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하고 경직적인 규제는 행정조치보다 입법에 의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고, 입법 중에서는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을 주된 경로로 제도화된다. 정부입법은 법안 제출 전에 규제영향 분석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돼 있는 반면 의원입법에는 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까다로운 절차를 피해 입법 의도를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발의를 위탁하는 것이 공공연한 관례였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실적 쌓기 경쟁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의원입법은 규제 양산의 온상이 됐다.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임대차 3법이 전세대란을 초래해 임차인에게 되레 고통을 안겨준 사실은 입법 지연 우려보다 신중한 입법의 필요성이 더 큼을 보여준 최근의 사례다. 14대 국회(1992~1996년)와 20대 국회(2016~2020년)를 비교하면 정부입법안은 581건에서 1094건으로 1.9배 늘어난 데 비해 의원입법안은 252건에서 2만 1594건으로 85.7배나 늘어났다. 의원입법안에 대한 규제영향 평가 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