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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집중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예방하려면?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식중독은 음식물을 섭취한 뒤 소화기 감염으로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급성 또는 만성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식중독은 기온이 높고 습한 여름철에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겨울철에 유독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균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때문이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번식력이 떨어지지만,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오히려 활동이 활발해진다. 영하 20℃에서도 살아남고, 60℃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된다. 또 일반 수돗물의 염소농도에서도 그 활성이 상실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하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 2023년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모두 243건(환자 수 4279명)으로 이 가운데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19건이 발생했다. 전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건수의 절반 정도가 겨울철에 발생한 셈이다. 지정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증가하는 이유는 겨울엔 기온이 낮아 어패류나 해산물이 상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에 익히지 않고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를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음식은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노로바이러스, 겨울에도 생존력 강해… 12~2월에 절반 발생노로바이러스는 감염된 식품이나 음료를 섭취하면 감염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고 퍼지고,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전염성은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에 가장 강하고, 회복 후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전염성이 유지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구토, 메스꺼움, 오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근육통, 권태, 두통, 발열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구토가 흔하고, 어른은 설사가 흔하다. 발열은 감염된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발생하고, 물처럼 묽은 설사가 하루 4~8회 정도 나타난다. 다만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장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의 감염으로 설사에 피가 섞이거나 점액이 보이지는 않는다. 진단은 환자의 토사물이나 분변 등의 검체에서 노로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입자를 검출해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현미경이나 면역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방법도 사용한다. ◇ 특별한 치료 없이 며칠 내 회복, 노인·영유아는 합병증 주의해야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며칠 내로 회복된다. 보통 수분을 공급해 탈수를 교정해주는 보전적 치료가 이뤄진다. 구토나 설사가 심한 경우 추가적인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항생제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역시 없다. 종류가 많아 한 번 감염된 이후에도 재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유전자에 따라 28종으로 구분된다. 백신 개발이 힘든 이유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심한 증상으로 발전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이나 소아, 영아는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오염된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은 물론, 외출이나 화장실 사용 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조리 시작 전후에도 반드시 손을 씻는다. 식품은 70℃에서 5분 이상, 100℃에서 1분 이상 가열한 후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채소류 등 비가열 식품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섭취한다. 노로바이러스 환자와 화장실 등의 장소를 공유한다면 화장실, 변기, 손잡이 등은 염소 소독제를 40배 희석(염소농도 1000ppm)해 소독한다. 감염이 의심될 때는 화장실에서 용변 또는 구토 후 변기 뚜껑을 꼭 닫고 물을 내리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구토나 설사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요리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구토, 설사 증상이 멈추더라도 최소 2일은 휴식한다. 지정선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음식은 익혀 먹기, 물 끓여 먹기 등을 반드시 실천하고 생굴, 조개, 회 등 익히지 않은 어패류나 수산물을 먹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예방 10계명 1. 어패류는 수돗물로 세척하고, 중심온도 8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기2. 물은 끓여 먹고 손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기3. 채소·과일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섭취하기4. 구토물이 묻은 옷은 단독 고온세탁(50도 이상)5. 구토물이나 주변 반드시 소독하기6. 화장실에서 용변 또는 구토 후 변기 뚜껑 꼭 닫고 물 내리기 7. 화장실 문고리, 수도꼭지, 손잡이 등 표면 소독하기 8. 구토, 설사 증상 시 조리하지 않기9. 노로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 금하고 마스크 착용하기 10. 구토 또는 설사 증상이 멈춘 후 최소 2일은 휴식하기
- 조우영, 막판 버디 3개 만회..장유빈은 연속 언더파 '최종일 대반격 기대'
