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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 구멍이 뚫린 상자
-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이데일리 고규대 기자]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티빙(tving)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파트1를 마치고 오는 3월16일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발전의 맥락을 짚은 팩추얼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제작기를 참여 스태프를 통해 6회에 걸쳐 들어봤다. <편집자 주>내겐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딸이 있다. 딸의 독립된 우주는 빠르게 세상을 빨아들이며 학습한다. 그 세상엔 케이팝도 포함된다. 딸의 케이팝 우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팽창하여 블랙핑크와 르세라핌, (여자)아이들을 지나 뉴진스와 엔믹스에 이르렀다. 그 어려운 가사도 척척 외우고, 언니들이 카메라 앞에서 짓는 표정을 그대로 복사해 나에게 보여준다. 멋지다. 이 언니들은 당당하고, 자신 있고, 누가 뭐라고 하든 나 자신을 사랑한다. I LOVE MYSELF! 이 얼마나 다행인가! 걸그룹이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몸을 쓸어내리거나, 볼에 바람을 넣어 애교를 부리는 구애의 시대가 이젠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게!“엄마! 나 뚱뚱해도 예뻐?”얼마 전이었다. 딸이 이렇게 물은 게.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이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고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저 멀리, 저녁으로 오렌지 하나를 먹고 윗몸 일으키기를 100개씩 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던 14살 여중생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케이팝 제너레이션’ 2화 ‘Zero To One’과 6화 ‘Outside the Box’의 연출을 맡아, 두 편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문득 세어보니 100명에 육박한다. 여기에는 아티스트, 케이팝 산업종사자, 팬, 머글(케이팝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평론가, 타 분야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케이팝에 대해 의견을 들려주었고, 이 의견들을 곱씹고 엮어내는 편집 과정은 나에게 큰 배움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6화 ‘Outside the Box’의 경우, 흐름을 도출해내는 작업 자체가 큰 도전과제였다. ‘케이팝 낯설게 들여다보기’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아이돌에게 주어지는 터부, 연습생 처우, 유사 연애, 젠더표현, 퀴어 문화에 대한 포용 등 쉽게 다룰 수 없는 소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다 보니, 늘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던 사이, 이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구멍이 크게 뚫린 상자’의 은유적 이미지를 떠올렸다.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영역을 표현하기 위해 상자의 모양을 상정하고, 이 상자는 결코 밀폐되어 있지 않다는 뜻에서 구멍을 냈다. 이 구멍을 통해서 케이팝은 많은 것을 세상에 흘려보냈고, 반대로 세상의 변화는 구멍 안으로 흘러들어와 케이팝에도 영향을 주었다. ‘Outside the Box’는 케이팝 상자 밖에서 벌어진 세상의 변화가 케이팝 안쪽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한 회차다. 제도적인 개선, 아티스트 인권, 사생활에 대한 감수성 등 많은 것이 변해왔고 내가 만난 그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말 중에서 유의미하지 않은 것 하나 없지만, 유독 케이팝이 여성의 신체를 다루는 방식이 ‘뚱뚱해도 예쁘냐’는 딸의 말과 함께 오래도록 마음에 울린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그래, 너는 너를 사랑하겠지. 그렇게 예쁘고 날씬하니까. 그럼 나 같이 생겨도 날 사랑할 수 있나?”인터뷰이 중 ‘일다’ 박주연 기자는, 최근의 걸그룹이 제창하는 ‘나 타령’, 즉 ‘LOVE MYSELF’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여성의 신체를 향한 잣대는 과거보다 오히려 더 획일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려면 일단 예쁘고 날씬해야 할 것. 아마 살이 찌면, 나이가 들어 피부가 처진다면,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힘들 걸?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S.E.S의 ‘I’m your girl’ 뮤직비디오를 입 벌리고 보던 나도 케이팝이 주장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아이 중 하나였다. 14살, 저녁 식사를 오렌지 하나로 버티던 몇 달의 시간 끝에 나는 꿈의 40kg대에 도달했지만, 결말은 병원행이었다. 의사는 나를 혼냈고 나는 예전의 식사 습관과 체중을 되찾았지만, 엄마마저도 내 마른 몸을 보고 ‘예쁘다’며 칭찬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나와 유사한 경험을 인터뷰이 중 한 명인 ‘퀴어돌로지’의 저자 연혜원도 갖고 있다. 그는 ‘소녀시대를 보고 인생이 바뀌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증언한다. “여자가 저렇게 마를 수도 있구나, 나도 저렇게 말라야 사랑받을 수 있겠다.” 나는 케이팝 소비자들의 자존감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케이팝의 신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도 질문을 했다. 기획사 측도 당연히 사정이 있다. 우리가 좋아서 그러냐. 아이돌은 물론 사람이지만 판타지를 파는 상품이고, 더 나은 상품을 만들려면 1%의 확률이라도 올릴 수밖에 없다. 투자하는 돈이 얼만데. 주주들이 얼마나 압박하는데. 사회가 마른 사람을 원하는 이상, 체중 관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수적이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더 나은’ 케이팝이란 존재할까?물론이죠, 다양한 체형이 사랑받는 케이팝이죠. 어린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제발 고려해주세요.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케이팝이 지속할 수 있도록 연료가 되어주는 게 무엇인지, 그 중심에 어떤 시각적 이미지가 있는지 떠올려보면, 덮어놓고 기획사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판타지는 비일상적인 것일진대, 현재 사회가 원하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판타지일 수 있는가? 6화에서 다루는 그 어려운 이야기들 - 연애, 결혼 등 아이돌에게 주어지는 터부, 미성년자 노동을 둘러싼 관점, 다양한 젠더표현에 대한 문제 등 - 한가운데 ‘모순’이라는 단어가 자리하는 이유다. 6화는 이 모순을 감히 해결하지 않고 질문들을 던진 채로 마무리하고자 한다.단, 이 질문들에 대한 고민은 6화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붙잡고 있을 것 같다.“나 뚱뚱해도 예뻐?”에 대한 대답만큼은 똑바로 하기 위해서.△글=이예지 머쉬룸컴퍼니 대표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④케이팝, 구멍이 뚫린 상자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
