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개인택시 77%가 60세↑…"몇푼 더 벌겠다고 심야운행 안한다"

서울택시 68% 개인택시…법인택시는 구인난
"고령 기사들, 심야운행 건강·안전상 꺼려"
"정부·지자체, 근본대책 없이 엉뚱한 처방"
  • 등록 2022-07-27 오후 5:08:25

    수정 2022-07-27 오후 5:08:25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요금 조금 올린다고 심야 운행에 나설 할아버지 택시기사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70대 김모씨는 지난 26일 이데일리와 만나 최근 국토교통부가 심야 시간대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으로 발표한 ‘플랫폼택시 탄력요금제’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김씨는 “개인택시 기사들 중 상당수가 고령”이라며 “심야 운행의 경우 건강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는 만큼 꺼릴 수밖에 없다. 주취자가 많아 더 위험하다는 점도 심야 운행을 꺼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에 등록된 택시 7만 1764대 중 4만 9161대(68.5%)는 개인택시다. 개인택시 운행이 늘지 않을 경우 현재의 택시난을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개인택시기사 중 60세 이상은 무려 77.17%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70세 이상은 전체의 25.15%, 75세 이상은 6.67%에 달한다.

60대 중반의 개인택시기사 이모씨는 “고령층 기사들은 큰 목돈이 필요 없는 만큼 소일거리로 일을 하기에 기본적으로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걸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몇 푼 더 벌겠다고 심야시간대 운행에 나섰다가 병원비가 더 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인택시의 시간대별 영업 건수를 보면 그 같은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택시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는 밤 10~12시 사이 개인택시 영업 건수는 평균 4만 3649건으로 택시 수요가 많지 않은 낮 시간대(평균 5만건 이상)에 비해 크게 낮다.

개인택시는 택시회사 소속으로 기사를 고용해 운행하는 법인택시와 달리 개인택시 면허를 가진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운행한다. 택시수 규제를 위한 지역별 면허총량제때문에 개인택시면허는 일정 금액의 면허값으로 거래가 된다.

면허값은 지역의 택시수와 운송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된다. 이달 중순 기준 서울의 경우 8150만원 안팎인데 비해, 대중교통이 부족한 세종시의 경우 2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

면허값 변동은 기사들 입장에선 자산 변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카카오 카풀이나 타다 베이직 등 택시면허 없이 여객운송을 시도한 플랫폼 사업자에 강력 반발한 이유 역시 면허값과 직결된다.

정부는 그동안 젊은 개인택시기사의 유입 확대를 위해 택시면허 양도양수 조건을 완화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기본적으로 하루 몇 시간이라도 일을 하려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많다”며 “택시 운행 목적이 아니더라도 차가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면허를 양도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택시 운행수 감소를 채워줘야 할 법인택시는 기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사납금 폐지 등으로 근무여건이 일부 개선됐지만 저임금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법인택시 기사를 하려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 특히 기존 법인택시기사들도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나은 음식배달업 등으로 대거 이동하며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 법인택시 대표는 “현재의 택시난은 개인택시 운행 횟수를 늘리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데, 정부는 계속 엉뚱한 처방만 하고 있다”며 “차라리 개인택시 면허 양도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 대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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