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상대 또 만나면 5억" 갈라서며 쓴 각서, 법적 효력 있을까[사랑과전쟁]

사실혼 끝내며 각서 작성…위약금 지급 거부하자 소송 제기
불륜 위자료 명목 2.5억만 인정…法 "공서양속 반해 무효"
  • 등록 2023-03-09 오후 3:33:58

    수정 2023-03-09 오후 3:33:5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남편이 써준 ‘불륜상대를 또 만나면 5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는 법적 효력이 있을까?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남성 A씨와 여성 B씨는 2021년초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았다. 혼인 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결혼 1년 후쯤 B씨가 A씨의 컴퓨터에서 부정행위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발견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이했다.

관계가 파탄난 두 사람은 며칠 후 약정서를 작성했다. 함께 살고 있는 전셋집이 빠져 이사를 하게 될 경우 A씨가 B씨에게 2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2023년 중순에 추가로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또 약정서 작성 시점부터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2023년 중순까지 A씨가 상간녀와 연락이나 접촉할 경우 앞서 약정한 2억 5000만원의 2배인 5억원을 위자료로 변제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연 20% 이자와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반대급부로 B씨는 A씨에게 “A씨의 외도 등 결혼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남에게 알리지 않고, 불륜 증거인 동영상과 사진을 남에게 전송하지 않는다. 또 A씨 상간녀에게 연락하지 않는다”며 “위반시 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비밀유지각서를 써줬다.

하지만 B씨는 함께 살던 집을 나간 후 상간소송을 준비하며 A씨와 A씨 상간녀와 같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알게 됐다. 이후 B씨는 A씨 상간녀 등에게 연락해 비밀유지각서를 위반했다. A씨는 이를 빌미로 “비밀유지각서를 위반한 만큼, 지급할 금전이 없어졌다”고 금전 지급을 거부했다.

B씨는 이에 A씨를 상대로 약정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에서 “애초 약정한 2억 5000만원에 더해 A씨가 상간녀에게 연락한 만큼, 위약벌 5억원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애초 약정은 B씨 협박으로 체결한 계약으로서 무효다. 또 연락하면 안되다는 내용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해 그 내용도 무효다. 설령 지급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B씨가 상간녀에게 수차례 연락한 만큼, 비밀유지각서에 따라 행위별로 5000만원으로 계산해 상계할 경우 지급할 액수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위자료 명목으로 책정했던 2억 5000만원만 인정했다. 또 반대로 B씨가 A씨 상간녀에게 연락한 부분에 대해 비밀유지각서 위반으로 인정해 5000만원 위약금을 인정했다. 결국 A씨가 B씨에게 지급할 금액을 2억원이라고 결론 냈다.

법원은 B씨가 ‘상간녀 만남 금지’ 위반에 대해 청구한 위약금 5억원에 대해선 “약정의 주된 목적은 사실혼 해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A씨에게 정조의무를 지키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혼 관계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소송 대응을 위해 A씨와 상간녀가 연락했다고 보더라도 위약벌은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라고 결론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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