- 조우영(오른쪽)이 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3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캐디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리야드(사우디아라비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조우영이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캐디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아쉬움을 달랬다.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리야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아시아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 달러) 3라운드 무빙데이. 순위 도약을 다짐하며 경기에 나선 조우영은 중반까지 3타를 잃으며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티샷이 자주 흔들렸고, 전날 잠을 자다 근육이 뭉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컨디션에 이상이 생긴 탓이었다.1번홀에서 출발한 조우영은 초반부터 4번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3타 만에 그린에 올라왔지만, 파 퍼트가 빗나가면서 타수를 잃었다. 1라운드 6번홀에 이어 34번째 홀 만에 나온 보기였다.6번홀(파3)에서 1타를 더 잃었다. 첫날도 그린을 놓치면서 보기를 적어냈던 홀이다. 이어 10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6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타수를 더 잃으면 마지막 날 순위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었지만, 남은 홀에서 분위기를 바꿨다.13번홀(파4)에서 답답한 흐름을 끊는 버디가 나왔다. 이날 기록한 첫 버디였다. 그 뒤 15번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였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20m 지점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1.2m에 붙인 뒤 버디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날 버디와 보기 3개씩 주고받아 이븐파를 적어낸 조우영은 사흘 합계 7언더파 206타를 기록했다. 전날 공동 19위에서 이날 공동 43위로 뒷걸음쳤지만, 경기 후반에 잃었던 타수를 모두 만회한 것은 최종일 경기를 위한 희망의 신호였다.경기를 끝낸 조우영은 “3라운드 때 주춤했던 경험이 있어서 오늘은 준비를 많이 했고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했지만, 뜻하지 않은 실수가 많이 나왔다”라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초반에 실수했던 부분을 모두 만회하고 경기를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라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순위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으나 경기 초반의 불안감을 극복하고 이븐파로 3라운드를 마친 건 마지막 4라운드에 준비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내다봤다. 조우영은 “오늘 아쉬운 경기의 요인 중 하나는 몸 관리를 소홀했던 점이다”라며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는데 놓치고 말았다”라고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을 자책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안 좋은 출발을 시작했음에도 마무리를 잘했다는 건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라며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온 만큼 오늘 경기를 통해 제 골프실력도 그만큼 더 향상됐다고 믿는다. 내일 경기가 있고 또 다음 경기가 있으니 나 자신을 믿고 경기하면서 마무리를 잘하겠다”라고 남은 4라운드의 기대를 엿보였다.장유빈은 사흘 연속 60대 타수를 적어냈다. 버디 5개에 보기 3개를 적어내 2언더파 69타를 기록한 장유빈은 중간합계 10언더파 203타로 공동 25위에 자리했다. 사흘 동안 경기하면서 보기를 가장 많이 적어낸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장유빈은 “오늘 드라이버가 잘 안 맞았고 작은 실수도 많이 나왔다”라며 “하지만, 그 부분을 빼고 나머지는 잘되고 있다. 퍼트감도 좋은 상태여서 마지막 날 드라이버샷을 조금 더 신경 쓰면 기대했던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거 같다”라고 각오를 밝혔다.공동 선두로 출발한 호아킨 니만(칠레)이 6타를 더 줄이면서 중간합계 17언더파 196타를 쳐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날만 10타를 줄인 수라트 카렙과 피터 율리안(이상 미국)은 나란히 16언더파 197타를 쳐 니만을 1타 차로 추격했다.티럴 해튼(잉글랜드)과 제이슨 코크랙, 로간 맥앨리스터(이상 미국)이 공동 4위(15언더파 198타)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고, 공동 선두로 출발한 캐머런 스미스(호주)는 이날 1타밖에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 11위(12언더파 201타)에 그쳤다.장유빈. (사진=PIF Saudi International powered by SoftBank Investment Advisers)
- 임성재, ‘우즈 주최’ 히어로 월드 챌린지 공동 12위…김주형 18위
-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임성재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최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500만달러) 1라운드를 공동 12위로 출발했다.임성재(사진=AFPBBNews)임성재는 6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공동 12위를 기록한 임성재는 단독 선두 캐머런 영(미국)과 5타 차에 자리했다.임성재는 올 시즌 우승은 없었지만 26개 대회에서 ‘톱10’에 8차례 이름을 올렸고 최상위 30명만 출전 가능한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6년 연속 진출하는 등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10월 조조 챔피언십을 끝으로 휴식을 취했고, 우즈의 초청을 받아 2개월 만에 실전 무대에 나섰다.임성재는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76.92%(10/13), 그린 적중률 66.67%(12/18), 그린 적중시 퍼트 수 1.58개를 기록하며 샷과 퍼트 모두 상위권을 기록했다.2번홀(파3)부터 보기로 시작한 임성재는 3번홀(파5)에서 그린 앞 벙커 주변에서 샷 이글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다. 