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를 책임지게 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식적인 첫 행보를 하기도 전에 논란에 봉착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내놓은 김 교수의 해석 탓이다. 김 교수는 지난 15일 취임 직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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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은경 혁신위원장에게 충언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아직 본격적인 혁신위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섣불리 현안에 대한 개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돈봉투 건을 검찰의 부풀리기로만 단정하기에는 국민적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김 교수의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짧은 인터뷰에도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 것은 돈봉투 사건이 혁신기구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돈봉투 문제 등을 국민 눈높이에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쇄신 의원총회를 열었고, 해당 의총에서 “윤리규범을 벗어난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며 혁신기구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수의 발언이 이와 배치되면 혁신의 진정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 의원은 “혁신위원장으로서 국민적 기대치를 떨어뜨릴 만한 말들을 많이 해선 곤란하다”며 “김은경 혁신위가 출발하게 된 이유도 바로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코인 투자 논란)건, 잦은 분열 등 내부 관행과 구태와 결별하기 위해서다. 분열하지 않는 민주당, 국민이 다시 기대를 갖게 되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방향을 잡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 역시 “돈봉투 사건 자체는 그 사실만으로 당을 대표해서 여러 분들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이 부분은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기 때문에 사건 자체를 우리가 부인하지 않는다”며 “소위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윤리적인 문제, 그리고 정치자금과 관련된 불투명하거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떤 행태 이런 것들이 누적됐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상식적으로 개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여당에서도 김 교수의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김 교수는 그저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성실한 대변인 노릇을 하고, 혁신위를 사실상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결사옹위하는 친위부대로 만들겠다는 것을 자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김 교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참된 변화와 쇄신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에겐 ‘맹물 혁신위원장’이 이끄는 ‘맹탕 혁신위’의 길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에서는 ‘김은경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정확한 혁신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5년 김상곤 혁신위도 소위 반문(반문재인계)이라고 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공격을 했지만 도움이 됐다”며 “향후 어떤 혁신안으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