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에 중동 원유 의존도 다시 치솟아...공급 다변화 '비상'

러시아산 원유 수입,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
부족분 중동산 원유로 채우다보니 의존도 ↑
중동산 수입비중, 전년 59.8%→67.1%로 늘어
중동 편중화 심화수록 수급불안 등 리스크도 커져
  • 등록 2022-12-12 오후 6:29:50

    수정 2022-12-12 오후 7:38:52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해 초 터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추진해온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중동에 치우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50% 후반대까지 낮추며 수입처를 다변화해왔지만 올 들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기며 불가피하게 중동산 원유 수입이 67%까지 급증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중동산 다음으로 수입 비중이 높은 미국산 원유로도 부족분을 충당하기에 빠듯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중동산 의존도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산 의존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동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수급 불안과 가격변동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수입 차질에 중동 의존도 심화

12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21만7000배럴로 지난 한해 수입량(5374만8000배럴)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국내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수입물량 감소로 전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월 누적 기준 2.3%로, 지난해(5.6%) 대비 반토막이 났다.

문제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차질로 인한 부족분을 중동산이 채웠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정유업계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산에 대한 편중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한순간에 이 같은 노력이 공염불이 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산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하는데 일시에 수입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국가는 중동 말고는 없어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원유 수급이 여유롭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내 정유업계는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꾸준히 줄여왔다. 지난 2017년 81.7%에 달했던 중동산 수입 비중을 지난해 59.8%까지 낮춘 바 있다. 정부 또한 국내 정유사에 비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에 대해 원유수입비용 중 일부를 환급해주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운영하며 수입처 다변화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크게 줄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10월 누적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UAE), 이라크, 오만, 중동 중립지대 국가 등으로부터 수입한 중동산 원유는 총 5억7789만배럴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수입물량(8억6076만배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1%로 지난해(59.8%)와 비교하면 7.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입 편중도가 높아질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중동 지역은 정치, 경제, 군사, 종교 등 다양한 분쟁이 끊이지 않아 국제유가와 수급에 항상 위험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 사태 당시 중동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서 우리나라는 석유 배급제를 실시할 정도의 수급대란을 경험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정세 불안 “수입국 다변화해야”

중동 국가 다음으로 수입 비중이 높은 곳은 미국이지만 당장 물량을 늘리기엔 부담이 따른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에 비해 운송비가 비싸고 수송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동산은 해당 국가로부터 국내까지 들여오는데 3~4주 정도기 걸리지만 미국산은 태평양을 건너서 오다 보니 최대 3주가량이 더 걸린다.

더욱이 미국 셰일석유 업계는 최근 과잉 생산에 따른 생산성 하락, 투자 자금 유치 어려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입 물량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전체 물량의 60%는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장기계약을 맺어 들여오고 나머지 40%는 현물시장에서 조달한다”며 “미국산 원유는 스폿성으로 들여오다 보니 가격변동성이 커 수입량을 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동절기 난방유, 항공유 등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 국내 원유 수입물량은 지난해 9억6014만배럴을 웃돌아 10억 배럴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이러한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지난 5일부터 러시아산 석유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원유 수급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수입국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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