후반 11번홀(파5)과 13·14번홀(파4)에서 차례로 버디를 잡은 임성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임성재와 함께 출전한 김주형은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6개 범해 2오버파 74타를 기록, 출전 선수 20명 중 공동 18위에 그쳤다. 14번홀(파4)에서 18m 이글 퍼트에 성공했지만 전반적으로 퍼트 난조에 시달렸다.캐머런 영(사진=AFPBBNews)이 대회는 올해 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고의 선수 20명이 ‘골프 황제’ 우즈의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그중 단독 선두에 오른 건 8언더파를 몰아친 캐머런 영이다. 영은 2022년 PGA 투어에 데뷔해 아직 우승이 없다. 영은 지난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59타를 작성한 바 있고, 2022년 디오픈 챔피언십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 7번이나 준우승만 기록했다. PGA 투어에서 우승 없는 현역 선수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영은 “정말 만족스럽다. 드라이버 샷이 편안했다. 이 점이 오늘 경기의 키였다. 드라이버 샷에 이어 퍼트까지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PGA 투어 통산 15승의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6언더파 66타로 단독 2위에 올랐다. 토머스는 더 빠른 스윙 스피드를 위해 일반 드라이버보다 1인치 긴 46인치 드라이버를 갖고 나왔다. 그는 “드라이버 샤프트가 길수록 볼 스피드가 시속 2~3마일, 비행 거리는 10야드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올해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8승을 쓸어담은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5언더파 67타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 악샤이 바티아, 패트릭 캔틀레이, 사히스 시갈라(이상 미국) 등과 공동 3위를 기록했다.뛰어난 아이언 플레이어지만 퍼트만큼은 큰 약점으로 꼽히는 셰플러는 이날 새롭게 ‘집게 그립’을 잡아 눈길을 끌었다. 셰프러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샤프트를 놓고 검지·중지로 그립을 모두 덮었고, 왼손 검지를 샤프트 위에 올려 왼손을 고정했다.셰플러는 “나는 항상 퍼트를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필 케니언 퍼트 코치와 함께 하면서 대체 그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올해 시도할까 생각해봤는데 이번주가 시도하기 좋은 대회라고 생각했다”며 “느낌이 좋았고 스트로크가 조금 개선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대회 주최자인 우즈는 대회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닌 까닭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집게 그립 시도하는 스코티 셰플러(사진=AFPBBNews)
- “이브자리까르!’” 천의 얼굴 가진 환상 속 이 나라[여행]
- [바탐(인도네시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쉼 없이 달려온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 공허함의 틈새로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2년 만에 떠나는 길이다. 목적지는 인도네시아의 보석 같은 섬, 바탐과 빈탄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눈보라 속에 멈춰 선 비행기, 끝없는 기다림, 좁은 좌석에 웅크린 채 겨우 얻어낸 쪽잠. 모든 것이 여행의 문턱에 시련처럼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던 순간. 설렘이 다시 가슴을 채웠다. 아침이 열리는 시간에서야 바탐 항나딤 공항에 첫발을 디뎠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섬의 공기가 내게 속삭였다. “여기서 너를 위한 시간이 시작될 거야.” 예상치 못한 폭설도, 길어진 기다림도 이제 상관없다. 이번 여정에선 무엇이 남을지, 그리고 이 작은 섬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무엇일지 무척이나 기다려졌다.바탐의 랜드마크이자 이슬람 사원인 라자 하마다 대사원. 바탐 도심 곳곳에 자리한 이슬람 사원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바탐 시내권 관광지로 손꼽히는 중국식 불교사원 ‘마하 비하라 두타 마이트레야 수도원’. 목재건축이 대부분인 한국의 사찰과는 많이 다른 콘크리트 건물이다. 본당에 석가모니와 아미타불, 약사불이 모셔져 있고, 중정 사이로 좌우레 두 개의 불당이 있다. 한쪽에는 관운장, 다른 쪽에는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천 개의 얼굴, 천 개의 매력까지 품었다인도네시아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고 불린다.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와 1만 7504개 섬이 빚어낸 다양한 풍경 때문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혹적인데 여기에 섬마다 독특한 문화와 자연도 공존한다. 여행자는 그저 섬이 보여주는 얼굴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바탐과 빈탄도 그렇다. 인도네시아의 천 가지 얼굴 중 하나를 살짝 엿볼 뿐이다.바탐은 싱가포르 남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자 항구도시다. 과거엔 고요한 어촌마을이었다. 지금은 활기찬 도시와 고즈넉한 자연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으로 거듭났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에 더없이 좋은 섬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진정성 넘치는 섬에서 ‘나만의 작은 쉼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를 품고 섬으로 발을 디딘다.첫인상은 기대 이상으로 다채로웠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심 곳곳에 자리한 이슬람 사원. 화려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에 절로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는 곳이다. 그중 최근 새롭게 문을 연 라자 하마다 대사원은 바탐을 대표하는 이슬람 사원이자 도시의 랜드마크다. 모스크의 하얀 대리석 외벽과 짙은 남색 돔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펼쳐지는 넓은 광장은 세속의 분주함에서 벗어난 듯한 정적을 선사한다. 모스크 내부는 무슬림만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외관만으로도 이슬람 건축이 주는 경건한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사실 바탐은 여행객보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정확하게는 골퍼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다. 섬 전체에 6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선택의 폭이 넓고 잔디 관리 상태도 뛰어나 많은 골퍼가 이곳을 찾는다. 