- 연진이가 돌아온다…콘텐츠株 웃을까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의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즌1 공개 직후 주가가 급등한 현상이 다시 한 번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드라마 방영 뒤 흥행이 확산하면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다른 콘텐츠 기업들에도 온기가 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더글로리 시즌2 공개에…주가 모멘텀 기대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날 7만8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말 2월28일 종가 7만6400원 대비 2.6%(2000원) 상승한 수준이다. 이달 3일에는 약 한 달 만에 8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는 건 오는 10일 더 글로리 시즌2가 방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글로리 시즌1은 지난해 12월30일 공개된 이후 큰 파급력을 낳았다. 드라마 흥행에 성공하면서 넷플릭스 가입자수 증가에 기여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한국인 안드로이드 및 iOS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기준 1월 넷플릭스 앱 이용자수는 1279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약 79만명이 증가했다.시즌1 공개 당시 주가 흐름을 보면 드라마 공개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드라마 공개 직후인 지난 1월2일에는 장중 8만9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이는 전거래일 종가(8만6000원) 대비 3.5%(3000원)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8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더 글로리 시즌2 공개로 주가 모멘텀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 공개된 파트1이 대흥행에 성공한 만큼 파트2에 대한 대기 수요도 높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또 다른 시즌제 드라마가 연이어 나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35편의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더 글로리와 같이 이미 흥행한 시즌제 드라마 ‘스위트홈 2’, ‘경이로운 소문 2’, ‘아스달 연대기 2’ 등을 올해 공개한다. 텐트폴(대작) 수준을 넘어선 ‘경성크리처’, ‘도적’ 등도 화제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 ‘더 글로리’ 흥행에 다른 콘텐츠株도 웃는다더 글로리의 흥행의 기세를 몰아 다른 콘텐츠주에도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의 경우 과거 시청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시스템이 탑재돼, 더 글로리 흥행 시 다른 작품으로 호재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주요 제작사의 기대작을 보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신드롬을 일으킨 에이스토리(241840)는 올해 ‘유괴의 날’, ‘모래에도 꽃은 핀다’ 등의 작품을 방영한다. 유괴의 날은 윤계상, 모래에도 꽃은 핀다는 장동윤이 각각 주연이다. ‘수리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콘텐트리중앙(036420)은 ‘D.P 2’, ‘지옥 2’, 등의 시즌제 드라마를 공개한다. 텐트폴 작품으로는 이준호 및 임윤아 주연의 ‘킹더랜드’가 라인업으로 잡혔다. 이밖에 키이스트(054780)는 올해 텐트폴 작품으로 이민호와 공효진 주연의 ‘별들에게 물어봐’, 고경표 및 강한나 주연의 ‘비밀은 없어’ 등을 편성했다.전문가들은 올해 주요 작품 중 대작의 경우 방영 전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경향이 크고, 나머지는 시장 반응에 따라 주가 흐름이 갈릴 것으로 점쳤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텐트폴이나 해외 판권이 기대되는 작품은 선반영, 일반 드라마들은 방영 후 흥행 성과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압수수색 사전심문제가 뭐길래?…검찰vs법원 대충돌
-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도 사전에 판사가 심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검찰 등 수사 기관들은 범죄 대응능력이 대폭 약화 될 것이라며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캔디(엑스터시), 케이(케타민), ㅍㅌ(펜터민), 펜디(펜디메트라진) 등 은어를 사용해 마약을 거래하는 채팅 내용 (사진=대검찰청)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지난달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변호인을 심문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아울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에게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수사기관이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려면 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 등 영장 집행계획을 써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이 그간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압수수색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자정보 압수수색 요건과 통제 장치가 없으면 사생활 비밀의 자유, 정보 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어 최소한의 제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은밀하고 신속한 범죄 수사가 어려워지며, 특히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는 마약범죄 대응 능력이 대폭 약화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해 “수사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라며 “피의자 인권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검찰은 개정안 중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집행 방법 제한’은 마약 범죄 수사를 사실상 못하게 하는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압수·수색영장 청구 시 전자정보 검색에 사용할 ‘검색어’를 미리 정해서 제출해야만 한다. 