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50만5212대를 판매했다. 완성차 5개사 모두 판매가 감소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1.0%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쌍용자동차(003620) 수출 판매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실적이 악화해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수 판매가 더욱 얼어붙었다. 지난 1월 5개사의 내수 판매가 총 9만9602대에 그치며 7년 만에 10만대를 밑돈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8만1722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1.7% 줄어든 최악의 성적표다. 연이은 ‘판매절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중국발 코로나19 영향으로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차질로 자동차 업계 전체가 며칠간 생산 중단한 게 한 몫했다. 더욱이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짐에 따라 소비시장이 움츠러든 것도 영향이 컸다.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아자동차(000270)가 그나마 선방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외 판매 18만784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 감소해 유일하게 한 자리 감소폭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티지가 2만5555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국내 시장에서는 3개월 연속 K5가 4349대로 강세를 보였다.
한국지엠은 내수 판매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 판매 4978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8% 줄었지만,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제일 적은 감소 폭을 나타냈다. 특히 쉐보레 스파크가 내수 판매 중 42.5%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관심을 모았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짧은 판매 일수로 인해 총 608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반대로 쌍용차는 수출에서 긍정적인 신호탄을 쐈다. 코란도 M/T 모델의 유럽 현지 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완성차 기준으로 유일하게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출시할 마땅한 신차가 없다는 점에서 지속해서 부진한 내수 판매는 근심거리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경기 활력을 위해 단행한 개별소비세 인하는 하나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3~6월간 개소세를 기존 5%에서 1.5%(한도 100만원)로 낮췄다. 최대 감면 효과는 143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개소세 인하에 따른 자사 대표 모델의 가격 조정을 적극 알리고 있다. 쌍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 신차를 출시했거나 추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개소세 인하가 자동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이 가동되거나 소비시장이 얼어붙는 등 지난달은 업계 전체가 어려웠던 한 달”이라며 “신차가 줄줄 예고되는 가운데 개소세 인하까지 겹쳤는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