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시아나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7월 27일 산은에 5020억4000만원, 수은에 1979억6000만원 등 총 7000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2조556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상환을 통해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856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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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으로부터 빌린 1조7930억원에는 6.57%의 이자율이 붙어 있으며 수은으로부터 차입한 7630억원에도 6.2%와 5.9%의 이자율이 적용됐다.
다만 이번 차입금 상환을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단순히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으로 보기에는 상환 시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의지만 있었다면 차입금 상환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할 수 있었을텐데 굳이 지금에 와서 상환한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 3자 매각’을 염두에 둔 차입부담 축소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지난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독점 우려를 나타내며 합병 자체의 무산 가능성도 떠오르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컨설팅 용역을 맡긴 것을 두고 합병 무산 후 ‘제 3자 매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영구채는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환을 하더라도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영구채를 상환하면 오히려 자본이 줄어들어 곳간이 부실해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영구채를 갚으면 이자비용을 더 줄일 수는 있겠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채가 많으면 매각에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며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차입금도 포함시켜 계산하기 때문에 차입금은 되도록 갚는 것이 좋다”며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으로 인식되는 영구채는 놔두고 단기 차입금부터 갚은 것은 충분히 제 3자 매각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