그동안 검찰이 파악한 마약·판매상을 지칭하는 은어 중엔 ‘케이’ ‘코코아’ ‘보약’ ‘구찌’ ‘술왕’ ‘통술’ ‘뻐꾸기’ ‘후리’ ‘예술’ 등이 있다. 이들 은어는 정해진 규칙 없이 개인이 마음대로 만들며 수시로 변한다.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마약 팝니다’ ‘마약 삽니다’고 당당하게 걸어놓는 범죄자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들 다양한 은어를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해서 압수수색 전에 영장에 적어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검찰은 마약을 ‘사탕’이라고 부르는 조직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탕’을 검색어로 수색을 펼치겠다는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에 돌입한 결과 조직이 마약을 ‘사탕’이 아닌 ‘별사탕’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검찰은 ‘별사탕’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해서는 안 된다.또한 이들 조직이 ‘사탕수수’라는 은어로 또 다른 마약을 거래한 사실을 포착해도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검찰은 ‘별사탕’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로 수사하겠다는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받아야 하며, 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조직원들은 증거를 숨기고 도주할 위험이 크다.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영장을 새로 받지 않은 채 ‘별사탕’ ‘사탕수수’ 검색어를 사용해 범죄자들을 잡으면 오히려 변호인 측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증거수집’이라고 맞설 것”이라며 “실제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만큼 검찰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에 사건 피의자, 변호인, 관계자 등을 불러 대면 심리하도록 하는 개정안 내용도 수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 노출되고, 별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아울러 압수수색 참여권 보장 대상으로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를 명시한 개정안은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증거인멸·도망 위험을 높이고, 간첩 사건처럼 장기간에 걸친 증거수집이 필요한 수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공수처도 최근 대법원의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공수처는 영장 발부 전 판사의 대면 심리 도입에 대해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고 수사의 밀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집행계획’을 미리 쓰도록 한 것에 대해선 “예기치 못한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없어 불완전한 압수수색에 따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경찰 역시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 저해를 우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이처럼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법원은 오는 9일부터 이틀 동안 충남 부여군에서 전국법원장 간담회를 열어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적정한 운용 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 "우리 지역이 먼저"…첨예한 갈등에 공공기관 이전 늦어지나
- 1월 5일 충북도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 2번째), 김태흠 충남지사(왼쪽), 김영환 충북지사(왼쪽 2번째), 이택구 대전시 부시장이 지역발전 협력회의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대전·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전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지역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전 공공기관과 기준을 확정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이전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추진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혁신도시로 지정된 충남 내포신도시. (사진=충남도 제공)◇균형위·국토부 “올해부터 공공기관 이전 가시화”…전 지자체 유치전 참전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토교통부,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수도권 공공기관이)이전되도록 추진하겠다”며 이전 시기를 명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올해 1월 충청권 4개 시·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 지역의 공공기관 지역 이전이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전시와 충남도를 비롯해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162개 공공기관을 자신들의 지역으로 끌어오기 유치하기 위해 총성없는 유치전에 뛰어들었다.