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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이날 1메가와트시(MWh)당 291.5유로를 기록, 전거래일대비 19% 급등해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295유로까지 치솟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유로 대비 1000% 이상 뛴 가격으로, 지난 19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44.55유로)를 또 한 번 경신한 것이다.
이날 가스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도 가스프롬이 지난 19일 성명에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유지·보수를 위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사흘 간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한 영향이다. 가스프롬은 보수 작업을 마치고 나면 하루 3300만㎥ 수준의 수송이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기존 수송량 대비 20%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겨울철이 가까워질수록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사례가 더욱 자주 발생하거나, 유럽 전체에 대한 가스 공급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스프롬은 루블화 결제를 거부한 불가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폴란드에 대해선 이미 가스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가스 수입량의 40%를, 독일은 55%를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해왔다.
베렌베르크 방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의 상황을 악용하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러시아는 앞으로도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가스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거짓 주장할 수 있고, 독일뿐 아니라 다른 유럽 지역으로 가는 가스관까지 잠글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또 유럽 경제를 떠받치는 독일이 올해 겨울 가스 부족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이미 심각한 침체 위기에 직면한 유럽 경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역시 이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이달 초부터 내년 3월 말까지 가스 사용을 15% 줄이는 비상대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