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현상 문제가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가운데 노동 회복 부진에 따른 임금 상승 등 수요측 압력도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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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는 “금융위기의 후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팬데믹 이후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방법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면서 “부채 급증과 자산시장 거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을 때의 충격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중앙은행장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해서 과소평가해 온 게 사실”이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평균물가관리제(AIT)와 같이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역학관계도 인플레이션 상향 요인으로 잠재해 있어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간 무역갈등, 이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각국의 독자적인 공급망 강화 등이 글로벌 공급 능력을 줄이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내년 인플레이션은 지금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보다 더 높아질 것 같다”면서 “다들 지금의 경기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제 성장률도 빨리 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장기화, 성장률 둔화 흐름이 세계 경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경고하면서 공급망 차질, 중국의 전력난과 헝다그룹 사태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0.1%포인트 낮췄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긴축을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는게 송 교수의 조언이다. 미 연준이 내년 하반기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국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올렸다.
그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자산시장 과열 및 부채 급증 두 가지 이슈를 감안했을 때 중앙은행들은 조금 더 단호한 통화 긴축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든, 금리 인상이든 조금 더 서둘러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