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우디에 민간 핵프로그램 지원 검토…수교 대가"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 허용하되 美가 운영·통제권"
사우디, 美·이스라엘에 수교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허용 요구
美 "민간 핵 협력도 핵 비환산 기준 충족해야" 시큰둥
무기용 전용·중동 연쇄 핵무장 자극 우려 나와
  • 등록 2023-09-21 오후 4:34:30

    수정 2023-09-21 오후 4:34:3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수립을 위해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오랜 앙숙인 사우디와의 갈등을 끝내기 위한 이스라엘 승부수지만 중동의 군비 경쟁을 자극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외교 치적 쌓으려는 네타냐후, 사우디에 ‘통 큰 양보’ 하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에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상하도록 실무진에 지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을 허용하되 시설 운영·통제권은 미국이 갖도록 하는 게 이스라엘 측 복안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면 사우디는 이란에 이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식적으로 보유하는 두 번째 중동 국가가 된다. 이스라엘도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석상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을 주선하고 나선 건 사우디와의 국교 수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과거 전쟁까지 치른 사이였지만 최근 들어 미국 중재로 수교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사법부 장악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와의 수교 협상에 특히 적극적이다. 안보 불안을 해소해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에 역사적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수교를 위한 요건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시설 건설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전 건설 등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게 사우디 주장이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란 핵무장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방영된 인터뷰에서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우리도 안보와 중동의 세력 균형을 위해 하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미국이 우라늄 농축 허용에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러시아 원전 기업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핵 경쟁 자극할라’ 미국은 주저

이스라엘은 사우디 핵 프로그램 지원에 대해 아직 미국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바이든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사우디든 누구든 민간 핵 협력을 위해선 미국의 엄격한 핵 비확산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미국 등은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게 핵 비확산 체제를 무너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발전 등 민간용으로 쓴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 무기 제조 등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이사장은 “만약 과격파 이슬람 지도자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장악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이 튀르키예나 이집트 등 다른 이슬람 중견 국가들을 자극할 우려도 크다. 또한 이란 핵 활동을 막을 명분도 퇴색된다. 이스라엘 야당인 예쉬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스라엘은 사우디의 핵 농축에 동의해선 안 된다”며 “그것은 이란(핵 활동)에 대한 우리의 (반대)활동을 방해할 것이며 중동의 핵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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