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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 첫 예산안 키워드는 '밥·일·꿈'
-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문재인 정부 2년차인 내년 총 429조원의 예산이 편성된다.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하는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짜여진 예산안의 키워드는 ‘밥·일·꿈’으로 요약된다. 최저임금·기초연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과 공공·민간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혁신 성장’을 통해 국민 삶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정부는 29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예산안’을 의결하고,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국회는 오는 12월 2일까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처리해야 한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은 새 정부 정책과제 이행 첫해인 만큼 필요 재정소요를 적극 반영했다”며 “서민 일자리와 복지를 확대하는 추가 재정소요를 담아 ‘사람 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뒷받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지출 7% 증액..금융위기 이후 최고내년 총 지출의 올해 대비 증가율은 7.1%로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재정을 편성한 2009년(10.6%)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내년에는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재정을 풀겠다는 뜻이다.예산 429조원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가 34.1%인 146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올해 대비 16조7000억원 늘어 전체 예산 가운데 가장 높은 1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김 부총리는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선진국처럼 안정적으로 가느냐 떨어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사회와 경제의 구조개선으로 양극화를 개선하는데 정부가 어떻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느냐가 경기 대응보다 중요하다”고 내년 예산안의 취지를 설명했다.이와 관련,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한 ‘혁신 성장’ 예산도 담겼다. 정부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지원에 1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SOC 예산 역대 최대폭 삭감교육 예산은 6조7000억원(11.7%) 증액된 64조1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연구개발(R&D) 예산은 1000억원(0.9%) 늘어난 19조6000억원, 농림·수산·식품 예산은 200억원(0.1%) 증가한 19조6000억원으로 각각 짜여졌다.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과 외교·통일 분야는 각각 43조1000억원, 4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8000억원(6.9%), 2000억원(5.2%) 증액됐다. 이밖에 공공질서·안전 예산은 8000억원(4.2%) 증가한 18조9000억원, 일반·지방행정은 6조3000억원(10.0%) 늘어난 69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복지 예산을 크게 늘리면서 일부 분야의 예산은 삭감됐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20.0%) 적어졌다.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깍인 것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있던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6000억원(8.2%) 감액된 6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15조9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000억원(0.7%) 줄었다. (자료=기획재정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부담 줄여내년 총 지출은 올해보다 42조800억원 늘지만,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기재부 관계자는 “국정과제의 차질없는 수행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불요불급·낭비성 지출을 강도높게 구조조정했다”며 “그 결과 그간 스톡(총량)이 상당히 축적된 SOC, 환경, 문화, 산업 분야와 성과가 부진한 일부 복지사업 예산 등 총 11조5000억원을 구조조정했다”고 말했다.총 수입은 올해보다 7.9% 늘어난 447조1000억원으로 짰다. ‘부자증세’를 담은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등으로 국세수입이 10.7% 증가하고, 세외수입 및 기금수입이 4.0%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반영했다.이에 따라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올해보다 0.1%포인트 개선되고, 국가채무는 GDP 대비 39.6%로 올해 대비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은 “전체적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났음에도 세입이 증가한 데다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내년 국가채무비율이나 재정수지가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료=기획재정부)
