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컬처가 뜬다]②'카톡'으로 배우 조종…영화 결말도 직접 고른다

멀티 엔딩형 공연 성황
쌍방향 콘텐츠 영화 잇달아 제작
인터랙션 가미한 VR 재미도 두배
  • 등록 2019-08-13 오전 12:18:08

    수정 2019-08-13 오전 7:35:04

연극 ‘나만빼고’ 오픈채팅방(사진=이윤정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서울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 ‘라면먹고갈래?님이 들어왔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입장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 시작 전 핸드폰을 꺼달라’고 요구하는 일반 공연과 달리 입장 전 반드시 핸드폰을 켜달라고 요구한다. 카톡 참여형 연극을 표방한 ‘나만빼고’의 공연장 풍경이다. 관객들은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해 오픈채팅방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랑에 서툰 대학생 진욱이 짝사랑 후배와 만날 때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묻자 ‘그대의 눈동자에 치얼스’ 등 센스 넘치는 답변들이 바로 올라왔다. 진욱이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도 영상통화를 통한 관객의 ‘투표’로 진행됐다.

2.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장착하자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콘텐츠는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한 ‘조의 영역’. 거대 물고기가 인간을 사냥하는 스토리를 담은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VR로 만든 것이다. 입체적으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 3편과 4편에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넣었다. 물고기가 팔딱거리는 찌개를 한번 먹어보라는 엄마의 요청에 따라 기계를 움직여 떠먹어보거나 뒤따라오는 엄마를 피해 유저가 직접 문을 닫는 식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체험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인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의 한 장면(사진=콘텐츠플래닝).


△관객 성향따라 공연 방향 달라져

서울 대학로 소극장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공연들이 성황이다. 극단 화담의 연극 ‘나만빼고’는 지난 3월 단기 공연 당시 관객의 호평을 받고 7월 본공연이 결정됐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고백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상상 연애와 이별을 반복하는 대학생 진욱, 게스트하우스 사람들, 대부도 작은 식당 가족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박상협 극단 화담 대표는 “배우가 올린 글이나 사진을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면 신선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에 기획을 하게 됐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주인공의 친구가 되어 연극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험을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관람한 날 함께했던 관객들은 ‘이런 연극은 처음이다’ ‘신선해서 좋았어요’ 등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그날의 후기를 공개채팅방에서 공유했다.

즉흥 코믹 추리극 ‘머더 미스터리’는 관객이 던져주는 살인 사건의 배경과 도구, 범인과 희생자 등에 대한 아이디어로 즉석에서 극이 만들어졌다. 미용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룬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들이 직접 목격자가 되어 용의자 심문에 참여한다. 극이 진행되는 중 질문을 하고, 심문이 끝나면 관객의 투표로 범인이 결정된다.

개방형 토론 연극 ‘시비노자’(시시비비를 가리는 화난 사람들)는 관객을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강봉훈 연출은 “관객의 수와 성향에 따라 극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멀티 엔딩형 공연이다보니 마치 생물처럼 배우와 관객이 함께 커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이용자들은 매 순간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사진=넷플릭스).


△영화 엔딩 분석하는 도표까지 등장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어른을 위한 쌍방향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2017년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 ‘버디썬더스트럭: 어쩌면 봉투’ 등 어린이 대상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밴더스내치’는 1984년 천재적인 프로그래머가 판타지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빠져드는 내용이다. 이용자들은 매 순간 선택을 하게 되며 선택에 따라 10가지가 넘는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기본적인 영상 관람 시간은 90분이지만, 모든 엔딩을 다 감상하기 위해선 최소 4~5시간이 필요하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밴더스내치’의 모든 선택과 결말을 정리한 도표까지 등장했다. 고현주 넷플릭스 매니저는 “시청자들이 올린 트위터나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기술에 맞춰 콘텐츠도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에 힘입어 또 다른 인터랙티브 영화 ‘당신과 자연의 대결’도 선보였다. 야생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등장하는 영화로 이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그릴스가 각기 다른 행동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택희비극이라는 부제를 단 7분짜리 ‘아오르비’는 광고에 가까운 영화다. 주인공(최우식)이 선택의 자유가 없는 통제 사회를 탈출해 ‘야스(YAASS)랜드’로 향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자신만의 선택 결과에 따라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접하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조회 수는 2만4000뷰를 넘어섰다.

김태원 유튜브(구글코리아) 상무는 “영화를 단순히 시청만 하던 것에서 소비자가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역으로 넓혔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HMD를 장착하고 VR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VR 콘텐츠도 인터랙티브 가미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시각 특수효과 전문회사 덱스터스튜디오의 VR TOON ‘조의영역’(총 6부작)은 3·4회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가미하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지난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3회를 선보였는데 연일 북적대는 유저들을 맞이하느라 바빴다는 후문이다.

이유리 덱스터스튜디오 VR사업팀 대리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와서 시연을 했는데 쉽게 따라하며 즐기더라”며 “최근에는 5G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VR 콘텐츠를 론칭하면서 더욱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례로 SK텔레콤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에서 공개한 덱스터스튜디오의 VR 콘텐츠 조회수는 1만뷰를 넘어섰다.

올 하반기에는 인기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을 VR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 대리는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스토리 라인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만들어보려 한다”고 귀띔했다.

밴더스내치 결말 조직도(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랙티브 영화 ‘당신과 자연의 대결’(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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