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작년 일평균 카드 3.1조 긁었다…'알뜰' 소비에 현금카드 사상 최대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국내에서 결제된 카드 사용액이 하루 평균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6% 증가했으나 이는 전년도 증가율의 반토막 수준이다. 고금리·고물가에 민간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다. 이에 알뜰하게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금카드 사용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3년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작년 지급카드 일평균 이용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6.2%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2.7%(3510억원) 급증한 것에 비해 증가율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2022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카드 사용액이 급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데다 고금리·고물가로 민간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다. 작년 명목 민간소비 증가율은 5.3%(잠정)로 2021년(6.2%), 2022년(8.7%)에 비해 둔화됐다. 출처: 한국은행신용카드는 일평균 2조6210억원으로 6.9% 증가했다. 전년 13.5% 증가율에서 급감했다. 특히 개인의 카드 사용액은 2조730억원으로 8.5% 증가에 그쳤다. 법인은 5480억원으로 1% 증가에 불과했다. 개인, 법인 카드 사용액은 2022년 각각 12.9%, 16.0% 증가했으나 증가율이 크게 축소됐다. 체크카드는 6660억원으로 4.5% 증가했다. 기타 카드는 45억원으로 37.6%나 급증했다. 체크카드와 성격이 유사한 직불형 카드인 현금카드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금카드 이용액은 44억8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7.6% 증가,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알뜰형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선불카드는 97억원으로 33.3% 급감했다. 코로나19 기간 중 이뤄진 재난지원금 지급이 종료된 영향이다. 카드 이용 중 대면결제 이용액은 일평균 1조8000억원으로 6.6%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결제는 1조2000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전체 결제 중 대면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60.1%로 전년(59.9%)과 유사했다.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규모는 1조4740억원으로 10.8% 급증해 연간 기준으로 실물카드 이용액(1조4430억원)을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실물카드 이용액 증가율인 1.9%에 그쳤다. 전체 결제 중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비중은 2019년 38.6%에서 작년 50.5%로 늘어났다.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중 지문인식, 비밀번호 입력 등 카드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비중은 48.5%로 2019년(35.1%) 대비 확대됐다. 이중 네이버, 카카오 등 ICT 업체, 휴대폰 제조사 등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도 67.7%로 확대 추세다. 한편 작년 어음·수표 결제액은 일평균 15조6000억원으로 전년(16조7000억원) 대비 6.6% 감소했다. 자기앞수표의 경우 5만원권 이용 증가, 전자지급수단 사용 확대 등으로 정액권 결제액이 작년 21.7%나 감소했다. 어음 등도 11.2% 줄었다. 소액결제망을 통한 계좌이체 규모는 92조7000억원으로 1% 증가하며 증가폭이 축소됐다. 작년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 포함) 일일 이용 건수는 2265만건, 이용금액은 82조원으로 각각 14.9%, 7.4% 증가했다. 이중 모바일 뱅킹의 비중은 건수가 87.6%, 금액이 18.5%로 집계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대출신청 서비스 이용건수와 금액도 각각 4만건, 1조2000억원으로 13.6%, 5.9% 늘어났다.
- 통화정책 '재료 소진'…국고채 시장 강세 강도 약해져[채권분석]
- (사진=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 주를 휩쓸었던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 이벤트가 지나가면서 25일 국고채 시장은 소강 상태다. 장초반 국고채 시장은 강세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세 강도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는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듯 했으나 따지고 보면 시장이 기대했던 만큼 ‘비둘기(완화 선호)’적이진 않았다. 지난 주 후반 국고채 금리가 내려왔지만 3.2%대 밑으로 떨어질 힘은 약하다. ◇ 장 초반보다 강세 강도 약해졌다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9분께 국고채 2년물과 3년물 금리는 민평3사 기준 각각 1.3bp, 0.9bp 하락한 3.326%, 3.278%에 호가되고 있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5년물 금리도 0.5bp 떨어진 3.318%에 호가되고 있다. 대표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0.1bp 오른 3.365%에 호가중이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0.9bp, 0.8bp 하락한 3.340%, 3.257%에 호가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장초반까지만 해도 아시아장에서 하락하는 미 국채 금리를 따라 2~3bp 가량 하락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하락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bp 가량 오른 4.613%를 기록하고 있다. 4.6%를 재차 돌파했다. 10년물 금리는 1bp 가량 떨어진 4.208%에 거래되고 있다. 양 금리는 장초반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였으나 방향이 바뀌었다. 출처: 마켓포인트국채선물 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초반 만큼은 아니다. 3년선물과 10년선물은 각각 5틱씩 오른 104.93, 113.79에 거래되고 있다. 30년선물은 46틱 급등한 132.98에 거래중이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장초반과 달리 3년선물, 10년선물에서 각각 2700계약, 220계약 순매수하고 있다. 은행도 각각 530계약, 600계약 가량 순매수 중이다. 금융투자가 양 시장에서 각각 1900계약, 620계약 순매도하고 있다. 보험, 투신 등도 매도세다. 