- 인터넷망 이용료, 국내 기업은 3배 늘고, 구글·페이스북은 무료?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망중립성이 비용 문제는 아니지만, 2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흔들리는 망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 토론회에서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 외국계 인터넷 기업간 불공정한 망사용료 문제가 이슈화됐다.정부가 최근 개정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때문에 국내 중소 망 사업자나 콘텐츠 기업(CP)들은 망비용 폭탄에 시달리는 반면, 구글의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에게 적정한 망사용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정부의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에 대한 문제는 지난해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면서 당시 미래부도 고시 개정 문제를 검토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범이후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김용배 콘텐츠연합플랫폼(푹) 팀장은 “미래부가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아직 고시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하위 통신사나 CP들은 비용을 3배 정도 더 내야 한다”며 “우리도 망투자비 분담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트래픽을 많이 쓰는 자들에게는 제대로 부과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크게 부담하는 문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김 팀장은 “구글 등의 문제는 세금 문제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부연했다.박홍근 의원에 따르면 이번 고시 개정으로 네트워크가 부족하거나 없는 하위 사업자들에겐 60~70% 인상된 요금폭탄이 떨어졌다.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국내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업체와 콘텐츠기업(CP), 동영상 서비스 비중이 높은 국내 CP업체인 대형 포털사들도 통상적인 업계 기준가를 토대로 예상했던 금액보다 60~70% 가량 높은 가격을 제시받고 있다는 얘기다.반면, 최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캐시 서버 설치를 요구하면서, 통신망 이용 비용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와 협상이 잘 되지 않자, 인터넷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한 사람이 유선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쓸 때 접속이 지연되거나 안 되게 만들었다. 때문에, 방통위는 이 문제를 이용자 차별 이슈로 보고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권헌영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는 “통신망은 국내 시장의 경계를 넘나들지 못하는데, 데이터나 콘텐츠는 그렇지 않다”며 “통신사가 망을 투자하고 구체적으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넷플릭스는 혼자 사업하고 마는 것인지, 망 투자사에게 얼마를 주는 지, 유튜브가 돈을 냈다면 그 돈이 다시 투자비용으로 순환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 팀장은 “정확히 말해 네트워크 부담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회사와 계약을 맺어 비용을 낸다”며 “콘텐츠 회사들이 무임승차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다만 그는 “트래픽 량을 보면 유튜브가 가장 많고, 페이스북의 량이 큰데 그쪽에서는 캐시 서버를 통신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설치해 망 비용을 거의 안내려 한다”며 “통신사들은 글로벌 회사들과는 협상력의 차이를 보이지만 국내 콘텐츠 회사들과는 다르다. 이런 불균형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에 대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과 구글, 페이스북 같은 해외 인터넷 기업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지난해 정부의 ‘인터넷망상호접속기준’ 개정으로 국내 중소 통신사나 콘텐츠 업체가 내는 인터넷망 비용은 3배 이상 늘고,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망을 공짜로 쓰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역차별 해소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김용수 차관께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최근에 중국의 예를 벤치마킹해보라고 했다”며 “다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그리 돼야 한다는 것과 시장의 논리와는 조금 상충되는 게 있어 거기에 대한 대책과 준비를 시켰다”고 말했다.김용수 2차관은 “역차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유럽도 전체 기업이 미국 강대국 체제로 가는데 역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역차별 해소와 관련 조세 문제도 있고 ICT분야도 해야 할 노력이 있다.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직 안 나왔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이날 인기협 토론회에서 논란이 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기준’을 당장 개정할 뜻은 없다고 했다.김 차관은 “중소 인터넷 기업의 망 비용이 3배 증가 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상호접속 개정의 취지는 피어링이었다. 통화량 측정 안됐으니까 이제는 SW 기술 발달해서 데이터 잡아서 하게 됐다”며 “이게 당사자간 합의로 발전했고 전 세계적으로 피어링해서 플로우체크하는 것은 별로 없는데 그리 갔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 것 같다. 불만사항들에 대해 접속 기준이 2년마다 개정이 되니 보다 합리적인, 이런 노력들이 합리화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양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윤철한 경실련 국장은 “망중립성은 원칙의 문제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신규 망 투자 비용을 이야기 하는 건 통신사 논리다. 요금구조 자체가 불투명하고, 통신사 월급도 굉장히 많고 마케팅비를 수십조 쓰는데 늘 투자비용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박지환(사)오픈넷 소속 변호사는 “특정 콘텐츠와 통신이 결합돼 무료로 제공되는 ‘제로레이팅’은 통신사들이 망의 지배력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전이시켜 시장 질서를 흐릴 우려가 있다”며 “자신의 계열사나 특수관계사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게 되면 전반적인 콘텐츠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아이코스, 해외선 세금 상관없이 일반담배 가격과 비슷”
