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매각’ 선행 작업?..아시아나, 채권단에 7000억 상환[김성진의 인더백]

아시아나, 대규모 차입금 상환 이번이 처음
지난해 7월엔 영구채 일부 1800억 상환도
‘3자 매각’ 위한 재무구조 개선 분석
금리 높은 영구채 대신 차입금부터 갚아
  • 등록 2023-08-20 오전 9:30:00

    수정 2023-08-20 오후 7:20:58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대한항공과 합병 연기로 진통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7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상환한 것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수혈을 받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환을 두고 최근 업계에서 제기되는 대한항공이 아닌 ‘제 3자 매각’을 위한 선행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매각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20일 아시아나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7월 27일 산은에 5020억4000만원, 수은에 1979억6000만원 등 총 7000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2조556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상환을 통해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856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금융비용 절감과 재무건정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을 상환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이 올 상반기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서도 이자비용 때문에 602억원의 순손실을 낸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보유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차입금을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으로부터 빌린 1조7930억원에는 6.57%의 이자율이 붙어 있으며 수은으로부터 차입한 7630억원에도 6.2%와 5.9%의 이자율이 적용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자비용 감축을 위해 지난해 7월에도 일부 영구채를 상환한 적이 있다.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 영구채(2020년 6월 발행) 중 일부인 1800억원을 중도 상환했다. 채권발행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 조항에 따라 금리가 7.2%에서 12.45%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이번 차입금 상환을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단순히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으로 보기에는 상환 시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의지만 있었다면 차입금 상환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할 수 있었을텐데 굳이 지금에 와서 상환한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 3자 매각’을 염두에 둔 차입부담 축소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지난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독점 우려를 나타내며 합병 자체의 무산 가능성도 떠오르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컨설팅 용역을 맡긴 것을 두고 합병 무산 후 ‘제 3자 매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번 차입금 상환은 금융비용 절감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 차입금보다 금리가 높은 영구채 상환이 더 효과적인데도 단기 차입금부터 갚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들은 최초 금리가 7.2%에다가 2년 후부터는 연간 2.5% 금리가 붙는 스텝업 조항이 달려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7월 일부만 상환하고 1200억원이 남아있는 영구채에는 이미 지난해 12.45%의 고금리가 붙었다. 합병을 추진하는 산은과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는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영구채 일부만 갚을 수도 있었다.

영구채는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환을 하더라도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영구채를 상환하면 오히려 자본이 줄어들어 곳간이 부실해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영구채를 갚으면 이자비용을 더 줄일 수는 있겠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채가 많으면 매각에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며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차입금도 포함시켜 계산하기 때문에 차입금은 되도록 갚는 것이 좋다”며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으로 인식되는 영구채는 놔두고 단기 차입금부터 갚은 것은 충분히 제 3자 매각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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