연기금은 3년선물 시장에선 140계약 가량 순매도이나 10년선물은 150계약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주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도감을 찾는 듯 했으나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만한 이벤트는 부재한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딜러는 “통화정책 회의 전에는 시장에 경계감이 컸으나 일본은행(BOJ) 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거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지난 주 후반 강세로 마무리됐으나 내용을 따져보면 BOJ, FOMC 회의 모두 시장의 기대 만큼 비둘기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국고채 3년물 금리 3.2%대, 이미 박스권 하단미국의 소비자 물가, 생산자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FOMC회의에선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축소되고 금리 인하 시점도 6월에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우리나라 3년물 국고채 금리도 3.4%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금리 점도표상 ‘연내 3회 금리 인하’가 유지되면서 3년물 금리는 3.2%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3.2%대 밑으로 추가 하락하기에는 힘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 딜러는 “시장에선 저가 매수세가 대기중이기는 하나 레벨이 더 내려가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3.5%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미 박스권 하단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29일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가 공개되지만 이미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PCE 물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2월 PCE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8%, 전월비 0.3%로 예측되고 있다.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은은 1월(2.8%)과 같고 전월비는 0.1%포인트 둔화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하락 강도가 크지 않을 경우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점도표가 상향 조정되면서 금리 인하 횟수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가정하면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빨리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주요국보다 느린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에 달러인덱스는 104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연준과 차별화돼 금리를 인하하려면 환율 안정이 필수적인데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40원을 넘나들며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KB증권은 한은이 빨라야 8월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나 한은 모두 금리 인하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운용사 채권딜러는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가 2회 등으로 축소될 경우 한은도 금리 인하가 1회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은 5년물 국고채가 2조5000억원 가량 발행됐다. 응찰액은 8조5000억원 규모로 응찰률이 339.8%에 달했다. 응찰금리는 3.270~3.330%였고 가중평균 낙찰금리는 3.305%였다. 유통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 [서평]외환거래를 할 때는 우울한 음악을 들으라고?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한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와 정면 대결을 한 적이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음악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며 음원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작년 한 해 스포티파이에서만 1억달러 이상, 17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또 그의 콘서트 티켓 가격은 평균 6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은 세상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일 만한 가치는 돈으로 평가된다. 음악과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뮤직코노믹스’(동국대학교출판부)는 책 제목 그대로 음악과 경제에 대한 이야기다. 지 교수는 유튜브 <지인엽 교수의 ‘뮤직코노믹스’>에서 피아노 연주 공연 등을 게시할 정도로 피아노, 기타 등 악기 연주에 능하다. 그는 음악과 경제를 접목해 동국대에서 ‘음악경제’ 관련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책은 단순히 음악 산업에 발생한 변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시장, 정부, 경제 성장, 금융 등의 개념과 연결해 음악과 경제 구석구석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불황일 때, 호황일 때는 어떤 음악이 잘 나갔는지, 왜 지역마다 콘서트 티켓 가격이 다른 것인지, 코로나19때 사람들은 음악을 더 많이 들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도 소개하고 있다. 또 예술 관련 소비가 국내총생산(GDP)과 양의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미국 사례를 제시해 지역별로 차이가 있음도 설명하고 있다. 음악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줘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도 소개한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즐거운 기분, 중립적 기분, 불편한 기분이 드는 음악을 들려주고 외환 거래를 했을 때 얼마나 성과가 좋은지를 실험한 것이다. 그 결과는 불편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수익률이 좋았다. 통제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음악적 지식과 함께 경제적 지식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말랑한 음악’과 함께 책을 읽어보라. 책이 술술 읽히며 지식은 덤으로 쌓이게 될지 모른다.
