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마지막 아무도 모른다"…유가족 절규도 외면한 국회

국민의힘-이태원 유가족협의회 간담회
망연자실한 유가족 “살아도 지옥 같다”
유족 대상 막말 비판·철저한 진상조사 요구
진상조사 기간 연장 두고 갈등…파행 우려
  • 등록 2022-12-20 오후 5:25:53

    수정 2022-12-20 오후 7:43:57

[이데일리 김기덕 박기주 기자] “남편을 잃으면 과부, 부모를 잃으면 고아라고 하는데, 자식을 잃은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요? 그래서 유가족이라고 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알게 해주세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만난 자리에는 흐느끼는 통곡과 깊은 한숨, 날선 분노의 목소리가 간담회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달 21일 유가족 측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지 한달 여가 흘렀지만 그동안 정쟁에 묻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단 한 발짝도 진행되지 못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며 야3당이 국정조사를 강행하기로 했지만, 촉박한 조사 기간과 운영상의 한계 등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 간담회에서 이종철 유가족 협의회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정부·여당이 철저히 외면”…유가족 성토장 된 회의

무거운 공기 속에 열린 이날 회의는 유가족협의회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달 23일 여야가 수차례 파행과 갈등 속에 어렵사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를 가동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장관 책임론, 예산안 처리 지연 등으로 전체 조사기간의 절반 이상(총 45일 중 26일)이 지나간 시점에야 열렸다.

이날 회의 시작 직전에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일일이 악수하며 맞이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앞으로 경찰 수사, 국조, 특검(특별검사)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 (유가족에 대한)배·보상을 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우겠다”며 “진작에 유가족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 예산 국회가 겹쳐서 늦어진 점이 죄송하다”고 인사말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이만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간사(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여당 위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간담회에서 묵념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로 치부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故 이지한씨 아버지)는 “이 장관 해임 건의안 결의로 국정조사를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무슨 동네 이장회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태원 참사를 두고 시체팔이 발언을 한) 김미나 창원시 시의원이나 2차 가해를 하는 여당 의원은 자식이 없냐, 당신들 자식들이 죽어도 국회, 정부에서 일을 안 하면 분통이 안 터지겠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뱉으며 흐느꼈다. 이는 최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체와 시민대책회의를 두고 ‘정쟁으로 소비되다 시민단체 횡령수단’, ‘참사 영업’이라는 발언을 한 권성동·김상훈 의원을 직격한 말이다.

참사 52일이 지나도록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분향소도 없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 유족은 “(용산구 이태원 녹사평역 인근)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앉을 자리도 없다. 컨테이너라도 설치하려니 불법이라고 한다”며 “(의원 여러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영정보면서 개딸이라는 소리를 해서 앉을 자리도 없는 곳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지키고 있다”고 흐느꼈다. 이에 대해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만희 국조특위 간사는 “현재 설치된 분향소가 굉장히 춥고 장소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옮길 수 있을지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국조 여전히 안갯속…野 “기간 연장”· 與 “예산 먼저”

이런 상황에도 여야가 합의한 국회 국정조사는 여전히 정쟁으로 멈춰 있는 상황이다.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 원칙에 따라 미뤄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은 여당이 예산을 핑계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 예산안 협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기간 연장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국정조사에 동참하기는커녕 기간 연장은 절대 안된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 기간을 허비한 만큼 반드시 상응하는 기간 연장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우상호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당초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달 24일 본회의 의결과 동시에 출범해 다음달 7일까지 45일간 활동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예산안 협의가 늦어지면서 절반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늦어진 만큼의 시간을 추가로 연장해 내실 있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국정조사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번 주부터 현장조사를 시작해도 1월 7일 직전까지 청문회를 아주 바쁘게 마쳐야 보고서를 의결할 수 있는 기한이 빠듯하게 맞춰진다. 연장은 불가피하다”며 “최소 30일은 연장해야 한다. 야 3당의 결단으로 저는 단독으로라도 연장 의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9명, 국민의힘 의원 7명,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의원이 각각 1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즉,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이 기간 연장 안건을 의결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과정을 밟게 되면 기간 연장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국민의힘은 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강행하는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당초 합의와 다르게 예산안 협의 전 국정조사를 시작한 것 자체가 여당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기간 연장 등 안건에 뜻을 모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회의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유족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기간 연장 등 의견은 밝히지 않아 남은 기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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