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은퇴자들은 ‘배우고 웃고’…한국 은퇴자들은 ‘배우고 벌고’

[대한민국 나이듦]⑨
프랑스서 시작된 U3A운동, 영국서 활발
영국 전역 38만 회원…지난해엔 설립 40주년
“나이에 대한 선입견 깨고 삶의 재설계 도와”
  • 등록 2023-09-12 오후 5:52:41

    수정 2023-09-12 오후 5:54:08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배우고, 웃고, 살아라(learn, laugh, live).”

프랑스, 영국 등엔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라는 은퇴자들의 학습공동체가 있다.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자치단체다. 나이 들어 은퇴한 후 급작스럽게 늘어난 시간을 ‘외로움’으로만 채우지 않도록 서로 연대하는 모임이다.

U3A의 시작은 프랑스다. 지자체와 대학이 나서서 1970년대에 은퇴자를 위한 강좌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가장 활발하게 U3A운동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영국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영국 U3A가 40주년을 맞기도 했다.

영국 전역에 1000곳 넘는 U3A가 있고, 회원은 38만명 이상이다. 운영을 돕는 자원봉사자도 350명이 넘는다. ‘배우고, 웃고, 살자’는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는 은퇴자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는 셈이다.

영국 U3A 측은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변화를 만들고, 활동적으로 지내고, 계속 삶을 배우고 즐기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U3A 활동 모습(사진=U3A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에선 15~20유로, 한화로는 3만원 안팎의 연회비로 U3A에 가입하면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오는 16일부터 24일은 ‘U3A 주간’으로 회원들이 모여 체스, 주사위놀이 등을 하거나 공연관람, 근교나들이 등을 택해 누릴 수 있다. 영국 U3A는 매년 9월 중 일주일여를 ‘U3A 주간’으로 지정하고 각종 행사를 벌인다. 평상시에는 줌을 통한 온라인으로도 요가, 수학, 자연과 기후 등에 관한 강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오프라인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 있다.

영국 U3A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함께 모이고, 배우고, 자원봉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U3A는 효과적이고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강조하고 같은 가치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재설계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은퇴자들의 학습공동체는 필요하다. U3A의 철학을 표방한 ‘분당 아름다운 인생학교’가 2013년 문을 열긴 했지만, 아직은 프랑스나 영국처럼 전국 단위에서 조직되고 있는 공동체는 딱히 없다.

대신 전 세계 각국에 있는 은퇴자협회가 우리나라에도 있긴 하다. 한국은퇴자협회의 캐치프레이즈는 ‘배우며 벌며 오래 사는 삶의 실천’. 영국 U3A와 비교하면 ‘배움’과 ‘삶’은 공통적이나 ‘(돈을) 벌며’라는 구절은 유독 다르다. 한국은퇴자협회 측은 “은퇴세대가 은퇴 이후에도 배우고 자기계발을 하면서 최소한의 소득, 기초소득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은퇴 후에도 ‘돈을 버는 행위’에서 해방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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