- 한은 "상반기 금리인하 없다…섣부른 피벗, 정책 신뢰 저해"(종합)
- [이데일리 하상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섣부른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통화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를 늘릴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다.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4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긴축 기조, 충분히 이어가야”한은은 14일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신호를 제공할 수 있기에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물가가 목표(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해 연말께 2%대 초반에 수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물가 전망 불확실성의 근거로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언급됐다. 일반인의 물가 수준에 대한 인식이 아직 3% 후반대에 머물러 있고,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과거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은 2월 3.8%로 두 달째 같은 수준이다. 1년 뒤 물가상승률 기대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3.0%로 두 달째 제자리다.방홍기 통화정책국 정책기획부장은 이날 기자 설명회에서 “고물가 경험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중요한 이유는 일반인들이 가격 설정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이들의 기대가 안정돼야 관측하는 물가도 안정된다”고 설명했다.한은은 적어도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 유지한다는 정책방향에 변화가 없다”며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쉽지 않고, 5월 여건변화를 고려해 하반기 중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같은 판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 시점과도 관련이 있다. 한은은 연준 통화정책의 파급력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면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줄 경우, 외환 부문의 부담을 덜어 한은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 피벗 이후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셈이다. 한은은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이 오는 6월부터 연중 3~4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은은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국내 물가상승률을 다시 끌어올리고, 가계부채를 낮추는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이 국제 금융시장 안정이나 글로벌 수요 진작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국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출처: 한국은행◇“가계대출, 안정적인 수준”한은은 이날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가 안정 못지않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도 피벗을 결정하는 변수로 꼽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가계대출이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를 한 셈이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0.7%에 그쳤다”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도 하락했다”고 밝혔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11조5000억원 증가해 2022년(-6조6000억원) 대비 증가 전환됐다. 다만 연간 증가율은 0.7%에 그쳐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2022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2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원 늘었지만, 금융권 전체로는 1조8000억원 줄어 11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은은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한은은 가계대출 흐름을 전망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를 ‘주택경기 향방’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전망은 피했지만,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우려를 강조했다.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택경기 부진은 ‘빚 내서 집 산’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확대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또 한은은 정부의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을 늘리지 않을 정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에는 한은이 주주로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를 주도했으나 올해는 주담대 정책금융 상품 공급 규모가 줄어든다. 이 부총재보는 “특정한 대출 구조에 대해 정부나 금융당국이 적절하게 가계부채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정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한은 "가계대출, 안정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일문일답]
-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4년 3월) 설명회.사진 왼쪽부터 이관교 경기동향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작년과 재작년을 통틀어서 볼 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적인 수준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이사)는 14일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이 0.7%에 그쳤고 작년, 재작년 합쳐보면 가계대출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작년에 가계대출 비율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 금통위원이 최근 공개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피봇을 결정하는 변수는 주택 가격, 가계대출이 될 것”이라고 밝혔을 만큼 주택 가격과 가계대출이 물가 안정 못지 않게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 가계대출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 한은은 주택 가격 전망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고 밝혔지만 이전보다 ‘하락’ 우려에 무게를 뒀다. 이날 보고서는 “주택 가격 하락시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작년 주담대 등 가계대출이 늘어난 원인으로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금융 확대가 꼽히는 것에 대해서도 이 부총재보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가계대출 증가로만 볼 게 아니라 주택 시장 경착륙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주담대 정책금융 규모는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 나온 이후 가장 많이 급증한 바 있다. 다음은 이상형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등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올해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이상형)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이 0.7%에 그쳤다. 작년, 재작년 합쳐보면 가계대출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본다. 작년 중반 이후에 가계대출 늘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작년 2~3월 주택 거래 증가 요인이 작용했다. 정책금융도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책금융의 역할을 가계대출의 증가로만 볼 게 아니라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책금융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여건에 따라서 상황이 변할지는 주의깊게 모니터링 하겠다. -주택가격 하락이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위험이 어느 정도인가요?△(이) 금융시장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일부 잠재 리스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신용리스크가 어떻게 될지는 정책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부동산 PF에 대해선 정책당국이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비은행권의 경우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고 대응 능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선제적으로 갖춰지면 금융시장 신용위험 확산이 제약될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올해부터 시행됐는데 저출산 문제를 부동산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한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냐?△(이) 저출산은 국가적 중요과제인데 이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모든 부문에서 대응 방안이 나와야 할 정도로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저출산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갖고 여러 조사 연구하고 있다. 