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우회'에 '우회' 계속되는 이주비 대출

시공사, 사업촉진비 명목으로 조합에 대출
대출비, 조합이 전세금 반환 청구 금액으로 써
사실상 이주비 대출로 쓰이는 꼴
SPC까지 등장...국토부 "예의주시할 것"
  • 등록 2021-10-18 오후 5:29:02

    수정 2021-10-18 오후 9:07:11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대출 규제가 거세지면서 정비사업장에선 각종 ‘대출 우회’ 방안이 횡행하고 있다. 15억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하거나,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면 이주비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조합들은 시공사들이 대여해 준 사업촉진비를 이주비로 쓰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사들이 특수목적법인(SPC)까지 만들어 이주비 지원을 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대출 우회 방식을 계속 들여다보겠단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이주비로 쓰여도 OK?…‘깜깜이식’ 사업활성화비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들은 사업활성화비 등을 수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앞서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아파트를 수주한 삼성물산도 1조원이 넘는 사업활성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대우건설과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GS건설도 1600억원을 사업비 조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사업활성화비는 사업 추진을 위해 조합에 대여해주는 사업 비용인데, 사실상 이같은 비용이 이주비 등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직접적으로 ‘이주비’ 이름으로 사업비를 쓰는 게 아니라, 전세세입자의 반환 청구권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 70조에 따르면 전세 세입자는 전세금에 대한 반환 청구권을 조합(사업자)에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반환 청구권을 행사하면 조합은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전세금은 집주인의 비용이 아닌 조합 비용으로 계산되며, 이를 시공사가 지원해주는 방법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주비가 아닌 조합 사업 비용을 충당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국토부 등의 ‘트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다주택자들의 전세반환대출(이주비)이 막히면서, 이같은 방식으로 시공사가 전세금을 대신 충당하는 사례도 생긴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업활성화비를 두고 위법 논란이 분분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정법 132조를 근거로 이같은 사업비를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 또는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비를 조합에 대여해줬고, 이 비용을 조합이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직접적으로 이주비에 쓰라고 명시한 게 아니기 때문에 도정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SPC까지 등장…이주비 대출 갈등 계속 될 듯

심지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이주비를 지원해주는 시공사도 등장했다. 과천시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대우건설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 촉진비에 대해 국토부 등 정부가 감시를 한다고 밝히면서, 은행에서도 사업촉진비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차라리 새로운 법인(SPC)를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이같은 대출 규제 우회 방식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주비 규제를 둘러 싼 조합원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사가 지급한 돈이 이주비에 쓰이는지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대출 규제 우회 방안 등이 어떤 형태로 횡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한 반포동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미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시세는 15억원이 넘으면서 대출 규제 대상이 됐다”며 “특히 재건축 단지는 다주택자가 적지 않은데, 아예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도 “대출규제가 결국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형태”라며 “앞으로 정비사업장의 이주비 대출은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관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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