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주문하니 국밥이 따라오네..고기보다 비싼 고추

청양고추 가격 한달새 진정 기미보이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돼지 부속고기보다 비싸서 고객에게 제공하기 겁날 지경
야박한 상인의 인심 탓하는 고객 때문에 식당에서 소란도
  • 등록 2023-03-22 오후 2:18:28

    수정 2023-03-22 오후 2:29:59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 종로구 같은 자리에서 30년 넘게 삼겹살을 팔아온 A씨는 밑반찬에서 청양고추를 거둬들인 지 몇 달째다. 지금은 원하는 고객에게는 한 개 남짓을 썰어서 내어주는데, 이마저도 송송 썰기가 엄두가 안 나서 편을 썰어 준다. A씨는 “장사하면서 청양고추를 이렇게 다루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청양고추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식당 주인과 고객 간에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국밥집에서 주재료로 쓰는 돼지 부속 고기보다 부재료인 청양고추가 가격이 더 비싼 역전 현상도 보인다.

22일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청양고추 가격(10kg 도매·이하 같은 기준)은 지난달 19일 18만7326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한 달 새 진정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예년과 비교하면 가격은 급등한 상황이다. 지난 18일 기준 청양고추 가격은 8만8730원으로 전년 동기(3만6617원) 대비 2.4배 비싸다. 최근 3개년도 평균 가격(5만8203원)과 비교하더라도 52% 급등했다.

급기야 같은 중량의 돼지 부속 고기보다 청양고추가 가격이 더 비싼 지경이다. 현재 육류가공업체 B사가 판매하는 부속 고기(오소리 감투, 허파, 간, 염통 등)는 2kg에 약 9000원이니, 10kg에 4만5000원 수준이다. 같은 중량의 청양고추 가격과 비교해 거의 절반 가격이다.

이러니 청양고추를 주요 음식재료로 쓰는 상인으로서는 이전보다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청양고추는 상품 특성상 냉동으로 보관이 여의찮은 것도 변수다. 해동해서 원물 그대로를 상에 내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고, 찌개나 볶음류에 쓰는 게 고작이다. 가격이 저렴한 시기에 대량 구매해서 가격 변동성에 대비하기에 변수가 많은 품목이다.

이로써 식당의 인심이 전보다 박해지는 압박이 거세진 것이다. 비단 A씨뿐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뷔페식 식당은 셀프바에 비치해두던 청양고추를 거둬들였다. 서울 은평구에서 족발집을 하는 한 배달전문 식당은 족발 메뉴에 더는 청양고추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청양고추는 원하는 고객에게 제공합니다’는 안내문을 붙인 식당도 등장했다.

식당 상인은 박해진 인심을 탓하는 고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 딜레마다. 청양고추보다 가격이 저렴한 일반 고추로 갈음하고자 해도 대안으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유의 매운맛을 내지 못하기에 대체품으로서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용을 아끼느라 고객이 끊기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심적인 부담도 상인의 몫이다. 그렇다고 메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더 어려운 선택지다.

이러다 보니 상인과 고객 모두가 서로에게 미안해지는 불편한 광경도 목격된다. 앞서 A씨는 “청양고추 탓에 고객에게 미안한 소리를 해야 하고, 그러면 고객도 미안해하는 바람에 서로 무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막무가내 고객과 얼굴을 붉히는 사례도 전해진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인 ‘아프니까청춘이다’를 보면, 국밥집을 한다는 C씨는 ‘최근 고객이 청양고추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장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취지로 호소했다.

청양고추.(사진=쿠팡)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강인, 야구장엔 누구와?
  • 다시 뭉친 BTS
  • 착륙 중 '펑'
  • 꽃 같은 안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