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사도 깜짝 놀란 김의겸의 `거짓말 브리핑` [국회기자 24시]

李-주한EU대사 비공개 회동 후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
EU 대사 발언 왜곡→EU 대사 반발에 "심심한 사과"
관련 입장문 홈페이지에만 '슬쩍'
  • 등록 2022-11-12 오전 9:10:00

    수정 2022-11-12 오전 10:25:21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거짓말 브리핑’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제1야당 대표와 주한EU대사 간 외교 무대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외교 참사’라는 비판까지 나왔죠. 이에 대한 입장을 내는 과정에서 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슬쩍 입장문을 올렸을 뿐,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지도, 사과의 대상도 EU대사 단 한 명에게 국한되며 다소 당황스러운 대응을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발단은 지난 8일 이재명 대표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의 접견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대사를 연이어 접견한 이 대표는 EU 대사와 한반도 문제 기후 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죠. 그리고 양측의 비공개 회동 후 김 대변인의 백브리핑이 있었습니다. 백브리핑이란 공식 행사나 브리핑이 끝난 후 이와 관련된 배경 등을 설명해주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 대변인은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가 되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변인의 말 대로라면 페르난데즈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죠. 그런데 외교부는 그날 오후 “김 대변인이 백브리핑한 내용 중 오해가 있었다”며 전했습니다. 페르난데즈 대사가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건데요. EU 대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내 말이 언론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 유감”이라며 “잘 아시겠지만 그런 의미나 의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김 대변인의 백브리핑이 ‘거짓말’이 된 셈이 됐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에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미국이나 중국과의 문제였다면 더 큰 외교적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것이죠. 국민의힘에서도 논평을 통해 김 대변인의 왜곡 발언에 대해 비판을 했는데요.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 김 대변인의 거짓말이 이번에는 외교 참사다. EU대사의 권위를 빌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셈”이라며 “제1야당 대변인으로서의 책임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죠.

김 대변인은 해당 논란에 대해 처음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긋다가 이튿날 오후 짧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비공개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대사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을 했다. 이 대화 중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짧았습니다. 해당 발언에 대한 또 다른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 및 정부에 대한 사과는 당연히 없었고, 국민에 대한 사과도 없었습니다. 특히 더 당황스러운 대목은 이 입장문의 홍보 과정입니다. 민주당은 대변인들의 논평이나 입장문 대부분을 홈페이지에 올린 후 취재진에게 문자로 알립니다. 민주당의 입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김 대변인의 ‘[민주당 당대표-EU대사] 관련 입장문’이란 제목의 공지는 홈페이지에만 올라왔을 뿐 문자 공지는 없었습니다. 굳이 민주당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이를 확인할 수도 없었던 것이죠. 더욱이 김의겸 의원실에서 민주당 공보국에 문자를 보내지 말라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의도된 축소였던 것입니다.

정당의 대변인은 말 그대로 당의 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해주는 창구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취재진 사이에서는 대변인의 말을 믿어도 되는가 하는 우려까지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우려는 현실이 되고, 민주당의 신뢰 역시 떨어질 텐데요.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말을 민주당 스스로 되새겨 볼 일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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