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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뿐인' 교육과 징계...무너진 코트 위 신뢰[스포츠리터치]
- 이데일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고민합니다. 젊고 유망한 연구자들이 현장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합니다. 변화의 목소리가 만드는 스포츠의 밝은 내일을 칼럼에서 만나보세요.[편집자 주] 이미지=퍼플렉시티 AI[주형철 칼럼니스트] 체육계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 이번에는 전국대회 3관왕에 오른 유망주가 후배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반복되는 사건 앞에서 대중은 이제 실망과 분노를 넘어 무력감까지 호소한다.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폭력·성 비위 근절을 위해 ‘무관용 원칙’과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사 사건이 되풀이되는 현실은 제도 자체보다 그것을 실행하는 방식과 체육계 전반의 문화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가해자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허용하는 징계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이다. 과거 불법 촬영과 학교 폭력으로 논란이 된 축구·배구 선수 사례는 ‘국내에서 징계를 받아도 해외 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남겼다. 이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최근 진종오 의원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지방 체육회장이 성추행이나 갑질 등 중대한 비위를 저질러도 자체 재심을 통해 무혐의로 결론 나거나 ‘견책’ 수준의 징계로 경감되는 사례가 많음을 지적했다.이처럼 내부 징계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가능하다면 어떤 법률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두 번째 문제는 예방 체계의 관리 부재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폭력 예방 법정의무교육 이수율이 39.78%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특히 대한체육회장과 진천선수촌장이 모두 탁구협회 출신임에도, 탁구 종목의 이수율이 7.41%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책임자들의 관리 부실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대한체육회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재 규정 부재를 이유로 이수 현황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반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내부 규정을 마련해 교육을 철저히 관리했고, 100% 이수율을 달성했다. 의지와 관리 방식의 차이가 결과를 가르는 대표적 사례다.이러한 예방 교육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지만,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이미지=퍼플렉시티 AI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폐쇄적 문화도 문제다. 각종 언론 보도와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신고 이후 ‘앞으로 운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가장 두려워한다. 이는 개인의 권리보다 팀 성적과 위계질서가 우선시되는 체육계 문화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실제로 최근 수년간 지도자가 훈련 태도를 문제 삼아 구타하고, 선수 간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문제가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떤 특정 종목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에서 유사한 문제가 보도되고 있다는 점은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문제이다.문제의 핵심은 법과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라, 실행 의지의 부족이다. 이미 논의되고 있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도 중요하지만, 예외와 온정주의 없이 일관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모호한 징계가 아닌 국내외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공식적이고 투명한 징계 절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실효성을 담보하는 관리·제재가 뒤따를 때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피해자 보호와 신고자 권익 보장을 위해 스포츠윤리센터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코트 위에서 흘리는 선수들의 땀방울이 폭력과 공포의 눈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체육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꾸준히 지켜보고 점검해야 한▲ 더 스파크(The SPARC)는 스포츠 정책 연구를 위해 모인 신진 연구자 그룹입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스포츠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탐구하며, 새로운 정책 대안을 모색합니다. 이 그룹은 학문적 연구와 현장의 경험을 연결해 미래 지향적인 스포츠 정책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