-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궐련형 담배를 살펴보며 냄새를 맡고 있다. 뉴시스[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아이코스 원가논란으로 확대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23일 처리키로 했다 미뤄졌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견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앞서 기재위 조세소위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담배와 같은 594원의 개소세를 부과키로 합의하고 개소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현재는 일반담배 대비 5분의 1수준인 126원의 개소세가 부과되고 있다.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원가논란은 한 장짜리 자료가 촉발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기재위 소속 의원들에게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 해외사례’ 자료를 제출했다. 아이코스 전자담배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 코리아가 작성한 해외사례 자료는 유럽을 중심으로 아이코스가 출시중이며 전반적으로 궐련담배인 일반담배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늘 필립모리스코리아 자료가 기재부에서 받은 것이냐”고 묻자 “저희가 미흡해서 필립모리스 자료를 이용했는데 자료의 정확성은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궐련담배 대비 아이코스 세금비중과 궐련, 아이코스 판매가에 있었다. 18개국 아이코스의 세금비중은 0%에서 57%까지 다양했지만 궐련과 아이코스 판매가는 같거나 아이코스가 조금 낮았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이코스 제조회사서 만든 자료인데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진실을 보여 준다”며 “각국별로 세율이 적게는 0% 많게는 57%까지 다양하지만 결국 담배가격은 궐련과 같다. 이는 제조회사의 영업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회사가 세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세금 인상에 따라 소비자가격을 인상, 점유율을 스스로 낮추겠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해외사례’ 자료를 보면 궐련대비 아이코스 세금비중이 0%인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판매되는 아이코스와 해당 국가의 일반담배 판매 가격은 각각 △(각국통화기준) 34, 34 △40, 40으로 같았다. 이 외에도 일본과 덴마크,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의 판매가가 동일했다. 세금비중이 높은 러시아(57%), 스페인(46%), 포르투갈(46%) 등에서는 각각 △155, 150 △4.95, 4.85 △4.9, 4.7로 일반담배보다 낮았다. 나머지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등 9개국도 일반담배보다 다소 낮았다. 기재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제출한 자료는 영업비밀을 공교롭게도 유출했다”며 “세율과 무관하게 가격은 궐련형과 비슷한 정책을 쓰고 있다. 결국 이번 세금 인상의 핵심은 필립모리스가 소비자에게 세금인상분을 전가해 이익을 더 가져가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 원가 자료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소세를 594원으로 인상하면 판매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업체 측에 원가 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원가는 회사 내부 정보여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며 “다만 미뤄 짐작하면 일반담배와 제세공과금 차액이 두배가 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원가는 모르지만 각 국의 세금 비중 차이가 0~57%까지 있는데 판매 가격이 일반담배와 비슷하다”며 “이는 출시 초기 제세금이 소비자가격에는 영향이 없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필립모리스측은 “생산 비용이 일반 담배의 2~3배인데다가 관세 40%까지 고려하면 (개소세 인상 등의) 세금 증가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 ‘아이코스’ 원가논란…"세금과 무관하게 궐련과 가격 비슷"
- 기획재정부가 필립모리스코리아 측에서 받은 ‘궐련형 전자담배 해외사례’ 자료. 우상단에 ‘세금과 가격 무관’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이데일리DB[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개별소비세 부과 이후 인상분이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만약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다른 과세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국회 차원에서 해야 한다.”