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환경전문검사 출신 변호사 “현장은 멀었다…ESG 공시 신중해야”[ESG워치]

김태운 전 부장검사, 환경·ESG전문 법무법인 남당 설립[인터뷰]
10월부터 철강 등 6개품목 EU에 배출량 보고의무 발생
“핵심 리스크는 ‘검증’…문제될 기업 수두룩”
환경·인권, 국외 리스크 커져…‘소극적 규제 시대→전방위적 규제 시대’
  • 등록 2023-09-18 오후 5:30:16

    수정 2024-01-25 오후 6:04: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점점 ‘법(Hard law)’의 영역으로 법제화하면서 측정·보고된 ESG 성과의 단순 신뢰성 문제가 이제는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된다. 그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국내 환경규제에 대응해 왔던 우리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검증기관과 국제적 투기자본의 사법적 검증 대상이 된다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만한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다. ”

오는 10월부터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라 철강을 비롯해 6개 품목에 대한 배출량 보고의무가 발생한다. 당장 보고 방식은 개별 국가의 산정방식을 허용하면서 다소 경감됐지만, 정작 간과되고 있는 핵심 리스크는 ‘검증’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데일리는 국내 최장 환경전문검사로 ESG 분야에서도 정평이 높은 김태운(51·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를 최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남당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국내 기업들의 ESG 대응 수준과 이에 따른 국제 소송과 규제 리스크를 짚어봤다.

그는 “제3자 전문 검증업체를 통해 철저한 현장 진단으로 새는 부분이 없는지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우리 공급망 대부분에서 법과 현장의 괴리가 만연해 있단 판단에서다.

문제는 CBAM 법상 검증 주체가 EU가 인증한 검증기관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MRV(측정·보고·검증) 전반에 대해 상호인정조약을 활용해 우리 기관의 검증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EU가 검증까지 완화된 방식을 적용해 줄지는 미지수란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검증의 원칙도 사업장 현장 방문이 원칙으로 공급망 실사법과 유사한 현장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자국 이익에 반하는 업체에 대한 통제 권한을 쥘 수 있는 검증 권한을 타국에 폭넓게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국가기관에 의해 표면적 단속이 이뤄져 왔던 ‘소극적 규제 시대’를 지나 외국자본과 감독기관의 ‘전방위적 규제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낙동강 폐수 무단방류사건을 계기로 부장검사를 맡기 전까지 줄곧 13년을 환경전담검사직을 고집했다. 통상 1년을 거치는 환경부 파견직에 2016년부터 2년 6개월간 ‘중앙환경수사단장’을 맡아 임시조직에서 정규조직 개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전국 단위의 단속과 수사가 가능한 국내 유일한 조직으로 △먹는물 수질검사 조작사건 △가습기살균제 성분 ‘PHMG’ 불법 유통사건 △석산 지정폐기물 불법매립사건 △‘가짜 휘발유 조직’ 적발 사건 등 당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수많은 기획수사가 그의 손을 거쳤다.

기획수사를 할 때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공급망에 속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엮여 걸려 나오는 것의 원인은 복합적이란 분석이다. 환경수사 인력 부족과 지역중심의 수사체계로 인한 지역사회와의 결탁, 낮은 처벌 수위, 환경 오염 행위에 따른 평판 리스크 인식 부족 등을 꼽았다. 나아가 이런 공급망에 내재한 리스크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도 허위보고가 만연되어 있을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재차 강조했다.

실례로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던 2019~2021년 울산과 여수산단 대기측정조작사건에는 국내 대기업과 산단내 중소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당시 A 대기업의 한 과장과 대기측정대행업체의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 언더(아래로)로 다 맞춰주세요’라는 내용이 증거로 남았다. 이에 대해 그는 “얼마나 불법에 무감각하면 이런 허위측정 결탁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두겠냐”라며 “고작 연간 1억~2억원의 비용을 아끼려고 대기업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해온 불법적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일종의 ‘관성’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내부에서도 정작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수산단의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2018년까지 수년 간 측정대행업체들과 결탁해 대기 자가측정결과 수천 건을 조작보고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 받은 사건으로, 5개 대기업 포함 235개 사업장이 적발됐다. 대기업 전현직 임직원 30명, 측정대행업체 임직원 5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울산산단에서도 9개 대기업 등 총 54명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출처: 환경부 중앙수사단
앞으로 CBAM에 이어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이 본격 적용되면 환경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개선의 책임이 기업에 부담되는 만큼 더 큰 공급망 리스크가 잠재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실제 이미 2017년 공급망 실사법을 시행한 프랑스에서는 2022년 3월 기준 정유사인 Total사를 비롯해 7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계류 중이다. 민사 소송 외에도 공급망 실사법은 검증기관이 조사와 시정명령, 금전적 제재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EU는 이를 위해 환경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의 정보를 역으로 추정·검증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현장 전문가들을 투입해 전방위의 검증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변호사가 현장 수사 전문가로서 환경·ESG 로펌을 설립하며 이 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이 같은 국제 규제에 대응해 현장을 아는 법률가가 앞으로 더욱 필요해질 수 있단 판단에서다. 그는 “최고경영진들이 다가오는 미국과 유럽의 환경규제에 대비를 하고 싶어도 현장에서 수 십여년 벌어지고 있는 환경규제 회피가 만연한 현실을 알지 못해 대처를 못할 수 있다”며 “제3의 현장 검증단을 꾸려 내부 공급망 전체에 대한 사전 검증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보 신뢰도 측면에서 이미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국내의 ESG 공시의 법적 도입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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