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최근 ‘이재명 옆집 의혹’의 진원지는 517만 명이 쓰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였습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은 내부 고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과 다른 폭로글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블라인드 폭로 제보자를 경찰에 고소하면 수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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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수사하기 쉽지 않습니다. 블라인드 서버에는 가입자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경찰이 법원 영장을 받아 블라인드 측에 가입자 신원 정보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러도 블라인드에 글쓴이 정보가 없어 줄 수 없습니다.
블라인드는 회사별로 가입하게 돼 있는데 회사 이메일을 쓰느냐 여부만 보고 가입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첫 서비스 가입 때 개인 인증용으로 쓰였던 이메일은 블라인드 서버에 평문 형태로 서버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가입하고 나면 이메일이 사라지고 블라인드 계정 1,2,3 등의 형태로 블라인드 서버에 저장됩니다. 블라인드는 이 같은 ‘가입자 로직에 대한 시스템’을 특허등록했습니다.
블라인드의 운영사인 팀블라인드의 대표는 문성욱 씨로 한국인이지만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고 서버 역시 미국에 있습니다. 직원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턴을 포함해 150여 명이라고 합니다. 혹시 국내 인터넷 규제를 피하려고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건 아닐까요?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직장인 SNS여서 미국에서 설립한 것일 뿐 규제와는 관련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3000여 개가 넘는 기업 채널이 개설된 블라인드가 사회적 책임에는 무심한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직장인 대나무숲’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해도,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범죄 우려, 직장 내 왕따 문화 확산 같은 부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카카오 직원이 카카오 블라인드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썼지만, 카카오는 그를 찾아 도울 수 없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팀블라인드에 협조를 구했지만, 그의 신원 정보를 넘겨받는 게 불가능했죠. 신원 정보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블라인드에서는 자살예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 등이 자살 의사나 계획을 표현한 사람의 정보 제공을 요청하면 인터넷 플랫폼 회사는 그의 개인정보를 넘겨주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몇 번 있을 때 글이 숨김처리되고 이용정지되는지 설명하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블라인드 관계자는 “너무 자세히 이용제한 기준을 공개하면 악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 측에서 조직적으로 팀을 짜서 신고하는 행위가 우려된다는 것이죠.
블라인드의 체류 시간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40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체류 시간이 긴 유튜브(46분)에 맞먹는 로열티를 자랑합니다. 특히 한국은 재직자 3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의 85% 이상이 블라인드를 사용하죠. 한국인이 만든 잘나가는 직장인 소셜 SNS 블라인드. 결국 이용자들이 함께 만드는 자정 노력이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논란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