◇불붙은 궐련형 전자담배 ‘원가논란’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이렇게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된 직후 발언이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도 “아이코스 등 권렬형 전자담배의 원가가 일반담배보다 저렴하다면 세금을 올리는 것이 맞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업계는 세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부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같은 개소세(594원)을 적용하자는 안에 대한 찬반논쟁에서 아이코스 원가 논란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 해외사례’ 자료를 받아 보고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의 출처가 관계부처가 아닌 아이코스 전자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 였던 것.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늘 필립모리스코리아 자료가 기재부에서 받은 것이냐”고 묻자 “저희가 미흡해서 필립모리스 자료를 이용했는데 자료의 정확성은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율 달라도 궐련과 가격 같거나 낮아”여기에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이코스 제조회사서 만든 자료인데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진실을 보여 준다”며 “각국별로 세율이 적게는 0% 많게는 57%까지 다양하지만 결국 담배가격은 궐련과 같다. 이는 제조회사의 영업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회사가 세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세금 인상에 따라 소비자가격을 인상, 점유율을 스스로 낮추겠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해외사례’ 자료를 보면 궐련대비 아이코스 세금비중이 0%인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등에서 판매되는 아이코스와 해당 국가의 일반담배 판매 가격은 각각 △(각국통화기준) 34, 34 △40, 40 △360, 350 등으로 같거나 비슷하다. 세금비중이 높은 러시아(57%), 스페인(46%), 포르투갈(46%) 등에서는 각각 △155, 150 △4.95, 4.85 △4.9, 4.7로 일반담배보다 낮았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제출한 자료는 영업비밀을 공교롭게도 유출했다”며 “세율과 무관하게 가격은 궐련형과 비슷한 정책을 쓰고 있다. 결국 이번 세금 인상의 핵심은 필립모리스가 소비자에게 세금인상분을 전가해 이익을 더 가져가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 원가자료 요구해야”상황이 이렇자 업체 측에 원가 자료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소세를 594원으로 인상하면 판매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업체 측에 원가 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원가는 회사 내부 정보여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며 “다만 미뤄 짐작하면 일반담배와 제세공과금 차액이 두배가 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원가는 모르지만 각 국의 세금 비중 차이가 0~57%까지 있는데 판매 가격이 일반담배와 비슷하다”며 “이는 출시 초기 제세금이 소비자가격에는 영향이 없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 ‘삼시세끼’ 김대주 작가 “차승원은 가정식, 에릭은 외식”(인터뷰②)
- 차승원, 에릭(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방송가엔 ‘나영석 사단’이란 말이 있다. 나영석 CJ E&M PD와 오랜 기간에 걸쳐 호흡을 맞추는 PD·작가·출연자를 뜻하는 말이다. 김대주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다. 김 작가는 KBS2 ‘1박2일’의 오랜 팬들에겐 ‘막내 작가’로 기억에 남아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신혼일기’, ‘윤식당’ 등을 이끄는 메인 작가다. 방영 중인 ‘삼시세끼 어촌편-바다목장 편’(이하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1회에선 산양 잭슨을 이서진에게 소개하는 모습으로 화면에 직접 등장했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서 만난 김대주 작가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프로그램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심심한 재미’를 ‘삼시세끼’의 매력으로 꼽으며 게스트 한지민에 대해 “단언컨대 한지민을 대체할 수 있는 게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인터뷰①에서 이어)―목축업도 흥미롭다. 섬에 산양의 주거지를 만들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경기도에 산양을 키우는 목장이 있다. 잭슨도 그곳 출신이다. 연락을 드리니 잭슨과 아이들이 잘 있다고 하더라. 감사하게도 목장 주인 분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셨다. 관리법이나 주의사항도 친절히 알려주셨다. 득량도는 만재도처럼 배로 이동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큰 배도 다니기 때문에 이동이 가능했다. 목장 주인 분과 미술팀 상의 끝에 목장이 완성됐다. 잭슨도 출연료가 있다. (웃음)―산양유 덕분에 지난 시즌과 달리 지역민과 교류가 활발해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산양유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한 번에 3~4L가 나온다. 지난 시즌 배추 농사를 했는데, 나중에 주민 분들께 김장용 배추로 나눠드렸다. 이번에는 우유를 드려보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가 생겼다. 그랬더니 고추나 김치 호박 같은 것들을 담아 주셨다. 그렇게 식탁이 풍성해졌다. 감사하다. 김대주 작가(사진=tvN)―서지니호, 에리카, 아궁이 등이 지난 시즌보다 업그레이드됐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새로운 장면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 지난 시즌에 너무 많은 걸 해 새롭게 할 게 없더라. 출연자들이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한 이유도 그렇다. 서지니호에 파라솔이나 소파, 이동식 계단 등을 설치해서 물놀이나 낚시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업그레이드된 에리카 덕분에 옆 동네도 구경을 갔다. 바다목장도 그런 맥락이다. 