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 만화' 보는 듯 팬데믹 시대의 단상 담은 현대 미술

美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살레 개인전 '현실의 연금술'
잿빛 사람들, 그에 비해 밝기만한 하늘...
작품마다 나무 뿌리 넣어 집단의 역사 재현
상상력 자극...각자 경험한 팬데믹 떠올려
  • 등록 2021-10-19 오전 6:00:00

    수정 2021-10-1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미국의 만화가 피터 아르노(Peter arno)는 대공황 시기 뉴요커(The New Yorker)에 한 컷 만화를 연재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아르노는 미국 상류층 사회를 겨냥한 사회적 풍자가 가득 담긴 독특한 스타일의 만화와 한 줄 지문으로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은 동안, 미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살레(70)는 아르노의 삽화를 차용한 새로운 작품 시리즈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를 그리기 시작한다. 작품에는 아르노의 삽화 속 인물들을 닮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남녀는 대화 중인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관람자는 마치 아르노 만화에서처럼 작품을 설명하는 대화의 대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데이비드 살레의 ‘트리 오브 라이프 26’(2021). 린넨에 오일과 아크릴, 170.2 x 127 cm(사진=리만머핀 서울)
서울 종로구 리만머핀 서울은 최근 미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살레의 개인전 ‘현실의 연금술’을 개최했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시각 예술가 집단 ‘픽처스 제너레이션’(Pictures Generation)의 일원이기도 한 그는 대중문화나 상업 광고에서 가져온 이미지와 자신이 직접 만든 이미지를 결합해 독특한 회화를 구축해 왔다. 작품은 정교하고도 직관적인 방식으로 친숙하거나 낯선 주제 간의 새로운 연관성 및 관계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트리 오브 라이프’ 시리즈 신작 7점은 대중에게 친숙한 아르노의 삽화를 이용해 팬데믹 시대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전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 26’에는 오버코트에 구겨진 모자를 걸친 침울한 표정의 남성이 드레스와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 큰 모피 코트로 근사하게 차려 입은 여성을 막아선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회색조의 인물들은 밝은 파란색 배경과 중앙의 붉고 잎 없이 앙상한 나무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추운 겨울밤의 심상을 자아내지만 구체적 서사를 읽어내기에는 모호한 작품이 관람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각자가 경험한 우울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공통적으로 나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림 속 앙상한 나무 역시 작가가 1960~70년대 한 만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충이 나무를 먹고 가지만 남은 나무의 이미지로, 이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어떤 재앙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이념적으로 드러낸 이미지였다. 이같은 나무는 살레의 그림 속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를 시각적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의 윗부분뿐만 아니라 땅 속 뿌리까지 함께 화폭에 담은 작가는 뿌리를 통해 집단의 역사를 재현하고자 했다. 황경은 리만머핀 디렉터는 “각 작품에서 나무의 뿌리는 전체 구성의 하단부 1/3을 차지하는데, 뿌리는 폭넓은 의미로 작품의 ‘무의식’이나 집단적 역사의 재현 혹은 단순히 과거나 우리가 어떻게 왔는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 각양각색의 나무 뿌리가 사다리나 벌레, 인간의 두상, 몸통, 손을 뒤섞은 구상은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의 사용과 힘찬 선의 표현이 돋보이는 살레 특유의 화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되는 데이비드 살레 개인전 ‘현실의 연금술’ 전시 모습(사진=리만머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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