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갤러리 수놓은 '일곱빛깔 상상력'

호호재 오프닝 전시 '관계로그'전
김재용·박선기·잭슨홍 등 7인 참여
'조합체' '하임리히' 등 선보여
12월 30일까지 호호재
  • 등록 2023-12-05 오전 5:30:00

    수정 2023-12-07 오후 3:43:55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그간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친분을 쌓아온 작가들 7명을 모았어요. 저와 20년 이상 인연이 있는 분도 있죠. 작가들의 대표작 중에서도 대중과 좀 더 친숙한 작품으로 전시를 꾸몄습니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옥 갤러리 ‘호호재’(蝴蝴齋)가 새롭게 문을 열고 첫 전시로 ‘관계로그’ 전을 선보인다. 호호재 갤러리의 한정현 대표는 체어스온더힐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홍익대 미대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아토포스’(Atopos)다. 아토포스란 “내가 사랑하고 나를 매혹하는 사람”을 일컫는 그리스 단어다. 최근 호호재에서 만난 한정현 대표는 “내년이 이 공간을 물려준 어머니의 1주기이기도 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전시를 오픈하고 싶었다”며 “모던과 전통이 중첩된 한옥 공간에서 일곱빛 무지개처럼 다양한 상상력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기 작가의 ‘조합체’(사진=체어스 온 더 힐).
이번 전시에는 김영옥·김재용·박선기·이혜미·잭슨홍·정영도·한정현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조각·설치·가구·도자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채의 도넛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도넛 형태의 도자로 잘 알려진 김재용 작가의 ‘타이거 앤드 맥파이 위드 도넛’(Tiger and Magpie with Donut)이다. 매끈한 표면의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제작한 도넛은 화려한 색상과 형이상학적인 패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화려함을 뽐내는 크리스털 장식을 더해 개성 넘치는 도넛 작품이 탄생했다.

김재용 작가의 ‘도넛 피어 투 샤인’(사진=체어스 온 더 힐).
서울 신라호텔, 파르나스의 오너먼트(Ornament·장식)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박선기 작가의 신작 ‘조합체’(An Aggregation)도 전시해 놓았다. 천장에 매달린 흑백 물방울 모양의 조형물은 한옥 공간과 어우러지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3인 후보로 선정되며 이름을 알린 산업 디자이너 잭슨홍 작가의 ‘하임리히’(Heimlich)도 눈길을 끈다. 디자인과 순수 미술의 경계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그는 ‘하임리히법’(기도 폐쇄 응급처치법)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흰색 배경에 눈·코·입이 새겨진 사람얼굴 모양은 손으로 뗄 수도 있다. 한 대표는 “디자인과 아트 사이를 오가는 재밌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영옥 작가의 ‘라이트 플레이’는 알루미늄을 깎아서 모듈 시스템을 만든 항아리 형태의 설치작품이다.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담은 도예 작품을 선보여온 도예가 이혜미 작가, 대담한 색채와 화면 구성의 페인팅으로 주목받은 정영도 작가의 ‘히어, 위 스탠드 포 유’(Here, We Stand for You), 세련된 감각의 아트퍼니처로 주목받으며 창작활동을 이어온 한정현 작가의 ‘언오디너리’(Unordinary)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한정현 작가의 ‘언오디너리 시리즈’(사진=체어스 온 더 힐).
잭슨홍 ‘하임리히’(사진=체어스 온 더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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