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묻지마 태양광 건설 후폭풍…제주 이어 신안서도 '발전 제한'

육상태양광서 첫 출력제한…전력계통 수용 한계 넘어
주민 반대에 변전소·송전선로 등 확대 공사 ‘차일피일’
‘예고된 사태’ 지적에도…정부, ‘망 보강’ 계획 못세워
  • 등록 2021-03-29 오전 1:00:00

    수정 2021-03-29 오전 9:04:05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제주에 이어 육상에서도 태양광 발전을 ‘출력제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비 고장이나 수요 감소 등의 원인이 아니라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거나 송출할 수단이 없어 전력이 남아돌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다.

상대적으로 생산한 전력을 송출하기 쉬운 육상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출력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장과 송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묻지마식’으로 이뤄진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이 낳은 예고된 사태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전국에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지만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송전망 확충 계획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 송전 제약에 따른 출력제어 사태를 막기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 22일 두 차례에 걸쳐 전남 신안군 일부 태양광 발전소에서 회당 30분씩 출력제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력제어 시점은 오후 2~3시로 태양광 발전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였다. 허용 용량을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물량이 전력계통에 쏟아지자 설비 고장에 따른 정전을 우려해 발전제한 조치를 한 것이다.

전력계통이란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고 분배하는 송전선로, 변전소, 배전선로 등 일련의 전기설비를 일컫는다. 결국 전기를 나르고 분배할 시설이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전력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발전량을 줄이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탄발전이던 LNG발전이던 발전량이 전력계통을 넘어서면 감발(발전량을 줄이는 것)하는 것은 발전 운영상 늘 있는 일이다”며 “이번 신안군 일부 태양광 발전소 역시 발전량이 늘면서 감발조치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전력계통을 관리감독하는 한국전력은 발전량 증가에 대비해 신안군 일대에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을 확충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출력제어가 발생한 태양광발전소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70㎿인데 인근 변전소와 공용선로가 수용할 수 있는 설비 최대 용량은 187㎿다”며 “한전에서 선로를 보강하고 싶어도 주민 반대가 심해 변전소를 추가 건설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안군 일대는 일조량이 좋아 이미 건설한 태양광발전 시설뿐만 아니라 현재 건설을 예정 중이거나 건설 중인 대단위 태양광 시설이 여럿 있다”며 “만약 이들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현재 전력계통으로는 넘치는 전력을 받아줄 수 없어 제주보다 더 자주 출력제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발전업계에서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발전용량을 수용할 정부의 구체적인 송전망 계획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확정·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에 따라 올해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오는 2024년까지의 송전·변전설비 신설과 보강계획을 담은 15년 단위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짜고 있다.

발전업계와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을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태양광, 육상·해상풍력 등과 발맞출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다.신재생에너지 발전계획을 먼저 세운 후 전력망 보강 계획을 세우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신안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출력제어 사태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풍력은 빠르면 1년 안에 완공할 수 있지만 이를 분배하고 송전하는 철탑이나 변전소 등은 주민 수용성도 낮고 건설기간도 길어 발전설비와 전력계통 간의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며 “결국 재생에너지 ‘셧다운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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