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밀리고 취소"…의료 공백 이틀째 `혼란`, 칼 빼든 정부(종합)

전공의 진료 거부로 현장 혼란 가중
내달 진료도 연기…2~3주가 한계
정부, 중증·응급치료에 집중 지원
"구속 수사까지 검토"…파업 주동자에 엄포도
  • 등록 2024-02-21 오후 4:49:22

    수정 2024-02-21 오후 7:12:11

[이데일리 황병서 이영민 이지현 백주아 기자] “뇌혈관 질환 통증이 시작됐는데 의사 진료를 받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어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전공의들이 병원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형 병원 의료 행위의 중추인 전공의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예삿일이 됐고 아예 진료나 수술이 중단된 곳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공의 이탈이 심한 병원의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의료계 집단행동에 가담한 의사와 주동 세력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의사계에선 정부를 향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의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접수를 앞두고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예정된 진료 취소될라…시민들 ‘전전긍긍’

21일 오전 취재진이 이날 오전 둘러본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은 전공의 파업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몰라 걱정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3 아들의 예정된 위 검사를 위해 경주에서 왔다는 조모(52)씨는 “어제 남편도 응급실 상황은 어떤지, 검사가 예정대로 되는지 걱정돼서 전화를 수시로 했다”며 “파업 때문에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응급실 앞에서 쪽잠을 자며 대기했다는 김모(65)씨는 “아내가 일요일에 응급실에 실려 와서 있는데 병실이 없어서 응급실에 있다”면서 “2개월 정도 항암하면서 여기 있다가 퇴원했는데,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한다는 김모(79)씨는 “병원이 파업을 하니까 (진료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려고 병원에) 종일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며 “자식들이 같이 안 사니까 물어볼 곳도 없고 갑갑해 직접 왔다”고 했다.

하루 먼저 파업에 돌입한 세브란스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이 병원 안과 진료실 앞에는 ‘진료 지연 및 많은 혼선이 예상됩니다. 특수 처치 및 검사가 불가한 경우 진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란 안내문이 붙었다. 주로 전공의가 예비진료를 보고 검사하는 안과 특성상 다른 과보다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40대 여성 환자 김모씨는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렸다”면서 “평상시라면 30분 정도 걸렸을 것 같은데 불편했다”고 말했다.

실제 인력 공백에 직면한 주요 병원은 수술과 진료를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달뿐 아니라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진료도 연기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진료과별로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가 불가하다’는 취지의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다른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도 최소 30%에서 50%까지 수술을 줄이고, 교수를 응급과 야간 당직 근무에 배치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잇몸’으로 버티는 이 같은 상황이 2~3주가 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 중증·응급치료 지원…파업 의사에겐 `엄단`

정부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현장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증·응급치료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약 50%는 지역의 종합병원이나 병원급에서 진료 가능한 환자로 보고 있는데, 의료기관 간 적극적인 연계로 전공의 이탈이 심각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엔 공보의 등 외부인력을 핀셋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상진료 대응체계를 확고하게 짜겠다”며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근무지를 이탈한 의사들에겐 칼을 빼들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이날 오후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열고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와 이를 주도하는 한국의사협회(의협)에 대해 강경한 대처를 예고했다.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하고, 특히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와 인사에 대해선 구속수사 등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항암치료나 응급수술이 연기되는 등 중증환자 치료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하는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설득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의협도 맞불을 놨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의 전공의 기본권 탄압은 이성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지만,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아무리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전공의 사직)을 불법으로 탄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1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천명의 의사가 (의업을) 포기할 것이고, 그 수가 늘어나면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의사 되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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