거기서 이야깃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선물을 주면 출연자들이 참 좋아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계속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아이템을 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대로 흘러가면 거기서 희열이 있다. ―업그레이드 중 에어컨은 없었나. 화면에서 출연자들이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제작진이 사전답사를 갔다가 그 집에서 잤다. 밤에는 시원하더라. 에어컨 대신 방충망을 업그레이드했다. 그건 꼭 필요했다. 물론 낮에는 상당히 덥다. 아궁이를 사용하면 불 냄새가 남을 정도다. 한번은 연기 때문에 카메라 감독님이 소품으로 가져간 스노클링 마스크를 착용하고 촬영했다. 시즌1인 정선 편과 비교하면 4성급 호텔이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삼시세끼’ 출연자 중 음식 솜씨가 가장 탁월한 사람은 누구인가. △차승원과 에릭. 둘 다 맛있는데 스타일이 다르다. 에릭 요리는 진짜 오래 걸린다. 한창 배고플 때 음식이 완성된다. 그렇지만 정말 맛있다. 특히 국물을 내는 요리는 탁월하다. 깊은 맛이 있다. 스태프들은 밥차가 따로 있는데, 한번은 에릭이 만든 음식을 먹느라 못 먹었다. 차승원은 가정식에 가깝다. 친근하면서도 맛있다. 차승원이 가정식이라면 에릭은 외식 같은 느낌이다. 둘 다 맛에 있어 실망시킨 적이 없다. ―2회에 등장한 한지민의 해신탕, 예고된 이서진의 제빵 등도 인상적이다. △해신탕도 훌륭했다. 스태프들도 다 맛봤다. 맛있는 음식은 이서진이 꼭 스태프들에게도 먹인다. 이서진의 맛 감별 특징이 있다. 1차는 이서진의 보조개다. 2차는 우리를 먹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굉장히 뿌듯해 한다. 해신탕도 그랬다. 이서진이 생각보다 베이커리를 잘한다. 전자식 화덕이 아니라 온도 맞추기 어려울텐데 잘 해냈다. 부담을 느꼈는지 굽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만드는 법을 꼼꼼히 적어왔더라. 대본 공부하듯 열심히 봤다.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부담감에 전날 악몽도 꾼다고 한다. ―‘삼시세끼’ 속 메뉴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출연자와 사전에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에릭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준다. 실제 준비도 많이 한다. 이서진은 에릭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제작진은 촬영 시기에 어떤 생선이 주로 잡히는지, 텃밭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런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엔 한지민이 놓고 간 반찬이 큰 역할을 했다. 한지민은 떠났지만 그 뒤에도 반찬은 남아 있었다. 한지민 어머님과 한지민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③으로 이어)
- 김현종 “한미 FTA 공동위원회, 어떤 합의에도 도달 못했다”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양측은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측은 금번 회의를 통해 한미 FTA의 효과,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 한미 FTA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상호 간에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협정문 22조 7항 ‘공동위의 모든 결정은 양 당사국의 합의(consensus)로 정하도록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어떠한 결정도 상호호혜성의 원칙하에 양측 간 합의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양 측 간의 이견만을 확인한 첫 만남이었다. 미국 측은 기존 FTA 이행이슈의 해결과 한미 FTA 개정(amendment), 혹은 수정(modification)을 요구했다. 한미 FTA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2배로 늘어났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반면 우리는 실제 미국 측의 주장하는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한 조사 및 분석·평가를 제안했다. 미국의 대한 상품수지 적자는 미시적·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 감소 추세이고, 금년에도 6개월 동안 약 30%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미국은 세부적으로 △자동차, 철강, IT 분야의 교역 불균형 △ 자동차, 원산지검증 등 각종 한미 FTA 이행 이슈의 해소 △ 무역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협정문 일부 개정·수정을 문제 삼았다. 우리 측은 FTA 협정문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설명하는 한편, 양국 전문가의 한미 FTA 효과 공동 조사 분석 평가 요구로 대응했다.우리 측이 미국의 FTA 개정 협상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우리 제안을 받고 워싱턴으로 돌아가 검토한 이후 새로운 안을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그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금번 회의에서 양측은 향후 협의일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나프타 협상은 미국이 3주에 한 번씩 하고 있다”는 말로 추후 일정을 짐작했다.이번 회의에서 미국측은 개정과 수정이라는 용어만을 사용했을 뿐, ‘폐기(termination)’ 카드까지는 꺼내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만약에 이게(FTA) 폐기됐을 경우에 협정폐기가 미 측에게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우리가 미 측에 계속 설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김 본부장은 “대미 수입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몫이므로, 정부의 역할은 교역이 보다 호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文대통령 100일]‘을의 눈물’ 닦기 나섰지만…독과점 개선·경쟁촉진 '글쎄'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의 내세운 공정경제 구축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총대를 매고 진행해 왔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두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자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주고,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한 경각심을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시민단체 활동 때부터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김 위원장이었지만, 취임 일성은 `갑을 관계` 개선이었다. 