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소독제 뿌렸으니"…불금 클럽문 닫자 헌팅포차 `문전성시`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 내린 서울시, 대대적 단속
시내 클럽 일제히 문 닫아…주변 헌팅포차는 북적
문 열자마자 만석, 문 앞엔 수십미터 긴 줄까지 서
시당국 단속 피하려 업소마다 `춤 금지·2m 줄서기`
"감염사례 안 나와 단속 어려워"…서울시도 "아직"
  • 등록 2020-04-12 오전 11:40:33

    수정 2020-04-12 오전 11:40:33

[이데일리 김보겸 공지유 기자] 서울시가 시내 클럽 등 유흥업소를 향해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10일 늦은 오후. 이른바 `불금`을 맞은 청춘들은 여전히 시내 곳곳으로 쏟아져 나왔다. 강남과 이태원, 홍대 등지 클럽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지만 바로 옆 헌팅포차(즉석만남 술집)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수십미터 이어졌다.

9일 강남역 인근 휴업한 클럽 옆 헌팅포차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서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불금 오픈’ 동시에 만석

이날 홍대의 한 헌팅포차는 영업 개시와 동시에 손님들로 가득찼다. 입구 밖에는 50여명이 대기하며 골목까지 줄을 서 있었다. 이 업소 직원은 줄을 안 서려면 언제 와야 하냐 묻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와야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다”며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6시 문을 열자마자 사람이 꽉 찼다”고 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이곳을 찾은 20대 남성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클럽이 닫아서 헌팅포차로 왔다. 4월 초부터 연다고 했다가 2주씩 미뤄지더니 5월이 다 되어서야 연다고 한다. 지금 홍대나 강남이나 다 마찬가지다”라며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클럽은 사람이 너무 붙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춤출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클럽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헌팅포차 역시도 밀집장소 아니냐’고 묻자 A씨는 “마스크 지금이라도 쓸까요?”라며 웃었다. 감염될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이런 곳(헌팅포차) 오는 사람들은 더 놀고 싶어서 온몸에 손소독제 뿌리고 오거든요. 저희도 오늘 아침에 다 뿌렸어요. 그래서 (알코올 향 때문에) 향수가 필수”라고 답했다.

10일 오후 11시쯤 홍대 앞 헌팅포차 앞 ‘2미터 간격 유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보겸 기자)


‘코로나 끝날 때까지 춤 금지’, ‘2미터 간격 줄서기’ 등장

단속을 피하기 위해 춤을 금지한 곳도 있었다. 서울시가 예고한 단속 대상에 감성주점(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춤을 출 공간이 마련된 술집)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홍대의 G 감성포차는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춤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였다. 실제로 평소 지하 2개 층으로 운영되던 이 곳은 무대가 있는 지하 2층을 폐쇄하고 식당만 운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2미터 간격 줄서기`도 등장했다. G 포차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줄을 서라며 바닥에 초록색 테이프로 2미터 간격을 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3명 이상씩 함께 와 2미터 간격이 거의 유지되지 않았다.

입구에는 ‘마스크 미착용 고객 출입 불가’ 문구가 쓰여있지만 막상 내부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발견됐다. 술집에서 나오던 20대 중반 여성 2명은 “안에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마스크를 낀 사람은 없다”며 “감염 걱정은 딱히 없는데 너무 집에만 갇혀 있어서 기분전환하러 나왔다”고 했다.

2미터 간격을 두고 줄을 서라는 안내문구가 있지만 함께 온 일행들이 붙어서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헌팅포차는 왜 단속 어렵나

서울 일대 클럽 대부분이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들여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헌팅포차 등은 왜 단속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자유와 행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적 방역 전략을 택한 만큼 확실한 근거 없이는 행정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특정 업종의 영업을 특정한 이유로 제한하려면 감염병 확산 예방이라는 목적과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앞서 교회 등 종교시설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때도 신천지 대구교회와 예배를 매개로 한 지역감염이라는 확실한 선례가 있었고, 이번 클럽 등 유흥업소에 행정명령을 내린 것 역시도 강남 대형 유흥업소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영업을 제한할 명확한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젊은층 특성상 무증상·경증 감염인 경우가 많은데, 아직 헌팅포차 등에서 아직 눈에 띄는 집단감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아 클럽 등 유흥업소처럼 강력하게 단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시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방역을 위해) 헌팅포차를 단속하면 일반호프집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아직 (헌팅포차를) 단속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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