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두고 17년만 빅매치…우진산전, 현대로템에 도전장

7000억원 규모 KTX평택오송선 EMU-320 136량 입찰
우진산전 "스페인 탈고와 협상했으나 깨져"
철도업계 "외산 수주시 국내 철도 생태계 붕괴할수도"
  • 등록 2023-03-14 오전 11:08:29

    수정 2023-03-14 오후 9:11:43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그간 현대로템(064350)이 독점하던 고속철도 수주를 두고 17년 만에 ‘빅매치’가 성사됐다. 애초 스페인 탈고(Talgo)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려던 우진산전은 계획을 바꿔 핵심부품만 받기로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탈고와 손을 잡은 우진산전이 현대로템을 제치고 평택오송선 사업을 따낼 시 철도 산업 생태계 붕괴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로템의 최고 시속 320㎞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EMU-320. (사진=현대로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현대로템과 함께 우진산전도 KTX 평택~오송선에 투입할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EMU-320) 136량 입찰에 참여했다고 14일 밝혔다. 약 7000억원 규모인 이번 사업은 지난주 첫 입찰 때 현대로템만 단독 응찰해 이날 오전까지 재입찰이 진행됐다.

이로써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수주 경쟁이 성사됐다. 마지막 고속철도 경쟁 입찰은 지난 2005년 프랑스 철도차량 제작사인 알스톰과 현대로템 간의 경쟁이다.

17년 만에 입찰 경쟁이 이뤄지게 된 배경에는 코레일의 자격요건 완화가 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2016년 발주했던 EMU-250이나 고속차량 등의 입찰에 시속 250㎞ 또는 300㎞ 이상 고속차량 제작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같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동차 업계 1위인 우진산전은 지난해 EMU-320 입찰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다만 자체적인 고속열차 제작 기술이 없는 우진산전은 스페인 고속철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탈고사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우진산전의 입찰은 쉽지 않았다. 우진산전은 지난 7일 첫 입찰 공고 마감 때 입찰을 포기해 갖은 추측을 낳았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첫 공고 때는 탈고와의 계약 조건 협상이 완료되지 않아 입찰하지 못했다”며 “재입찰에서도 마지막 날인 14일 새벽에야 응찰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진산전은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 입찰했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탈고 측이 컨소시엄 형태에는 각종 책임 문제로 난색을 보였다”며 “대신 탈고가 고속열차의 핵심 부품인 ‘대차’(열차 바퀴를 지지하는 틀)만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찰은 1단계 평가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고 2단계 평가에서 가장 낮은 가격만 제시하면 기술력과 적기 납품에 대한 보장이 부족하더라도 공급업체로 선정된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우진산전 측은 “현실적으로 350㎞/h 고속철도 제작 경험이 있어야 1단계를 통과하기가 쉽지 기술 점수만 가지고 순수하게 1단계를 넘기는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진산전의 도전장을 두고 보는 국내철도 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진산전이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한다면 고속철도마저 외산에 잠식당할 수 있다”며 “현대로템과 150여개 협력사의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현대차그룹에서 현대로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데 이번 고속철도를 수주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회사의 상황은 어찌 될는지는 뻔하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