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의 `이 사진`…`포르노`에만 꽂힌 정치권의 품격[국회기자 24시]

野 "사전적 정의" vs 與 "유사 성희롱"
`빈곤 포르노` 문제의식은 상실한 채
`포르노` 단어만 부각한 여야
가난마저 정쟁으로 몰고 간 정치권
  • 등록 2022-11-20 오전 9:30:00

    수정 2022-11-20 오전 9:30:00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현지 의료 취약계층 방문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한 주입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사진 속 김 여사의 행보를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하면서 여야의 공방이 시작됐죠. 국민의힘은 “표현 자체가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여당은 더 나아가 지난 16일 오후 장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가 담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외면한 채 ‘포르노’라는 선정적인 단어에만 집중해 왜곡된 논쟁을 벌인 정치권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빈곤 포르노’ 논란의 시작…김 여사의 개인 행보

발단은 지난 14일 장 최고위원의 발언이었습니다. 한국-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을 생략하고 따로 비공개 일정을 진행한 김 여사에 대해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취재진 동행 없이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그 전날 김 여사가 현지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참석하려던 아동이 건강문제로 오지 못해 김 여사가 아동을 직접 찾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동을 안고 있는 사진 5장, 김 여사가 울고 있는 아동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사진 4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은 과거 소말리라의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방문한 배우 오드리 헵번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도 이어졌죠.

이에 장 최고위원은 특히 김 여사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꼽으며 “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난과 고통은 절대 구경거리가 아니다”라며 “그 누구의 홍보수단으로 사용돼서도 안 된다”고 직격을 가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의 언급에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두둔에 나섰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 의원 징계를 민주당에 요구했고 이어 여성 의원 일동 명의로 장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당 차원에서는 윤리위에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위반 등으로 제소했죠.

지난 1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대한민국 영부인이 ’오드리 헵번을 따라한‘ 사진 속 ’빈곤 포르노‘로 비판 받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와 관련한 기사를 다뤘다.(사진=영국 더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포르노’에 매몰돼 상실된 정치권의 문제 의식

김 여사의 행보에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야 모두 ‘포르노’라는 집중해 감정싸움만을 이어간 것이라는 점입니다. 표현 사용의 의도성 진위 여부부터 사전 등재 여부를 따지며 단어의 통용 정도를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의 품격을 따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여권의 공세에 장 최고위원은 “빈곤 마케팅을 비판하는 표현 ‘빈곤 포르노’는 사전이나 논문에 있는 용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의 말처럼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는 좁은 의미로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나 영상’을 말합니다. 사진과 영상으로 동정심을 불러 사회적 존경심 혹은 금전적 이익을 보려는 행위를 뜻하는 국제 용어로도 쓰이죠.

여권에선 장 최고위원의 표현이 ‘의도적’이라 파악했습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계획적으로 단어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유사 성희롱을 했다”고 맹폭했습니다. 그는 “‘포르노’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퍼셉션(인지)과 겹쳐서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 최고위원의 뜻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사과할 것은 해야 한다. 품격있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핵심은 정치권이 ‘포르노’라는 점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단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해 ‘빈곤 포르노’의 실질적인 문제 의식을 사회적 공론장으로 이끌고 가지 못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에서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 이성을 찾자”고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의 의도와는 별개로 ‘빈곤 포르노’를 여성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 의도적으로 정쟁으로 몰고 가며 표현을 두고 설전만 벌인 정치권의 행태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의 지적처럼 표현에 앞서 김 여사의 행보가 아픈 아이의 모습을 통해 휴머니즘적 이미지를 얻기 위한 행동이었는지, ‘빈곤 포르노’의 현주소에 대해 논해야 마땅할 정치권은 또다시 그 역할을 져버린 모양새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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