금융쪽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도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대출 구조에 대해선 정부나 금융당국이 적절하게 가계부채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정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일부 금통위원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리 내리기 전에 거시건전성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그러한 선제 조건을 갖췄나?△(이) 스트레스DSR은 변동금리 대출로 갈 경우 가산금리가 부여돼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방향이 될 수 있다. 2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원 늘어났지만 금융권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로 갔다. 전반적인 흐름이 신용대출이 줄고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비은행이 줄고 은행이 늘어나는 추세라 전체로 봐야 한다. 가계대출 흐름은 1~2월에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국내외 통화정책 진행 과정에서 가계대출 움직이 예상과 다르게 갈 수 있는데 스트레스DSR 효과 등을 살피면서 필요하다면 가계부채 관련 추가 대책을 감독당국과 상의하겠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던데 어떻게 보나?△(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에 변화가 없다.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어렵고 하반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에 변화가 없다. -5월 전망에 따라선 하반기 시작부터 (금리 인하) 행동이 있을 수 있나?△(이) 상반기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말 물가가 2%대초반 정도로 예상했는데 기존 전망은 2% 내외였는데 2% 밑으로 떨어진다는 전망이 늦춰진 것이냐?△(최창호 통화정책국장) 2월 경제전망 때 예상과 다르지 않다. 올 연말, 내년초 2%대 초반 수준은 변화가 없다.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간 괴리가 길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물가안정을 판단할 때 어떤 물가로 보나?△(방홍기 정책기획부장) 물가안정기를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볼 때 소비자 물가가 근원물가로 수렴해가는지를 본다. 그렇게 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 광범위하게 물가 지표를 보면서 물가가 목표에 수렴하는지를 볼 것이다. -물가 기대심리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농산물 가격 영향이 큰 것인가? 향후 물가 불안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방) 고인플레이션율 경험 이후에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같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안정화되면 기대인플레가 내려가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주목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일반인들이 가격 설정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대가 안정돼야 관측하는 물가도 안정된다. 실제 경제주체들이 직접 체감하는 일부 품목의 물가가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을 주목받는데 우리나라는 농산물, 장바구니 물가가 영향을 받는다. 물가 흐름을 흐트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가안정기로 볼 수 있는 근거들이 여러 개 있는 기대인플레 안정, 한 부문의 물가 충격이 파급되는지 여부 등이다. △(이) 추세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떨어질 것이다. -물가와 관련해 목표수준 안착하기 이르고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회복이 지연된다고 판단하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PF 리스크도 커지는 것 아닌가?△(이)부동산 시장은 상하방 위험이 있어서 어느 방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매물이 늘어나고 부동산 PF 리스크는 부동산 시장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최근에 디스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금융시장 완화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자본비율 확충 등을 통해 전반적인 건전성은 갖춰져 있다. 부동산PF 익스포저 큰 비은행의 경우 연체율 빠르게 오르는 상황인데 최근 여건을 보면 연체율이 단기간에 꺾일 것이라고 보기는 이르다.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상황, 리스크 요인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방)지난 2년간 물가안정, 금융안정간 트레이드오프가 첨예해졌다. 통신보고서에서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이유는 2년간 집중됐던 고인플레이션 대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불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응 수단을 충분히 활용했고 필요할 때는 유의깊게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다. △(이) ‘충분히 장기간’은 물가와 관련해서 표현한 것이다. 2월 물가상승률이 3.1%였는데 하반기로 갈수록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에 보면 나타나 있지만 물가 기대가 목표 수준에서 안정돼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물가 안정기로의 재진입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리스크가 있다. 국제유가가 전일 큰 폭 오른 것처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유가도 불안하다. 섣부른 긴축기조의 전환과 이에 따른 리스크에 유의할 단계다.
- 한은 "美 상업용부동산 대출 위험, 금융위기나 뱅크런으로 안 간다"
-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일본 아오조라, 독일 도이치방크 등 해외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손실 또는 추가 충당금 적립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 부실이 다른 나라로 파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한은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한은이 14일 발표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사무실, 아파트, 소매점, 산업건물, 숙박시설 등으로 구분되는데 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을 중심으로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사무실은 가격이 2023년말까지 1년간 16.1%나 급락했다. 그동안의 가격 상승에 따른 고평가 인식,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 재택근무 확산 등에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도심지역 사무실은 무려 29.2%나 하락했다. 아파트 역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24%를 차지하는데 가격이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31.3%나 급등했다가 작년말 14.5%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을 보면 중소형 은행에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편이다.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12.8% 수준인 반면 1000억달러 미만인 은행의 비중은 35% 수준에 달한다. 특히 올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000억달러 이상 만기 도래하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차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2022년말 0.64%에서 작년 9월말 1.07%로 급등했다. 한은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SVB 파산 사태와 고금리 충격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그때와는 다른 부분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때는 금융기관들이 구조화 파생상품 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리스크에 대한 평가 자체가 어려웠으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단순 대출, 저당증권(CMBS) 형태로 리스크 평가 자체가 용이하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은행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차별화된다. SVB파산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뱅크런이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은행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SVB, 시그니쳐 은행은 예금의 대부분이 예금보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액 예금자로부터 조달됐으나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이 비율이 30%를 하회한다.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도 다르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작년 3월 당시엔 연준의 완화적 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가 낮았지만 현 시점에선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확산될 조짐이 보일 경우 연준이 신속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