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도 막는다?…공군 영역 넘보는 육군[김관용의 軍界一學]

육군, 국정감사서 장사정포요격체계-Ⅱ 업무보고
"北 신형 탄도미사일 및 초대형방사포 요격체계와
순항미사일 대응 체계도 구축하겠다" 공식화
기존 공군 KAMD와 중복, 임무영역 중첩 가능성
예산·작전 등 문제있는데…'밥그릇' 되찾겠다 모양새
  • 등록 2022-10-23 오전 11:09:36

    수정 2022-10-23 오전 11:21:2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은 지난 2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에 띄는 전력 증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 체계 후속 사업을 통해 북한 신형 미사일에 대응하고, 순항미사일 대응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육군은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체계와 복합·다층의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수도권 위협에 대비해 장사정포요격체계 소요를 확대하고 북한의 저탄도·공력비행 신형미사일(KN-23·24) 및 대구경방사포(600㎜) 등을 요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요격체계-Ⅱ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저고도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같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육군도 단거리 미사일 대응체계 구축?

현재 육군은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과 핵심 중요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2011년 실전 배치한 미사일 방어체계인 ‘아이언돔’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일정 지역을 둥근 지붕을 뜻하는 돔(dome)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저고도로 날아오는 로켓포를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입니다. 국내 개발을 추진해 당초 2020년대 말 전력화를 목표로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026년 전력화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도 방위력개선비에는 장사정포요격체계 연구개발비가 769억원 반영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을 지도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이다. 김 위원장이 방사포 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발표한 육군 업무보고에 따르면 이에 더해 장사정포요격체계-Ⅱ까지 확보해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까지 방어하는 방공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방어망은 이미 공군에 구축돼 있습니다. 공군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와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통해 미사일 표적을 탐지 및 추적하고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작전통제소의 교전 명령에 따라 패트리엇 체계와 천궁 등이 요격에 나서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입니다. 사실상 육군이 공군의 방공작전 영역을 나눠 갖겠다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육군은 신형 장사정포요격체계 사업을 설명하면서 북한판 에이테킴스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 기존 탄도미사일과는 달라 장사정포요격체계로 대응하는게 효율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들 미사일은 풀업·활강·상승의 변칙기동이 특징입니다. 발사 초기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궤적을 보이다가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고 정점 고도(50㎞)를 지난 일부 비행 구간에서 풀업(pull-up) 비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초대형 방사포 역시 ‘포’이기 때문에 장사정포요격체계로 대응하는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공군의 미사일방어체계는 기본적으로 급기동하는 항공기 요격용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변칙 비행 반경이 적은 탄도미사일도 충분히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요격 능력의 핵심은 속도인데, 패트리엇 요격 체계 등은 북한 신형 미사일 보다 빠릅니다. 로켓포를 막는 장사정포요격체계로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천궁 지대공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게다가 육군의 이번 순항미사일 대응체계 역시 공군 방공시스템과 겹칩니다. 순항미사일은 로켓 추진력을 이용하는 탄도미사일과 다르게 일반적인 항공기와 비슷한 비행 원리를 갖습니다.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어 사정거리 확보에 유리하고 저고도 비행으로 적 레이더 탐지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기본적으로 비행 방식이 항공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현 방공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게 공군 설명입니다.

육군 반대에도 방공포병 공군 전군

결국 북한 위협을 명분삼아 ‘밥그릇’ 싸움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원래 우리의 방공시스템은 육군이 주도했습니다. 6.25전쟁 당시 미 육군의 고사포대대 1개 소대를 운용한게 시초입니다. 전쟁 이후 육군은 고사포대대를 창설하고 이를 발전시켜 여단급 부대를 만듭니다. 중거리 방어 미사일인 호크 유도탄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인 나이키 유도탄도 육군 고사포병여단에 배치된 전력이었습니다.

1980년대까지 3개의 방공포병여단을 거느리던 육군은 1991년 공군에 이들 전력을 넘겨줍니다. 효율적인 방공작전을 위해선 단일화 된 지휘체계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물론 육군은 방공포병의 공군 전군을 반대했습니다. 이렇게 출범한 공군방공포병사령부는 공군작전사령부의 지휘를 받으며 발칸, 신궁, 호크, 천궁, 패트리엇 등의 방공무기체계로 적 항공기에 대응하고 미사일 요격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북한 탄도미사일 등을 탐지하는 탄도탄감시대도 방공포병사령부 소속입니다.

2013년 방공포병사령부는 과거 유도무기인 호크와 나이키 미사일을 패트리엇과 천궁 등 최첨단 정밀 유도무기 체계로 교체하면서 명칭을 방공유도탄사령부로 바꿨습니다. 이어 올해 4월 전략적·작전적 공중 위협을 감시하고, 복합·광역 다층 미사일 방어 및 지역 방공임무를 수행한다는 뜻으로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로 또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과거 육군방공포병사령부에서 운영하던 호크 요격 미사일로 공군이 이를 넘겨받았다. [사진=공군]
이같이 방어 중심의 공군 전력과는 다르게 육군은 공격용 무기체계를 운용합니다. 육군 유도탄사령부를 확대 개편한 미사일사령부입니다. 현무 탄도미사일과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등의 화력자산을 운용합니다. 현무 탄도미사일 등의 성능 개선 등으로 명칭을 최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로 바꾸고 지휘관 계급도 기존 소장에서 중장으로 변경했습니다. 군사적으로 ‘전략’이라는 의미는 전쟁의 판을 짜는 것입니다. 짜 놓은 판에서 싸움을 이기기 위한 ‘전술’적 수단의 하나인 미사일 전력을 전략부대 명칭으로 사용하는게 적절한지도 의문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어망이 두터우면 두터울 수록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예산상 제약과 우선순위, 타 전력과의 중첩, 작전 운용의 효율성 등을 따져야 합니다. 기존 공군 전력을 고도화 시키는 것이 현실적인데, 육군까지 미사일을 방어 전력을 갖겠다는건 욕심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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