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韓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추가 소송 제기하나

한국군 민간인 학살 ‘퐁니사건’ 생존자 국가배상 청구
참전군인·목격자 법정서 증언…“얼룩무늬 군복에 쌍꺼풀 없는 눈”
“한국군 총격 인정” 1심, 원고 일부승…3000만100원 배상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 첫 사례…피해자들 추가 소송 제기하나
  • 등록 2023-02-07 오후 4:09:07

    수정 2023-02-07 오후 7:18:47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인 만큼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 제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원고 응우옌티탄 씨.(사진=뉴스1)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3·여)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000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해병대 소속 베트남전 참전 군인, 목격자 등이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섰고, 이들은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한결같이 증언했다.

1968년 2월 베트남전 당시 8살이던 응우옌티탄씨는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발생한 한국군 청룡부대(해병대 제2여단) 소속 군인들의 공격으로 총상을 입어 지금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가족 5명을 비롯한 비무장 마을 주민 70여 명이 당시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100원을 배상하라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응우옌티탄씨는 총을 쏜 군인들이 한국군으로 기억하는 이유로 얼룩무늬의 군복과 철모, 쌍꺼풀이 없는 외모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들기도 했다. 응우옌티탄씨는 “총격을 배에 맞아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군이 집을 불태우려 했고, 이모가 이를 말리자 칼로 이모를 살해했다”고도 증언했다.

반면 정부 측은 원고가 한국군에게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베트남에 동조하는 베트콩이 심리전 차원에서 한국군으로 위장해 민간인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교전 상태에서 퐁니마을 주민을 적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968년 2월 12일 10시30분부터 15시 사이 해병대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1호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고 집에 이르러 수류탄과 총으로 위협하며 원고 가족들로 하여금 방공호 밖으로 나오도록 명령했다”며 “차례대로 원고 가족과 친척이 나오자 현장에서 바로 총격을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로 인해 원고 이모와 언니, 남동생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원고와 원고의 오빠는 심각한 부상을 얻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나아가 원고 모친은 원고 집에 있지 않고 외출 중이었는데 역시 이 사건 1중대 소속 군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그곳에서 총으로 사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우리 정부는 불법행위 시점이 이미 수십 년 지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해 이번 사건에선 소멸시효가 만료됐는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사건 피고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는 소 제기 무렵까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의 정도, 배상의 지연, 물가 및 통화가치의 변화 등을 고려해 정부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4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원고의 청구액이 3000만100원이라 그 범위에서 배상금이 인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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