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무역 환경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무역협회는 우리 수출이 활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와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시장 개척, 무역 금융, 물류비 안정 등 수출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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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7.1% 증가한 6900억달러로 세계 경기 둔화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 수입액이 지난해보다 19.5% 늘어난 7350억달러를 기록하며 45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리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수입액 증가로 이어지면서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됐다”면서도 “국내 수출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독일·일본 등 주요 제조업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세계 수출액 순위를 6위로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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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는 반도체 부문이 IT 수요 감소와 반도체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올해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부문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와 설비 증축으로 수출액이 올해보다 9.4%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이 밖에 석유제품(-13.5%)과 철강(-9.9%)·가전(-4.8%)·섬유(-3%) 등의 수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선박(27.4%)과 디스플레이(2.3%), 무선통신기기(2%), 자동차(1.9%), 자동차 부품(0.4%)의 수출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조 원장은 “선박 부문은 2021년 큰 폭으로 수주가 늘어나면서 내년 인도 물량이 많아 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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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중 갈등,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제 안보가 중요 가치로 부상, 공급망 재편 속도가 더욱 빨라지리란 전망이다. 이에 보조금 경쟁, 수출통제, 프렌드쇼어링, 글로벌기업 탈중국 현상 등도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울러 환경·인권 통상규범 정립을 통한 기후변화와 인권침해 대응이 본격화되리라는 게 무역협회의 전망이다. EU 역내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초과 탄소배출량 만큼의 부담을 강제하는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중국 신장 지역의 수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어 “무역협회가 싱크탱크가 돼 국내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과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도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어려운 점을 덜어주려고 한다”며 “국내 여러 규제와 관련해서도 현장에서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