사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경쟁당국이 거래 관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칼을 대지 않는다. 사적 계약의 문제로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소액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집단소송제, 소비자 피해에 대해 몇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미약한 터라 경제적 불공정행위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공정위가 사실상 유일하다.김 위원장이 취임 당시 “거칠게 요약하면,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겠다”고 전선을 명확히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그간 `뒷북`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었던 공정위는 달라졌다. 첫 타깃은 가맹분야였다. 가맹점에 갑질을 한 의혹이 있는 BBQ를 신호탄으로 BHC, 굽네치킨, 롯데리아 등에 강도높은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부당한 가격인상 의혹을 받던 BBQ는 공정위 조사가 들어가자마자 당초 계획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른바 `김상조 효과`가 발휘된 셈이다.김상조 효과는 대기업집단에도 퍼져 나갔다. 공정위가 제재에 나서기도 전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대기업들은 조직개편을 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도 정리했다.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대표적으로 꼽혔던 한화그룹은 세 아들(동관·동원·동선)의 회사이자 시스템통합(SI)계열사인 한화S&C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9월 대기업 집단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대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다만 일각에서는 경쟁당국의 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 감시와 갑을 관계 개선에 집중되다보니 담합 적발, 시장구조 개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본연의 역할은 소홀히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도 시급한 사항을 중심으로 스텝을 밟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정위에 대한 요구사항이 대기업감시나 갑을 관계 개선에 집중되다보니 경쟁 촉진 역할이 덜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평가하긴 어렵지만 김상조 위원장이 갑을 개선 관계에 집중했고 시장에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다”면서도 “다만 현재까지 집행경과나 조직개편 내용 등을 감안하면 공정위 본연의 역할인 담합 철폐 및 경쟁 촉진 등은 미흡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文대통령 100일] 관련기사☞아낌없이 주는 정부? 비용은 촛불 든 국민 몫☞北 도발 수위 높이며 '통미봉남'…표류하는 '베를린 구상'☞탈권위·소통으로 민심 사로잡아..협치 없어 정책추진은 '가시밭길'☞부자증세 시동..담배·경유·보유세도 손대나☞‘커피산책·5.18유족 포옹·호프타임’ 파격소통 명장면은?☞'인선·추경' 협치 시험대 삐걱..첫 여야대표 회담도 반쪽짜리☞‘을의 눈물’ 닦기 나섰지만…독과점 개선·경쟁촉진 '글쎄'☞두차례 부동산대책 발표.. '투기와의 전쟁' 선포☞속도내는 脫원전…사회적 갈등만 부추겨☞수해 현장 달려간 정숙씨..그림자 내조☞외신 반응 변천사 살펴보니
- [AI 인재전쟁]②美대학생까지 `입도선매`..해외 연구소 통째 인수도
- [이데일리 이재운 경계영 신정은 기자] “인공지능(AI)은 이전에는 IT 분야의 전문성만 필요했지만, 이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피’와 같은 역할이다. 기존 시스템에 AI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 지를 공부해야 한다”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며 활동 중인 헤드헌터 김성수 HR캡 대표는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이미 5년 전부터 인기있었고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IT 기업을 넘어 이제 금융,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온통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와 관련된 IT 개발 업무와 기획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국내에서 모두 수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국내 한 IT 업체에서 근무하다 최근 억대 연봉을 보장 받고 이직을 결정한 한 구직자는 “현재 관련 인력난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부르는게 값’이 됐다”며 “‘설마 이 연봉을 진짜로 줄까’ 생각하며 부른 금액에도 긍정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수요는 제한돼있고 공급이 적어서 미국의 상위 20대 공대에서 AI나 빅데이터 관련 전공 출신의 연봉은 20만달러(약 2억2700만원)가 넘는다”고 밝혔다.