이 가운데 충남도는 중점 유치 대상 34개 공공기관을 공식화하고,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특히 충남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가장 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된 만큼 ‘우선선택권(드래프트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기관 이전의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서는 대정부 건의와 해당 기관 설득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며, 공론화와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작업도 병행해 중점 추진할 방침”이라며 “그간 차별적 상황을 감내해 온 점을 감안해 충남혁신도시에 대한 드래프트제 반영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대전역세권 혁신도시 조성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지역간 혁신·비혁신도시간 대립까지 과열…정부 “이전 계획 아직 미정”반면 대전시는 충남도와 같이 혁신도시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최대한 협조해 상생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드래프트제에 있어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대전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에 따른 기상청과 방위사업청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혁신도시 지정을 추진할 당시에는 충남도와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고, 협조할 것이 있다면 협조하겠지만 대전시는 현재 다른 공공기관 이전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타 지자체들 역시 지역마다의 명분을 걸고, 유치 기관을 대부분 확정한 상태이다. 강원도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4개 주요금융기관을 포함해 32개 기관을 관심유치기관으로 분류했다. 전남은 농·수협중앙회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을 유치하겠는 계획이다. 이 중 농·수협중앙회는 강원도와 전북, 부산 등이 유치를 선언했다. 경남은 IBK기업은행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이전을 약속 받은 부산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추가 유치를 원하고 있다. 기관 이전을 놓고, 지역간 이견이 커지자 공공기관 이전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여기에 같은 권역 내에서도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간 입장 차이도 커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잡음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지난 3일에는 충북 제천에서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충남 논산시를 비롯해 충북 제천시·단양군, 충남 공주시·태안군, 전북 고창군, 경북 문경시·상주시·안동시·봉화군, 경남 밀양시, 강원 동해시·영월군 등 13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이들 지자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기존 공공기관 이전 방향성이 혁신도시로 치중된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뒤 “공공기관 이전 대상 지역을 특정하는 것은 지방도시간 양극화와 지방소멸 위기를 가속화한다”며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했다.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추진 계획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고 전제한 뒤 “1차 이전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하고, 기관 유치에 따른 지역간 갈등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 외국인 지난달 국내 주식 1조 넘게 샀다…5개월 연속 순매수세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외국인이 지난달 국내 주식을 1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외국인 순매수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됐다. (사진=금융감독원)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외국인은 상장주식 1조169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350억원을, 코스닥에선 6340억원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잔액은 635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의 26.7% 수준이다. 이중 유럽 지역의 외국인이 2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매수세를 보였고, 미주 지역은 1000억원 순매수했다. 아시아, 중동 지역은 각각 1조5000억원, 2000억원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영국과 룩셈부르크가 각각 1조원, 8000억원 순매수한 반면, 싱가포르와 사우디는 각각 1조5000억원, 4000억원 순매도했다. 보유 규모별로는 미국이 258조8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중 40.8%를 차지했다. 유럽 194조6000억원(30.6%), 아시아 87조7000억원(13.8%), 중동 21조4000억원(3.4%) 등이 뒤를 이었다.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이데일리 DB)한편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 채권 중 2조8240억원을 순매수하고, 3조 6020억원을 만기상환받는 등 총 7780억원을 순회수했다. 이는 3개월 연속 순회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규모는 221조4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채권 잔액의 9.2% 비중을 차지했다.지역별로는 아시아 지역에서 2조3000억원의 채권을 순회수했다. 반면 유럽과 미주 지역은 각각 1조6000억원, 4000억원 순투자했다. 이에 따라 채권 보유 규모는 아시아 지역이 101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45.9% 비중을 차지했고, 유럽이 67조4000억원(30.4%)으로 뒤를 이었다. 채권 종류별로는 국채와 통안채가 각각 2조8000억원, 2조원 순회수됐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은 국채 193조6000억원(87.5%), 특수채는 26조5000억원(1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은 단기 채권을 순회수하고, 장기 채권을 순투자했다. 외국인은 1년 미만 채권 3조3000억원, 1~5년 미만 채권 5000억원을 순회수했고, 5년 이상 채권은 3조원 순투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지난달 기준 잔존 만기 1년 미만 채권을 총 51조1000억원(23.1%), 1~5년 미만은 85조1000억원(38.4%), 5년 이상은 85조3000억원(38.5%)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