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근원물가 고공행진…고민 커지는 한은

한은, 기준금리 '긴축 수준'이나 시장선 긴축 강도 약해져
"긴축 정도 줄어들면 물가, 목표 수렴시기 지연 가능성"
정부 규제 완화에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지연 가능성'도 유의해야
부동산 PF불안은 여전…은행채·국채 발행에 시장금리 폭등 우려도
  • 등록 2023-06-09 오전 5:00:00

    수정 2023-06-09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반 동안 3%포인트나 올리는 등 역사상 가장 빠른 긴축을 단행했음에도 물가가 더디게 잡히고 있다.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3%로 둔화됐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5월 3.9%로 더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여름께 2%대로 떨어졌다가 연말 3%대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치(2%)를 웃돌 전망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에 우리나라도 호주, 캐나다처럼 금리 인상을 재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이사)는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예상한 물가 경로를 고려하면 현재의 통화정책이 적절하다고 판단되지만 (시장에서의) 긴축 정도가 줄어들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되는 시기나 금융불균형 리스크 등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연 3.5%는 중립금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통화긴축 기대 약화,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긴축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확대해 단기 금리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이 부총재보는 “작년 금융시장 불안이 올 들어 완화되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등 긴축 정도가 조금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며 “긴축 정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성장 및 물가 경로,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달 ‘금리 인상 이후 우리경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서비스업 위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초과 저축, 고용 안정 등으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금리 인상이 경제주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소비자 가격 전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근원물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택가격이 소득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택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가계 빚마저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상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올 들어 주택 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들도 상존한다. 보고서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여타 부문 및 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며 “채권시장에는 연말까지 은행채의 대규모 만기 도래,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소진에 따른 주택저당증권(MBS) 추가 발행, 세수 실적 부진에 따른 국채 발행 등 수급 부담 요인도 상존해 투자심리 위축, 비우량채권 구축 및 유동성 사정 악화 등이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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