◇물고 물리는 치열한 인재 영입전주요 대기업들은 IBM, 구글, 삼성 등 주요 기업 출신의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서 스마트TV에 음성인식 비서 기능 ‘빅스비’를 접목하는 등 TV에 AI를 융합하기 위한 ‘AI랩’을 만들어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업부에는 이미 구글 출신의 이원진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부터는 스마트TV포럼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IoT와 AI를 담당하는 임시조직인 ‘스마트가전 TF’를 ‘스마트가전&홈IoT 파트’로 개편하고, IBM 출신의 구성기 상무에게 조직 총괄을 맡겼다.LG전자(066570)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조직 내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개편해 인공지능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하만 등에서 전자·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개발 역량을 입증했던 박일평 부사장을 최근 영입해 CTO부문 소프트웨어센터장을 맡겼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분야를 책임질 인물로 판단하고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올해 2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자율주행차 선행 및 양산화 개발을 초기부터 주도했던 이진우 박사를 센터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이 센터장은 2001년부터 미국 코넬대에서 연구교수로 자율주행과 로봇연구 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에는 GM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담당하며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로 평가된다.네이버(035420)는 아예 해외 R&D센터를 통째로 인수했다. 프랑스에 소재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XRCE)’을 확보하며 핵심인력을 수급했다. 당시 XRCE 사원평의회는 인수 후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네이버가 가장 우리와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는 후보’라며 가장 높은 평가를 매겼는데, 이를 위해 네이버 경영진과 네이버랩스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원진 삼성전자 부사장(왼쪽부터), 이진우 현대자동차 상무, 이호수 SK텔레콤 사장, 박일평 LG전자 부사장.◇해외 연구소 통째로 인수..대학과 손 잡고 양성도포스코(005490)는 철강 등 주요 생산품 공정에 AI를 적용하는 스마트팩토리를 강조하며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에 나섰다. 포항공과대학(POSTECH)과 협약을 맺고 사내 AI 전문가 양성을 진행하고, 그룹 내 전 관계사로 ‘스마트화(化)’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SK텔레콤(017670)도 서울대와 손 잡고 산학협력을 통해 AI 전문가를 직접 양성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AI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와 SK주식회사 C&C가 국내 파트너 역할을 맡은 IBM AI ‘왓슨’의 국내 브랜드 ‘에이브릴(Abril)’에 연계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내부에서는 지난 3월 ‘AI사업단’ 조직을 신설하고 이상호 SK(034730)플래닛 CTO에게 단장을 맡겼다. 또 SK(034730)주식회사 C&C에서 솔루션 사업을 이끌던 삼성전자 출신의 이호수 사장이 ICT기술총괄 역할을 맡으며 AI 관련 연구개발(R&D)에 참여한다.금융 분야에서는 은행권이 챗봇 등을 통한 고객 응대를, 증권사는 로봇이 종목 추천이나 시장분석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중심으로 사업이 확산되며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력 수요가 높다. 최근에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금융산업과 IT간 융복합에 대한 전문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경험과 역량에 대한 우대를 밝혔다. 우리은행(000030) 등 은행권의 공고에서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파이썬 개발, 데이터 분석 능력 보유자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빨리 인재 양성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를 통해 AI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우수한 교수진 확보와 함께 배출한 인력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XRCE) 전경. 이곳은 지난 6월 네이버가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이름을 바꾼 후 기존에 네이버가 진행하던 인공지능 R&D 작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데일리DB[ AI 인재전쟁] ☞ [AI 인재전쟁] ①IT 선진국 韓..AI 후진국 ‘잃어버린 20년’ ☞ [AI 인재전쟁]②美대학생까지 ‘입도선매’..해외 연구소 통째 인수도 ☞ [AI 인재전쟁]③‘연봉 2배 줄게’..韓인재 찜한 실리콘밸리 ☞ [AI 인재전쟁]④현장 경쟁력 강화, 미래 전문가 교육..정부 AI 인재 ‘투트랙’ ☞ [AI 인재전쟁]⑤전혜정 LG전자 연구위원 “한국 잠재력과 인재풀 충분” ☞ [AI 인재전쟁]⑥김민경 삼성전자 상무 “우수 교수진 유치와 교육 과정 도입 필요” ☞ [AI 인재전쟁]⑦코딩교육 25년..에스토니아 GDP 3배↑
- "베이징 아파트? 당나라 때부터 밭 갈아야 산다"