합리적인 가격 덕에 주말마다 싱가포르와 호주, 심지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골퍼도 많다. “골프 하러 오셨나요?”라는 입국 심사원의 질문은 이곳에선 제법 익숙한 인사말이다.인도네시아 바탐의 부속섬인 라노에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탐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온전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라노섬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선택지다.인도네시아 바탐의 부속섬인 라노에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탐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온전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라노섬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선택지다.◇자연과 어우러진 작은 낙원 ‘라노섬’바탐은 ‘작은 발리’라고 불린다. 도심은 난개발로 어수선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순수한 자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섬 특유의 높은 습도와 후텁지근한 공기가 처음에는 무척 낯설다. 그래도 연중 온화한 기후라 여행자의 마음을 금세 편안하게 만든다. 지금처럼 몬순기(12~2월)에는 종종 비가 내려 시원하기까지 하다.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시기다.바탐 부속 섬인 라노에선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탐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남쪽 항구에서 배에 올라 잔잔한 바다를 가르는 동안 도시에서의 분주함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다. 그렇게 20여 분 후 라노 섬에 발을 내디디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여행자를 맞는다.고요한 섬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가만히 다가가 야자수 아래에 자리 잡고 이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야자수 잎과 파도 소리가 선율을 이루며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온전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라노 섬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택이다.바탐의 현재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나고야 타운으로 향한다. 쇼핑몰과 레스토랑, 은행, 호텔 등이 밀집해 있어 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낮에는 쇼핑을 즐기고, 밤에는 화려한 야시장을 탐방하며 나고야 타운의 다양한 즐길거리에 흠뻑 빠질 수 있다.‘나고야’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일본의 지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이드에게 이유를 묻자 “인도네시아 역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군인들이 이 지역에 자리 잡으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그 지명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그것 또한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바탐의 현재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나고야 타운 야시장. 쇼핑몰과 레스토랑, 은행, 호텔 등이 밀집해 있어 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낮에는 쇼핑을 즐기고, 밤에는 화려한 야시장을 탐방하며 나고야 타운의 다양한 즐길거리에 흠뻑 빠질 수 있다.바탐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원주민마을 ‘발레발레’. 마을 앞 해변에는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덱이 놓여져 있어 여행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다.원주민마을 발레발레의 전통춤 공연◇바탐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발레발레’원주민 마을 발레발레에선 바탐의 과거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야자수와 맹그로브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한적한 어촌 마을. 전통 가옥과 소박한 생활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마을 곳곳을 구경하고 마을 앞바다에 놓인 덱을 따라 걷다 보니 전통춤 공연이 시작됐다. 독특한 리듬에 맞춘 춤사위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0분 남짓한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추는 시간도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웃고 손을 맞잡으며 여행객과 주민 간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 주민들은 활짝 웃으며 “이브자리까르!”라고 외쳤다.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최고”라는 의미란다. 그들의 밝은 미소와 정겨운 말투는 내게도 ‘최고’로 남은 순간이었다.바탐에서 보낸 이틀간의 여정. 섬 크기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라노 섬에서 느꼈던 고요함과 평온함, 나고야 타운에서의 활기, 그리고 원주민 마을에서의 따뜻한 환대와 그들의 순수함은 하나의 퍼즐처럼 맞물려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2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조화로움 속에서 여행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바탐을 넘어 빈탄으로 향한다. 빈탄은 또 어떤 이야기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할까.◇여행메모▶가는 길= 제주항공은 지난 10월부터 주 4회 일정(수·목·토·일)으로 신규 취항했다. 이 노선은 제주항공의 첫 번째 정기노선이자 단독 노선이다. 이제 단 6시간 30분이면 바탐 섬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작은 발리로 불리는 ‘투리비치 리조트’ 전경. 해변 바로 앞 작은 섬은 힌두사원 모양의 카페로 꾸몄다. 카페에서 바다로 길게 뻗은 선창이 또 사진 포인트다. 바다 건너 약 15㎞ 떨어진 싱가포르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작은 발리로 불리는 ‘투리비치 리조트’ 전경. 해변 바로 앞 작은 섬은 힌두사원 모양의 카페로 꾸몄다. 카페에서 바다로 길게 뻗은 선창이 또 사진 포인트다. 바다 건너 약 15㎞ 떨어진 싱가포르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