파가 늘고 있으니, ‘진정한 보수정당’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사진=AFP)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반격이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의 뜻과 엇나가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먼저 기시다 총리가 총무회장에 임명한 인물은 후쿠다 다쓰오다. 이웃나라와의 관계개선을 중시해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앙숙,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아들이다. 외무상에는 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친중파 하야시 요시마사를 기용했다. 하야시는 차기 중의원 선거부터 야마구치 선거구 공천을 놓고 아베 전 총리와 경쟁해야 하는 천적이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인사뿐 아니라 정책에서도 아베 전 총리와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성장 정책으로 “분배를 실시함으로써 성장을 지탱하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그다음 성장에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내각의 경제기조가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는 발끈했다. 같은 달 26일 TV방송에 출연해 “경제정책 근본적 방향을 아베노믹스에서 바꿔선 안 된다. 시장도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다. 건강상 문제로 물러난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보수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헌 문제다.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기시다 정부가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일본 주간지 일간겐다이에 “보수파의 대표격인 아베가 선수를 쳐 버리면 기대치가 커지는데, 기시다가 이와 다르게 행동하면 실망도 커진다”며 “그렇게 될 경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것이 아베의 이지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상 최장 정권을 지낸 아베 전 총리에게도 개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정작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 전 총리의 이지메 방식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직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아베 전 총리의 의지가 물론 정치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지만, 외교안보를 그 도구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자위대의 한 간부는 “중국 (무력위협)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로 전쟁을 피하려 노력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독자님들. 새해가 밝았습니다. 3월 대선으로 정치부에 파견을 왔습니다. [김보겸의 일본in]은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선거 끝나고 돌아오겠습니다.
  •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치킨 먹는 까닭은[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25
    일본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게 된 건 해외 주둔 미군부대만의 문화를 미국 전체의 문화로 착각한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는 음식이 두 가지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크리스마스 치킨이다. 이러한 풍습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 나오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이런 전통이 없어 주목된다. 일본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 이유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본 근대식문화연구회의 최근 진단이다. 1950년 12월24일,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긴자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 점령군으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병사들은 케이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1948년 요미우리신문은 미군부대용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대량 생산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미국의 풍습’이라고 오인했다. 정작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지만 말이다.이후 미국은 1950년 과잉생산된 밀을 ‘원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민간기업이 밀 수입을 시작하면서 케이크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인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 위해 달려나갔다고 한다.미군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는 모습에 일본인들은 값비싼 칠면조 대신 구운 닭고기로 크리스마스 음식을 대체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일본만의 ‘크리스마스 치킨’ 문화 역시 미군부대의 영향을 받았다.유럽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고급 요리인 거위를 식탁에 올린다. 이후 미국 신대륙을 개척하며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거위보다 번식시키기 쉬운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고, 전쟁 이후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미국 군인들에게도 냉동 칠면조가 배송됐다. 이를 목격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칠면조’라는 인식이 퍼졌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칠면조 가격은 1마리 5000엔에 달해, 대졸 공무원 초임이 1만4000엔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값비쌌다. 미국처럼 칠면조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일본인들은 구운 닭고기로 이를 대체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FC 치킨을 일본의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만든 이가 1970년 일본에 진출한 KFC 1호점 점장, 오오카와 다케시다. 매장 근처의 한 기독교계 유치원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용 치킨을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그의 근거 없는 홍보가 일본 공영방송 NHK 전파를 타면서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리는 KFC 치킨이 월평균 매출의 10배에 달하면서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홍보로 인해 일본에서는 KFC 치킨이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사진=Japan Journeys)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서의 케이크와 KFC는 ‘아시아의 미국’이 되고 싶은 그 시대 일본인들의 욕망과 이를 이용한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최근에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일부 젊은층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가 오래된 것의 상징으로 통하면서다.토요게이자이는 24일 예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하며 “버블 경제 시대에 돈을 많이 쓰는 기념일이자 연인들을 위한 날이라는 이미지는 가성비를 중시하고 비연애로 돌아서는 젊은 세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 때 낯선 미국 문화를 향한 동경에서 열심히 소비하던 케이크와 치킨 역시도 이제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어버린 탓에 특별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 말 바꾸자 지지율 올랐다…비결은 '듣는 귀'?[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1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순항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바보 영주’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기존 내세운 정책 노선을 틀었는데도 지지율은 도리어 오르는 결과를 낳으면서다. 야당은 “말을 바꿨다”며 공세를 펴지만 국민에게는 응원받는, 때로는 상대 진영에서조차 인정한다며 혀를 내두르는 기시다 리더십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들어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을 제시한 뒤 번복하고 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본 입국을 전면 금지하려다 일본인이나 장기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일본인이 귀국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자 “재외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이를 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통치 능력 부족”이라며 맹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여론은 기시다 총리의 편이었다. 오히려 “이 시국에 돌아다닌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하나”며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의 모습.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사진=AFP)이뿐만 아니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인당 10만엔(약 10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도 말을 바꿨다. 애초 계획은 현금과 쿠폰을 각각 5만엔씩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연내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쿠폰 지급 시 소요되는 행정 비용만 967억엔으로, 현금 지급 방식(280억엔)의 3배를 훌쩍 넘는다는 불만을 접수하고서다.이처럼 정책을 내놓은 뒤 비판이 일면 말을 바꾸는 모습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4%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대책을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도 46%에 달해 “낮게 평가한다(26%)”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40% 넘는 국민에게서 코로나19 대책을 호평받은 건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야당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열린 2021년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저자세를 유지한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날 선 질의에도 “제대로 검토하겠다”며 야당 처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이는 야당의 추궁에 정색하고 반박한 아베 전 총리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스가 전 총리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토교통성 통계 데이터 수정 문제로 추궁받자 기시다 총리가 이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입헌민주당 유튜브)한 간부는 일본 토요게이자이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기시다 같은 이들은 정말로 공격하기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통상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예산위가 이례적으로 “지극히 평온하고 일정대로 진행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의 비결로는 ‘듣는 힘’이 꼽힌다. 기시다 총리가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신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오사카 기반의 일본유신회 소속 한 간부는 “(듣는) 귀를 갖지 못했던 전직 총리와 ‘귀’를 가진 기시다 총리의 차이점이 부각되면서 탄탄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평론가들 역시 “공감능력을 어필하는 기시다 총리의 모습은 현재의 국민감정과도 궁합이 좋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숙일 때 숙이는 자세에 일본 유권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정치인은 반 발짝만 앞서 가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고, 어쩌면 이웃나라 기시다 총리가 실천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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