- 중국서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의 절규. 극심한 경쟁,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도시화,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과거 역사와의 단절. 바링허우는 화려한 대국굴기·슈퍼차이나의 그늘이 짙은 ‘헬차이나’를 헤매고 있다(이미지=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수학과 역사가 뒤섞인 퀴즈문제부터 풀고 가자. 평범한 중국시민이 베이징에 100㎡(약 30평) 정도 되는 아파트를 사려면 얼마나 걸릴까. 가격은 300만위안(약 5억원)쯤 된단다. 10년? 30년? 아니면 100년? 답은 계층별로 갈린다. 일단 농민. 당나라(618∼907) 때부터 밭을 갈아야 한다. 노동자라면 아편전쟁(1840)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화이트칼라는? 1960년부터 먹고 입고 마시는 데 전혀 쓰지 않고 번 돈을 모조리 모아야 한다. 내친김에 강도도 알아볼까. 연속 2500회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 30년쯤 걸릴 거란다. 극심한 경쟁,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도시화,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과거 역사와의 단절. 이 모두는 지금 중국 젊은이의 어깨에 드리워진 현실이다. 학자이자 시인으로 중국현대문학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가 7%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이 가린 중국의 청년세대를 조명했다. 화려한 대국굴기와 슈퍼차이나에 치인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이 바로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라고. 바링허우를 특히 조명한 까닭은 이렇다. 중국의 역사·문화·정치·사회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세대라서다. 이들은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장경제를 수용하자마자 시작한 ‘1가구 1자녀’ 정책 속에 태어난 귀한 ‘소황제’들이다. 하지만 위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공산당 1당독재라는 견고한 사회체제 위로 무자비하게 밀려드는 자본주의 물결에 속수무책 휩쓸린 탓이다. 전형적인 ‘풍요 속의 빈곤’ 세대가 된 이들은 이내 길을 잃어버렸다. 책은 바링허우를 키워드 삼아 격변기 중국사회·체제를 꺼내 보이려 한 저자의 진중한 시도다. 역사의 변곡점을 타고난 이 세대를 보지 않고선 중국을 봤다 할 수 없다고. 바닥엔 연민과 우려도 깔았다. 그 자신도 1980년생 바링허우라는 저자가 스스로 속한 세대에게 날리는 안타까움이라고 할까. △줄타기부터 배우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 끝에서 10여 년 전인가. 중국에선 출생연대에 ‘후’(後)를 붙여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10년이란 세월이 지구적 시대의 흐름을 구별하는 구간이란 지극히 중국적인 셈법이다. 그중 대표격인 ‘80후’가 바로 바링허우다. ‘70후’인 치링허우, ‘90후’인 주링허우도 있지만 유독 바링허우가 중심이 된 건 일종의 시대가 찍은 낙인이라고 할까. 배경은 이렇다. 혁명의 목적이 사라졌지만 명목까진 버리지 못한 사회주의에 한 발이 빠져 있다. 다른 한 발은 돈의 각축장이 돼버린 자본주의에 담겼다. 회색지대, 그곳이 이들이 사는 곳이다. 적응해서 잘살 수 있다면 양 체제의 강점을 고루 취한 ‘이상향’을 이룰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반대라면 가히 최악이다. 문제도, 시달림도 배가 될 테니까. 대다수의 바링허우가 딱 그 처지라는 거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은 기본, 도시와 농촌의 간격은 갈수록 벌어진다. 소득양극화도 서러운데 상대적 박탈감까지 괴롭힌다. 여기까진 자본주의 영역. 사회주의 영역은 별도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용했던 보호장치가 사라지고 역사적 허무주의가 몰려온다. 정치의 본질이 사라지니 무력감이 엄습, 가치관·정체성이 빠져나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기에 결정적 한 가지. 이들에겐 무거운 역할이 생겼다.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의 갈등을 흡수하는 완충지. 저자가 주위를 계속 돌아보며 긁어낸 바링허우의 삶은 결국 줄타기였다. △“역사는 역사고 생활은 생활” 저자의 고백 한 가지를 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대국굴기’란 극도의 흥분에 빠진 적이 있단다. 국가의 꿈이 개인의 꿈이고 국가의 영광은 개인의 영광이란 믿음을 다졌다고. 하지만 이후는 대국굴기를 점점 갉아먹는 일상이었다고 했다. 결정적 계기는 2011년 미국 타임스스퀘어에 올린 광고영상. 야오밍(NBA 진출 농국선수), 우징롄(중국의 양심이란 경제학자), 우위산(홍콩 영화감독) 등 59명의 중국인을 성공의 대명사로 둔갑시킨 영상이었다. 중국이 세계를 향해 내미는 명함 같은. 하지만 카메라와 이데올로기를 벗겨냈을 때의 공허가 보이더란 거다. 바로 그날 저자가 받았다는 임대아파트 계약해지 통보가 복잡한 감정상태를 부추겼을 거다. 임대기간을 연장할 뜻이 없으니 나가달라는 주인의 얼굴이 홍보영상과 겹쳐 보였을 거고. “보이기 식 성공을 과시해 얻은 게 뭔가. 나는 꺼져가는 아파트의 임대료조차 못 낼 정돈데.” 바링허우의 마지막 구원은 샤오즈계급이 되는 거란다. 서양식 생활로 물질적·정신적 향유를 추구하는 젊은 계층 말이다. 그저 주말 저녁 자동차에 가족을 태우고 시내로 나가 외식하고 영화 한 편 보는 것. 다름 아닌 프티부르주아의 삶인 거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꿈은 계속 연기되다가 잔혹한 형태로 깨지고야 만다고 탄식한다. 유일한 출구? 빈털터리다. 새로운 도시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거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대국’? 이제 없다 ‘소시민’으로 살아갈 뿐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가 부제다. 인생을 회고한 듯한 문장으로 요약한 이 테마가 사실 책의 전부다. 중국이 유난스러운 건가. 이 같은 이상현상을 어찌 설명할 건가. 그 질문에 중국 유명작가 위화는 이렇게 답했다. “인구가 많아서.” 체제도 아니고 자본도 아니고 결국 사람으로 화살을 돌린 걸 비겁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판에 대고 저자는 바링허우를 들여다보라고 외친다. “한 세대 전체가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론은 저자의 현실항거를 넘어서지 못한다. 놀랍게도 그는 ‘언제 베이징에 집을 살 건가’를 묻지 않는다. ‘어째서 집을 못 사는가’를 따지지도 않는다. 우리가 누구고, 어느 계급에 속하고, 세계서 어디쯤 위치할 건가를 고민한다. 바링허우라면 자기역사를 점검하고 기원을 짚어야 한다고. 그래야 개인의 실패와 사회적 실패에 저항할 수 있다고. 그뿐인가. 물질에 탐닉하는 또래의 청년을 욕할지언정 이중고리를 만든 국가를 비난하지 않는다. ‘헬차이나’에서 헤매고 있을지언정 기형적 구조를 만든 정부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책에는 통계도 없고 과학적 분석도 없다. 그림은 나왔으나 귀퉁이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있다면 그 탓일 거다. 안 만든 건지 못 만든 건지 미처 내보이지 못한 뒷심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