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싫지 않았어” 대화 녹음… 사전 동의로 볼 수 있을까?

  • 등록 2022-12-08 오후 10:07:54

    수정 2022-12-08 오후 10:07:5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상대방이 성관계 후 싫지 않았다고 말했더라도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면 사전에 성관계를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진성철)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경북 구미의 한 공원 여자 화장실에서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같은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후배인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고 판단해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술에 만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블랙아웃 증상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1심 재판에선 성폭행 직후 “싫었냐”는 A씨 물음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대답한 녹음파일이 무죄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2심은 A씨에게 준강간 혐의가 있다고 봤다. 준강간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범죄를 말한다. 보통 피해자가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의식을 상실하고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거나 대응 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때 발생한다.

2심은 “대화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였고 피해자는 ‘아니’라는 대답 후 대화 도중 부정적 감정 표현을 했다”며 “피해자가 A씨와의 성관계를 사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설령 성관계 후에 ‘싫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서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 A씨의 죄질이 좋지 않다”라면서도 “A씨가 벌금형 1회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없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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